피부와 마음의 탄력을 모두 챙기는, 어쩌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지금 뷰티 업계가 ‘보이지 않는 에너지 케어’에 집중하는 이유다.

요가는 이미 종교의 색채에서 벗어난 지 오래다. 힌두교에서 많이 해온 수양법 중 하나였다지만, 지금은 누구나 즐기는 스포츠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된 나마스테(Namaste) 해시태그는 2300만 건을 훌쩍 넘어섰고, 부디파이(Buddhify) 앱처럼 일상에서도 명상을 즐기도록 돕는 서비스가 대중화되어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방법에 있어 더 이상 신성시되는 건 없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캔디 건터 브라운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떠오르는 뉴 에이지 트리트먼트는 과거의 방식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1960~70년대 종교적 대안으로 여기던 때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뜻이죠.” 내가 피부 관리사이자 마음 치유사로 일하는 미셸 타베와 처음 페이셜 시술 상담을 할 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이유다. 얼굴에 미세침을 놓는 시술에 앞서 타베는 별안간 수호신을 소환하듯 주문 비슷한 뭔가를 외웠다. “우리를 둘러싼 에너지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보호해주세요!” 얼굴에 미세침을 놓는 시술에 에너지의 개입이 웬 말인가. 과학자 집안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얼빠진 것처럼 멍한 채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 내가 받으려던 시술은 ‘차크라 클리어’다. 타베의 고객 중 한 명인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도 받는다는 시술이었다. 차크라는 인간의 척추를 따라 존재하는 에너지의 연결점이다. 인간의 몸에는 차크라가 적게는 7개부터 많게는 114개가 존재한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에너지를 뜻하는 프라나(Prana)가 연결점을 따라 돌고 돈다는 것이다. 만약 차크라가 막히면 눈에 보이는 피부 트러블부터 정서적 불안까지 몸 안팎으로 다양한 증상이 발생한다. “우리가 흡수하는 부정적 에너지는 피부로 나타납니다. 저는 고객이 왜 그 에너지를 품게 되었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치유법을 적용하죠.” 타베가 설명했다. 차크라를 따라 순환하지 못하는 에너지를 발견해 피부 트러블과 마음의 질환을 낫게 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뷰티 시술과 명상 사이

미국의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lobal Wellness Institute)에서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웰니스 산업 규모는 3조70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에너지를 얻으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하며 살고 있음을 방증하는 수치다. 몸을 정화하고자 디톡스 티를 찾고, 농작물을 기르는 데 사용하는 퇴비까지 직접 만드는 시대. 타베가 말한 차크라 클리어의 효능처럼, 피부에 광을 내는 동시에 정신적 치유 효과까지 얻는 시술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평소 웰니스 테라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구미가 당길 것이다. 나 역시 그랬다. 피부 시술을 받으면서 멘탈 케어까지 가능하다니. 터무니없는 소리라 여기면서도 묘한 호기심이 생겼다. 둘 중 어느 한쪽의 효과라도 얻을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시술이 진행되는 동안 다른 건 몰라도 이 테라피를 향한 날 선 의심만큼은 내려놓기로 했다. 타베는 이를 두고 “내 모습이 아닌 것을 벗어버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에겐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 10대 시절의 자아를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에너지가 순환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건 방어적 감정이 만들어낸 벽이고, 이를 뚫기 위해 청소년기 삶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거였다. 늘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10대의 나를 소환하는 일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의심이 신뢰로 바뀐 건 타베가 얼굴에 전기침을 놓으면서다. 그 시절의 내가 불안했던 이유가 어떤 틀에도 갇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강하게 스쳤다. 그만큼 자유로웠고, 지금보다 쾌락을 즐길 줄 알았다. 생각의 물꼬가 트이자 마침내 타베가 내게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콜라겐을 자극한다는 붉은 LED 조명 아래서 20분이 흘렀다. 시술을 마쳤을 때는 추운 겨울 실컷 스키를 타고 난 뒤처럼 피부에 건강한 생기와 은은한 광채가 돌았다. 그것보다 더 만족스러운 건 머리가 맑아진 듯한 느낌이었다. 뷰티 시술이 아니라 명상을 하고 난 것 같았달까? 수호신의 덕이든, 타베의 훌륭한 침술 덕이든 간만에 느끼는 개운함이었다. 보이지는 않아도 어느 때보다 몸속 에너지가 팽팽 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내가 받은 시술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미세침 시술부터 자기공명 기구까지 에너지 케어를 위한 뷰티 트리트먼트의 종류는 나날이 늘고 있다. 최근 로스앤젤레스의 헬스 브랜드 ‘사우나바(SaunaBar)’는 자기공명 테라피 시스템 매그네스피어(Magnesphere)를 도입했다. 약 30분간 매그네스피어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밀도 높은 휴식이 가능하다는데, 여기엔 신체 에너지의 연결점을 조화롭게 이어주는 전자기장이 활용됐다. 크리스털이나 각종 보석이 함유된 스킨케어 제품도 빼놓을 수 없다. 아베다, 엘레미스, 닥터브랜트 등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부터 쉘, 아쿠아리언 소울 같은 니치 브랜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때로는 과학보다 믿음으로

사실 이런 뷰티 트리트먼트 중 과학적으로 효과를 검증받은 사례는 전무하다. 국립보건원 보완통합의학연구센터(NCCIH) 등의 그 어디서도 에너지 테라피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찾아볼 수 없었다. 기존 의학과는 어긋나는 치료법에 연구비를 충당하는 것부터 난관이었을 테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하지만 침술이 두통을 비롯한 만성 통증을 감소시키고, 명상이 우울증과 불면증을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는 분명 존재한다. 이는 내가 타베의 미세침 시술을 받으며 체감한 효과기도 하다.

“인류가 시대에 순탄히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대화에 대한 불만은 이미 오래전부터 표출돼왔습니다. 적어도 한 세기 반 동안 지속되고 있죠. 다양한 웰니스 테라피는 사회에 대한 우리의 불쾌감을 누그러뜨릴 방법인 셈이죠.” 브라운 교수의 말이다. 45분짜리 스파 테라피를 통해서라도 사회적 잡음에서 벗어나려는 우리의 현실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24시간 쉬지 않고 뜨는 뉴스 피드, 나날이 늘어만 가는 스마트폰 사용 시간…. 이 모든 것에 지친 현대인은 머나먼 과거에서 숨 쉴 방법을 찾기도 한다. 인도 전통 의학에 기반한 아유르베다 마사지, 중국에 뿌리를 둔 명상 테라피 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떤 방법을 활용하든 중요한 건 피부 관리사의 도움이 아닌 개개인의 마음가짐이다.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에너지의 존재를 믿고 긍정적인 흐름으로 바꾸겠다고 마음먹는다면 웰니스 테라피는 어디서든 가능하니까. “마법을 믿지 않는 사람은 결코 마법을 찾을 수 없다”는 영국 소설가 로알드 달의 말처럼 극적 효과를 위해 때로는 단순한 믿음을 가져볼 필요도 있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