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스카프 한장으로 핀터 언니 되는 방법
익숙한 스카프 한 장이 만드는 유연한 여름 스타일.

스카프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지는 시즌이다. 사시사철 추우면 추운 대로,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룩의 포인트가 되어준 스카프. 이번 시즌에는 목에 둘러 포인트를 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머리에 감고, 어깨에 걸치고, 허리에 두르는 등 옷의 일부처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헤드스카프다. 이번 시즌에는 과거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아하게 묶는 형태보다 실용적이고 캐주얼한 스타일로 등장했다. 알베르타 페레티는 가볍고 여유로운 리조트 룩에 스카프를 더해 바람에 흩날리는 듯한 실루엣을 연출했고, 보스는 절제된 컬러 팔레트 속에 매치해 도시적 감성을 강조했다. 랑방 역시 단정하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어필했다. 머리를 감싸는 두건 형태부터 반다나를 연상시키는 펑키한 스타일링까지,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자연스러움이 핵심이다. 여기에 선글라스나 미니멀한 주얼리를 곁들이면 단번에 휴양지와 도시를 오가는 유연한 여름 룩이 완성된다.
반면 목에 스카프를 두르는 전통적 방식은 오히려 줄어들고, 어깨를 감싸거나 가슴 아래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는 연출이 늘었다. 토즈가 대표적이다. 재킷 위에 무심히 걸친 스카프는 룩 전체에 부드러운 레이어를 더한다. 또 다른 룩에서는 홀터넥 톱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변주를 주기도 했다. 셀린느 역시 컬러풀한 스카프를 어깨에 걸치거나 몸을 따라 흐르도록 유도했다. 이런 스타일링은 특별한 장치 없이 사각 스카프 한 장만으로도 평범한 셔츠나 탱크톱 위에 새로운 입체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뭐니 뭐니 해도 이번 시즌 스카프 트렌드의 핵심은 ‘입는 스카프’다. 에르메스는 브랜드를 상징하는 카레를 실제 의상의 일부처럼 활용했다. 화려한 프린트 스카프를 홀터넥 형태로 묶어 드레스와 결합하거나, 몸을 감싸는 느낌으로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스카프 특유의 패턴과 유연한 소재는 룩에 움직임을 더하고, 단순한 장식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토즈 역시 톱과 스커트의 일부로 변형해 스카프의 무한한 활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편 스카프를 그대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형태와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의상도 대거 등장했다. 페라가모의 드레이프 디테일, 마이클 코어스의 랩 스타일 스커트, 코너 아이브스의 비대칭 스커트는 모두 스카프를 몸에 두른 듯한 인상을 남긴다. 꼭 실제 스카프가 아니더라도 접고, 묶고 감싸는 방식 자체가 디자인에 오롯이 담겼다. 그렇다면, 왜 지금 다시 스카프일까? 가장 큰 이유는 보헤미안 감성의 부활이다. 최근 몇 시즌 동안 런웨이에는 여행자를 연상시키는 자유로운 스타일링이 꾸준히 등장했다.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 여러 소재를 겹쳐 있는 방식, 손으로 묶는 듯한 디테일 등. 스카프는 이런 분위기를 가장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대표 아이템이다. 어깨에 걸치기만 해도 여유로운 무드가 생기고, 허리에 묶으면 즉각적으로 눈길을 끈다. 지나치게 꾸민 느낌 없이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뿐 아니라 최근 패션계가 새로운 아이템보다 기존 옷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주목하는 흐름도 한몫했다. 같은 셔츠라도 어떤 타이를 매치하는지, 어떻게 레이어드하는지에 따라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처럼 말이다. 소재에 집중한 모노톤부터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패턴까지 선택지도 다채롭다. “스카프가 없는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있는 사람은 없다”는 말처럼, 한번 스카프에 빠지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비슷한 스카프를 쟁이고 또 쟁이게 된다. 이번 시즌 런웨이가 주목한 것은 스카프 자체보다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익숙한 아이템 하나로도 스타일의 분위기를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 스카프가 다시금 전면에 등장한 이유는 어쩌면 그 단순한 사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트렌드가 더 반갑다.
-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 아트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