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준 씨 인생 첫 화보를 함께한 기억이 나네요.
맞아요! 벌써 4년이나 되었나요? 너무 소중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다 생각나거든요.
하하,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때요?
그때는 <구경이>가 나오기 전이라 걱정만 많았을 때예요. 올해는 정말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 2>를 찍는 데 제 모든 영혼을 쏟아부었어요.
공개된 시즌 2 스틸 컷을 보니 기대가 더욱 높아져요. 인물에게는 어떤 성장이 있었어요?
시즌 1을 많이 사랑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시즌 1에서 주로 방어를 했다면, 시즌 2에서는 본격적으로 공격에 들어가요. 저도 계속 숨어 있지만은 않고요. 지안이만의 방식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4년 동안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뭐예요?
정말 달라졌어요. 그전보다 좀 더 여유가 생기고, 책임감도 많이 생긴 것 같아요. 올해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 2>를 찍으면서 내가 지금 정신 못 차리면 안 된다는 중압감이 훅 느껴졌어요. 더 재밌게 작업하게 되더라고요. 더 파이팅 넘치게!
그런 변화는 어디서 온 것 같아요?
역할에서 오는 힘도 있을 것이고, 제 책임감도 있겠죠. 다행히 괴로워하기보다 감사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그렇다면 해내야지!’ 해요.
데뷔부터 지금까지의 궤적이 마음에 드나요?
일을 하면서 결과보다 과정에 의의를 두니까 제 삶이 채워지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설령 누가 ‘저 필모는 조금 아쉬운데?’라든지, ‘저 결과는 조금 아쉬운데?’라고 할지라도 저는 그 과정이 너무 행복했거든요. 결과가 부족하더라도 사람을 얻었기에 후회되는 순간은 없어요.
사람을 얻었다는 말이 좋네요.
얻으려고 많이 노력한 것 같아요.(웃음)
얻었다는 건 결국 어디선가 받은 걸 텐데, 혜준 씨는 대신 무엇을 내어주었나요?
사랑.(웃음)
사랑이 많아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누군가에게 즐거움을 주고 누군가를 배려하려고 노력한 것들이 또 그대로 돌아오더라고요.
그 사랑은 어떻게 표현하는 편이에요?
근처에서 얼쩡거려요.(웃음) “선배님, 저 진짜 팬이에요. 그 작품 정말 잘 봤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는 것 같아요.
이제 같은 말을 혜준 씨가 들을 때도 많지 않아요?
오늘 현장에서도 들어서 부끄럽고 감사했어요. 동료 친구들이 “그 영화 봤는데 너무 좋더라” 하면 엄청 고마워요. ‘나도 배우가 된 건가?’ 하는 생각도 가끔 들고요.
진심일 거라고 생각해요. 배우들이 탐낼 만한 작품이 많잖아요. 조금씩 독특한.
으하하! 그런 데에 자꾸 끌리나 봐요. 제 삶이 플랫하다 보니까 그렇게 조금씩 다른 면이 있는 것들을 좋아해요. 로맨스도 그런 작품에 끌리고요. 그런 로코 작품도 해보고 싶어요.
이번에 공개되는 <캐셔로>도 특이하잖아요. ‘짠 내’ 나는 히어로라니.
특이하죠! 저는 그런 ‘짠 내’가 너무 좋았어요. 내가 가진 돈만큼 힘을 쓸 수 있는 히어로인데, 가난하고요. 자꾸 제약이 걸리는 설정이 있는 게 좋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럼에도 돈을 끌어 모아서 일상을 지켜가는 이야기라서 좋았어요.
그중에서 또 혜준 씨는 초능력이 없다면서요?
맞아요. 저는 돈 쓰지 말라고 말리는 여자 친구 민숙! “돈 쓰지 마. 뛰지도 말고!” “만원 써서 이만큼이면 요즘은 사다리차를 부르는 게 더 싸. 시세에 안 맞아!” 현실적인 여자 친구지만 남자 친구 ‘상웅’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줘요. 둘의 믿음과 사랑이 예뻐서, 이 역할에 끌린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거의 처음으로 남친이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대로 된. 살아 있는! 크크크. 전체적인 큰 그림도 봐야겠지만 저는 뭐 하나에 딱 꽂히는 스타일인 것 같거든요. ‘이 설정 재밌을 것 같아!’ 이거 하나에 매료되는 스타일이라 그런 작품에 자꾸 끌려요.
작품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포인트를 찾나요?
지금 생각해봤는데 그런 것 같아요. <캐셔로>의 ‘민숙’이도 그럼에도 상웅이를 믿고, <킬러들의 쇼핑몰>의 ‘지안’이도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려고 고군분투해요.
혜준 씨의 삶에는 어떤 부분인가요?
저는 수줍음이 되게 많고 학창 시절에는 부끄러워서 발표도 잘 못했거든요. 그런데도 연기하는 걸 보면, 좋나 봐요. 연기하는 것도 좋고, 그걸 준비하는 과정도 정말 괴롭지만 잘하고 싶고. 스태프들이랑 머리 싸매고, 한 신을 만들려고 열띤 토론을 하고, 하나하나 레이어를 쌓아가는 게 너무 재미있어서요.
촬영이 계속 이어져서 쉴 틈이 없죠?
재작년에 좀 많이 쉬었다가 지금은 진짜 한 달도 아니고, 1주? 아니다. 한 3일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괜찮아요. 쉬어봤자 집에만 있으니까요.
고양이가 기다리잖아요. 이 바쁜 일정을 이해해주나요?
고양이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착해서 들어오면 잔소리를 조금 하는 정도? “왜 이제 와악!” 이렇게.(웃음)
스스로는 배우 김혜준의 대표작이 뭐라고 생각해요?
우와, 진~짜 어렵다! <킹덤>이나 <킬러들의 쇼핑몰> <구경이>로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제 시작과도 같았던 <미성년>을 정말 좋아해요. 가장 마음에 담아둔 시나리오이기도 하고요. 대표작보다는 제게는 뿌리 같은 거예요. 그때의 시간도 거의 그대로 남아 있어요.
김윤석 감독님이 아주 좋아하겠어요. 경력 초기에 좋은 작품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죠.
정말 감사한 일이에요. ‘뭔가 만들어가는 과정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이구나’를 그때 느꼈고, 그다음에도 계속 아름다움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올해 <킬러들의 쇼핑몰>은 신이 끝났는데도 집에 안 갔어요. 현장이 너무 좋아서 집에 가기가 싫었어요.
현장이 왜 그렇게 좋아요?
현장에서는 ‘혜준아’라고 불리기보다는 ‘지안아’처럼 캐릭터로 불릴 때가 많은데, 그 캐릭터를 제가 너무 사랑하니까 그게 또 재미있나 봐요. 김혜준의 싫은 모습이 있는데, 캐릭터에는 제가 좋아하는, 닮고 싶은 모습이 있어요. 그 사람으로 사는 게 재미있어요. 더 과감해질 수도 있고, 더 용감해질 수도 있고.
현장에서 스태프로 일하는 걸 상상해본 적도 있어요?
일을 하면서 계속 느끼는 건 ‘나는 저 일을 못하겠다’(웃음) 너무 어렵고, 너무 전문적이라서. 저 일이 쉬워 보인다면 그 사람이 그 일을 대단히 잘하고 있는 거거든요.
곧 새해인데, 이럴 때 소원도 빌어요?
달을 보고 소원 비는 걸 좋아해요. 어제가 2025의 마지막 보름달 ‘콜드 슈퍼문’이 뜬 날이었거든요. 어제 폭설을 뚫고 집에 오느라 진짜 피곤했는데, 그런데도 달이 잘 보이는 데로 가서 잔뜩 빌었어요.
소원이 여러 개예요?
그럼요! ‘이 중 하나만 걸려라’ 느낌으로 많이 빌어요. 달님도 지겨워서 들어줄 정도? 대신 지독하게 빌어야 해요. 제 욕망을 가득 담아서!
‘언젠가 로코의 여왕이 되게 해주세요’ 같은 소원은 어때요?
‘로코에 잘 입문하게 해주세요’ 정도면 괜찮은 것 같아요.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다음 보름달 때 빌어볼래요.
보름달, 정말 영험해요?
그래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요? 괜히 정월대보름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초승달보다는 달이 꽉 차 있으니까요. ‘시크릿’ 기법이라고 하잖아요. 믿어야 한대요. 나는 그렇게 될 거라고.
- 포토그래퍼
- 장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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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가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