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봄이 오면, 서지혜는 좀 다른 얼굴이 된다.

재킷은 쏜지크(Songe Creux), 스커트는 아르떼 팜므 빈티지 바이 2000 아카이브(Arte Femme Vintage by 2000.archives), 슈즈는 레이크넨(Reikenen).

아침까지 새로 들어간 드라마 <저녁 같이 드실래요?> 촬영을 하다 왔다면서요. 컨디션은 좀 어때요?
2시간 정도 잠깐 눈을 붙이고 나왔어요. 피곤하긴 하지만 배우라는 직업에게 특별한 일은 아니에요. 가끔 체력적으로 벅찰 때도 있지만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제게는 가장 중요해요. 고생스럽다는 생각보다는 좋은 마인드를 각인시키면 힘이 나요.

모든 상황을 즐기자는 마인드인가요? 
네, 맞아요. 몸이 피로하면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스트레스도 많아지긴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먹으면서 이겨내는 거죠. 오늘도 일어나려는데 눈이 안 떠져서 고생 좀 했지만 어차피 제가 하기로 한 일이니까 기왕 할 거 즐겁게 하자고 다짐하면서 왔어요. 결과만 좋으면 돼요. 작품은 평생 남는 거니까.

<사랑의 불시착> 마지막 회가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 플랫폼에서 지상파를 포함한 전 채널 동시간대 시청률 1위(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실감 해요?
그런 수치를 체감하기는 어려워요. 밖을 잘 다니지 않다 보니 더 그렇고요. <사랑의 불시착>은 배우로서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를 시도했는데 그게 북한 사투리였으니까 쉽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자료가 많지 않았고, 과장된 연기를 하고 싶지도 않았거든요. 준비 기간도 길었어요. 마지막까지 좋은 관심을 받으며 끝낼 수 있어서 너무 반갑고 기쁘죠. 작품이 끝난 지금까지 주변에서 작품과 ‘서단’이라는 인물에 대해 말해주는 걸 보면 여운이 남기도 해요.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에 새로운 작품에 참여하고 있는 지금 자신감이 많이 붙은 상태예요.

톱은 엘진가 바이 매치스패션닷컴 (Elzinga by Matchesfashion), 스커트는 메종 마르지엘라 바이 2000 아카이브(Masion Margiela Vintage by 2000.archives), 왼손의 반지는 에이(Ae), 오른손의 반지는 스와로브스키(Swarovski).

드레스는 모스키노(Moschino).

스태프에게 “나는 그냥 말하는데 사람들이 다들 북한 사투리냐고 하더라”는 말을 하던데요. 그만큼 자연스럽고 성공적인 연기를 해냈다는 거겠죠. 당신의 딕션을 칭찬하는 사람도 많아요. 특별한 훈련법이 있어요?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같은 뭐 그런?
하하. 되게 잘하네요. 특별한 훈련을 하는 건 아니고요. 배우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니까 열심히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가끔 정말 안 되는 발음이 있거든요. 그럴 땐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될 때까지 연습하는 거죠. 대체로 숨을 들이마신 채로 말을 하는 것보다 숨을 뱉으면서 말하면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건 있어요.

목소리가 주는 안정감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나운서를 연기한 <질투의 화신>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모습이 특히 그랬어요. 
어릴 땐 저음의 목소리가 콤플렉스였어요. 그때 제게 주어진 역할은 주로 통통 튀는 역할이 많았는데 발랄한 하이톤이 잘 안 되니까 힘들었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흐르면서 제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역할을 하게 되면서부터 목소리를 좋아하게 됐어요. 더 잘 보일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게 됐죠.

데뷔 당시와 지금을 비교하면 여성 캐릭터와 여성 배우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하나요?
전에는 훨씬 더 수동적인 캐릭터가 많았죠. 여전히 부족하긴 하지만 여성 캐릭터가 좀 더 주체적으로 변한 느낌이 들어요. 장르도 다양해졌고요. 저도 그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캐릭터를 표현하는 방식에 함께 발맞춰가고 있어요. 더 멋있는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랑의 불시착> 이후 좀 쉴 만도 한데 곧장 <저녁 같이 드실래요?> 촬영장으로 향했어요. 그만큼 매력적인 작품인가요?
아까 말한 것처럼 자신감도 좀 붙은 상태였고, 욕심이 났어요. 이번 작품은 전 작품과 비교해 분량도 훨씬 많고, 시도해보지 않은 캐릭터거든요. 지금이 아니면 이런 기회가 또 올까? 기회가 왔을 때 얼른 잡고 싶더라고요. 여행도 가고 좀 쉬면 좋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제 본업이에요. 쉬는 건 작품을 잘 끝내고 나서 쉬어도 돼요. 체력적으로 버틸 수 있을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또 이겨내면 그만이에요.(웃음)

드레스는 릭 오웬스(Rick Owens), 목걸이는 조르지오 아르마니(Giorgio Armani), 이어링과 뱅글은 1064스튜디오(1064Studio).

일 욕심이 많은 편인가요?
워커홀릭은 아닌데요. 그냥 몸을 움직이고,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 이유가 되긴 해요.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서 쉬면 오히려 우울해지고 몸이 막 아파요. 차라리 일을 할 때 좋은 에너지를 얻거나 발산하게 돼요.

이번 작품을 끝내면 어디로 떠나고 싶어요?
어디든지요. 그땐 꼭 떠나야 할 것 같아요.(웃음) 원래 <사랑의 불시착>을 끝내고 따뜻한 나라에 가서 한 달 살기 여행을 할 마음이었거든요. 그걸 해봐야죠. 호텔 말고 예쁜 집을 구해서 현지인처럼 지내는 여행이요.

<저녁 같이 드실래요?>는 식사를 매개로 상처받은 감정을 회복한다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하죠. 먹방이나 쿡방을 기대해도 돼요?
음식 먹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긴 하는데 그게 주가 되는 작품은 아니에요. 음식을 통해서 관계와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살면서 밥 한번 같이 먹자 라는 말을 자주 하잖아요. 함께 밥을 먹는다는 건 서로를 알아가면서 가까워지기에 아주 좋은 계기가 돼요. 혼술, 혼밥을 즐기는 것도 편리하겠지만 함께 밥을 먹으면서 무언가를 공유하는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마 그런 말을 건네는 작품이 될 거예요.

언제쯤이면 볼 수 있어요?
5월 초에 MBC에서요. 아직 쌀쌀한 3월인데 촬영이 다 끝나면 그땐 좀 더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재킷은 6 몽클레르 1017 알릭스 9sm(6 Moncler 1017 Alyx 9sm), 선글라스는 키블리(Kivuli), 반지는 아르세믹스(Arsenix), 이어링은 빈티지헐리우드(VintageHollwood).

평소에 먹는 건 어때요? 
혼자 살고 있어서 잘 챙겨먹진 못하지만 되도록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으려고 노력해요. 극단적인 다이어트 대신 평소에 꾸준히 관리해요. 그게 더 수월해요. 가끔은 자극적인 음식도 먹고 그래요. 떡볶이를 좋아해요. 건강에 적극적으로 관심 두는 편은 아닌데 요즘처럼 촬영 중일 때는 신경을 써요. 컨디션이 몸과 얼굴에 바로 드러나거든요.

오늘 저녁에는 뭘 먹을 건가요?
준비해주신 샐러드를 아직 먹지 못했어요. 내일도 촬영이 있으니까 얼른 집에 가서 대본 보면서 샐러드 먹으려고요. 마침 집에 먹을 게 없었는데 잘됐네요. 잘 먹을게요.

함께하는 사람들은 어때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건 중요한 에너지가 되기도 하잖아요.
저는 좀 달라요. 좋은 사람들과 일하기를 기대하거나 바라지 않아요. 그보단 현장에서 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해요. 그래서 저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마음을 먹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 기준이 되고 싶다는 뜻이죠. 어릴 땐 몰랐는데 나이가 좀 드니까 알 것 같아요. 내 컨디션이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컨디션에 영향을 미쳐요. 일하다 보면 감정이 왔다 갔다 할 때도 있고, 매번 웃을 수만은 없을 때도 많거든요. 그래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노력하는 거죠. 자신을 다독이면서요.

보니까 데뷔 후 오늘까지 참 성실히 일했더라고요. 필모그래피는 거짓말을 하지 않잖아요. 
데뷔한 지 20년 가까이 돼요. 많은 일을 경험했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왔어요. 행복한 순간도 있었고 지우고 싶은 과거도 있을 텐데 결국 그 전부가 서지혜일 거예요. 앞으로 또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저도 모르겠어요.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을 잘 헤쳐나가면서 차근차근 나아가고 싶어요. 잘 버티면서요. 그럼 어느 순간 또 저 앞에 가 있겠죠. 과거가 된 오늘을 뿌듯하게 돌아볼 날이 있을 거고요.

원피스와 목걸이, 슈즈는 모두 보테가 베테타(Bottega Veneta), 이어링은 마마 카사르(Mama Cas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