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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클라이맥스> 하지원&주지훈

거리와 시선, 억제된 태도 사이에서 포착된 미묘한 권력의 균형.

하지원이 착용한 앙티페 말라카이트 스터드 이어링과 세르티 수르 비드 1 페어 컷 다이아몬드 이어 커프, 왼손에 착용한 베르베르 파리 에디션 래커 링, 베르베르 3-로우 링, 오른손에 착용한 베르베르 누드 래커 링, 베르베르 3-로우 플레인 링, 베르베르 링은 모두 레포시(Repossi). 재킷은 케이트(Khaite). 주지훈이 입은 재킷과 셔츠, 타이, 팬츠는 모두 아미(Ami).

셔츠와 타이, 팬츠는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세르티 수르 비드 에메랄드 네크리스와 세르티 수르 비드 에메랄드 롱 이어링, 왼손에 착용한 세르티 수르 비드 에메랄드 링, 베르베르 링, 오른손에 착용한 세르티 수르 비드 5 페어컷 링은 모두 레포시. 블랙 튜브톱 드레스는 엔조최재훈(Enzo Choijaehoon).

앙티페 이어링, 세르티 수르 비드 6 페어 컷 다이아몬드 이어 커프, 왼손에 착용한 베르베르 3-로우 링, 베르베르 모나코 에디션 래커 링, 오른손에 착용한 베르베르 2-로우 링은 모두 레포시. 베이지 재킷은 막스마라(Max Mara).

브라운 재킷은 렉토(Recto). 셔츠와 타이, 안경은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앙티페 오닉스 스터드 이어링과 세르티 수르 비드 1 페어 컷 이어 커프, 앙티페 4-로우 링, 앙티페 2-로우 링은 모두 레포시. 블랙 니트 보디슈트는 꾸레쥬(Courreges).

주지훈이 입은 화이트 셔츠와 그레이 슈트 셋업은 모두 렉토. 블랙 슈즈는 아미. 하지원이 착용한 라 린느 네크리스와 세르티 수르 비드 1 페어 컷 후프 이어링, 세르티 수르 비드 6 페어 컷 이어 커프, 라 린느 링과 베르베르 링은 모두 레포시. 블랙 플리츠 투피스 셋업은 잉크(Eenk).

앙티페 터콰이즈 네크리스와 앙티페 마더 오브 펄 네크리스, 앙티페 터콰이즈 스터드 이어링, 앙티페 브레이슬릿, 앙티페 2-로우 링, 앙티페 4-로우 링은 모두 레포시.

재킷과 셔츠, 팬츠, 타이, 슈즈는 모두 페라가모(Ferragamo).

하지원

영화 <비광> 작업으로 만났던 이지원 감독과의 인연이 <클라이맥스>로 이어졌네요. 두 작품 모두 여주인공의 직업이 여배우입니다.
감독님도 이 인물들의 이야기를 영화로만 끝내기는 아쉽다, 이런 감정선과 삶을 조금 더 확장시키고 싶다는 바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비광>의 ‘남미’에 이어 <클라이맥스>의 ‘추상아’를 제게 제안해주셨어요. 

<비광> 역시 올 상반기 개봉 예정입니다. 영화로 먼저 만난 이야기가 시리즈물로 발전한 상황은 배우에게도 특별한 경험 아닌가요?
배우로서 배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너무 어려웠어요. 지금 돌아보면 <비광> 촬영이 코로나로 1년 정도 늦춰진 게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갑작스레 얻은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었거든요. 특히 그림 작업을 하면서 느낀 것들이 녹아들었죠. 다소 잔인한 과정이기도 했어요. 평소처럼 캐릭터를 연구하는 것뿐 아니라 배우라는 직업인으로서 여러 감정과 상황을 적나라하게 느껴야 했으니까요. 

‘잔인하다’는 표현이 인상 깊네요.
아마 저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어요. 여배우로 살았던 시간을 계속 회고하고 반성하고, 객관화하면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 차례 들여다본 상태였는데, 추상아라는 배우를 또 탐구해야 하는 거예요. 실제로 저를 오래 봐온 친구들도 저를 만났을 때 어색해할 정도로 감정 상태가 추상아처럼 날카로워졌어요. 상아가 불면증에 섭식장애를 겪는 장면이 있는데 그와 비슷한 현상을 겪기도 했고요. 저로서는 처음 하는 경험이었죠. 또 실제 하지원이 나오면 안 되잖아요.(웃음) 감독님도 ‘지금 미소는 너무 하지원 같다’는 피드백을 주시기도 했고, 저를 지워야 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니 다행이네요.(웃음) 이렇게 몸과 마음을 쓴 추상아는 어떤 인물인가요?
이름부터 마음에 들어요. 자연스럽게 ‘추상화’가 연상되기도 하는데, 추상화는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이해도도 다르고, 볼수록 다른 매력을 보여주잖아요. 실제 추상아라는 캐릭터도 ‘인간이 왜 이런 선택을 할까, 어떻게 이런 감정까지 쏟아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거든요. 그 점에서 이 인물을 이해하는 게 추상화를 보는 일과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상아 또한 인간이기에 그랬던 거라고, 제가 연기한 그의 인생 한 막이 잘 전달되기를 바라요.

촬영은 어땠나요? <야당> <서울의 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의 전작들만 봐도 긴장감이 느껴지는데요.
정말 제목처럼 매 회가 ‘클라이맥스’ 같았죠. 현장 스케줄도 여유롭지 않다 보니 긴장감 속에서 계속 장면에 집중했어요. 기억에 남는 건 이지원 감독님의 섬세함이에요. 저와 나나, 차주영까지 배우 셋의 의상 하나하나, 립스틱 색까지 현장에서 확인하고 감정선을 해칠 요소는 없는지 신경 쓰셨죠. 대화가 끊이지 않았어요.    

최고의 여배우 추상아는 스타 검사가 되고 싶어 하는 방태섭(주지훈 분)과 결혼합니다. 두 사람의 호흡은 어땠나요?
주지훈이라는 배우 자체가 분출하는 에너지가 워낙 엄청나잖아요. ‘태섭’이라는 인물과 그게 잘 맞아떨어졌고, 저희가 서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부딪치는 장면에서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았어요. 몸싸움 장면은 동선 리허설만 한 번 하고, 바로 ‘OK’가 났을 정도죠. 

오정세 배우까지 5인의 남녀가 이야기를 펼쳐 나가요.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배우들과 얽히고 대립하는 건 어땠나요?
저는 연기할 때 밀어내는 호흡이 없어요. 주로 상대방의 호흡을 받으려고 하죠. 여러 배우들과 호흡을 주고받는 과정이 새롭고 좋았어요. 특히 이 다섯 명의 관계가 정말 재미있거든요. 누구와 있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태도가 달라져요. 태섭과 있을 때, 이양미(차주영 분)와 있을 때 추상아도 너무 다르고요. 우리는 늘 선택을 하잖아요. 눈앞의 저 사람이 죽이고 싶도록 미운데, 또 한발 물러서야 할 때도 있고, 인물끼리 부딪치는 것을 보며 욕망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기도 했어요. 

당신도 욕망이 추동력이 된 적도 있나요?
욕심 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좋은 작품도 만나고 싶고, 그림 작업도 하고 싶고…. 저 또한 있죠. 다만 그게 욕망인지 미처 알아차리지도 못한 경우도 있었을 거예요. 내 안에 어떤 욕망이 들어왔다, 그럼 그걸 내가 좀 눈치채고 그에 대해 생각은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게 과연 무엇을 위한 건지, 정말 필요한 건지 말이죠.  

수 년간 일련의 탐구 과정을 통해 알게 된 나는 어떤 사람인 것 같나요?
결론은 없어요. 다만 삶을 바라보는 제 시선이 좀 확장된 느낌이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 더 행복하긴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무대 위에서 집중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굉장히 컸다면 지금은 제삼자의 시선으로 무대를 바라보고, 내가 진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느끼는 것도 훨씬 많아졌어요. 

실제 미술 작업도 반추상에 가깝습니다. 언제 이런 그림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마크 로스코 같은 추상화가 주는 감동도 있지만, 저는 뒤틀리거나 해체된 이미지에 매력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름다움의 기준이라는 건 다양한데, 여배우라는 직업은 직관적으로 봤을 때 예쁜 것,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쉬운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요구받기 마련이잖아요. 저 또한 긴 시간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표면적으로 완벽하게 다듬어진 것보다 파괴적인 것에 끌리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프랜시스 베이컨의 그림처럼 말이죠.

대중 앞에 섰던 그 긴 시간 동안, ‘하지원’ 하면 ‘악바리’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따라붙던 시기도 있었어요. 사극 <다모>와 <기황후>에서 보여준 액션이나, 역할 소화를 위해 복싱(<1번가의 기적>), 탁구(<코리아>), 해저 다이빙(<7광구>) 등 갖가지에 도전했던 덕분이죠. 그렇게 노력했던 시간은 지금 어떻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당시에도 그 말이 너무 감사했어요. 전 그저 제가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사람이고 궁금한 걸 못 참기 때문에 스스로 찝찝하지 않으려고, 기술적으로도 이해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을 뿐인데, 그 모습이 열심히 한다고 좋게 받아들여졌으니까요. 사실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고, 무모한 일은 하지 않는데 말이죠.

최근 <이 강에는 달이 흐른다>의 김세정 씨가 역할에 관해 조언을 구했다는 ‘미담’이 기사화되기도 했죠. 당신도 누군가의 도움을 청한 경험이 있나요?
별말 안 했는데 대단한 이야길 해준 것처럼 됐더라고요.(웃음) 제 첫 영화였던 <진실 게임>을 고 안성기 선생님과 함께했거든요. 그때는 정말 선생님만 봤던 기억이 나요. 선생님이 식사하실 때 대본을 옆에 두고 드시면 저도 그렇게 하고, 화장실 갈 때 가져가시면 저도 갖고 다니고. 촬영장에 일찍 오셔서 다정하게 스태프를 대하는 모습 등 정말 교과서처럼 배웠죠. 

그나저나 개인 SNS에 올린 뉴욕과 싱가포르 여행 사진을 보니 ‘MZ샷’ 촬영에도 능하던데요.
두 곳 모두 저희 갤러리 작가들, 아티스트들과 함께 갔어요. 그런데 작가들이 워낙 감각이 좋잖아요. 일부러 설정 샷을 찍으려고 한 게 아니고 제가 신나게 노는 모습을 찍어준 건데 마음에 들게 잘 나와서 올렸습니다.(웃음) 정말 어떤 사람들과 있느냐에 따라 제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해요. 

추상아라는 이름이 마음에 든다고 했죠.  그런데 사실 본명 ‘전해림’도 참 예쁘잖아요. 해림이라는 이름으로 불러 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이제는 엄마도 저를 ‘해림아’라고 부르다가도 손님이 오는 순간 저를 ‘지원아’라고 부르시긴 하는데요.(웃음) 사실 저도 제 본명을 좋아해요. ‘밭 전(田)’에 ‘바다 해(海)’, ‘수풀 림(林)’ 자를 쓰는데, 정말 이름에 자연이 가득하잖아요. 씨앗을 틔우는 밭, 깊은 바다, 무성한 숲을 떠올려보면 사람들 사이의 관계 같은 게 연상되기도 하고요.

30대에 펴낸 에세이집에서 ‘나이가 들어도 싱그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지금 떠오르는 것은 없는데요. 다만 <클라이맥스>를 정말 신인 같은 마음으로 촬영했어요. 하고 싶은 것도, 표현하고 싶은 것도 제 안에 여전히 많더라고요. 백지 상태가 되어 한 번 더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제 모습을 앞으로 더 많은 분에게 보여주고 싶고요.

그렇다면 지금 어떤 말을 들으면 기쁠까요?
가끔 너 지금 자유로워 보인다, 되게 너답다 같은 말을 들을 때가 있는데요. 사람은 자유로울 때 행복하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말을 들을 때 행복해요, 조금.


주지훈

다들 궁금해하는 게 있어요. 계속 작품이 공개되는데, 그렇게 막힘없이 서로 다른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나요?
보기보다 잘 쉬고 있어요. 지금도 석 달째 쉬고 있고요. 그래도 비결이 있다면, 저는 ‘프리’ 기간에 집중해요. 얼마 전에도 모 감독님이 “너는 안 지치냐?” 하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는 스트레스를 할부로 받는 거죠.

몇 개월 할부면 적당해요?(웃음)
풀 할부죠! 데미지가 없게 최대한 나눠서. 프리가 다예요. 프리가 전부라고 믿어요. 보통은 현장 가기 전에 전체 리딩 한 번, 감독님 미팅 한 번 정도 하는데, 저는 열댓 번씩 해요. 그러면 현장에서 크게 스트레스 받는 게 없어요.

예전보다는 사전 제작이 많아진 지금 시스템이 잘 맞겠어요. <클라이맥스> 프리 단계에서는 무엇에 집중했어요?
이 이야기가 재미있는가. 재미뿐만 아니라 개연성이 있는가. 또 어떤 부분에서 극적 허용이 되는가 혹은 ‘가짜’로 보일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그걸 위해서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해요. ‘납득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다’를 합의하는 과정이에요. 결국은 극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에 대한 거죠. 

이번 작품 같은 경우 매 회가 ‘클라이맥스’라고 하니, 그 개연성이 더욱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요. 원두가 있어야 커피를 투 샷이든, 포 샷이든 내릴 수 있듯, 어쨌든 원두는 있어야 하죠. 보리차에 진하게 탄다면, 그건 사기겠죠. 작품으로 사기를 치면 안 되잖아요. 이건 말 그대로 극이에요. 극! 실제로 범죄는 매일 일어나고 있고,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있고, 매일 전쟁이 일어나는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이게 과하냐’ 아니면 ‘이 정도까지는 허용이 될 것이냐’를 항상 고민해요.   

커피 비유가 재미있네요. 이번엔 어떤 커피가 나왔나요?
커피 비유를 이어가자면, 이번 작품은 오히려 카페인과 복용에 대한 것 같아요. 보면서 모두가 알잖아요. ‘저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고요. 먹지 말라고 했으니, 선악과는  먹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런데 먹고 싶은 게 인간인 거죠. 그런 욕망인 것 같아요. 치킨 시키면 다리가 두 개뿐인데, 누군가는 둘 다 먹고 싶어 해요. 드라마는 결국 ‘사회를 이루며 사는 우리가 그런 욕망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라는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이야기를 다룰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번 작품은 그 욕망을 좀 더 적나라하게 파고들어, 날것 그대로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춘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검사 ‘태섭’의 질주하는 원동력은 어떤 욕망인가요?
위로 올라가려는 욕망이에요. 그래서 대본으로 볼 때도 연기를 할 때도 재미있었어요. 그런 욕망을 향해 한참 달려가다 보면, 저 역시 ‘이 욕망을 왜 가지려고 하는 거지?’라는 큰 물음표가 생겨요. 저도 정답은 모르겠어요. 어찌 됐건 레일에 올라탔고 기차는 이미 움직이고 있어요. 

상대해야 하는 인물이 많습니다. 가장 까다로운 상대는 누군가요?
결국 자기 자신인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도 그렇고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이렇다 저렇다 하지만 결국은 제 욕망이에요.

그런 욕망이 가득한 태섭은 왜 ‘상아’를 배우자로 선택한 건가요? 같아서였을까요? 달라서였을까요?
어떤 목적이 있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심플하게 설명하기가 어려워요.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예요. 그러니까 인간인 것 같아요. 계획대로 안 되니까.

부부면서 또 서로를 경계하는 관계. 요즘은 ‘혐관’이라고들 하는데, 그 긴장감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어요?
그 관계에 집중했어요. 감독님이 글을 참 잘 쓰셨어요. 이야기가 이어져 있고. A라는 감정, B라는 감정, C라는 감정이 이렇게 컷이 아니고 모여서 시퀀스로 보일 거라서 아마 보시기에는 직관적일 것 같은데, 연결하는 사람들은 복잡하죠.(웃음) 뭐 하나를 놓치고 가면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니까, 그래서 그런 디테일을 잡으려고 했어요.

하지원 씨와 같이 부부로 호흡을 맞췄고, 오늘 화보 촬영도 함께하는 중입니다. 두 분의 호흡은 어땠어요?
지원 누나는 정말 착하고 순하고 좋은 사람이에요. 근데 또 되게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정말 재밌는 사람이고 매사 즐기는데, 본인은 한없이 선하고. 그래서 거의 작업이라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어요. 저도 처음 만났는데 이 작품 하면서 아주 절친한 사이가 됐어요. 

그 외에 배우 오정세, 나나, 차주영 등 베테랑 배우가 모였습니다.
너무 좋았어요. 영화감독님과 영화팀, 하이브미디어코프까지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밀도 있게 준비했거든요. 드라마지만 영화 현장 수준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디폴트로 깔려 있었기에 현장에서의 모든 소통과 진행이 무척 매끄러웠습니다.

주지훈 씨에 대해서 이지원 감독이 ‘이미 욕망을 담고 있는 얼굴’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억울해요. 제가 원해서 이 얼굴로 태어난 게 아닌데.(웃음) 

하하, 남자 배우라면 갖고 싶어 하는 얼굴이죠. 연출자들은 다 각자의 꿈을 안고 주지훈 씨와 작품하길 원해요. 여전히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고 있나요?
저는 그걸 모르겠어요. 모델 시절부터 일을 정말 오래 했는데, 내가 봤을 때 너무 다른데 타인이 다르지 않다고 하면 다르지 않는 게 될테니까요, 내가 봤을 때 너무 똑같고 어떤 때는 ‘저거 사실 원래 내 말투가 아니었나…’ 싶은데도, 받아들이는 분들이 너무 다르다고 하면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나와 타인의 시선 차이’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걸 멈추게 됐어요. 

판단은 보는 사람에게 맡기는 거군요.
맞아요. 여전히 저라는 뿌리에서 이 캐릭터처럼 보일 수 있는 것들을 갖고 고민하는 것 같아요. 아마 오늘의 화보 촬영도 그렇겠죠. 

지금 헤어가 아주 긴 편인데요. 이 또한 프리 과정인가요?
그렇습니다. 다음 캐릭터가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냥 있어요. <재혼 황후> 끝나고 안 잘랐어요. 다음 게 정해지면 거기에 맞춰서 자르려고요. 

이 작품은 여러 사람의 욕망이 충돌하면서 생기는 얘기입니다. 주지훈이 품고 있는 지금의 욕망은 뭔가요?
평화롭고 싶다. 저도 어떻게 보면 지금은 그런 마음인가 봐요. 오랜만에 다시 <클라이맥스>를 떠올리면서, 뭐 한다고 태섭은 저렇게 아득바득하나?(웃음) 어릴 때, 일요일 날 친구들이랑 용돈 2000원씩 받아서 목욕탕비로 1000원 내고, 남은 1000원 갖고 모아서 시장에 가서 뭘 사 먹든 피시방을 가든 즐거웠어요. 때로는 돈이 없어도 동네 돌아다니고, 앉아서 얘기하고 너무 행복했어요. 평화의 상태는 뭐랄까? 뭔가에 큰 욕심을 내지 않고, 말 그대로 어릴 때처럼 특별한 일 없이도 목적이 없이도 친구 만나서 수다 떨고, 걷고, 그런 거에 가까워요. 그런 평안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시절 소년 주지훈의 꿈은 뭐였나요?
<비트>였어요. 꿈이 없었어요.(웃음) 되게 행복한 아이였어요. 학교 끝나고 농구하고, 잠도 잘 오고, 집에 가면 엄마가 밥 차려주시는 밥 먹고. 그때 욕망이라면 뭐, 데리버거를 두 개 먹고 싶다 정도였죠. 그때 먹었던 게 제일 맛있어요.

배우 데뷔 20주년이더군요. 어떤 방식으로든 기념할 생각이 있나요?
요즘 환갑잔치 잘 안 하듯 세상이 바뀐 것 같아요. 전에는 배우들도 20년을 하기가 힘들었지만 이제는 몇 주년보다 ‘자기의 욕망만큼 갈 수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지금 선배님들이 일종의 최초들이고 생각해요. 황혼이라고 표현하나요? 그걸 넘어서도 여전히 주인공을 하고 있고, 관객들과 소통과 공감을 이뤄내고요. 그걸 따라가는 후배로서 저도 오래 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여전히 형들이 눈앞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으니까. 저 아직도 물 떠와요.(웃음)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97세여도 여전히 활동하고 있으니, 저도 그렇게 흘러가는 대로 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정말 다채롭고 좋은 ‘필모’가 있는데, 이 작품도 한자리 차지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 같나요?
그러면 좋겠어요. 원래 대본은 19세였는데, 15세로 등급 결정이 났어요. 저는 19세 버전이 더 좋거든요. 그런 아쉬움이 조금은 있지만, 감독님이 마법처럼 잘 만들어주셨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기대하고 있어요. 

평화를 원한다고 했지만 욕망이 있어야 계속 나아갈 수 있지 않겠어요?
요즘은 모두가 그 답을 찾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것 같아요. 일은 정말 열심히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여전해요. 나이가 마흔 중반인데 ‘넌 어떤 사람이냐?’ 하면 잘 모르겠어요. 저도 여전히 찾아가는 중이에요.

    포토그래퍼
    김영준
    스타일리스트
    양유정(주지훈), 정기빈(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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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해경(주지훈), 김부성(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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