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처럼 말하기

‘글발’은 물론 ‘말발’까지 좋은 유시민 작가. 좀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도 여유롭게 대화하고, 화나서 울컥하는 순간에도 웃으며 반박 하는 방법을 그에게서 배워본다.

fe-유시민처럼 말하기

대화에도 밀당이 필요하다
# 토론에 나와 흥분하며 말을 멈추지 않는 전원책 변호사를 향해 “변호사님, 이러시면 진짜 보수는 잘 안 듣는구나, 그런 오해받아요.” “앞으로 시간은 많아요. 좀 자제하세요!”
자기 주장을 일방적으로 강하게, 혹은 막무가내로 내뱉는 사람에게 유시민은 당근과 채찍을 고루 주는 고단수를 선보인다. 아이를 다루듯 어르며 ‘우쭈쭈’하다가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만을 골라서 ‘그것만 고치면 나도 인정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 아무리 의견이 상충해도, 이따금씩 상대를 띄워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칭찬은 고래뿐 아니라 벽창호 같은 사람도 덩실덩실 춤추게 만든다는 사실은 그의 화법을 통해 충분히 확인된 셈. 그러나 아니다 싶은 순간에는 거침없이 직언을 한다. 상대가 지나치게 이야기를 길게 한다거나 흥분하면 단호하게 말을 자르거나 입막음을 할 수 있는 한마디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전원책 변호사의 말에 “그건 성향이 비슷한 사람만 만나니까 그렇죠!”라며 일침을 가하는 것.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적으로 돌리기보다는 최대한 공감을 표현하려고 한다. 실제로 그는 책 <표현의 기술>에서 생각이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나는 이런 사실이 중요하고, 이런 해석과 판단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려운 말도 상대에 따라 쉽게
# 한 방송에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안일한 유권자의 태도를 꼬집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뽑을 때도 돈 계산 제대로 하는지 보고 뽑아요. 일국의 대통령을 뽑으면서도 똑똑한지 안 똑똑한지 보지도 않고 뽑나요? 그래서 유권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거예요.”

유시민이 말을 할 때 가장 잘 사용하는 건 바로 비유법이다. 같은 현상도 그가 비유를 하면 훨씬 쉽게 들린다. 시사, 정치, 경제 등의 이야기를 총망라하는 <썰전>이나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그는 필요하다면 상황극으로 만든다. 성대모사, 역할극 등 열연을 펼치기도 한다. 특히< 썰전>에서는 ‘시민극장’이라는 코너가 따로 만들어질 정도다. 예능 시사이기 때문에 딱딱하고 어려운 주제를 조금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평소에도 그는 유식한 것을 뽐내는 전문용어보다는 대중의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특히 외국 정세, 경제 분야 등 전문용어가 난무하는 사안에서는 의인화를 시킨다. 한미일 군사 동맹을 두고 미국은 회장님, 일본은 지사장, 한국은 부장으로 비유해 단박에 상황을 정리한 것처럼 말이다. 또한 구조조정 파문을 일으킨 한진해운 사태는 집주인과 월세계약자 등으로 대입시켜 이해를 돕는다. 딱딱한 뉴스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마저도 유시민의 말에는 귀 기울이는 이유다.

세상에서 가장 아픈 폭력, 팩트 폭력!
# 한 방송에서 역사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자 “역사에 대한 교양이나 지식이 부족해서 어려움이 있다, 이런 분들은 대개 역사뿐 아니라 모든 분야의 지식이나 교양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죠.”
사실을 기반으로 상대방의 정곡을 찔러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을 뜻하는 ‘팩트 폭력’. 그걸 가장 잘 사용하는 사람이 바로 유시민이다. 그래서 혹자는 그를 ‘팩력배’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는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를 찔러서 반박을 허하지 않는다. 그의 말은 대부분 사이다 발언으로 인정받지만, 때론 팩트 폭력이라는 말처럼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 “연예인 도덕성 반만 따져도 새누리당은 영구 집권 불가예요”라는 말이나, 전원책 변호사를 향해 “어린 애들은 저를 잘 알아요. 머리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라는 말 등은 반감을 사기도 한다. 한때 그가 맞는 말을 하지만 ‘X 가지’ 없다는 말을 들은 것도 바로 이런 화법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말하기는 논리적이지 않고, 부당한 주장을 하는 상대에게는 일격을 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틀림없다.

    에디터
    전소영
    포토그래퍼
    Jo Seong H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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