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사춘기 대처법

취업의 문턱을 넘으며 기쁘고 즐거웠던 시절이 어느 순간 까마득해졌다. 불안과 불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의 하루. 성장욕구와 매너리즘 사이에 낀 직장인들의 사춘기를 위해 고민 상담소를 열었다.


Q 신입사원 때는 일을 배우는 재미가 있었는데, 대리로 승진한 뒤부터 이유 없이 무기력하고, 괜한 짜증만 늘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영혼 없이 키보드만 치고 있는 것 같아요. 열정이 사라진 나, 사직서가 답일까요?
대리 직급은 자기 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실무를 해나가는 직급을 의미합니다. 갓 입사해서 업무를 배우고 익히는 것이 신나고 재미있었다는 성향으로 보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고 흥미를 돋우는 일을 통해 자극을 받아 동기부여가 되는 타입으로 보입니다. 직무를 바꾸거나 직장을 옮기면 새로운 자극이 될 수 있겠으나 이를 시도하기 이전에 아‘ , 내가 런 타입이구나’를 충분히 이해하고 경력목표를 세우고 도전해야 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죠. 만약 다른 업무조건이나 직장 내 환경 등이 만족스러워 이직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업무 외적으로 활기를 찾을 만한 일을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현재의 일을 잘하고 있는지, 그에 대해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합니다. 직무 내용을 깨알같이 쪼개서 더 잘하고 싶은, 도전하고 싶은 부분은 없는지 살펴보세요. 예를 들면 보고서를 잘 쓰고 보고를 잘하면 사내에서 ‘ 보고서 작성은 단연코 김 대리가 최고야!’ 소리를 듣게 되겠지요. 독보적인 분야를 개척하고 개인 브랜드를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를 궁리하다 보면 잠자고 있던 열정이 깨어날 겁니다. 직장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취업 전 가졌던 비전과 포부가 흔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커리어는 인생의 시작에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생 전체에 걸쳐 일과 관련된 모든 활동을 의미합니다. 그 사이마다 계속 고민하고 결정하는 과정의 연속이지요. 우리는내 ‘ 인생의 어엿한 주인’이 되기 위해 애쓰잖아요. 고민이 시작될 땐 복잡한 생각과 날뛰는 감정을 다독여야 해요. 나를 더 잘 알기 위해 정답 없는 질문을 내 안에 던지죠. 마음속에 둥실 떠오르는 답을 믿고 따르세요.

Q 조직에서는 위로 올라갈수록 외로워지고, 험담만 듣는 것 같습니다. 전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선배가 되고 싶어요. 사랑받는 멋진 선배가 되려면 어찌하면 좋을까요?
존경하는 선배가 곁에 있나요? 그 선배는 어떤 모습인가요? 마냥 사람 좋은 선배가 존경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능력이 우수하지만 인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선배 역시 존경스럽지는 않겠지요. 좋은 선배는 후배를 마냥 배려해 자기가 일을 다 끌어안지 않습니다. 적절히 업무를 위임하고 자기 일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처리해 모범적인 성과를 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무엇보다 우선 일에서 배울 점이 많은 존재로 인정받으시기 바랍니다. 후배가 언제든 질문하고 업무를 가르쳐달라고 따르도록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적절히 업무를 후배에게 위임했으면 그에 대해 충분히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세요. 마음에 다 차지 않더라도 잘했다고 칭찬하며 인정해서 후배의 인정욕구를 충족해주세요. 실수했을 때는 개인적 감정을 담지 않고 논리적이고 따끔하게 지침을 주되 의기소침한 후배가 있다면 조용히 다가가 어깨 두드리며 힘‘ 내!’라는 응원도 해주세요. 당신도 올챙이 시절이 있었을 겁니다. 그때를 떠올려 선배에게 기대했던 모습을 후배에게 보여주세요. 그러면 반드시 ‘선배님~ 우리 선배님~’ 하고 따르게 될 겁니다.

Q 전 거절을 못해서 늘 남보다 일을 많이 해요. 억울해서 화병이 날 지경이에요! ‘예스 걸’에서 탈출하는 비법 좀 알려주세요.
거절을 못하는 뿌리 깊은 심리에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절을 하면 상대와 나의 관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상대가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죠. 타인에 비해 본인이 만만해서 부탁을 자주 받게 되는 것은 아닌지, 추측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마음을 가지는 한편 ‘거절을 못하는 자신’을 자학하며 속상해하는 듯합니다. 거절의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타당한 이유를 만들어 전하고 상대에게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겁니다. ‘업무량이 많아서 요청받은 일을 제시간에 끝낼 수 없을 때의 심리적 부담 때문에 잘해낼 수 없을 것 같다, 업무 우선순위에서 먼저 해야 할 것이 많아서 어렵다’는 식으로 굉장히 곤란한 입장임을 표현하고, 수락하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을 전달합니다. 관계 단절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세요. ‘내가 거절한다 해서 상대가 상처받거나 곤란하지 않을 거야, 대안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해보기로 하죠. 실제로 꼭 내가 아니어도 그 일은 어떻게든 이뤄지게 되어 있습니다. 반대로 때론 상대의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는 것도 좋습니다. 그래야 내가 부탁할 때 상대도 나의 부탁을 들어줄 테니까요. 관계는 일방적이어서는 안 되고 주고받는 관계여야만 합니다.

Q 사교성이 부족한 건지, 선배들 사이에서 대화를 할 때마다 겉도는 기분이 들어요. 이 문제 때문에 회사 가기가 싫어져요.
‘소통이 어렵고 겉도는 느낌이 든다, 그들 무리에 끼는 것이 쉽지 않다, 부자연스럽다, 불편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거군요. 혹시 선배들이 일부러 당신과 소통을 꺼려하는 걸까요? 그들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면 단지 내가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에 자꾸 겉도는 겁니다. 그 불편함은 견뎌야 합니다. 선배들 무리가 모두 마음 맞고 동일한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친분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것이죠. 그들이 당신의 특성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게 하려면 먼저 그들의 특성을 관찰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누구는 이런 것에 관심이 있구나, 누구는 잘 들어주는 타입이구나. 누구의 성향은 이렇구나’ 등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그에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수다스럽게 떠드는 자리에서 주제가 어떤 것이든 적극적으로 관심을 표현하세요. ‘아~ 네~ 진짜~ 대박~’ 등 적절한 대화의 추임새가 좋은 방법이죠. 여전히 어색해도 그 어색함을 견디면서요.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에 맞는 반응을 하고, 때로는 칭찬을 통해 분위기를 부드럽게만 들어주어도 좋습니다. 이 문제 때문에 회사 가기 싫어졌다면, 다른 회사에서도 그러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답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잖아요. 회사에서 내 마음속까지 이해해주는 친구를 만들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에서는 회사 사람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에 집중하기를 권합니다.

Q 새로운 팀장님이 오고 나서부터 회사 생활이 엉망이 되었어요. 무능력한 데다가 독불장군이죠. 사직서를 품고 살지만 막상 제가 나가자니 억울합니다. 그와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사실 그런 상사들이 회사에 꼭 한두 명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내 직속상관이 되어서 나를 괴롭힌다는 것이 참을 수 없이 모욕적이라는 데 공감합니다. 한편, 생각해보세요. 정말 그 사람은 무능력한 독불장군일까요? 그런데 왜 팀장 자리에 앉아 있을까요? 정치를 잘해서인가요? 왕년에 업무성과는 제대로 냈던 사람일까요? 경력이 화려한가요? 나와 맞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기질이 달라서 좀처럼 맞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지요. 조직 위계질서상 모셔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면 정말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인물인데 어쩔 수 없이 얽혀서 매일매일 얼굴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끔찍하게 여겨지겠지만, 먼저 백기 들고 퇴사를 하는 게 더 억울할 겁니다. 다르게 생각해봅시다. 업무를 지시해도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보이고, 제대로 된 결과물도 가져오지 않고, 자기 마음도 알아주지 않는 직원이 달가울까요? 그의 직급 권력을 이용해 더 못살게 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내가 먼저 바뀌어야만 합니다. 내키지는 않아도 능력 없고 독불장군 팀장의 편에 서 보세요. 지시를 잘 못하고 자기를 방어하느라 말 바꾸기를 일삼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면서, 누가 옆에서 보필하지 않으면 계속 저렇게 무능력한 채 부하직원들한테 무시당하고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타고난 리더는 없습니다. 리더가 되는 데에도 훈련이 필요하고 기술을 습득해야 합니다. 분명 그도 좋은 점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인간적으로 만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자원이 있는지를 살펴보세요. 자기 편은 없다고 생각해 상대를 적으로 만들며 공격부터 하는 팀장에게 우호적인 자세로 다가가면 반드시 당신에게는 우호적인 모습으로 보답할 거예요. 사직서는 변화 그 이후에 판단해보기로 하죠.

Q 경력직으로 입사한 동기의 연봉을 알아버렸어요. 객관적으로 업무 능력은 제가 훨씬 뛰어나거든요. 생각할수록 배가 아파요. 이런 감정을 회사에 어떻게 주장해야 할까요?
이직을 하면서 연봉협상을 유리하게 끌어낸 경력직들이 더러 있다 보니 상대적인 연봉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를 알게 되면 속상하지요. 그렇다면 본인의 업무능력이 그에 비해 더 뛰어나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업무능력이 뛰어나다는 건 업무처리 속도가 빠르다거나 문제없이 업무처리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회사가 인정하는 성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간의 업무수행 태도가 긍정적이었고 실적과 성과가 두드러졌음을 객관적 지표로 드러낼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길 바랍니다. 또한 앞으로의 업무수행 목표를 어떻게 잡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어느 정도임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면서 합리적인 연봉 수준을 요구하세요. 간혹 연봉테이블에서 ‘누구는 얼마 받는데 왜 나는 그에 비해 연봉이 낮은가’라며 비교를 인질 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봉은 업무역량에 대한 기대수준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일직급이라도 연봉은 다릅니다. 누가 많이 받으니 직급상 같은 연봉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고, 연봉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세요.

Q 이직을 해본 적이 없는 6년 차입니다. 남들은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기술이라며 칭찬하지만, 이러다가 고인 물이 되는 것은 아닐지, 이직을 거듭한 이들에 비해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결정은 두 가지입니다. 떠날 것인가, 남은 것인가의 기로겠지요. 경력 관리의 의미는 타인에 의해 선택되어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관하는 것입니다. 고민하고 예측하고 시도해보며 나아가는 것이지요. 이직에는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이직을 했을 때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말이지요. 경력 관리의 시의적절한 타이밍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라는 칭찬을 한창 들을 때입니다. 이직을 선택하고자 한다면, 나라는 상품을 시장에 내놓아도 고객들이 괜찮은 상품이라며 눈독 들일 만한가’를 먼저 판단해봐야 합니다. 이제까지 축적해온 업무경력과 성과가 매력적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리고 ‘괜찮은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전투적으로 찾아 나서야 합니다. 이제껏 회사에서 만난 동료, 상사, 외부 담당자들이 단단한 네트워크 조직이 되겠죠. 현재보다 더 나은 대우를 해주고 원하는 업무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가지고 입사지원을 해보세요. 단, 업계가 너무 좁아서 소문이 날 수도 있다면, 한번 찔러보기식으로 입사전형을 치르지 않아야 합니다. 단단한 각오가 이직의 성공열쇠입니다. 연봉이 적어서, 복지가 좋지 않아서, 야근이 많아서 등이 사유인 성급한 이직은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을 지닌 ‘괜찮은 기업’에 대한 기대욕구가 동기부여를 해주니까요. 한편, 다른 조건은 다 만족스러운데 매너리즘과 정체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직을 고려한다면 생각을 달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한 조직 안에서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해 타 부서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려보거나, 관심 분야의 세미나와 모임에 참여해 직무전문가들과 소통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조직 내에서 성장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탈수된 호기심을 채울 거리부터 찾아보세요. 반드시 이직을 통해서만 경력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Q 사내 정치에 능한 남자 동기의 인사고과가 확실히 좋은 걸 보니 고민이 됩니다. 사내 정치는 필수인가요?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사내정치를 하는 방법 없을까요?
사내 정치는 꼭 해야 합니다. 상사에게 아부성 발언을 하고, 상사의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챙기는 것만이 사내 정치가 아닙니다. 사내 정치를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으로 이해하고 다가가보세요. 우선 당신에게 기대된 직무역할과 책임을 성실하게 수행해 능력을 인정받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나를 이끌어줄 튼튼한 동아줄인지, 썩은 동아줄인지를 가늠하지 말고 두루두루 상사들과 부드러운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세요. 경력 개발 차원에서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청할 수도 있습니다. 업무 노하우를 배울 수도 있겠지요. 개인적인 티 타임을 가져보는 것은 그렇게 눈치 볼 일은 아닙니다. 또 상사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존재입니다.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작은 변화에 센스 있게 칭찬해보세요. 이때에는 여성 특유의 공감능력과 미소가 한몫할 겁니다. 바쁘고 골치 아픈 일에 얽힌 상사의 기분을 달래줄 비타민과 응원 메시지도 좋은 방법입니다. 일 잘하고, 자신에게 싹싹한 밝은 태도의 사람을 인정하지 않을 상사는 없답니다. 당신을 좋아하는 사람이 늘수록, 당신의 직장 내 만족도도 높아질 거예요.

에디터
박소현
포토그래퍼
정민우
최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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