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이것만은
남자친구가 남편감인지 아닌지 알아보기 위한 체크 리스트를 준비했다. 결혼 날짜를 잡아놓고 후회하기 전에, 그가 남편이 아닌 남자친구일 때 확인해두어야 할 것들.
우리의 구원자, 유머 있는 남자
“우리 남편은 농담이라고는 할 줄 몰라요. 대화가 없는 편은 아닌데 유머감각이 없으니 살면서 크게 웃을 일이 없어요. 심지어 제가 농담을 해도 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아예 유머 코드가 꽝인 거죠.”
“결혼에서 가장 중요하고 고상한 목적은 적절하고 유쾌하게 나눌 수 있는 대화이다.” 영국의 시인 존 밀턴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먹고살기 바쁜데 유머는 무슨!’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옆에 있는 그가 유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가?’의 문제는 그의 성격과 취향을 파악하는 일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하다. 인간을 굳이 두 부류로 구분하라고 한다면 유머를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살다 보면 힘든 일이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올 거다. 영웅 시리즈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문제를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도 좋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유머 감각을 발휘하는 것만으로 천군만마와 같은 힘을 얻을 수 있다. 시종일관 진지한 말만 쏟아내는, 농담과는 담을 쌓은 사람은 별것 아닌 일도 복잡하게 만들어버리고 만다. 유머러스한 남자를 만나 행복하다는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친구 남편이랑 부부 동반으로 만났는데 입만 떼면 자기 자랑에 어찌나 고리타분하던지, 돈만 많이 벌어오면 뭐하나 싶더라고. 유머 감각 있고 유쾌한 내 남편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라.” 억지로라도 웃을 일을 만들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요즘 같은 세상에 평생 서로를 웃겨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더없이 감사한 일이다. 어린 시절엔 그게 참 실없어 보였는데 결국 그 유머만이 우리의 구원자가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유머가 있는 남자는 나이를 먹어도 꼰대가 될 확률이 낮다.
유머가 있는 남자인지를 확인하는 방법 밥을 먹다가 이에 김을 붙이고 영구같이 웃어보자. 호탕하게 웃어주면 베스트. 당황해하지만 귀여워하는 정도라도 괜찮다. 그런데 화를 버럭 낸다면? 그 남자는 유머 코드가 영 아닐 가능성이 높다. 다른 사람의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 유머를 건네는 방법 역시 모른다는 뜻이니까.
당신을 ‘밝히는’ 남자는 옳다
“그는 흔히 말하는 밝히는 남자가 아니었어요. 연애할 때도 진도 나가는 것에 굉장히 신중했죠. 애써 참고 저를 지켜주려는 모습이 믿음직스러웠어요. 근데 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저를 위해 애쓰는 게 아니라 원래 스킨십을 좋아하지 않는 남자였어요. 스킨십뿐 아니라 섹스를 하는 횟수도 손에 꼽을 정도예요. 좋아하는 체위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어요.”
“내 몸으로 그대를 숭배합니다”라는 말이 있다. 남편과 아내가 사랑을 나누며 자신의 몸을 정성스럽고 완벽하게 상대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다. 세상에는 착한 사람도 많고 나와 잘 맞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결혼 상대자에게는 다른 사람에게는 찾을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어야 한다. 바로 성적으로 끌리는 지점을 가지고 있느냐는 거다. 아무리 당신을 사랑해도 스킨십에 인색한 남자와의 연애는, 하물며 결혼 생활은 외롭고 비참하다. 떨어져 걷다가 함께 걷기 시작하고, 함께 걷다가 손을 잡고, 손을 잡다가 키스를 하고 섹스를 하는 것은 본능이나 욕구를 넘어 두 사람만의 아름다운 서사이기도 하다. 여자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남자는 좋아하는 여자를 만지고 싶어 한다. 아무리 얌전한 남자라도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은 남자라도 똑같다. 용기와 실행력이 없는 남자라면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숨어 있는 욕구를 드러내기 마련이지만, 태생적으로 스킨십을 싫어하는 남자라면 결혼을 다시 생각해보길 권한다. “결혼을 하면 원 없이 섹스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횟수가 줄더니 요즘에는 한 달에 한 번도 할까 말까예요. 나를 사랑하기나 하는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예요.” 속궁합이 잘 맞아 결혼을 결심했다는 모델 B도 섹스리스의 상황에 처했으니 처음부터 탐탁지 않았던 남자는 더 볼 것도 없다. 단순히 속궁합만 중요하게 생각할 건 아니다. 그것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상대방의 만족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나아가서 섹스에 대해 서로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남자라면 더욱 이상적이다. <결혼 알고 합시다>의 저자 J. 존은 “결혼한 부부에게 섹스는 두 사람만의 즐겁고 건강한 놀이”라고 말한다. 그에 대해 원하는 것들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섹스리스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거다.
밝히는 남자인지 확인하는 방법 밥을 먹을 때나 산책을 할 때, 영화를 볼 때 손을 꼭 잡아주거 나 이마나 볼에 자주 뽀뽀해주는 남자라면 그렇게 쉽게 변하지는 않을 거다. 야동을 즐겨 보는 것도 탓할 일은 아니다. 일종의 학습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라.
성숙하게 화낼 줄 아는 남자
“그는 원래 온순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화가 나면 욱할 때가 있었지만 남자 치고 욱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살다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물건을 던지던 시늉만 했던 게 정말 물건을 던지는 지경에 이르렀고, 말도 점점 거칠어져요.”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 중 대부분이 분노를 주체할 줄 몰라 발생한다. 가정 불화와 폭력 또한 분노를 잘못된 방식으로 풀기 때문에 생겨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분노를 주제로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분노를 다스리는 법이 대인관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시인 마야 엔젤루는 “빈털터리에 짐을 잃어버리고 집 안의 전구가 엉켜 있는 세 가지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그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의 남자는 어떤가? 평소에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지만 당황스러운 상황에 처했을 때, 화가 났을 때 완전히 돌변해버리지는 않는가? 화가 나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마구 욕을 쏟아내는 남자라면 위험한 남자임이 분명하다. 지금 어려운 시기니까, 화가 났으니까, 술을 마셨으니까 하고 합리화하는 것은 그의 문제를 키우는 것이다. 화가 났을 때의 그 사람도, 술을 마셨을 때의 그 사람도 모두 그 사람 자신이다. 욱하는 성질이나 그에 동반되는 폭언과 폭력은 대부분 반복되기 때문에 더 무섭다. 그런 남자들은 다음 날이면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착한 남자가 되겠다고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또 화가 나는 순간이 오면 같은 행동을 되풀이할 뿐이다. 그가 화를 내는 횟수도 두 사람이 싸우는 횟수도 잦아진다면 당신이 그의 화를 부추기고 있는 건 아닌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연애 컨설턴트 송창민은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세 마디만 제대로 할 줄 알아도 연인과의 싸움이 반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한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지 않고 화부터 내고 있는 건 아닌지, 갈등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인지, 아니면 내가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만든 상황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화를 내는 방법이 성숙한 사람을 만나면 당신이 화를 내는 횟수도, 두 사람이 싸우는 횟수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화를 내는 방식이 성숙한 남자인지 확인하는 방법 아주 가볍게라도 당신의 어깨를 밀치는 남자는 골프채나 야구 방망이를 들게 될 싹을,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던지는 남자는 집 안의 물건을 죄다 깨뜨려버릴 싹을 지니고 있는 거다. 다른 건 다 참아도 화를 폭력과 폭언으로 푸는 사람을 용서해서는 안 된다.
당신의 일을 존중하는 남자
“저는 학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고 남편은 은행에서 일해요. 완전히 다른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서로가 생각하는 틀이 달라서 대화를 하는 게 즐거웠어요. 하지만 정작 서로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죠. 얼마 전에 말다툼을 했는데 전혀 엉뚱한 일에 제가 하는 일을 갖다 붙이며 무시하는 말을 내뱉더라고요. 자존심이 확 상했어요.”
서로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존중하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지속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결혼을 하면 상대방의 일은 그 사람 혼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을 위한, 가정을 위한 일이 된다. 서로가 열심히 일한 대가로 밥을 먹을 수 있고, 집을 늘려갈 수 있고,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상대방의 일을 잘 모를 수는 있지만 모르는 걸 당연하 게 생각하는 남자, 일말의 관심조차 없는 남자는 곤란하다. 당신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을 짓거나,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머리를 굴리는 게 보인다면 당신도 점점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꺼리게 될 거다.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이기도 하다. 어쩌면 그는 당신의 일을 경제적으로 보탬이 되는 수단 즉, “나 혼자 벌어서 먹고살기 힘드니까 같이 벌어야지”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남자 혼자 버는 것이 부담이 되는 건 당연하다. <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101가지>의 저자 시드니 J. 스미스는 파트너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함께 고민하는 일 역시 연인의 일이라 조언한다. 서로의 사회적인 성공만을 바라지 말고 그가 진심으로 좋아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며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의미다. 상대방의 일을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그 일을 통해 가져오는 대가 역시 소중한 줄 알고 귀하게 쓸 수 있다. 먼저 자신이 그러한 여자가 된다면 그러한 남자를 만날 가능성도 크다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
당신의 일을 존중하는 남자인지 확인하는 방법 일을 그만두겠다고 진지하게 이야기해보자. 그가 반대하는 또는 찬성하는 이유가 당신과 당신의 일을 위한 거라면 당신의 일을 존중하는 것이다. 전셋값을 들먹이며 절대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거나 “그거 해서 얼마번다고. 당장 때려치워”라고 말하는 남자라면 그 남자부터 때려치우자.
나의 가족과 친구에게도 친절한 남자
“그는 내성적이에요. 친구도 많지 않고 제 친구들, 가족들과 만나는 걸 힘들어하죠. 그런 그의 성격을 존중해요. 그래서 결혼까지 했고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어요. 집에 일이 있을 때마다 빠질 궁리만 하고 어쩌다 함께 자리를 하게 되어도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 있어 가족들 보기 너무 민망하고 미안해요.”
<똑똑하게 결혼하라>의 저자 팻 코너는 “결혼은 영적인 교감이기도 하지만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결혼이야말로 혼자일 때는 몰랐던 완전히 다른 세상과의, 다른 인간관계와의 결합이며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만 가지의 행동을 기억해야 하는 일이다. 따지고 보면 연애 초기의 긴장과 설렘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상대가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뿌듯한 그런 날들은 영원할 수 없다. 연애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 헌신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연애 컨설턴트 탁현민은 조언한다. “둘만의 노력으로 관계의 긴장을 끌어가는 건 쉽지 않아요. 서로의 주변 사람들에게 서로를 소개하고, 그 안에서 가지를 뻗어가며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거죠. 관계의 위기를 새로운 관계로 풀어갈 수 있을 거예요.” 친구들과의 모임에 그 사람을 소개했는데 친구들이 돌연 반대를 선언한다면 단순히 넘길 문제는 아니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침묵하거나, 분위기에 따라가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저 성격의 문제로 이해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사람의 성격을 떠나서 당신의 지인과 가족을 만나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줄 아는 남자여야 한다. 남편의 꽁한 성격 때문에 이혼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회사원 A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 부모님에게 친절하지 않았지만 성격이거니 하고 이해하려고 했어요. 저에게는 잘하니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왜 잘해야 하냐고 되묻던 그는 결정적인 순간 저에게조차 이기적인 사람으로 변하더라고요.” 당장 나의 가족과 친구들과의 사소한 만남에도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나누고 어울릴 줄 아는 남자는 결혼을 하고 많은 시간이 흘러 사랑이 예전과 같지 않은 순간이 와도 당신을 위해,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내 사람에게도 노력하는 남자인지 확인하는 방법 그의 친구와 가족을 만날 때 당신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작은 기념일에도 그의 가족들의 선물을 챙기고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그 역시 조금씩 노력하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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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조소영
- 포토그래퍼
- 안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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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협조 | 마리벨르(Mariebel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