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염을 치료하고, Y존을 건강하게 가꾼다는 이너케어젤. 과연 유효할까? 

무리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지면 감기처럼 찾아오는 질염은 많은 여성의 말 못할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겨냥해 펨케어 시장에는 Y존을 관리하는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질 세정기, ‘이너케어젤’이다. 질 내부를 세정하는 주사기 형태의 제품으로, 유효 성분을 함유한 젤 제형을 담아낸다. 집에서도 간편하게 Y존을 관리하도록 고안된 것. 독특한 형태와 사용법에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최근 이너케어젤을 선보이는 특정 브랜드의 허위 광고 사실이 밝혀지며 여성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해당 제품은 여느 질 세정기와 마찬가지로, 질 내 삽입을 연상시키는 주사기 형태로 되어 있다. 하지만 웹사이트에서 사용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미에 ‘질 내 삽입이 불가능한 제품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제품 형태에서 느껴지는 직관적인 느낌과 사용법 사이의 괴리에 소비자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자사의 제품으로 질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광고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테스트 내용 중 질염 같은 여성 질환과 관련된 유의미한 내용은 없음을 알 수 있다. ‘칸디다균 99% 항균’ ‘유산균 특허 성분 함유’ 같은 문구 또한 미심쩍기는 마찬가지다. 칸디다균 항균 작용에 대한 실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손 세정법에 따라 진행되었다고. 

이 결과가 과연 질 내부 환경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질 내부를 건강하게 관리해준다는 유산균 특허 성분에 대한 특허증은 말 그대로 창의성과 독창성에 대한 특허 증서일 뿐, 여성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제는 이 같은 교묘한 화법이 소비자를 부작용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는 거다. 실제로 이너케어젤 사용 후 가려움, 화끈거림, 복통 등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글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여성의 가장 민감한 부위를 관리하는 이너케어젤, 사용해도 되는 걸까? 

직접 질 내부에 삽입하는 주사기 모양의 제품은 기존에는 산부인과에서 주로 사용하던 형태다. 병·의원 전용이나 처방용 제품은 근본적인 질 내부 치료 목적에 초점을 맞춘 반면, 최근 출시되는 일반 뷰티 브랜드의 제품은 단순 세정 능력을 강조한다. 압구정연세산부인과 박나윤 원장은 이너케어젤류의 제품을 때때로 치료에 사용한다고 전했다. “질염 증상이 심하거나 지혈이 필요한 경우에 주로 사용합니다. 매일 소독을 하러 오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스스로 관리하도록 사용법을 교육하고 안전한 제품을 처방하기도 해요. 최근에는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SNS 마케팅도 활발해 이너케어젤에 대해 먼저 문의하거나 처방을 원하는 환자가 늘고 있어요.” 우먼 웰니스 케어 브랜드 라엘이 진행한 2022 펨케어 설문 조사에서는 ‘라엘이 론칭했으면 하는 제품’으로 질 세정기가 1위를 차지했다고. 이너케어젤에 대한 여성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올바른 제품 선택과 사용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다. 

이너케어젤을 고를 때는 우선적으로 ‘의료 기기’ 인증을 받았는지 살펴볼 것. 시중에 출시된 이너케어젤 제품은 크게 화장품과 의료 기기로 나뉜다. 화장품으로 분류된 제품은 질 내부에 사용해서는 안 되고, 외음부에만 도포해야 한다! 목적 또한 질이 아닌 외음부 세정에 있다. 위에서 언급한 허위 광고 브랜드의 이너케어젤도 바로 이 화장품으로 분류된다. 이 브랜드는 제품 출시 초기에는 사용법에 직접적으로 ‘질 내부에 삽입해 사용하라’고 기재했다가, 이후에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하는 부위에 도포할 것’이라고 애매한 문구로 수정했다. 이 같은 교묘한 수법이 빈번하게 일어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는 지난 12월부터 화장품인 외음부 세정제에 대해 ‘외음부에만 사용하며, 질 내 사용하지 않도록 할 것’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했다. 반면 식약처로부터 의료 기기 인증을 받은 이너케어젤은 품질, 안정성, 유효성에 대한 심사를 마쳐 질 내부에 직접 사용할 수 있다.
제품 상세 설명 페이지에 의료 기기 마크나 인증서가 있는지 살피고, 전문 의료 기기 생산 시설에서 제조했는지도 체크하면 금상첨화! 마지막으로는 제품 안에 들어 있는 세정 젤의 성분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성분을 배제함은 기본, 세정 젤이 의약품 허가를 받았는지도 체크하자. 필수 시험인 질 점막 자극 시험, 피부 감작성 시험, 세포독성 시험, 미생물 한도 시험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한 제품만 의약품으로 표기하도록 허가해주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의료 기기와 의약품 허가를 모두 받은 제품을 선택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는 라엘의 ‘이너케어 질 세정기’가 있다. 이 외에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제품을 알고 싶다면 ‘의료 기기 전자민원창구’와 ‘의약품안전나라’ 웹사이트의 검색 엔진을 활용하자. 식약처의 인증을 받은 제품 리스트를 모두 찾아볼 수 있다.

이너케어젤, 아직은 낯설기에 많은 여성이 사용을 망설이며 이것저것 따져본다. 안전성을 의심하고, 올바른 사용법을 알아보고, 어떤 제품을 선택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국 근본 질문으로 돌아오게 된다. 꼭 사용해야만 할까? 여성의 질은 자정 작용을 갖춰 기본 관리만 잘하면 특별한 제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건강한 상태로 유지되지 않는가? “질염 증상이 심한 환자에게 사용하면 증상이 눈에 띄게 호전되기도 해요. 이런 경우 며칠간 연속해서 사용할 것을 추천해요. 하지만 질 내에 직접 삽입하는 사용법이 어렵거나, 눈에 띄는 증상이 없을 때는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을 권하지 않아요.” 박나윤 원장의 말이다. 안전하지 않은 제품으로 질 내 균형을 깨트리거나, 너무 깊이 삽입해 내부에 상처가 생긴다면 오히려 건강한 Y존에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셈. 그보다는 특정한 목적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생리가 마무리될 무렵 잔혈을 처리할 때, 성관계 후 질염 방지를 원할 때, 수영장을 다녀오거나 격한 운동 후 간편하게 세정하고 싶을 때 등. 질염 같은 여성 질환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는 목적이라면 의사와의 상담, 처방을 통해 적절한 빈도와 방법으로 사용하길 바란다. 이너케어젤은 마법 같은 Y존 치료제가 아닌, 여성이 스스로 Y존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도록 돕는 ‘건강관리식품’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