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과 좋은 기억으로 삶을 채우고 싶다는 파지티브호텔 대표 정형록은 잘 사는 일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한다.


2019년, 올리브오일 캡슐과 함께 웰니스의 새로운 시각을 제안한 ‘파지티브호텔(Positive Hotel)’은 어느덧 웰니스의 중심이 됐다. 밝은 기운을 내뿜는 직원들이 환대로 맞이하는 이곳에서 영양 가득한 스무디를 마시고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다 요가 수업을 들으러 가는 일. 정형록의 웰니스 라이프는 이렇게 펼쳐진다.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파지티브호텔은 어떻게 시작됐나?
책을 읽다 우연히 호텔(Hotel)과 호스피탈(Hospital)의 어원이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로 동일하다는 걸 알았다. 계급이 생기면서 양분된 하나의 개념이 언젠가 다시 합쳐지면 어떨까 싶었다. 아픈 곳을 치료함과 동시에 안락한 환경을 제공하는 거다. 살아감에 있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을 어루만지는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전문 의료인은 아니다 보니 객실 없는 호텔로 시작했다.(웃음)
실제로 독일의 란저호프(Lanserhof)나 그리스의 유포리아 리트리트(Euphoria Retreat) 등 전 세계 웰니스 센터에는 의료 파트가 빠지지 않는다.
아직은 생소할 수 있지만, 파지티브호텔의 경쟁 상대는 미래의 병원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4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정신적 질병이 육체적 질병을 앞선 거다. 약물 치료도 당연히 병행해야 하지만, 정신질환에 있어 가장 필요한 건 주변 사람의 공감과 이해라고 본다. 스스로를 바라보는 일을 넘어 커뮤니티를 통해 좋은 에너지를 지닌 사람들과 어울리고, 환대를 받으면 내면의 긍정적 변화를 이루게 된다.
운동, 식단, 뷰티, 커뮤니티까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다루는 이유 역시 긍정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함인가?
오감의 균형이 잘 잡혀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떤 것 하나에만 치중할 수가 없다. 홀리스틱(Holistic)이라는 전인적 관점이 해외 웰니스에서 중심 키워드가 되는 것처럼 결국 전체주의적 관점이 웰니스의 핵심이다. 개인이 모든 걸 스스로 챙기기는 쉽지 않으니 빠뜨리는 게 없도록 도움을 주는 거다.
균형 잡힌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브랜드와 공간을 꾸릴 때 가장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사람이다. 잘 만든 가구도 있고 좋은 소리와 향, 건강한 맛도 있지만, 좋은 에너지를 풍기는 사람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진짜 이 일을 좋아하고 공감해서 실천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좋은 브랜드, 좋은 공간이 유지된다. 함께하는 코치나 각 파트 담당자와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고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적어주기도 한다.
6년째 한결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를 포함한 팀원 대부분이 몸과 마음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기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일하고 싶은데, 뭔가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이 들고, 어떤 것을 위해 일하는지 미지수인 사람들이 파지티브호텔에서만큼은 그런 고민을 떨쳐버리길 바랐다.
브랜드가 치유와 회복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체감한 순간이 있나?
나부터 달라졌다. 브랜드를 시작하던 때만 해도 커머셜한 전략을 세우기 바빴다. 10년 넘게 회사 생활을 하면서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게 익숙해진 거다. 돌아보면 굉장히 무섭다.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힘들어질 것을 예상하고 그 사회적 변화에 계산적으로 접근한 거니까. 초반 1~2년에는 정해둔 틀 안에서 브랜드를 운영하려다 보니 힘들었다. 그런데 3~4년 차가 되니 공격적이고 이기적이고 계산적이고 감정적이던 내가 진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었다. 브랜드가 내 삶을 바꿨다.
슬로건인 ‘GOOD IN, BAD OUT’은 정형록의 삶과 어떻게 맞닿아 있나?
생활 전반에 걸쳐 있다. 건강한 음식을 찾아 먹고, 적절한 강도의 운동을 꾸준히 한다. 반대로 몸에 무리가 되는 고강도 운동이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한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같이 있을 때 편안한 사람을 많이 만나고, 부정적 에너지를 풍기는 사람은 가급적 멀리한다. 편하다는 건 안전한 것 같다. 가치관이 비슷하고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쉽게 공감하는 것. 삶은 좋은 사람들과 괜찮은 일을 하고 살기에도 짧고 유한하다. 그렇기에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사람이다.
오랜 시간 이어온 요가도 편안하고 안전한 존재인가?
요가는 신체적 움직임을 통해 정신을 수련하는 과정이다. 요가를 만나고 스스로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약 5000년 동안 사라지지 않고 유지된 이유가 궁금해서 한참을 공부했다. 정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시간을 앞당겨주기 때문인 것 같다. 보통 늙어서 몸이 망가지고 경제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을 때부터 인생을 생각하지만, 요가를 하면 젊은 나이에도 인생에 대해 고민할 시간을 얻게 된다.

인생에 대한 고민을 통해 내린 결론은 무엇인가?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자. 누구나 다가올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데, 사람들은 자꾸 망각하거나 회피하려고 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고민해봤다. 우울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가져갈 수 있는 건 오로지 세상을 살면서 쌓은 기억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죽기 전에 삶의 여러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고 하지 않나. 좋은 기억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면 생각보다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된다. 잘하고 좋은 점만 눈에 쏙쏙 들어온다.
좋은 기억을 축적하는 기반은 어떻게 다지나?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특히 아침 시간에는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는다. 출근하면 방에 들어가서 9시부터 12시까지 나가지도 않는다. 가장 개운하고 에너지가 충만한 아침 시간을 온전히 스스로에게 집중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황금 같은 시간이다. 책을 읽거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거다. 주말에는 특별한 루틴이 있다. 토요일 아침은 3~4시간 고강도 운동을 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심장을 매우 빠르게 뛰게 한다. 또 매주 일요일 저녁은 50분 동안 10km를 뛴다. 다가올 일주일을 생각하고, 지나온 일주일을 회고한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에 요가를 한다. 이 프레임은 5년 가까이 깨트린 적이 없다.
정형록의 삶에서 일은 어떤 존재인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이라는 말을 경계한다. 왜 일은 삶으로 치지 않는 걸까?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을 분리하기보다는 조화롭게 블렌딩해야 한다고 본다. 퇴근하고 일을 하라는 말이 아니다. 책임감과 떳떳함으로 자기중심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일 속에 삶을, 삶 속에 일을 녹일 줄 알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를 보거나 요가를 하다가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 순간 일을 한 건지 삶을 산 건지 모호하다. 지금 이 인터뷰도 수다인지 일인지 헷갈린다.(웃음)
종종 떠나는 여행도 일과 블렌딩되어 있나?
여행지를 정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 배울 것이 있는 곳.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으면서 존경할 요소를 갖춘 곳을 찾는다. 작년, 그리스 이드라섬에 다녀왔다. 소방차 한 대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내연기관이 다니지 않는 유일한 섬이라더라. 대신 당나귀가 모든 짐을 지고 다닌다. 어떻게 이런 걸 보존할 수 있는지, 불편하지는 않은지 궁금증도 생기고 빠른 게 항상 좋은 건 아니라는 깨달음도 얻었다. 이번 연휴에 방문하는 로스앤젤레스(LA) 역시 그렇다. 이쿼녹스(Equinox)나 소울사이클(Soul Cycle)처럼 미국의 웰니스 인더스트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LA가 그 중심에 있다. 사람들이 정말 만족하고 이용하는지, 왜 이런 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지 살펴보고 싶다. 거의 출장이나 다름없다.
건강한 삶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어디에서 오나?
삶이 유한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지속 가능해졌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그러지 않으면 의지가 계속 약해지니까 조금 하다 포기하는 걸 반복하게 된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삶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있을 텐데.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걸 기획하는 일은 에너지 소모가 크다. 하지만 그만큼 행복하다. 오늘 아침 인스타그램에서 특이한 글을 발견했다. 내향형과 외향형이 공존하는 성격 유형인 ‘오트로버트(Otrovert)’에 관한 내용인데, 딱 내 성격인 거다. 행복하면서 힘들고,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고,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성향. 그래서인지 항상 긴장감이 가라앉지 않고 피곤했는데, 러닝을 하면서 조금 편안해졌다. 수면의 질도 훨씬 좋아졌고, 공기가 들고 나면서 평온한 상태에 다다를 수 있다. 피곤하니까 운동을 더 해야 하는 거다.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 필요한 건 뭐라고 생각하나?
‘집요함’. 능력(Capability), 집요함(Tolerance), 긍정(Positivity).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있어도 괜찮은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 나의 강점은 집요함이다. 심각하게.(웃음) 집요하다는 게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집요하니까 결과를 내는 게 아닐까? 집요함이 있을 때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는 것 같다. 꼭 돈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사람을 놓치지 않고 붙잡는 일이나 내 생각을 누군가에게 관철하는 것 말이다.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얻어지는 건 없다. ‘행동하는 자’에게 좋은 결과가 따라온다고 믿는다.
- 포토그래퍼
- 오은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