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 특화된 원료를 가진 요즘 뷰티 브랜드
업사이클링부터 바이오 기술까지. 보이지 않는 성분 하나도 치열하게 고민하며 생태계를 위해 진화한 新 뷰티 원료 도감.

뷰티 생태계에서 ‘지속 가능성’은 이제 거창한 슬로건이 아니라 기본값이 됐다. 피부에 닿는 텍스처와 뛰어난 효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화장대 위에 놓인 제품이 지구에 머무는 시간까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시대가 온 것.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많은 브랜드가 과거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석유화학 기반의 원료를 과감히 덜어내고, 그 자리를 폐자원 업사이클링과 첨단 바이오 기술로 만든 혁신적인 친환경 대체 소재로 채우며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준다는 거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지구와 피부 모두를 향해 ‘찐’ 친환경을 묵묵히 증명하는, 놀랍고도 똑똑한 뷰티 대체 원료 9가지를 소개한다.
1 친환경 실리카
Silica
색조 화장품과 파우더 팩트 특유의 매끄러운 발림성을 구현하려고 뷰티업계는 오랜 시간 탈크(Talc)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채굴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와 인체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친환경 실리카가 그 대안으로 떠올랐다. 모래나 석영 등 자연에서 유래한 미네랄 성분인 실리카는 탈크와 동일하게 부드러운 텍스처와 뛰어난 피지 흡착력을 제공하면서도, 모공을 막지 않아 훨씬 안전하다. 제품의 퀄리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환경과 피부 모두에 이로운 대체 원료다.
2 배 석세포
Pear Sclereids
스크럽제나 치약의 오돌토돌한 알갱이는 한때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주범이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이를 완벽하게 대체할 천연 소재인 배 석세포가 등장했으니. 주스를 짜고 버려지는 배 껍질과 과심에서 추출한 단단한 세포 조직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둥글고 매끄러운 형태지만, 호두 껍데기나 살구씨 가루와 달리 단면이 날카롭지 않아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으면서도, 묵은 각질과 모공 속 노폐물을 자극 없이 매끄럽게 제거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낸다.
3 사탕수수 스쿠알란
Sugarcane Squalane
스쿠알렌은 과거 상어의 간에서 추출하는 방식에서 올리브에서 추출하는 것으로 대체됐지만, 막대한 토지와 물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첨단 바이오 발효 기술을 통해 설탕 생산 후 남은 부산물로 재생 가능한 사탕수수 스쿠알란을 생산한다. 기존 방식 대비 토지 사용량을 무려 600배나 절감하며, 남은 부산물은 다시 공장의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 피부 친화적이라 모공을 막지 않고 산뜻하게 흡수돼 강력한 보습막을 형성하는 것도 장점이다.
4 이산화탄소 기반 대체 지방
CO2
전 세계 열대우림 훼손과 생물다양성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팜유를 대체하기 위해 최첨단 바이오테크놀로지가 동원됐다. 대기 중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특수 미생물을 활용한 발효 공정을 거쳐 화장품 베이스로 쓰이는 고품질 오일로 변환하는 기술로, 이는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 산림 훼손을 막는 혁신적인 친환경 공법이다. 이렇게 탄생한 대체 지방은 기존 팜유와 동일한 기능적 특성을 지니며 피부 보습력과 유연 효과 또한 매우 뛰어나다.
5 펜틸렌글라이콜
Pentylene Glycol
하이드롤라이트 5 그린(Hydrolite 5 Green)으로 불리는 이 성분은 설탕 추출 후 남은 사탕수수 찌꺼기(바가스)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100% 바이오 기반 업사이클링 원료다. 화장품에 배합하면 그 자체로 훌륭한 수분 결합제 역할을 해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할 뿐 아니라, 비타민이나 항산화 성분 등 다른 유효성분이 피부 깊숙이 흡수되도록 돕는 강력한 부스터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천연 방부력을 높여 화학 방부제의 사용량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6 에오시딘
Eosidin
나무를 솎는 과정에서 버려지던 제주도의 미성숙한 풋귤이 스킨케어 원료로 재탄생했다. 완숙 귤보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게 응축되어 있는데, 여기서 추출한 특허 원료가 에오시딘이다. 특히 아드레날린 수용체에 작용해 혈관을 수축시키는 시네프린과 강력한 항염·항산화 효과의 헤스페리딘이 다량 함유돼 미세먼지와 실내외 공해 물질로 유발되는 피부 면역 저하와 염증, 가려움증을 효과적으로 진정시키고, 무너진 피부장벽을 탄탄하게 재건하는 데 도움을 준다.
7 헤미스쿠알란
Hemisqualane
샴푸나 린스, 메이크업 프라이머의 부드러운 발림성은 대부분 합성 실리콘(사이클로펜타실록산 등)이 만들어낸 결과다. 하지만 이는 자연 분해되지 않아 심각한 수질오염을 유발한다. 이를 대체하는 헤미스쿠알란은 사탕수수를 발효해 얻는 100% 식물 유래 대체재다. 실리콘 특유의 답답함 없이 가볍고 산뜻한 사용감을 구현하며, 모발과 피부에 얇은 코팅막을 형성해 수분 증발도 막아준다. 무엇보다 자연 상태에서 쉽게 생분해되어 환경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8 플럼 커넬 오일
Plum Kernel Oil
식품산업에서 잼이나 주스를 만들고 대량으로 폐기되던 자두 씨앗을 수거해 냉압착 방식으로 정성껏 짠 업사이클링 보습 원료. 버려지는 폐기물을 줄여 자원 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뷰티 원료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피부 친화력이 높은 오메가 지방산과 항산화 작용을 돕는 비타민 A, E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건조하고 거칠어진 피부에 즉각적인 영양을 공급한다. 끈적임 없이 가볍게 스며들며, 달콤하고 은은한 마지팬 향이 기분 좋은 릴랙싱 효과까지 선사한다.
9 흰목이버섯 추출물
Tremella Mushroom Extract
그동안 화장품에 쓰이던 콜라겐은 주로 소나 돼지의 뼈, 생선 껍질 등 동물성 원료에서 추출했다. 하지만 동물권 보호와 환경 윤리의식이 높아지면서 ‘비건 콜라겐’으로 대체하는 추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흰목이버섯 추출물. 식물성 히알루론산이라고도 하는 이 버섯은 자기 무게의 500배에 달하는 수분을 끌어당기는 보습 능력을 자랑한다. 피부 깊숙이 수분을 채워 탄력을 높이는 효과가 뛰어나며, 환경 훼손 없이 지속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친환경 원료다.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