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피 스타일 다시 보기
트렌드의 변방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던 프레피 스타일이 이번 시즌 조금 멋을 부린 채 등장했다. 달라진 모습으로 트렌드의 중심에 안착한 프레피 스타일에 대하여.
‘프레피가 무슨 유행이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대다수의 사람이 생각하기에 프레피 스타일은 언제, 어디서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룩이라고 여기는게 일반적이고 또 에디터가 이 스타일을 편애하는 이유도 앞선 이유와 비슷하니 말이다. 에디터가 자칫 지루한 모범생(?)처럼 보일 수 있는 오래된 프레피 스타일을 좋아하는 데에는 꽤 합리적이고 타당한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프레피는 클래식한 멋이 있다. 유행의 흐름에 좌우되지 않는다. 고급 상류층 자제들의 스쿨 룩이었던 태생이 이유라면 이유가 될까?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 치노 팬츠, 블레이저와 로퍼, 케이블 니트로 대변됐던 엘리트들의 스쿨 룩. 그 스타일은 예나 지금이나 고급스럽고 깔끔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손색이 없다. 부유하고 스마트한 이들에 대한 동경과 선망이 담긴 교복 스타일은 온갖 화려하고 힙한 아이템을 매치하던 패션 피플도 순식간에 스마트한 모범생처럼 보이게 하는 신기한 매력이 분명 존재한다. 또 그것은 자연스럽게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스타일의 리얼웨이 룩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매치하는 아이템과 레이어드가 쉬우니 캐주얼과 정통 클래식 룩을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다. 오늘의 타탄 체크 패턴이 내년이라고 바뀔 리 없으며, 굵은 케이블 니트와 남색 블레이저가 1년 새 모습을 바꿀 리 만무하니 말이다(미묘한 변화는 있겠지만). 쉽게 말해 작년에 입었던 아이템을 올해 매치해도 촌스럽지 않고, 어디 하나 튀지 않으니 쉽게 질리지 않는다. 누가 입어도 중간 이상은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좋아할 수밖에.
그런데 이 프레피 스타일을 좀 더 폭넓은 스타일로 즐길 수 있다니. 반가움을 감출 수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프레피 룩을 더 주목하게 했을까? 가장 먼저, 뉴트로 스타일과의 절묘한 만남이다. 이번 시즌 역시 1970년대부터 90년대를 기반으로 하는 뉴트로가 강세이기에 이런 흐름과 자연스럽게 만난 프레피 스타일에도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일. 이를 가장 먼저 캐치한 것이 바로 셀린느다. 에디 슬리먼은 1970년대가 떠오르는 빈티지한 스타일에 에디 슬리먼 특유의 시크한 감성을 녹인 프레피 룩을 선보였다. 마치 영화 <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앨리 맥그로우의 파리지엔 버전이랄까. 플리츠 스커트, 스트라이프 셔츠 혹은 로맨틱한 블라우스 그리고 우아하게 동여맨 스카프 스타일로 새로운 룩을 완성했다. 뉴트로는 에트로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럭비 셔츠를 재해석해 프레피 룩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 에트로. 고급스러운 엠블럼 장식을 더한 럭비 셔츠와 빈티지한 격자무늬 팬츠의 매치, 옐로 컬러의 스트라이프 패턴 셔츠와 색감이 돋보이는 체크 패턴 재킷으로 프레피×뉴트로 스타일을 이어갔다.
그런가 하면 자유로운 믹스매치를 위해 풍성한 컬러와 트렌디한 실루엣으로 무장한 룩도 눈에 띄었다. 평소 빈티지하고 너드스러운 분위기의 룩을 표현하는 구찌식 프레피는 셀린느의 것과는 사뭇 달랐는데, 익숙한 레트로 스타일 디자인이지만 밝고 경쾌한 컬러 포인트가 가미되어 더욱 신선한 느낌이다. 파스텔톤으로 꾸민 스트라이프 니트, 빈티지한 아가일 체크 패턴 니트 등을 매치한 구찌의 룩은 프레피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방법은 네온 컬러로 포인트를 준 몰리 고다드나 애슐리 윌리엄스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프레피 하면 떠오르는 자칫 고리타분하고 단정한 이미지에 반전을 주는 요소로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펑키한 체크 패턴과 만난 프레피 스타일도 지나칠 수 없다. 영화 <클루이스>에서 비벌리힐스 학생으로 출연한 부잣집의 철부지 주인공 셰어가 떠오르는 그 룩! 노는 것 좋아하는 아메리칸 상류층의 반전 있는 프레피 스타일이랄까. 베르사체와 디올, 알렉산더 왕 그리고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에서 선보인 힙(?)한 체크 패턴 룩이 이번 시즌 프레피 룩의 변화에 정점을 찍는다. 클래식부터 펑크까지 전방위적 트렌드로 업그레이드된 프레피 스타일. 이 스타일을 재조명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대를 거듭하며 동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프레피 스타일을 함께 즐겨보자. 보다 스마트하고 힙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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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이하얀
- 포토그래퍼
- EVERETT, GORUNWAY, SPLASH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