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는 예쁜 예능인을 원한다?
예능의 안방 마님들, 그녀들은 어디로 간 걸까?
요즘의 TV는 남자들의 세상이다. 아빠, 싱글남, 비정상, 총각, 셰프, 군인, 유부남 등 그들은 다양한 호칭과 직함으로 불린다. <신동엽의 총각파티>, <결혼 터는 남자들> 같은 최근의 프로그램까지 언급할 필요 없이 이미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1박2일> 등 대표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는 모두 남자다. <진짜 사나이 – 여군편>은 남자들의 세계에 여자들을 일시적으로 편입시켰을 뿐, <힐링캠프>의 성유리 역시 예능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직 <해피투게더>의 박미선, 신봉선, 김신영과 <안녕하세요>의 이영자가 공동 MC로 겨우 명맥을 잇고 있는 지금, 여자 방송인들이 소환되는 것은 <룸메이트>, <우리 결혼했어요>, <마녀사냥>처럼 ‘썸’이 필요할 때뿐이다. 물론 예능계에서 여자의 비중이 대단했던 적은 없다. 그럼에도 <무한걸스>, <청춘불패>가 있었고 김원희 같은 안방마님이 존재감을 과시했던 때에 비하면 최근 TV 속 여자들의 수가 유독 빈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녀들은 어디로 간 걸까?
한 예능 PD는 ‘시청자들은 못생긴 여자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한마디로 이 현상을 분석한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외모 지상주의가 여자들에게 좀 더 엄격하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남자 방송인들은 외모가 다소 떨어져도 캐릭터를 명확하게 잡으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 하지만 덜 생긴 여자는 비호감이 될 뿐이다. <개그 콘서트>의 개그우먼조차 ‘미모의’, ‘반전몸매’ 등의 수식어를 달고 회자되지 않나.” 잔인하지만 일리 있는 말이다. 이국주의 유행어는 ‘호로록 호로록’이지만 사람들은 그녀보다는 박수진의 먹방을 보고 싶어 한다. 시청자들이 예쁘지 않은 여자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것은 기존 프로그램에 여자가 패널로 등장했을 때 한층 명확해진다. <무한도전-우리 결혼했어요> 편에 출연한 김숙과 송은이를 향한 시선은 싸늘했다. <무한도전-식스맨>의 홍진경에게 많은 여자가 환호했지만 남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이 한 줄로 요약된다. ‘결혼한 아줌마가 왜 저래.
한 TV평론가는 박미선 등 중견급 여자 예능인들의 게으름을 지적한다. “그녀들은 몇 년째 맞장구만 치고 있다. <우결>에서 박미선이 없어진다고 뭐가 달라질까?” 반면 출연료는 높으니 방송이 선호할 리 없다는 것이다. 중견급 여자 예능인이 활약할 기회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어느 방송작가의 설명은 이렇다. “최근의 예능은 스튜디오 촬영보다는 몸을 쓰거나 로케이션 촬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주부가 된 여자 연예인들은 동년배의 남자 연예인에 비해 오래 집을 비울 수가 없다.” 성별에 따른 태생적인 한계도 있다. 여성들은 옷을 벗거나 맞는 등 가학적인 벌칙을 수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이다. 성적인 뉘앙스를 가진 농담에 참여했거나 망가졌다가는 ‘혼삿길 막힌다’는 소리 듣기 십상이다. 장영란이나 김나영, 송가은 같은 푼수 캐릭터들 역시 장영란은 똑똑한 주부로, 김나영은 패셔니스타로 새로운 이미지를 확립하는 중이다. 애교를 내세운 레이디 제인과 홍진영, 욕망아줌마를 표방한 박지윤 정도가 최근 살아남은 이들이다. 게다가 이들은 모두 보통 이상의 미모를 자랑한다! 장윤주, 이현이, 한혜진 같은 모델 군단들도 마찬가지. 이쯤 되면 ‘여자는 예능인도 예뻐야 한다’는 어느 PD의 잔혹한 주장이 꽤 근거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떤 여성들은 ‘몸’이 화제가 되어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에 잠깐 서기도 한다. 클라라나 이태임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몸으로 실컷 소비되던 그녀들이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여기저기 휘둘리다가 어떤 식으로 사라져버렸는지 우리는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제는 활약할 자리가 줄어들수록, 여자 방송인들이 실력을 갖추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관계자들 역시 새로운 방송을 기획하거나 MC를 찾을 때 떠오르는 여자 연예인이 없다고 토로한다. TV 예능에 남녀 쿼터제를 도입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예능이 남자들의 이야기만 들려준다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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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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