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의 새로운 친구 헤이즈가 내일을 위한 빈티지를 입었다.

 

샌드 아이보리 컬러의 100% 램스킨 쉬어링 코트는 코치×쇼트 N.Y.C.(Coach×Schott N.Y.C.). 언밸런스 라인의 블랙 드레스, 청키한 스노우 부티, 사각 셰이프의 ‘로그 25 인 컬러블럭 레트로 백’은 모두 코치(Coach).

헤이즈라는 이름 대신 여전히 당신을 ‘다혜’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나요?
신기하게도 팬분들도 헤이즈보다는 ‘다혜 누나, 다혜 언니’ 이렇게 이름으로 많이 불러주시더라고요. 저도 가끔 자신을 헤이즈라고 소개할 때 어색할 때가 있어요.(웃음) 저를 몇 번 만나시면 이제 ‘다혜’라고 부르게 되실 거예요.

경험을 바탕으로 곡을 쓴다는 게 익히 알려져 있어요. 코로나19로 다양한 경험을 갖는 게 어려워진 요즘은 어디에서 영감을 받나요? 
아무래도 그렇죠. 최근 <Happen> 앨범을 내기 전에 인생의 가장 큰 슬럼프를 겪었거든요. 저에게 슬럼프란 곡이 안 써지는 것이죠. 코로나로 더 제약이 생기니 아무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회사를 옮기고 나서도 한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본업이 진행 안 된다는 생각이 들면 다른 것에 관심을 못 둬요. 시간 낭비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일 중독자의 특징이죠.(웃음)
중독이 된 것 같아요.(웃음) 그러다 <워킹데드>라는 미드를 보게 됐고, 원래 드라마에 긴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는데 3주 정도를 <워킹데드>랑 함께 살았어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집중했던 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걸 보고 이번 앨범에 수록된 ‘The Walking Dead(미안해, 널 사랑해)’라는 곡을 쓰게 됐는데 그 곡을 시작으로 앨범이 차례대로 만들어졌어요. 코로나19로 기약 없는 시간에 대한 불안을 만났지만, 또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노하우도 찾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Happen>을 내고 나서 그럴듯한 작업물이 없는데….

<Happen> 활동이 얼마나 됐다고요.(웃음) 5월 말이 아니었나요? 
하하! 저는 앨범을 낼 때도 항상 다음 곡을 만들고 있거든요. 원래의 저였다면 조급했을 거예요. 이제는 계기가 오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워킹데드>가 새로운 몰입에 대한 경험을 준 건 확실하네요. 왜 <워킹데드>였던 것 같아요? 
좀비물이지만 좀비 요소보다는 그 안에서 사람들의 관계나 사랑에 집중해서 봤어요. 너무 몰입했어요. ‘세상이 끝나도 사랑은 존재한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을 해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인물의 행동이 많이 보였고 사랑에 대한 생각이 커진 것 같아요.

투박한 쇼트 N.Y.C. 아우터웨어에서 영감을 받은 오버사이즈 쉬어링 코트, 안에 입은 티셔츠는 코치×쇼트 N.Y.C. 1930년대 풍 빈티지한 플로럴 프린트가 인상적인 레드 드레스, 로고 패턴 자카드 로퍼, 짙은 그린 컬러와 탠 브라운 컬러가 조화를 이루는 ‘로그 25 인 컬러블럭 백’은 모두 코치.

타이틀곡인 ‘헤픈 우연’은 처음 시작할 때 기타와 어우러지는 목소리가 단도직입적이면서도 좋았어요. 실제로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뭐였어요? 
가장 많이 신경 쓴 건 가사예요. 평소에 가지고 있던 생각인데, 이런 주제를 한번은 한 곡으로 다루고 싶었어요. 운명에 관한 이야기가 나에게만 와 닿을 수도 있으니, 한 끗 차이를 많이 수정했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담백하게 잘 나온 것 같아요. 그 담백함을 살리려 제일 노력한 것 같아요.

‘헤픈 인연’은 유건형과 공동 작곡이죠. 언타이틀 시절부터 ‘강남스타일’까지 빠른 템포의 곡으로 유명하지만, ‘헤픈 인연’은 다르기도 했어요. 
선배님과 저의 타협점이었던 것 같아요. 선배님에겐 보다 감성적인 곡이었을 거고 저에겐 템포가 좀 있는 곡이었거든요. 그래서 중간에서 만났을 때 서로에게 신선함을 느꼈고 더 재미있었어요.

유명세에 비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아 기자로서 궁금한 분이에요. 제가 언타이틀 활동을 본 세대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요! 저도 <슈가맨>에서도 언타이틀 제발 나왔으면 좋겠다고 계속 이야기했어요. 회사에 와서 선배님과 같은 식구가 되고, 더불어 같이 곡 작업도 할 수 있고, 선배님이 뮤직비디오나 비주얼적인 면에서 아이디어를 정말 많이 주세요. 몇십 년 동안 트렌드를 이끌어나가시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앨범을 만들면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삶이 그렇지만 특히나 이 앨범은 우연의 연속이었어요. 회사를 옮기고 아예 처음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과 같이 작업에 투입되는 게 처음엔 낯설고 두려웠어요. 저는 원래 걷던 길로만 가는 아이거든요. 그런데 모든 합이 좋았고 또 거기서 느낀 점도 있었어요. 갇혀 있는 것보다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느꼈고 제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것 같아요. 앨범의 노래들도 한 곡 한 곡 따로 보면 유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아요. 그러나 ‘The Walking Dead(미안해, 널 사랑해)’ 곡을 쓰고 이곳저곳에서 우연이나 운명의 요소들을 발견하며 또 한 곡씩 자연스럽게 써지는 게 저에겐 운명 같은 일이었어요.

목가적인 풍경이 담긴 크루넥 니트 톱, 플레어 풀 스커트, 라이트 블루 컬러 ‘스튜디오 백’은 모두 코치.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 아닐까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나를 불편하게 해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는 걸요.
그렇죠. 늘 알고 있어요. 그걸 한번 깨야 해요. 이번에 많이 깼어요.(웃음)

헤이즈의 삶 속에서 우연과 필연 중에 어떤 일이 더 많이 일어났나요? 
많은 우연 속에서 필연을 많이 겪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같이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 음악을 하겠다고 갑자기 결심하게 됐죠. 그것도 23살 때 몰래 가사를 쓰다가 교수님한테 걸려서 ‘너 이 길로 한번 가봐라’라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정한 것도 돌이켜보면 필연 같은 일이었어요. 해보다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짐을 다 쌌는데 <언프리티 랩스타>에서 전화가 온 거죠. 제 모든 성향을 억누른 채 기회를 잡아서 출연한 것도 필연이었죠. 그렇게 해서 오늘까지 왔네요.

성공해서 듣는 백 개, 천 개의 칭찬보다 그때 ‘너는 이걸 해봐도 좋겠다’ 그런 말은 정말 중요하죠. 
그 한마디! 그리고 그 교수님은 그런 의견을 내실 분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참 신기하죠. 아직도 그 교수님과는 연락해요. 제가 아버지라고 불러요.

헤이즈의 노래를 들으면 시각적으로 장면이 떠오를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듣는 우리가 당신과 같은 장면을 그리는 걸까 궁금해지더군요. 
제 경험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제가 쓰는 사랑과 이별의 스토리들은 저의 평범한 연애에서 비롯됐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 비슷해요. 그래서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도 각자 겪은 비슷한 상황을 떠올리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들으면서 우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그건 자신이 겪었던 것을 마주하지 않고서야, 그 아픔을 건드리지 않고서야 쉽지 않을 거로 생각해요.

쉬어링 트리밍 장식의 패딩 베스트, 안에 입은 니트 톱, 스키 팬츠, 워크 부츠, 내추럴 페블 가죽과 글러브탠드 가죽으로 만든 ‘로그 25 인 컬러블럭 백’과 핑크빛이 도는 글러브탠드 가죽 ‘로그 25 인 컬러블럭 레트로 백’은 모두 코치.

‘작사가’라는 노랫말을 좋아하거든요. 거기서 그러죠. “하필 작사가가 돼.”
하, 제 최애곡이에요! 하필 작사가가 되어서 제가 다 써야 하네요.(웃음)

그런 마음을 천사와 악마에게 비유하기도 했는데, 뮤직비디오에서는 천사를 불태워요. 실제론 천사, 악마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 노래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존하는 인물인데 그 사람은 그걸 원하지 않을 수 있잖아요. 미안하기도 하고, 그 아픔을 이용한다는 게 내가 나쁜 사람인가 생각하기도 했어요. ‘작사가’에서 제가 하는 생각들을 직설적으로 다 써서 오히려 죄책감을 덜었어요. 제 마음 편하려고 설명한 거죠.(웃음) 그런 거 보면 악마가 맞을지도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다른 방식으로 해보려 해도 저는 있는 그대로를 쓰던 사람이니까요.

그럴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쓰고 싶지 않은데, 써야만 하는 마음이죠. 그럼에도 솔직해져야 한다는 거겠죠. 그게 진실에 가까우니까요. 
가사를 쓸 때 찌질한 저를 숨기고 싶어도 솔직하게 쓰는 편이에요. 사람들은 저를 시크하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사랑할 때 훨씬 찌질해요. 시크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 감정을 더 담고 싶어요. 사람들에게도 사랑했다면 죽을 만큼 힘든 게 맞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진실할 수 있는 용기’인 거네요. 안 그래도 그게 코치의 브랜드 정신이라고 하더군요. 
진짜요? 맞아요. 정말 용기죠.(웃음)

다른 아티스트의 곡에도 작사를 맡곤 하는데, 또 다른 재미가 있나요? 
그 사람을 상상하고 표현하면서 쓰는 게 재미예요. 제 손으로 쓰고 있지만, 분명히 다른 표현, 멜로디와 리듬이 나오거든요.

쉬어링 넥 칼라 포인트 재킷, 블랙 서스펜더 원피스, 로고 패턴 니트 팬츠, 안에 입은 80주년 기념 티셔츠, 파란색 스키부츠, 빨간색 니트 장갑, 쉬어링 장식의 ‘비트 숄더 백’은 모두 코치.

노랫말을 써준 아티스트의 면면이 무척 다양해요. 이문세, 개코, 그리고 워너원도 있었고요. 
그래서 더 재미있는 것 같아요. 워너원 같은 경우엔 명확히 정해진 시간이 있었어요. 제 노래를 썼다면 ‘모래시계’라는 주제를 떠올려서 그런 가사를 전혀 쓸 수 없었을 거예요. 이문세 선배님 같은 경우에도 ‘내가 이문세 선배님 정도의 연배가 되면 어떤 생각을 할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모든 걸 보려고 했어요. 모든 기억이 항상 선명하진 않잖아요. ‘지나고 보면 희미해지는 것들에 너무 애쓰면서 살았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것 같아서 그렇게 썼어요.

먼 미래의 헤이즈를 상상해본 거네요.
그렇죠! 저는 그럴 것 같았어요.

음악에 대해 받고 싶은 인정이나 응원이 여전히 있나요?
그럼요. 아티스트에게 비교 대상은 전작이 되니까요. 저도 늘 전작과 싸우고 있죠. 사실 ‘비도 오고 그래서’와 늘 싸우고 있거든요.(웃음) 그런 걸 벗고 싶어요. ‘비도 오고 그래서’ 같은 노래를 내달라는 부탁을 많이 들어요. 정말 감사한 말씀이지만 저의 욕심은 그건 2017년의 노래였으니 4년 정도가 지났잖아요. 그동안 제가 많이 바뀌었거든요. 그때의 노래를 만들 수 있게 해준 영감과도 많이 멀어졌어요. 저는 지금의 일기를 노래로 쓰고 있으니까 그때그때의 상황을 비출 수 있게 잘 표현하고 싶어요. 제 음악을 듣는 사람들도 그렇게 들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신곡이 가장 좋다는 말이 더 힘이 되나요? 
노래를 좋아한다는 말에는 어떤 노래여도 너무 좋아요. 그런데 없는 감성을 요구하실 때 힘들죠. ‘비도 오고 그래서’라는 노래를 장르적으로 흉내 낼 수는 있지만 자연스럽게 써지진 않으니까요. 그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헤이즈는 이런 느낌인가 보다, 이런 일이 있었나 보다.’ 이 정도로 들여다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대중이 사랑하는 노래가 쌓이면 또 새로운 고민이 생기네요. 
많이 들은 곡이니 몇 년 전 노래가 훨씬 더 익숙하고 좋게 들릴 수밖에 없죠. 지금 나온 노래가 익숙해지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런 인식이 자연스러워지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쉬어링 보머 재킷, 니트 드레스, 허리에 걸친 빨간색 스웨트 셔츠, 롱 니트 조거 팬츠, 발목이 긴 양말, 로고 자카드 로퍼, 코끼리 모양 자수가 담긴 백 ‘로그 토트 인 시그니처 텍스타일 자카드’는 모두 코치.

힙합하는 분들이 “네 앨범을 ‘클래식’으로 만들라”는 말을 하곤 하잖아요. 클래식이 될지 안 될지도 시간이 필요한 거겠죠. 
그렇죠! 제가 그 말을 하고 싶은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야 아는 거니까요. 오히려 그 생각을 안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2019년에 첫 정규앨범을 발표했는데, 미니와 정규는 어떤 차이를 두나요? 
사실 회사에서는 이번 앨범을 정규로 가자고 하셨어요. 두 곡만 더 채우면 열 곡이고, 요즘엔 여덟 곡도 정규 앨범으로 낼 수 있으니까요. 예전부터 선배님들이 정규에 담던 의미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유기적이고 훨씬 더 잘 계획되어 있고 탄탄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제가 그걸 온전히 실현하진 못하겠지만, 흉내라도 내기 위해서 좀 더 경건한 마음으로 오래 계획하고 싶은 게 제 욕심이죠. 정규 앨범에 대한 고민은 있어요. 2집을 냈을 때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은지가 아직 없기에 선뜻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그 메시지를 기다리고 있어요.

예전엔 앨범은 다 정규 앨범이었어요. 헤이즈 1집, 2집 그랬죠. 지금은 디지털 싱글 앨범도 있고 스페셜 앨범도 있고, 사운드 클라우드나 믹테로 발표할 수도 있는 세상이죠. 선택이 더 중요해졌어요. 
음원 유통 사이트가 아니더라도 음악을 공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정말 많죠. 저도 선배님들의 곡을 리메이크해서 제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어요. 그 경계가 사실 많이 허물어졌지만 그래도 저는 그 경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많은 사람이 헤이즈의 리메이크 앨범을 원하잖아요? 계획이 있나요? 
저도 정말 원하고 있어요. 싸이 선배님은 제가 회사에 들어오기 전 선후배 사이일 때부터 ‘이즈야, 너 리메이크 앨범 한번 내’라고 하셨어요. 제가 예전 노래들을 정말 좋아하는 걸 아시거든요. 최근에는 그걸 구체화하려고 하고 계셔서 일단은 제 앨범이 먼저지만 계획하고는 있습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윤하의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장필순의 노래를 부르는 걸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제가 윤하, 토이 두 선배님들의 팬이라 정말 좋았어요. 장필순 선배님의 ‘어느새’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기회가 되면 부르고 싶은 곡이에요.

다른 아티스트의 노래를 부를 땐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요? 
‘오늘 서울은 하루 종일 맑음’은 평소였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곡이에요. 왜냐하면 너무 어렵고 높고 힘든 곡이거든요. 하지만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무대였기에 도전해본 곡이에요. 곡 선택은 본능적인 거 같아요. 색깔을 많이 바꾸지 않고 살리면서 지루하지 않게 부를 수 있는 곡을 고르죠. 또 가사도 봐요. 처음엔 일단 그냥 읽어봐요. ‘이 가사를 어떤 상황에서 썼을까, 대사였다면 어떤 표정으로 이 말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해석해보고 그걸 알 것 같을 때 선택해요.

쉬어링 후드 재킷, 블랙 드레스, 분홍색 ‘퀼팅 스튜디오 백’, 레트로 무드의 스케이트 스노우 스니커즈, 곰돌이가 메고 있는 쉬어링 장식의 ‘비트 숄더 백’은 모두 코치.

오늘처럼 화보를 찍는 건 어떤가요? <얼루어>와는 두 번째 커버이고, 오늘도 무척 기대되거든요. 
첫 번째로는 제발 잘 나왔으면 좋겠다는 마음.(웃음) 그리고 브랜드와 함께할 때는 브랜드를 잘 보여줘야 하니까 부담감과 책임감도 크죠. 부담스럽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다양한 앨범 커버만 봐도 비주얼을 표현하는 데는 두려움이 없어 보여요. 실제론 어떤가요? 
하기 전엔 정말 두려운데 시작하면 그냥 믿어요. 찍어주시는 분도 믿고 후보정도 믿고요.(웃음) 셀렉트도 믿어요. 결과물이 이상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다 정말 좋았기 때문에 그 경험을 토대로 임하는 것 같아요. 괜찮을 거니까요.

인터뷰는 이제 익숙해요? 
생각을 표현하는 인터뷰는 재미있어요. 하지만 오래 남는다는 걸 아니까 어느 날 문득 조심스럽게 느껴진 적이 있어요. 같은 것에 대해서 5년 전의 생각과 지금의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나저나 어제와 오늘은 날씨가 확 다르네요.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한가요? 
계절과 날씨에 굉장히 민감한 편이에요. 자연현상을 보면서 많은 영감을 얻고 특히 가을이라는 계절을 가장 좋아해요. 날씨 중에서는 비 오는 날을 가장 좋아하고요. 그래서 지금이 저에겐 놓칠 수 없는, 영감이 없어도 써질 수밖에 없는 때죠. 작업실이나 집에서 그걸 온전히 느끼려고 해요. 어제도 그랬고요.

11월호 커버 모델인 헤이즈에게 11월은 어떤 달인가요? 
봄을 준비하는 달. ‘떨어지는 낙엽까지도’라는 노래로 가을에 대한 쓸쓸한 이미지를 스스로 벗었거든요. ‘저렇게 다 떨어지고 좀 있으면 무성하게 피겠지. 봄이 올 준비를 하네’라는 생각으로 그 노래를 썼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움츠러들 필요가 없는 달이라고 생각해요. 11월, 너무 예쁘잖아요? 가을은 하루 중에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도 다양하고 레이어드도 예쁘게 할 수 있으니까 가을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준비의 달’이죠.

오늘 가을과 겨울 옷을 잔뜩 입었어요. 패션 아이템 중 가장 좋아하는 건 무엇인가요? 
저는 얇은 옷을 많이 껴입어서 레이어드하는 걸 좋아해요. 모자도 맘껏 쓸 수 있으니 정말 좋죠. 비니도 정말 좋아하거든요.

미니 드레스는 H&M. 아가일 패턴의 울 혼방 스웨터, 체크 패턴의 플란넬 셔츠, 로고를 더한 비니, 빨간색 코듀로이 팬츠, 워크 부츠, 스티치 디테일 손잡이가 있는 ‘로그 17 인 컬러블럭 백’은 모두 코치.

올해가 며칠 남았는지 신경 쓰는 편인가요? 
사실 별 감흥은 없어요. 해가 바뀌고 이런 것을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12월 31일에 뜬 해와 1월 1일에 뜬 해는 다르지 않으니까요. 인간이 정해놓은 숫자와 날짜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시간이 가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점은 많아요.

재미있네요. 계절과 날씨는 중요하지만, 인간이 정해놓은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게.
특히 나이요. 20대에서 30대로 갈 때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저는 설렜거든요. 20대 때 준비를 정말 잘해놨다고 생각했어요.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지금도 제가 어리다고 생각해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꿈꾼다는 바람을 항상 볼 수 있어요. 그게 채워진 당신은 또 무엇을 원하게 되었어요? 
그때 필요한 것은 제가 제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 아닐까요? 경제적인 억압에서 벗어나면 그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를 힘들게 하는 것도 저를 힘이 나게 하는 것도 내 마음이니까요. 저에게 가장 큰 악재는 곡이 안 나오는 것인데 ‘괜찮아, 잘될 거야’라고 조금은 놓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어요.

음악 외에 잘하고 싶은 게 있어요? 
운전이요! 아직 면허가 없어요. 이 말을 몇 년째 하고 있어요. 올해는 정말 따겠다고 다짐했는데. 정말 운전하고 싶어요. 저에게 새로운 경험일 테니까.

손목에 ‘Patience’라는 타투가 눈에 띄네요. 
악플을 그만 보라는 의미에서 휴대폰을 쥔 오른쪽 손목에 ‘Patience’라는 문구를 새겼어요. 키썸이랑 한 커플 타투거든요. 같은 시기에 같은 생각을 하며 새겼죠.

공연을 할 때면 오프닝 곡으로 ‘And July’를 부르곤 했어요. 우리가 공연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땐 오프닝으로 뭐를 부르고 싶어요? 
10월 30일에 오프라인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첫 곡과 마지막 곡 때문에 세트리스트를 정하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그 전과는 똑같이 하기에는 진부할 것 같고, 또 그때의 느낌을 원하실 수도 있으니 고민 중이에요. ‘And July’를 마지막 곡으로 할지 첫 곡으로 할지, 마지막으로 하면 처음은 어떤 곡으로 시작할지. 사실 제일 걱정인 건 이 공연이 계속 미뤄졌는데 이번에도 또 미뤄질까봐. 무사히 공연을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퍼프 소매 미니드레스, 컬러 배색 스노우 부티, 스키 그래픽 미니 프레임 크로스 바디 백은 모두 코치.

첫 곡은 왜 중요한가요? 
중요하죠! 전주만 듣고도 반응이 갈리거든요. 잘하는 걸 해야 하면서 처지지 않아야 해요. ‘And July’는 초반에 했던 곡이어서 전주만 들어도 사람들이 당시 저에게 느꼈던 신선함을 느끼시죠. 지금은 낼 수 없는 분위기를 냈으니까요. 뮤직비디오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And July’가 왜 첫 곡인지는 알 것 같네요.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진짜 상상이 안 가네요. 누군가의 눈을 보면서 노래를 부른 지 정말 오래됐어요. 떨릴 것 같기도 해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