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선비 열애사>의 강산과 려운은 예측할 수 없는 색으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달린다. 채워질 불굴의 시간들.

코트와 팬츠, 벨트는 모두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 슈즈는 아미(Ami).

레더 점퍼는 준지(Juun.J). 톱과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재킷 , 팬츠, 슈즈는 모두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촬영 내내 스태프의 조그만 리액션에도 몸 둘 바를 몰라 하네요. 원래 부끄러움이 많아요?
네. 상상도 못하실 거예요. 그래서 데뷔하고 초반에 많이 힘들었어요. 오디션에서 과하게 긴장하는 탓에 자주 떨어졌거든요. 대사가 적힌 종이가 달달 떨릴 정도였어요.

지금은 괜찮아요?
여러 작품을 경험한 덕에 촬영장에서는 괜찮아졌는데, 화보와 인터뷰는 많이 해보지 않아서 뚝딱거리게 되네요.

자연스럽게 괜찮아지던가요?
경험이 쌓여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유튜브에 ‘긴장하지 않는 방법’ 검색도 해보고 하루도 빠짐없이 명상을 했어요. 요즘은 긴장되면 긴장하자. ‘나는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긴장하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해요. 타인을 신경 쓰면 더 긴장하는 것 같더라고요.

타고난 성향을 뛰어넘으면서 배우가 그토록 하고 싶었군요?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으로 넘어갈 즈음 고모가 뮤지컬 <캣츠>를 보여줬어요. 내한 공연이었는데, 오프닝 때부터 막 눈물이 나는 거예요. ‘감격’이라는 단어 말고는 정확히 표현할 수가 없네요. 배우라는 일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그날 완전히 매료됐죠. 옆집에 살던 친구가 연기 학원을 다닌다고 해서 부모님을 졸랐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입시 준비를 하고 대학에 진학했죠.

찰나의 경험이 인생을 바꿨네요. 이 일의 뭐가 제일 재미있어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캐릭터의 인생을 살아본다는 점요. 그가 되기 위해 분석하는 과정도 재미있어요. 요즘은 현장에서도 크고 작은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첫 주연을 맡은 드라마 <꽃선비 열애사> 현장은 어땠어요?
책임감이 막중했고 부담스러웠죠. ‘내가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어요. 긴장한 마음이 이번에는 오히려 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아요.

사극 역시 첫 경험이죠. 사극 현장의 기쁨과 슬픔을 꼽자면?
한여름에 촬영을 시작해 한겨울에 끝났어요. 정말 많이 덥고 엄청 춥더라고요. 슬픔을 꼽자면 고되다는 것, 기쁨은 환경 덕분에 몰입이 잘된다는 점요. 한복을 입고 세트에 있으면 걸음걸이부터 말투까지 달라져요. 전국 각지 예쁜 곳을 많이 볼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촬영지 중 가장 좋았던 곳은 어디예요?
이화원의 배경이 된 청송 송소고택요. 첫 촬영 장소기도 하고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라 더 특별할 수도 있는데 정말 예뻐요. 꼭 가보세요!

출연진 모두가 또래라 분위기도 발랄했을 것 같아요. 케미는 어땠어요?
이화원 4인방 중 건주 형(정유하 역)이 아빠를 맡고 있어요. 훈이 형(김시열 역)이 엄마, 예은(윤단오 역)이는 여동생일 때도 있고, 누나처럼 보일 때도 있어요. 저는 그냥 아들1 정도?

치열한 시간을 함께한 강산을 보낼 때 어떤 마음이었어요?
고생했다! 정세는 유하가 잘 돌볼 테니 단오와 잘 살아라. 아기도 낳고 행복하게 오손도손 잘 지내라.

웹드라마 6편을 비롯해 50부작, 그리고 사극까지 다양한 작품을 경험했어요. 현장에 잘 적응하는 팁이 있나요?
가능하다면 조감독님께 촬영 회차를 최대한 늘려달라고 요청해요. 현장에서 자꾸 부딪쳐야 적응이 되더라고요. 전 회차 다 불러주셔도 괜찮아요.

몸은 힘들지만 직접 부딪쳐보겠다는 건가요?
현장이 편해지면 딱딱하게 굳어진 몸이 말랑해져요. 편해져야 준비한 것도 마음껏 펼치고 때로는 더 풍부하게 시도해볼 수 있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쉬다 오면 감을 놓칠 수도 있잖아요.

똑똑하게 일할 방법을 깨달은 것 같아요. 계기가 있었나요?
드라마 <찌질의 역사>부터인 것 같아요. 김성훈 감독님과 수다를 엄청 떨었어요. 대기할 때도 차에 있지 않고 현장에 있었죠. 이때부터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과 긴장에서 해방된 것 같아요.

셔츠는 노드비메이드(Nodebemade).

셔츠와 타이,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프라다(Prada).

재킷과 팬츠는 노드비메이드.

배우가 되기 위해 전주에서 혈혈단신 상경했죠. 이 세계에 발을 들이는 과정이 험난하지는 않았나요?
감사하게도 발을 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작품 장벽이 높았어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요. 전주에서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열심히 하면 결과는 배신하지 않았거든요.

혼란의 시기가 길었어요?
작년까지만 해도 정말 힘들었죠. 오디션을 보러 가면 잘생기고, 키 크고, 저 나이에 연기를 저 정도로 잘하나 싶은 친구가 많더라고요. 내가 재능이 없나? 그만하고 집에 가야 하나 싶을 때도 있었어요.

그 시간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요?
회사 식구들요. 다투기도 많이 다퉜어요. 열렬히 응원해주는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속이 문드러지더라고요. 세상이 나빠 보이고 나를 억지로 괴롭히는 것 같고. 이 시간을 지내면서 포기하지 않고 길게 가겠다고 다짐했어요. 앞으로 펼쳐질 날이 이렇게 좋기만 한 건 아닐 거라는 걸 알아요. 크고 작은 시련이 닥치겠지만 그때마다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자. 주어진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자.

작품이 없는 시간을 어떻게 버텼어요?
두 달 정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서점에 가서 책만 읽고 무작정 걸었어요. 걷고 또 걸었죠. 장한평역에서 남한산성까지 왕복 9시간을 걸은 적도 있어요. 그렇게 걸으면서 별별 생각을 다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남는 건 뭔가요?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거요. 외면했던 부분을 직시하게도 되고요.

요즘도 걸어요?
그럼요. 운동 목적으로요. 집에서 가만히 쉬는 것도 좋지만 늘어지려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걷기를 시작하고 기운이 좋아졌으니 다시 한번 써보자는 느낌으로 나갈 때도 있어요.

부적 같은 느낌이네요. 려운 씨처럼 방황하는 청춘을 위해 걷기 좋은 서울의 길을 좀 추천해줄 수 있나요?
장한평에서 출발해 혜화동까지 이어지는 길도 좋고요. 낙산공원이나 남산서울타워까지 가는 것도 추천해요. 남산은 왕복 3시간, 낙산공원은 4~5시간 걸려요.

요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생각은 뭐예요?
<반짝이는 워터멜론>요. 한창 촬영 중인데 보여줘야 할 것이 많아요. 청각장애인 가족 중 유일한 청인 코다(CODA) 소년인데 천재 기타리스트예요. 수화, 기타, 노래 모두 능숙하게 해내야 해서 임무가 막중해요. 이달에 기타 연주 신이 몰려서 걱정이에요. 시간을 어떻게 쪼개야 충분히 연습할 수 있을까 생각해요.

예능 출연 생각도 있어요?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나가보고 싶어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허영만 선생님과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나요?
제 맛집을 소개하고 존경하는 미식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요. 맛집 선정 기준도 여쭤보고 싶고요. 평소에 뭐가 어떻게 들어가서 맛있는 것 같다, 비슷한 맛집으로는 어디 어디가 있다면서 얘기하는 걸 좋아해요.

역시 미식의 고장 전주 출신다운 대답이에요. 소울 푸드가 있어요?
너무 많은데, 일단 저는 못 먹는 음식이 없어요. 오늘은 순댓국밥으로 할래요. 가장 좋아하는 곳은 ‘순대야 족발 먹자’의 미니 족발과 순댓국밥 조합요. 촬영이 없을 때는 소주도 한잔해요. <꽃선비 열애사>로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도 스태프에게 “강산이가 데려가는 집은 진짜 맛집이다”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배우로서 이것만큼은 꼭 해봐야지 싶은 건 있어요?
연극 무대에 서는 것. 2시간 가까이 긴장감 있게 극을 끌어가는 경험을 하고 싶어요. 공연을 올리기 위해 연습량도 엄청날 거예요. 그 시간이 저를 발전시키지 않을까요?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요.

요즘 친구들 만나면 무슨 얘기를 나눠요?
주로 대학생 때 친구들인데, 워낙 자주 봐서 이제는 할 이야깃거리도 없어요. 저희가 재미있는 영상 찾아 보는 걸 좋아하거든요. 요즘은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 보며 따라 하면서 놀아요. 서로 성대모사한 거 평가하고 볼링 치고.

의외예요. 성대모사 자신 있는 거 있어요?
권혁수 선배님이 따라 하는 이경영 선배님 성대모사 잘해요.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