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보석. ‘자연의 완벽한 창조물’이라고 불리는 다이아몬드를 사람의 손으로 만들 수 있다? 과학자들이 만든 일명 ‘실험실 다이아몬드’, 인공 다이아몬드도 과연 영원할까?

 

보석의 황제로 불리는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가치를 만드는 과정에 강제 노역과 인권 유린, 토양 오염과 과도한 탄소 배출 등 도덕적인 문제가 수반된다면? 그리고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다이아몬드일지라도 영원을 약속할 수 있을까?

이에 내로라하는 주얼리 하우스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방법을 제시했다. 티파니는 다이아몬드 채굴 장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법으로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쇼파드는 공정 인증을 받아 책임 있는 방법으로 채굴한 보석만을 차용하고 있다. 또 영국의 스티븐 웹스터는 사내에 그린팀을 따로 운영해 본인들의 사업이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특히 강제노동, 아동노동 등에 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시행한다고.

주얼리 하우스의 이 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보석 브랜드 판도라는 다이아몬드 채굴 자체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다양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채굴 다이아몬드 대신 실험실에서 만든 인공 다이아몬드를 사용하겠다고 말이다. 이들은 2022년 최초로 탄소 중립 제품 ‘판도라 브릴리언스’ 글로벌 출시를 앞두고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의지를 드러냈다. ‘인공 다이아몬드라면 가짜 다이아몬드 아닌가?’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실험실에서 만든 다이아몬드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인공 다이아몬드란 무엇인가? 인공이라는 말에 누구나 ‘가짜’를 의심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공 다이아몬드는 다이아몬드 감별사에게 물어도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진짜’ 다이아몬드다. 물리적, 화학적으로 천연 다이아몬드와 다른 점이 전혀 없다는 것. 다이아몬드의 주 원료인 탄소 원자 배열과 같은 결합 구조를 갖도록 인공적으로 합성한 다이아몬드이기 때문이다. 본래 다이아몬드는 희귀한 보석이지만 이를 구성하는 성분은 놀랍게도 순수한 ‘탄소’일 뿐. 그냥 타버리면 연필심이 될 뻔한 탄소가 땅속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 살아남으면 이게 바로 다이아몬드라는 것이다.

1955년 제너럴 일렉트릭 사가 처음 고온고압 방법으로 인공 다이아몬드를 개발한 직후에는 품질의 차이와 천문학적인 제작 비용 때문에 대부분 공업용으로 쓰였지만 최근에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면서 보석으로서도 각광받고 있다.

비약적인 인공 다이아몬드의 발전은 특히 MZ세대들에게 환영받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다이아몬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점,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윤리적 소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점이 젊은 세대에게 다이아몬드 소비의 타당성을 부여한다. 아직 시장 점유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향후 10년 내에 다이아몬드의 10% 이상을 인공 다이아몬드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회사 드비어스는 지난 2018년에 인공 다이아몬드를 활용한 브랜드 ‘라이트박스’를 출시해 대중적인 소비자들을 위한 제품군을 선보였다. 이전 세대와는 소비 성향이 다른 새로운 세대를 위한 발빠른 행보였다. 또 미국의 보석회사 이서는 ‘세계 최초의 탄소 네거티브 다이아몬드’임을 자처하며 인공 다이아몬드를 내놓았으며 다이아몬드를 만드는 데 태양력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고 자부했다. 그런가 하면 영국의 벤처기업 스카이 다이아몬드는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탄소와 빗물을 분리한 뒤 친환경 에너지로 재료를 합성해서 인공 다이아몬드를 만든다고 전했다. 이들은 유명 다이아몬드 감정소 GIA(국제 보석 연구소)를 통해 천연 다이아몬드와 성분 차이가 없다는 승인까지 받으며 진짜 다이아몬드임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인공 다이아몬드가 천연 다이아몬드를 대체할 완전무결한 친환경 보석일까? <세계를 매혹한 돌>의 저자 주얼리 스페셜리스트 윤성원은 인공 다이아몬드 회사의 절묘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몇몇 업체는 기존 광산업체가 양산하고 있는 채굴상의 문제점과 자신들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고 환경 파괴가 적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친환경이라는 단어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업계에서 우리는 진정성 있게 환경을 생각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과 친환경을 내세우며 교묘하게 마케팅을 펼치는 기업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채굴 다이아몬드의 희귀성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직은 인공 다이아몬드가 몇억 년간 땅속에서 만들어지면서 불순물과 함께 축적해온 시간의 힘을 구현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천연 다이아몬드에 들어가는 불순물은 오히려 은은한 광택을 더해주는데, 탄소 사이에 질소가 포함되면 은은한 노란빛이나 주황빛을 내며 의외의 빛을 더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애초에 희소성이 미덕인 다이아몬드 아닌가. 사람이 만드는 인공 다이아몬드는 아직 자연이 만들어낸 희귀한 광채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꼭대기에 있는 최상급 다이아몬드를 구현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다.

결국 무엇을 선택하는가는 우리의 몫이다. 모두가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가짜’와 ‘진짜’가 아닌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따지는 취향의 문제일 뿐이다. 환경과 윤리를 생각하며 ‘가성비’를 따진다면 인공 다이아몬드를, 그래도 아직은 세상에 하나뿐인 나를 위한 ‘가심비’가 중요한 이라면 천연 다이아몬드를 선택하면 될 듯. 어쨌든 다이아몬드는 영원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