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시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네 달 뒤에 쌈짓돈을 받을 수 있느냐는 남은 시간 동안 소득공제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에 달렸다. 13월의 용돈을 향한 프로젝트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기업 신입사원 평균 연봉이 3천만원을 웃도는 시대라지만 말이 3천만원이지 월급을 채 손에 쥐기도 전에 모래알처럼 빠져나가는 각종 세금과 보험료 탓에 정작 손에 쥐는 돈은 2백만원을 조금 넘기 일쑤다. 특히 급여내역이 국세청에 공개되고, 매달 갑근세(갑종근로소득세의 줄임말로 흔히 소득세를 일컬음)와 주민세로 10만원이 넘는 돈이 꼬박꼬박 나갈 때마다 ‘직장인이 봉이지’싶어 한숨이 절로 난다. 짠순이 아내 몰래 비상금을 숨겨놓는 남편들 마음을 알 듯도 싶다. 얼마 전 모 카드 광고에서 새벽까지 야근하고 돌아온 남편을 위해 아내가 카드로 용돈을 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13월의 용돈’이라 부르는 연말정산 환급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소득세와 재산세를 계산하는 기준이 되는 급여소득의 일정 부분을 제해줌으로써 줄어든 차액만큼을 돌려주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연말정산 때 세금을 더 내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연말정산 결과가 나오는 매년 3월이 되면 차감징수세액란에 ‘-’가 뜨냐, ‘+’가 뜨냐에 따라 여기저기서 희비가 엇갈린다. 금액이 많고 적음보다 일단 돈이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여부가 중요시 되다보니 소득공제 혜택은 금융사에서 신규 고객을 낚는 먹음직스러운 미끼로 자주 등장한다. 소득의 몇 퍼센트에 한해서 얼마까지 공제가 된다느니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신용카드를 쓰라느니 하면서 말이다. 정치권과 일부 사회단체에서는 ‘기부금을 내면 100%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부자를 끌어들인다. 이쯤 되면 연말정산에 대해 궁금해질 법도 한데 그 동안은 총 급여니 과세표준이니 결정세액이니 하는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수식 때문에 신용카드만 열심히 긁으며 잭팟이 터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올 3월 90만원이 넘는 돈을 환급 받았다. 현금으로 의료비를 낼 때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면 의료비 공제와 신용카드 공제 혜택을 동시에 볼 수 있다는 말에 치아 교정을 하느라 6백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면서 현금영수증을 챙겨놓은 것이 예상치 못한 거액(?)의 용돈을 가져다 준 것!‘아는 것이 힘’임을 몸소 깨닫고 나서 연말정산의 복잡한 공식을 풀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STEP1 기본기 다지기

가장 먼저 회사 인사관리 사이트에 접속해 작년 연말정산 내역이 담긴 근로소득지급명세서를 출력했다. 항목별로 읽어 내려갔지만, 기본적인 용어를 모르니 계속 제자리였다. 결국 고3 수험생으로 돌아간 심정으로 전문 서적과 국세청과 기획재정부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까지 뒤져 용어의 뜻을 정리했다.

●총 급여 1년간 지급된 기본 급여와 성과금, 명절휴가비 등을 합친 것으로, 세금과 보험료, 기타 공제액을 제하기 전의 금액을 가리킨다.

●근로소득공제 총 급여액의 액수에 따라 세율을 다르게 적용해 산출한 금액. 총 급여액이 3천만원일 경우 1천1백25만원이 공제된다. 개인이 통제하기 어려운 부분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근로소득금액 총 급여에서 근로소득공제액을 제한 금액.

●종합소득공제 소득세와 재산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급여소득의 일부를 소득이 아닌 것으로 인정해 세금을 줄여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기본공제와 추가공제는 세법에서 정한 기준을 충족하면 각 사람별로 일정한 금액을 공제해주며, 연금보험료공제와 특별공제는 일부 항목에 한해 지출한 비용의 일부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기본공제 근로소득자 본인(소득액 제한 없음)과 배우자(연간 소득이 1백만원 이하일 것), 부양가족(본인과 배우자의 조부모와 부모, 20세 이하 60세 이상의 형제자매, 20세 이하 자녀 중 연간 소득액이 1백만원 이하일 것)에 한해 1인당 1백50만원을 공제해준다.

●추가공제 70세 이상의 부양가족(본인과 배우자의 조부모와 부모)은 추가로 1백만원, 장애인(함께 살지 않으면 제외)은 2백만원, 부녀자(미혼이거나 이혼 또는 사별로 인해 배우자가 없는 여성이며 기본공제의 대상인 부양가족이 있는 세대주이거나 배우자가 있는 기혼 여성일 것)는 50만원의 한도에서 공제해준다.

●연금 보험료 공제 국민 연금 보험료 전액에 대해 공제가 가능하다.

●보험료 매달 급여에서 빠져나간 의료보험료와 고용보험료의 전액을, 보장성 보험(암보험, 생명보험, 상해보험, 자동차보험)은 연간 1백만원의 한도에서 공제해준다.

●의료비 의료비는 총 급여의 3%를 초과하는 금액을 7백만원 한도에서 보장해주므로 공제폭이 큰 편이다. 올해부터 미용, 성형을 위한 수술비와 의약품구입비, 보약구입비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교육비 본인을 위해 지불한 교육비는 전액 공제 대상이다. 배우자와 부양가족을 위해 지불한 교육비도 공제에 포함된다.

●주택임차차입금 원리금상환액 작년부터 무주택세대주가 금융기관으로부터 월세보증금이나 전세금을 빌려 국민주택규모(25.7평 이하)의 주택을 임차할 경우 연간 3백만원 한도에서 원리금상환액의 40%를 공제받을 수 있게 됐다. 올해부터는 개인으로부터 빌린 경우(단, 총 급여가 3천만원 이하이고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을 것)도 공제 대상에 포함된다.

●장기주택저당차입금 이자상환액 무주택 세대주가 국민주택규모 주택을 사기 위해 금융기관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대출이자 상환액에 대해 최고 1천만원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단, 대출기간이 15년 이상, 주택소유권 이전 등기를 하고 3개월 이내에 대출을 받아야한다. 연봉이 4천만원인 사람이 장기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연간 6백만원을 대출 이자로 내면 약 1백만원을 공제받는다.

●기부금 수재의연금, 불우이웃돕기성금, 결식아동돕기성금, 정치기부금(연간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 초과하는 부분은 소득공제)은 근로소득금액 한도에서 공제된다.

●연금저축소득공제 연간 3백만원 한도에서 저축한 금액 100%를 공제해준다. 은행의 연금저축뿐 아니라 보험사의 연금저축보험, 증권사의 연금펀드도 포함된다. 내년에는 공제한도가 4백만원으로 확대된다.

●주택 마련 저축소득 공제 주택 종합 청약저축은 연간 3백만원 한도에서 40%까지 공제된다.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직불카드, 체크카드, 신용카드 등의 카드 사용액과 현금영수증 등을 합산한 금액에서 총 급여의 25%를 초과한 금액을 뺀 나머지의 20%가 이에 해당한다. 올해부터 공제 한도가 5백만원에서 3백만원으로 줄었다.

●과세 표준 근로 소득 금액에서 각종 공제 항목을 제한 금액으로 소득세 산출의 기준.

●산출세액 과세표준 금액 범위에 따라 정해진 세율을 적용해 계산한 금액. 올해는 1천2백만원부터 4천6백만원 구간과 4천6백만원부터 8천8백만원 구간의 소득세율이 각각 1%씩 낮아져 소득세 부담이 조금 줄었다.

●세액공제 총 급여액과 산출세액은 두 자리 이상 차이 난다. 때문에 세액공제에 포함된 근로소득과 기부정치자금 등은 금액이 적어도 세액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치기부금 10만원이 곧 연말정산 때 받을 금액의 10만원과 직결되는 셈.

●근로소득 산출세액이 50만원 이하라면 산출세액의 55%, 55만원을 넘으면 산출세액에서50만원을 제한 금액의 30%에 27만5천원을 더한 금액과 50만원 중 적은 금액을 적용한다.

●결정세액 산출 세액에서 근로소득과 기부정치자금(최대 10만원) 등을 뺀 나머지.

●차감징수세액 결정 세액에서 1년간 총 급여에서 빠져나간 소득세와 주민세(소득세의 10%)의 합을 뺀 금액. ‘-’이면 해당되는 금액만큼을 받게 되고, ‘+’이면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STEP2 실전 테스트

기본기를 충분히 익혔으면 이제 실전에 뛰어들 차례다. 소득공제의 과정은 사람과 숫자가 거미줄처럼 얽혀서 보는 각도에 따라 결과가 천차만별이다. 소득공제와 관련해 궁금해하는 상황을 짚어 하나씩 풀어봤다.

Case1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
1. 20대 미혼. 부모님이 일정한 소득이 없어 생활비를 대고 있는데 부녀자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본인이 주민등록상 세대주고, 부모님 연세가 60세 이상으로 연 소득이 1백만원 미만이라면 부양가족공제와 더불어 부녀자공제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2. 아버지가 오랫동안 당뇨병과 고혈압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고 있다.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나?
소득공제 대상인 ‘장애인’의 범주에는‘암, 치매 등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가 포함된다. 의사가 중증환자라고 판단해 장애인증명서를 발급하고 이를 회사에 제출하면 아버지의 연령에 관계없이 공제받을 수 있다. 단, 함께 거주하는 경우에 한함.

3. 부모님 명의로 계약한 보장성 보험료(상해보험,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등)를 대신 내준 경우에도 공제가 가능한가?
부모님이 60세 이상이고 연간 소득이 1백만원 이하라면 가능하다.

Case2 자취를 하는 경우
1. 총 급여가 4천만원이고, 은행에서 월세 보증금 3천만원을 대출받아 매달 원금 1백만원과 이자를 상환하고 있다. 월세 보증금도 공제 대상이 되는지.
무주택세대주로 주택 규모가 25.7평 이하라면 당해 연도 원리금상환액의 40%인 4백80만원 중 3백만원에 한해 공제받을 수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아닌 개인에게서 빌렸다면 총 급여가 3천만원 이하여야 하고 배우자나 부양가족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으므로 공제가 어렵다.

2. 총 급여가 3천만원이고, 15평 규모의 원룸에 혼자 살며 매달 60만원씩 월세를 낸다. 얼마까지 공제가 가능한가?
총급여 3천만원 이하의 무주택세대주가 25.7평 이하의 주택에 월세를 낼 경우 연간 3백만원 한도에서 총 금액의 40%를 공제받을 수 있지만, 배우자 또는 부양가족이 있어야 한다. 혼자 사는 경우 혜택을 받기 어렵다.

Case3 학비를 내는 경우
1. 대학교 때 학자금 융자를 받아 졸업 후 취직을 하고 매달 일정 금액을 상환한다면 교육비공제가 가능한가?
졸업 후에 상환 시에는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2. 올해 22살인 동생의 대학교 학비를 대신 내주었는데 교육비 공제를 받을 수 있나?
형제자매의 교육비를 대신 내준 경우 형제자매의 연 소득이 1백만원 이하라면 20세 이하가 아니라도 연간 9백만원의 한도에서 공제가 가능하다.

3. 대학원에 재학 중인 배우자의 학비를 내도 공제 대상이 되나?
형제자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연 소득이 1백만원 이하라면 배우자의 연령과 상관없이 교육비 공제가 가능하지만, 대학원은 제외된다.

4. 대학원 입학금과 수업료도 공제가 가능한가?
본인을 위해 지출한 교육비의 경우 대학원학비도 전액에 대해 공제가 가능하다. 단, 일반 사설학원에 지불한 교육비는 제외 대상.

5. 회사를 다니며 야간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지난 학기 장학금을 받았는데 교육비 공제 대상에 포함되나?
재학 중인 학교에서 지급한 장학금은 공제 대상이 아니다.

Case4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1. 해외여행 중에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도 공제 대상이 되나?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은 공제대상에서 제외된다. 더불어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은 금액 역시 공제 대상이 아니다.

2.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중 어느 것을 사용하는 게 공제를 받는 데 더 유리한가?
올해 세제개편안 중 가장 혜택이 축소된 부분이 신용카드다. 소득공제 한도가 5백만원에서 3백만원으로 축소됐고, 공제 대상도 실 사용금액에서 총 급여의 20%를 뺀 금액의 20%에서 총 급여의 25%를 뺀 금액의 20%로 줄었다. 대신 체크카드(선불카드, 직불카드 포함)의 공제비율이 25%로 높아져 후불식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쓰는 게 유리하다. 연 소득 5천만원에, 신용카드 사용액이 1천5백만원이라면 신용카드를 사용했을 때와 체크 카드를 사용했을 때 공제액이 각각 62만5천원, 50만원으로 12만5천원 정도 차이가 난다.

3. 신용카드로 결제한 휴대폰통화료와 인터넷사용료도 공제가 가능한가?
휴대폰 통화료와 인터넷 정보이용료를 포함한 전화료, 전기료, 가스료, 고속도로통행료, 신규차량구입비, 상품권구입비, 보험료, 교육비 중 수업료, 입학금 등은 공제 대상이 아니다.

4. 입사하기 전에 사용한 신용카드 사용액도 공제받을 수 있나?
입사 후에 사용한 사용액에 한한다.

5. 신용카드로 진료비와 의약품구입비를 지급하면 의료비 공제를 동시에 받을 수 있나?
가능하다. 시력 보정용 안경(콘택트렌즈 포함), 치아교정도 의료비 공제 대상이다. 안경구입비는 사용자 이름과 안경사가 시력교정용임을 확인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된다.

Case5 올해 결혼한 신혼부부
1. 대학원을 다니다 몇 달 전 결혼해 결혼 전후 모두 소득이 없는데 결혼 전에 지출한 의료비와 신용카드 사용액을 남편이 공제받을 수 있나?
의료비와 신용카드사용액 모두 결혼 후에 지출한 품목에 대해서만 가능하다.

2. 올해 결혼한 경우도 부녀자공제 대상이 될 수 있나?
근무하고 있는 회사나 관할 세무서에 주민등록등본이나 호적등본을 제출하면 된다.

3. 부모님 두 분 다 60세가 넘어 3백만원의 부양가족 공제를 받았는데 결혼을 하면서 일을 그만뒀다. 남편이 대신 공제를 받을 수 있나?
부양가족에는 배우자의 부모도 포함되며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형제자매가 부양가족 공제를 받고 있지 않다면 사위도 공제를 받을 수 있다.

Case6 맞벌이 부부
1. 남편과 나 모두 연 소득이 1백만원 이상인데,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있나?
연 소득이 1백만원을 넘는 맞벌이 부부라면 각각 본인 공제만 가능하다.

2. 남편이 사업자여서 보험료와 의료비 공제를 받지 못한다. 남편을 위해 지출한 금액도 공제가 가능한가?
보험 혜택을 받는 대상이 남편에 한정돼 있다면 아내가 보험료를 지불해도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부부가 공동으로 혜택을 받는 보장성 보험은 공제 대상이 된다. 의료비는 공제가 가능하다.

3. 맞벌이 부부가 가족카드를 사용한 경우 공제 혜택은 어떻게 되나?
부부 각자의 연 소득이 모두 1백만원 이상이라면 대금지급자가 아니라 사용자를 기준으로 각자 공제받는다.

STEP3 고수 되기

1. 신용카드 사용액이 총 급여의 25% 미만이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부부나 가족 중 급여소득이 높은 사람에게 카드 사용 금액을 몰아주는 것이 현명하다. 의료비를 낼 때도 반드시 신용카드를 쓰거나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것!

2. 의료비는 공제 항목 중 주택차임금 공제에 이어 한도가 매우 높은 편에 속한다. 부양가족의 의료비도 7백만원 한도에서 공제된다. 부양가족에 대한 의료비와 보험료는 형제자매 중 부양가족공제 혜택을 받는 쪽이 지출하는 편이 유리하다.

3. 소득공제 혜택만 염두에 두고 연금저축에 덜컥 가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인 데다 5년 이내에 해지하면 가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소득이 일정하지 않다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 게다가 소득공제를 받으면 비과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기타 공제 혜택이 많다면 연금보험은 비과세와 안정적인 노후를 위한 투자로 남겨두는 편이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