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조이는 보정 속옷에 이별을 고하자. 내 몸의 진정한 해방을 위하여!

뉴욕에서 생활할 당시 빅토리아 시크릿의 푸시업 브라에 빠진 적이 있다. 가슴을 두 사이즈나 올려주는 기적을 맛봤던 참이다. 그것도 잠시, 어느 순간 숨쉬기 어려운 갑갑함을 느꼈다. 움직일 때마다 조여오는 브래지어가 불편해 밖에서도 만지작거리길 수차례. 결국 품에 맞지도 않는 속옷은 손이 잘 가지 않아 예쁜 쓰레기로 전락하고 말았다. 여성의 몸을 억압하는 언더웨어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팬데믹을 겪으며 이 같은 현상은 확실한 변화를 맞았다. 록다운으로 집에서 오랜 시간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속옷의 전성기가 찾아온 것.

이 배경에는 내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다양한 체형을 받아들이자는 ‘보디 포지티브’의 영향이 깊게 깔려 있다. 몸매를 부각하는 보정 속옷보다 편안함을 최우선으로 하는 브라렛과 노 와이어 브라가 급부상했다. 그야말로 가슴의 해방. 모든 것이 일상으로 돌아온 엔데믹 시대에도 ‘편안함’의 키워드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기던 사각팬티, 드로즈와 트렁크도 여성용 속옷으로 출시되고 있다. Y존을 압박하지 않아 여성 질환을 예방하고 편안한 착용감 덕분에 많은 여성이 찾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는 봉제선이 없는 노 라인 컬렉션을 확장하며 다양한 길이의 여성용 보이쇼츠 팬티와 트렁크를 선보였다. 캘빈클라인 언더웨어도 1990년대에서 영감 받은 CK 1996 마이크로 컬렉션에서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브리프를 소개한 것. 주목할 또 다른 키워드는 바로 지속가능성이다.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는 천연 및 지속가능한 소재 사용은 언더웨어 시장에도 필수 요소다. 휠라 언더웨어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에코론과 대나무를 리사이클링한 뱀부셀을 혼용한 휠라벨로 컬렉션을 론칭했고, 최근 첫 언더웨어 라인을 론칭한 LF의 질바이질스튜어트는 ZDHC(유해화학물질 제로배출협회) 인증을 받은 유로저지 원단을 사용했다. ‘생산제한물질목록’을 준수하며 친환경적 공법을 적용한 것이 주목할 점이다. 아메리칸 이글의 에어리, 올버즈 등 많은 브랜드가 언더웨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들의 노력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는 노력 또한 중요하다. 내 몸의 해방과 우리의 환경을 위해 지금 당장 코르셋 같은 속옷은 벗어 던지길!

1 DORA LARSEN

런던의 란제리 디자이너이자 패션 바이어 조지아 라센이 설립한 도라 라센. 불편한 브래지어를 입는 것에 지친 그가 매일 입어도 편안한 속옷을 고안한 것이 브랜드의 시작이다. 톡톡 튀는 컬러 조합이 돋보이는 컬렉션은 불편함을 최소화한 언더 와이어 브라부터 소프트 컵을 적용한 보디슈트까지 다양한 제품으로 만날 수 있다. 83% 이상의 재활용 소재와 유기농 면, 모달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것이 특징. 맞춤 자수, 튤, 고무 등의 부자재 또한 불필요한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가짓수를 조절하고 소규모로 생산한다. 연 매출액의 일부를 환경 자선 단체에 기부한다니 지구와 내 몸을 위한 일석이조의 선택지가 될 듯.

2 IN-A

국내 최초로 브라렛 문화를 확산시킨 인에이. 미니멀한 디자인이지만 감도 높은 컬러 조합과 코튼 소재 사용을 바탕으로 10년째 견고하게 성장해온 브랜드다. 오가닉 코튼, 너도밤나무에서 추출한 천연 재생 모달 등 인체에 무해한 소재를 다양하게 활용하는데, 삼각 컵을 겸비한 브라렛인 스텔라 라인이 시그너처 아이템이다. 컬러, 부자재 등 불필요한 디자인을 최소화하고 속옷의 본질에 집중한 에센셜 라인도 찾아보길. 후크리스와 패드 일체형으로 안정감 있게 착용 가능하다. 이번 시즌부터는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거나 가벼운 외출 시 활용할 수 있는 이지웨어를 새롭게 출시했다.

3 NENES PARIS

편안함과 관능미를 동시에 챙기고 싶다면, 네네스 파리의 란제리에 주목하기를. 튤과 레이스를 주로 사용하는 컬렉션은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세련된 섹시함을 전한다. 여성 신체의 자연스러운 곡선을 강조하려고 컵이 없는 브래지어를 선보이는데, 34부터 42까지, A부터 E컵까지 모든 체형을 위한 사이즈로 구성했다. 팬티도 하이웨이스트 팬티, 탕가, 하이컷 등 여러 실루엣의 옵션을 제공한다. 컬렉션 전체 98%의 제품을 GRS(Global Recycle Standard) 인증을 받은 재활용 섬유로 제작하고, 나머지 2%도 유기농 면, 리넨 같은 천연 소재를 사용하니 피부 자극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4 PARADE

감각적인 소셜 미디어 마케팅이 인상적인 퍼레이드. 포용성을 지지하는 미국 Z세대의 열렬한 지지와 함께 성장했다. 그만큼 다양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모든 사람이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는 컬렉션을 전개하는데, 최대 5XL 사이즈까지 여러 체형에 맞는 제품을 구비했다. 당연히 지속가능성도 놓치지 않았다. 대표 아이템인 리플레이(Re:Play) 라인은 자투리 원단을 재활용한 초냉각 소재로 제작한다. 그뿐 아니라 재활용 기업 테라사이클과의 파트너십으로 입지 않는 속옷을 수거해 주택 단열재, 가구 등으로 만드는 속옷 재활용 프로그램 ‘세컨드 라이프 바이 퍼레이드’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