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치열한 전쟁터.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검증된 아티스트 7인. 점수판 뒤에 가려졌던 그들의 이야기.

네버데드퀸
파격적인 소재와 텍스처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고, 한계 없는 상상력으로 메이크업을 하나의 ‘콘텐츠’이자 ‘퍼포먼스’로 격상시키는 크리에이터·비주얼 디렉터 퓨어디.
프로그램 출연을 결심하는 데 걱정은 없었나요?
전 무언가를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기회는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한다는 주의거든요. 제게 이런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감사했어요. 단순히 혼자 만족하는 메이크업이 아닌 보는 사람에게 새로운 시선과 즐거운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저는 아티스트이기 전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크리에이터고, 메이크업은 하나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에게 아직은 생소한 특수분장의 세계를 더 재미있게 느끼고 다가가도록 퍼포먼스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 정도의 각오라면 떨어졌을 때 아쉬움이 컸을 것 같아요.
떨어지는 순간조차도 제가 가장 자신 있는 특수분장의 ‘근본’을 보여주고 떨어졌기 때문에 후회조차 없었습니다. 어설프게 완성한 반쪽짜리 작품으로 올라가기보다는, 떨어지더라도 제 시그너처를 확실히 각인시키고 싶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늘 뒤에 있잖아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제가 주인공이었어요. 가수들이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하듯, 여기선 제 퍼포먼스가 중요한 요소거든요. 단순히 결과물만이 아니라 보여주는 과정 자체를 콘텐츠라고 여기고 임했어요.
실제로 프로그램 미션 중 특수분장 기반의 스킬을 자주 선보였어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스스로 페널티를 안고 간 느낌이었을 텐데.
특수분장은 보통 1~3개월 정도로 긴 호흡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작품 하나에 몇 개월씩 걸릴 때도 있고요. 반면 경연은 짧은 시간 안에 보여줘야 해요. 1라운드에서 사용한 ‘슬랩’ 같은 경우, 미리 만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런 건 제 스타일도 아니고 정정당당하지도 않다고 생각했어요. 현장에서 보여줄 수 있는 테크닉과 퍼포먼스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죠.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늘 진취적이고 도전을 즐기나 봐요.
넷플릭스 <더 인플루언서>에서는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예전 JTBC 크리에이터 서바이벌에서도 고배를 마셨죠. 그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서인지, 이번에는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어요. 무엇보다 특수분장은 제 독보적인 영역이라는 확신이 들었고요. 제작진이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떤 심사위원에게 평가받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저는 누구라도 상관없다고 답했어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죠. ‘제가 떨어진다면 저를 걱정할 게 아니라, 저라는 사람을 놓친 심사위원을 걱정해야 할 겁니다’라고요.
방송을 모니터링하며 발견한 자신의 새로운 모습도 있었나요?
모델의 메이크업에 집중하느라 정작 제 메이크업은 거의 신경을 못 썼더라고요. 화면 속 제 메이크업이 다 무너져 있길래 ‘좀 정리할걸’ 하는 아쉬움은 남아요.(웃음) 또 하나는 집중할 때 제가 입을 벌린다는 점? 이런 모습도 방송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어요.
특수분장은 얼굴을 구조적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일반 메이크업과 다르죠? 작업 시 어떤 요소를 가장 먼저 고려하나요?
특수분장은 얼굴의 구조적인 요소보다 ‘텍스처’가 훨씬 중요해요. 캔버스 위에 아크릴 물감을 올리면 질감이 변하는 것처럼 어떤 소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저는 텍스처와 컬러감, 즉 ‘재질’을 가장 먼저 고민합니다.
가장 ‘나답다’고 생각하는 대표작을 하나만 꼽는다면요?
<저스트 메이크업> 1라운드에서 선보인 ‘잊히지 않는 온도’요. 특수분장으로 사랑을 표현한 작업이었는데요. 사랑의 열정과 그 이면의 아픔을 특수분장으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저는 삶의 모든 부분에서, 특히 사랑 앞에서 맹렬히 타오르는 사람입니다. 온 마음을 다해 뜨겁게 사랑하는 만큼 그 불꽃이 꺼졌을 때 입는 데미지도 클 수밖에 없죠. 화려하게 불타올랐다가 결국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리는 제 모습, 그리고 마음속 깊이 남은 화상 자국 같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투영했기에 가장 ‘나다운’ 작품인 것 같아요.
독특한 재료를 많이 사용하던데,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요?
제가 파주에 사는데, 그 동네에는 일반 철물점이 아니라 공장용 자재를 파는 곳이 많아요. 거기가 제 보물창고예요.(웃음) 시중에서 보기 힘든 날것의 산업용 자재가 가득하거든요. 지난 2라운드 경연 때 선보인 오브제도 모두 그곳에서 발굴한 재료로 탄생했습니다. 저는 원래 용도를 무시하고 엉뚱한 곳에 써보는 걸 좋아해요. 실리콘 같은 것도 종류가 많은데, 그걸로 옷을 제작하면 질감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쓰레기를 주면서 메이크업을 해보라고 해도 전 할 수 있거든요. 편견을 깨고 재료를 새롭게 바라보는 것. 그게 제 작업의 원동력입니다.
최근 사용한 뷰티 아이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요?
3CE의 ‘페이스 블러셔 #누드 피치’가 어디에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컬러라서 여기저기 활용하기 좋았어요. 최근 피부가 너무 건조해서 아토피 증상이 올라왔거든요. 라로슈포제의 ‘시카플라스트 밤 B5+’를 바르니 바로 괜찮아지더라고요. 건조한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제품이에요. 피부과에서도 ‘꼭 하나만 발라야 한다면 이 제품을 추천한다’고 할 만큼 예민한 사람에게 좋아요.
특수분장을 통해 다양한 ‘뷰티’를 보여주는 작업을 해왔어요. 퓨어디가 정의하는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요?
결국 ‘추구미’가 정답인 것 같아요. 통통한 체형이든, 독특한 피부 톤이든 아름다움의 기준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거기에 시대의 트렌드를 한 방울 가미하는 정도면 충분하죠. 남들의 시선에 맞추기보다 내가 정의한 기준을 사랑하는 것, 그게 진짜 아름다움 아닐까요?
대중이 보는 ‘퓨어디’와 인간 ‘김도현’은 어떤 점이 다른가요?
대중은 제 에너지 넘치고 열정적인 모습을 좋아해주지만, 사실 저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힘들고 지칠 때가 있거든요. 가끔은 ‘나 좀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싶은데,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실망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이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가면을 쓰고 ‘난 할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다그쳐야 하는데, 그 순간이 사실 좀 슬프게 다가오기도 해요.
아티스트로서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팬분들이 붙여준 ‘조물주’라는 애칭처럼 세상에 없던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그런 크리에이터로 기억되고 싶어요.
우리는 또 어떤 색다른 퓨어디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요?
도자 캣이나 레이디 가가처럼 파격적이고 콘셉추얼한, 남들이 감히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차원을 열고 싶어요. 보는 이들이 ‘이게 CG야, 특수분장이야?’라면서 헷갈릴 만큼 실사와 가상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을 구현하는 데는 제가 ‘딱’이거든요.
곧 공개될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면서요?
이거 말해도 되나?(웃음) 1월에 블랙핑크와 함께한 작업이 공개됩니다. 아티스트로서 굉장히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멋진 결과물이 나왔으니 꼭 기대해주세요!

맥티스트
포인트 하나 놓치지 않는 예리함으로 독창적인 스타일을 창조해온 이성욱이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이름 석 자만을 내걸고 새로운 챕터를 시작한다.
<저스트 메이크업> 방송에 출연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면 대단한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잖아요.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출연 섭외가 왔을 때, 왠지 엄청난 사람들이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사실 저는 단 한 번도 제 작업물에 대해 만족한 순간이 없어요. 요즘에는 메이크업을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제가 그 사이에서 어느 정도 위치가 될지 궁금했죠.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어 출연을 결심했어요.
방송에서 보여준 메이크업 모두 존재감이 강렬했어요.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메이크업은 무엇인가요?
뉴페이스 미션 중 ‘하이패션 메이크업’요. 1970년대 레트로 감성을 담은 박윤희 실장님의 옷을 살릴 수 있는 메이크업을 보여주고 싶어서, 룩의 키 컬러인 레드를 브로우에 과감하게 얹었어요. 더 마음에 들 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도 없는 ‘아쉬움이 남지 않은 메이크업’이라 기억에 남아요.
메이크업에 앞서 체크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메이크업할 때 집착하는 포인트가 있어요. 피부 컨디션, 눈썹, 속눈썹요. 피부 톤과 결은 어떤지, 눈썹이 어떤 모양으로 났고 엉킨 건 없는지, 이런 디테일을 보는 거죠. 그걸로 메이크업의 방향이 정해지거든요.
금손인 이성욱도 어려운 메이크업이 있나요?
제 얼굴에 메이크업하는 게 가장 어려워요. 예전에는 유난히 걱정되는 프로젝트가 있으면 제 얼굴을 도화지 삼아 메이크업을 하기도 했어요. 셀프 메이크업 시간이 30분 걸리면, 다른 사람에게 할 때는 15분으로 줄어들거든요. 일종의 ‘연습’인 셈이죠. 지금은 연습을 따로 하지는 않고 머릿속에 있는 걸 메이크업으로 바로 표현해요.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갖출 역량은 무엇일까요?
자기 객관성요. 메이크업은 순수예술보다는 상업예술에 가깝잖아요. 자신의 메이크업에 스스로도 만족해야 하지만, 남들이 봤을 때도 좋아할지 파악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해요.
평소에 동안이라는 소리 많이 듣죠?
제가 그렇게 동안인가요?(웃음) 다들 제 나이를 궁금해하더라고요. 타고난 부분이 가장 큰 것 같아요. 물론 정기적으로 피부과 시술도 받아요. 리프팅이나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맞추는 정도로요. 이후에는 피붓결이 잘 유지되도록 기본적인 스킨케어만 해줘요. 제 안에는 아직 동심이 있어요. 집에 가면 발도 동동 구르고 남들에게 보여주기 힘들 정도의 유치한 면이 있죠. 그런 순수함이 동안의 비결 같아요.
맥이라는 브랜드 하나에서만 커리어를 쭉 쌓았는데요. 맥은 정말 특별한 존재일 것 같아요.
‘이혼 후에도 잘 지내는 관계’라고 할 수 있죠. 맥에 몸담은 기간이 16년 가까이 돼요. 그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고, 역량을 펼칠 수 있는 환경도 되죠. 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맥 소속 아티스트에서 프리랜서로 전향한 뒤로 가장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맥 소속이었을 때는 정말 치열했어요. 아시아 최초 글로벌 시니어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도 얻었지만, 힘든 부분도 있었죠. 욕심도 많고 쉬지 못해 예민했던 것 같아요.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나서는 내면을 돌볼 시간이 많아졌어요. 마음이 편안해지니 일을 더 즐길 수 있게 되었고요.
인터뷰하면서 느꼈는데, 이성욱이라는 사람은 순수하고 투명한 것 같아요.
단순하고 일차원적이에요. 아마 대화하면서 느꼈을 수도 있는데, 기분이 얼굴에서 바로 티가 나요. 목소리와 행동에서도 알아챌 수 있고요.(웃음)
뷰티 브랜드의 광고 캠페인부터, 백스테이지 메이크업, 에디토리얼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작업 메이크업을 했어요.
맥에서 근무할 때는 커머셜 작업을 자주 했어요. 근데 가장 좋아하는 건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이에요. 옷을 좋아하고 패션 브랜드에서 영감도 많이 받는 편이죠. 디자이너가 만든 의상이나 그 시즌에 핏한 메이크업을 잘 연출하기도 하고요.
SNS에 올리는 사진을 보면 이성욱만의 유니크한 룩이 돋보여요. 좋아하는 스타일이나 추구미가 있나요?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쇼에 선 모델들이요. 제대로 꾸미고 싶다면 그들처럼 스타일링해요. 평상시에는 그냥 손이 가는 대로 입어요. 모 아니면 도인 스타일이죠.(웃음) 옷을 많이 걸치는 걸 싫어해서 티셔츠에 아우터만 걸치는 등 가볍게 입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요?
카멜레온. 다들 제가 센 메이크업을 잘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뷰티, 패션, 백스테이지, 에디토리얼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그 상황에 맞는 메이크업을 해왔어요. 아티스트로서 고집하는 스타일이 없기에, 어떤 콘셉트의 룩이든 소화 가능해요.
홀로서기를 시작한 아티스트 이성욱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기존에 갖고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탤런트는 유지하되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활동 영역을 메이크업이라는 하나의 카테고리로만 단정 짓지 않고 주어지는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거죠. 사람들이 라이프스타일도 많이 궁금해해요. 유튜브나 방송 등 요즘 할 수 있는 것이 많잖아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성욱 자체를 보여줄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아요.
2026년의 뷰티 트렌드를 꼽는다면요?
이제는 정형화되지 않은 뷰티가 트렌드예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날것의 뷰티’요. 예를 들면, 마스카라가 번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거죠. 굳이 뷰러로 속눈썹을 집지도 않고, 마스카라를 바르지 않는 경우도 많이 생길 거예요.

성수동 프린스
디즈니를 포함해 수많은 러브콜을 받는 아티스트. 머릿속에 그린 메이크업을 완벽하게 구현해내는 리우의 메이크업 세계는 여전히 확장 중이다.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섭외 전화 왔을 때가 기억나나요?
그럼요. 처음 전화를 받았을 때,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숍이나 다른 실장님들 밑에서 제자로 일한 적이 없어서, 스스로 메이크업에 대한 확신을 찾고자 출연을 결정했죠. 많은 분에게 평가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고 다양한 메이크업을 보는 등 좋은 경험이 될 것 같았거든요.
2라운드 ‘1 대 1 미러전’에서의 탈락이 아쉽지는 않았나요?
솔직히 말하면, 크게 아쉬움은 없었어요. 저만의 감성을 담은 ‘글램 그런지’ 메이크업을 계획한 그대로 구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당시에 정샘물 선생님께서 테크닉이 완벽하다는 평가를 주셨는데, 그때 제 메이크업 실력이 어느 정도 괜찮고 나름 잘하는 편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어 좋았어요. 미션을 준비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동묘에 가서 그런지한 느낌이 대체 뭔지 체험해보기도 했고요.(웃음) 다른 분들 작업물이나 화보도 찾아봤어요. 메이크업에 발을 들인 지 11년 정도 되었는데, 가장 치열하게 준비한 메이크업이라 후회가 없나 봐요.
경쟁 상대였던 박태윤 아티스트와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나요?
그럼요. 출연자 중에서는 박태윤 선생님께 가장 감사드려요. 까마득한 후배가 덤빈 거라 기분이 좋지 않으실 수도 있는데, 방송 이후에 먼저 연락 주시고 정말 잘 챙겨주세요. 만났을 때는 메이크업뿐 아니라 인생이나 사업에 대한 조언도 주시고, 요리도 직접 해주시고요.
참가자끼리 만나면 보통 어떤 이야기를 하나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좀 더 수면 위로 올라와서 유명해지는 방향이 뭐가 있을지 같이 고민하고요. 상금이 있던 프로그램이잖아요. 3억원을 어디에 썼을지 재미 삼아 이야기하기도 해요. 다들 방송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가 없었다며 모임 자체를 소중하게 여겨요.
우승하면 어디에 썼을 것 같나요?
저는 지금 운영 중인 숍을 더 큰 곳으로 옮기지지 않았을까요?(웃음)
방송에서 끝까지 살아남았다면 어떤 메이크업을 하고 싶나요?
‘DREAMS’ 미션요. 배우 선생님들의 꿈을 메이크업으로 표현하는 미션인 걸로 기억해요. 다른 사람의 꿈을 현실화하는 게 정말 숭고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라운드 준비를 하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혼자 계시게 되었는데요. 배우님들의 연배가 할머니와 비슷하시더라고요. 그 미션을 했더라면 좀 더 몰입해서 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디즈니 협업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연락받았을 때 첫 리액션이 궁금합니다.
이건 스팸이다. 스팸이 이렇게 정성스럽게 올 수가 있나? 연락처가 적혀 있어서 전화를 해봤는데 진짜였던 거죠. 너무 기뻤어요. 평소에 동화적이고 화려한 무드의 메이크업을 좋아해서 언제 한번 디즈니랑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디즈니 관련 메이크업 영상을 올렸는데, 뉴욕 디즈니 본사에서 보고 연락을 주신 거죠. 거의 2년 동안 협업을 했어요.
디즈니 본사와 일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디즈니는 마케팅팀이나 영화팀, 애니메이션팀 등 모든 부서가 확인하고 수정 사항이 없으면 컨펌이 나는 시스템이에요. 룩을 하나 만들고 연락이 언제 오나 노트북이 뚫어져라 기다리다가 7개월 뒤에 업로드한 적도 있어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업물은 ‘크루엘라’인데요. 영화에 나온 깃털 포인트를 더하고 달마시안 무늬를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큐빅으로 표현했어요. 동대문에 가서 부자재를 구입하고 옷도 직접 리폼한 만큼 열정이 담겼기에 제 대표작을 꼽는다면 크루엘라를 말하곤 해요.
요즘 협업하고 싶은 브랜드는 어디인가요?
반짝거리고 글램한 것을 좋아해서 하이 주얼리 브랜드와 일하고 싶어요. 애정을 한가득 담아서 주얼리가 잘 보이게 메이크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의 반 이상을 메이크업과 함께했네요.
열다섯 살부터 시작해서, 열여섯 살에 고객님을 처음 받았어요. 제 인생에서 메이크업을 빼면 정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요. 시체라고 볼 수 있죠.(웃음) 취미를 만들어보려고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모두 실패했어요. 스트레스를 풀 때도 결국 메이크업을 하게 되더라고요.
메이크업을 독학으로 배웠다고요?
2가지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어요. 첫 번째는 아침마다 주제 하나를 정해 그 키워드로 메이크업 레퍼런스를 찾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룩을 만들어보는 훈련이에요. 일주일에 너덧 번은 했어요. 스스로와 경연하며 창의성을 키웠죠. 두 번째는 핀터레스트에서 유니크한 메이크업 룩을 골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이었어요. 메이크업을 따라 한 뒤 사진으로 촬영해서, 원본과 똑같아 보일 때까지 고민하고 시도하며 표현력을 키웠어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원하는 색감과 질감을 정확히 구현하는 능력이 생겼고, 제가 상상한 그대로의 메이크업을 보여줄 수 있게 되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리우만이 할 수 있는 조언이 있을 것 같아요.
저와 나이 차이는 크게 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웃음) 저는 업계에 일찍 발을 들인 편이에요. 그리고 독학으로 시작해서 저만의 길을 가고 있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하고 싶다면 누구 밑으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하기보다는 일단 메이크업을 해보세요. 그 후에 이것이 나의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면 앞으로 나아가세요. 그렇게 경험을 쌓다 보면 기회가 생기거든요. 그리고 주변의 조언을 새겨들어서 꼭 자신의 것으로 만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항상 눈 밑과 볼을 붉게 물들이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 같아요.
‘자려하다’라는 단어를 좋아해요. ‘자연스럽다’와 ‘화려하다’가 합쳐진 말인데, 제 추구미라고 할 수 있죠. 누가 봐도 화려한데 이질감 없이 어우러지는 메이크업이라 즐겨 해요. 제 시그너처 룩이기도 하고요.
숍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나요?
암 투병 후에 완치 판정을 받은 고객님요. 아직 머리카락이나 눈썹이 덜 자란 상태였어요. 메이크업 레슨 예약을 하셨는데,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자신감이 없다는 고민을 털어놓으셨어요. 레슨이 끝나고 자신도 이렇게 예뻐질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주고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줘서 감사하다는 후기를 남겨주셨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단순히 꾸며주는 걸 넘어 사람의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고 싶나요?
‘리우’라는 활동명이 제 본명인 ‘류’에서 따온 것도 있는데, 중국어로 ‘리우’라는 발음이 선물을 뜻하더라고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에게 메이크업으로 기쁨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어요.

오 돌체비타
오현정의 메이크업은 늘 본질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 주제를 해석하고 이야기를 찾아 얼굴 위에 서사와 감정을 쌓는다. 그래서인지 그의 룩은 늘 새롭고 아름답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자리에서 참가자로 나오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어느덧 브랜드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한 지 20년 가까이 되었어요. 매장에서 고객 응대부터 시작해 아티스트, 프로팀, 아티스트를 양성하는 교육자의 자리까지 올랐죠. 브랜드 안에서 성장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단계를 밟아왔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어요. 객관적인 평가를 받고 싶었던 거죠. <저스트 메이크업>은 그런 제게 기회였어요.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는 자리니까요.
회사원이시잖아요. 출연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요?
출연이 성사되기까지 쉽지 않았어요. 글로벌 브랜드인지라 승인받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고, 설득 과정도 필요했어요. 계약도 제가 제일 늦게 했을 거예요. 소속 아티스트가 서바이벌에 참여한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거든요. 그래도 그간 아티스트로서 보여준 퍼포먼스와 제 성장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줬어요.
닉네임 ‘오 돌체비타’에 의미가 있다고 들었어요.
나스에서 가장 유명한 컬러가 ‘돌체비타’예요. 모든 여성에게 어울릴 수 있는 웨어러블한 색. 누구에게나 어울리는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는 제 소신과 닮아 있었죠. 의미도 멋졌어요. ‘달콤한 인생’. 이 일이 매번 달콤한 건 아니지만, 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며 달콤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믿어요.
브랜드 소속이라는 점이 경연에서 장점이기도, 단점이기도 했을 것 같아요.
가장 큰 단점은 브랜드 이미지에 갇혀 보일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참가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나스가 가진 강렬한 이미지가 늘 따라붙더라고요. 반면, 장점도 있었죠. 나스 소속이라는 타이틀이 제 존재감을 더욱 확실하게 만들어줬어요. 좀 더 멋지게 봐주신 것도 같고요.(웃음)
〈저스트 메이크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미션은 무엇이었나요?
‘뉴페이스’ 미션요. 특히 인어 사냥을 모티프로 한 인어 메이크업과 고상우 작가의 ‘카마데누’를 해석한 메이크업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인어 메이크업은 어떤 점에서 특별했나요?
인어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생명체잖아요. 그래서 그 모습을 특정한 이미지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틀을 깨고 싶어 ‘블랙 인어 메이크업’을 시도했죠. 감성, 스토리, 기술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작품이라 짜릿한 쾌감도 느꼈어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준 ‘카마데누’ 메이크업의 탄생 과정이 궁금합니다.
미션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키워드는 ‘모성’이었어요. 소가 지닌 힌두교적 상징이 모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그 모성을 제 방식으로 풀고 싶었고, 제가 실제로 경험한 가장 큰 모성의 존재인 엄마를 모델로 세우기로 결정했어요.
카마데누 메이크업을 설명할 때 억눌렀던 감정이 터진 듯, 울컥해하던 모습이 기억나요.
메이크업을 하는 내내 정말 여러 번 울컥했어요. ‘엄마를 괜히 데려왔다’ ‘오늘 제대로 망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당시 3가지 미션을 동시에 준비해야 해서 충분히 설명을 드리지 못했는데, 룩을 설명하는 시간에야 엄마가 작품의 의미를 처음 아시게 됐거든요. 그 무대 위에서 의미를 깨달으니 더 큰 감동을 받으신 것 같아요.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에는 당신이 너무 늙어 보인다며 저를 타박하셨어요.(웃음)
뷰티와의 접점은 언제 생긴 건가요?
사실 뷰티는 그냥 화장품을 좋아하는 ‘코덕’으로서 즐기는 취미일 뿐이었어요. 직업이 될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죠. 그러다 TV 프로그램을 보다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직업이 실제로 존재하고 얼마나 멋진 커리어가 될 수 있는지 깨닫는 순간이 찾아왔어요. 그때 ‘아, 저거 해야겠다. 나는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고, 27살에 본격적인 도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다른 아티스트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시작했네요. 첫 시작을 브랜드에서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화장품을 정말 좋아했고, 파운더가 있는 브랜드의 철학을 직접 경험하고 싶었죠. 첫 직장은 바비 브라운이었는데,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해도가 깊은 브랜드라 그 안에서 메이크업을 배우고 싶었어요. 이후 나스에서 더 아티스틱하고 깊이 있는 메이크업 세계를 접하며 감각과 기술 모두 성장했다고 느껴요.
프리랜서로 전향할 생각은 없나요?
있죠. 저도 일할 만큼 일했기 때문에.(웃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충분히 생겼을 때 브랜딩을 통해 아틀리에를 만들고 싶어요. 당장 어떤 시기가 정해진 건 아니기에 지금은 브랜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방송에서 카리스마 있고 똑 부러진 이미지로 다가왔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아닌 인간 오현정도 그런가요?
포장이 잘되었어요. 털털하고 통통 튀고, 은근 개그케예요. 학창 시절 학생부에 ‘산만하고 주변에 호기심이 많다’는 문구가 빠진 적이 없어요. 평소에 엄청 덜렁거리거든요. 아까도 후배가 덜렁거린다고 한소리 했어요. 저는 메이크업만 잘해요.(웃음)
미션을 받을 때마다 다른 출연자와는 달리 색다르게 접근하더라고요. 어디서 주로 영감을 얻나요?
오랜 시간 요가를 하면서 사람의 내면과 감정을 바라보는 법을 배웠어요. 제 메이크업 영감도 그 이해에서 시작돼요. 단순히 외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진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고유의 아름다움이 드러날 방향을 찾죠. 전시도 자주 보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작가의 SNS까지 찾아보며 작품의 본질과 메시지를 들여다봐요. ‘본질’을 보려는 습관이 메이크업에도 자연스레 반영되나 봐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꿈나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많이 경험하고 끈기 있게 버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지금은 단시간에 뷰티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시대라 화면 속의 일시적인 재미만 좇을 때가 많은데, 그렇게 해서는 실력이 절대 쌓이지 않아요. 진짜 내공은 사람을 직접 상대하며, 트렌드를 겪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시간 속에서 생기거든요. 결국 그 힘든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진짜 아티스트로서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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