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이 말했다. 2021년은 멋지고 재미있는 해였다고. 그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원 더 우먼>이다.

 

재킷, 팬츠, 슈즈는 모두 살바토레 페레가모(Salvatore Ferragamo).

지난 주말에 <원 더 우먼>이 종영했죠. 막방 때 뭐 했어요? 
집에서 막방을 봤죠.

갑자기 배우는 집에 몇 인치 TV를 두고 있을지 궁금해지네요. 
작년에 좀 좋은 거 샀어요. 몇 년에 한 번씩 TV에 투자하는데 작년에 딱 샀어요. 친구들하고 술 마시면서 볼 수도 있었는데 오늘 촬영 때문에 그냥 집에 있었어요. 금요일 저녁도 토요일 저녁도요.

오늘의 비주얼을 위해서요? 
네, 술을 자제했습니다.(웃음) 그래도 좀 준비한다고 운동도 열심히 했죠.

드라마의 마지막엔 모두가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에 맞춰 춤을 추더라고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실 이하늬 씨의 아이디어였거든요. 우리도 코믹이니까 코믹 영화 엔딩처럼 한번 넣어보면 어떠냐 해서 하게 됐는데 그게 생각보다 일이 커졌어요. ‘우리가 일을 너무 크게 벌인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를 보니까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와중에 거의 춤을 안 춘 사람이 바로 이상윤이었죠. 
춤은 저랑 맞지 않습니다.(웃음)

드라마가 시청률 면에서도 성공했어요. 잘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사실 시청률은 아무도 예상 못하니까 시청률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라는 건 알았어요. 대본이 워낙 재미있어서 대본만큼만 해도 재미있을 텐데, 대본리딩 때 이하늬 씨가 그 이상을 하더라고요. ‘우와, 정말 잘한다. 이거 촬영장 가면 정말 난리 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원 더 우먼>에서 화려함은 이하늬 배우가 맡고 있죠. 당신이 안정적으로 든든하게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어요. <슬램덩크>에 나오는 유명한 비유처럼요. 도미와 무채. 
그렇게 봐주시는 게 되게 고맙더라고요. 조연주(이하늬) 캐릭터에 집중되는 건 당연할 거로 생각했어요. 걱정이 있다면, 저도 제 얘기가 있는데 너무 약하게 느껴지진 않아야 했어요. 약하게 느껴지지 않고 이쪽이 뜨면 다른 쪽은 진지하게 잡아줘서 오히려 밸런스가 맞는 것 같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감사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슬램덩크> 예도 진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서 좋아요. 그 친구(이하늬)가 너무 잘하니까. 그렇게만 해도 충분하죠.

마지막 회를 보니 메시지는 ‘자기다움’이더군요. 이상윤의 자기다움은 뭘까요?
그냥 계속 무언가를 찾는 게 저다운 것 같아요. 어떤 재미일 수도 있고, 자유로움일 수도 있고, 연기일 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그냥 계속 멈춰 있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건 별로 재미없어 해요.

니트 톱과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작품마다 목표를 세우는 편인가요?
목표라기보다 하고자 하는 것들이 있죠.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건 아니지만 작품을 선택하게 되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마음은 늘 있어요. 제가 사실 모든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저에게 주어진 것 중에 뭔가를 택한다면 거기에 어느 정도 의미가 있어서 택해요.

이번엔 뭘 이루고 싶었어요?
이번 작품은 작년에 연극을 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연기에 접목한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걸 통해 이게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다는 걸 깨달았죠. 우리 소속사와 합의하고 이 작품을 선택했거든요. 전작 <VIP>에서 워낙 나쁜 놈을 맡았으니 다시 이미지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대표님의 강한 의지가 있었어요. 다 이룬 것 같아요. 저는 전자가 더 좋았어요. 제가 해보고 싶었던 거니까요.

하하. 기억나네요. <VIP>의 박성준은 시청자가 싫어하는 캐릭터였죠. 아내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만났으니까요. 
<VIP>도 정말 애정하는 작품이에요. 함께하는 배우들이 각각 잘했고 합도 잘 맞았죠.

연극 <라스트 세션> 이야기를 해보면, 연극 무대는 아무래도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들이 애정을 가지고 하는 편이죠. 드라마나 영화를 주로 하는 배우들에게 연극은 선택의 문제잖아요. 왜 연극 무대에 올랐어요?
맞는 얘기예요. 생각해보면 지금 그런 걸 통해 깨지고 더 성장하지 않으면 어차피 지금 가진 만큼만 나오겠죠. 그러면 어느 순간에는 이 모습이 여기를 다 채우질 못하니까 부끄러울 수 있거든요. 연극은 편집할 수 없지만 대신 드라마나 영화는 기록이 남잖아요. 무대에서 창피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걸 이겨내고 해내서 그 안에 뭔가 채워진다면 영상으로 돌아왔을 때 더 좋은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예전부터 무대가 에너지를 더 얻고 내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어요. 처음 작품을 같이 했던 선배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그 선배들이 무대를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느꼈거든요. 감사하게도 기회가 왔던 거죠. 그래서 선택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원하는 에너지를 얻었어요? 
정말 좋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진짜로. 사람도, 경험도, 무대에서의 경험뿐만 아니라 준비하는 경험도 다 새로웠어요. 물론 영화나 드라마 작품을 할 때도 대본 하나를 갖고 캐릭터를 만들어서 끊임없이 연구하면서 그 신을 연습하고 나서 들어가지만, 연극만큼 반복적으로 하고 들어가지는 못하거든요. 두 달 동안 무대에 올리는 동안 거의 40, 50번 반복 촬영을 하는 거예요. 그 반복의 경험이 정말 많은 걸 가져다줬어요.

연극은 어떻게 달랐나요? 
계속하니까 또 새로운 게 나오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해보지 않은 희한한 호흡으로 대사를 쳐본 적도 있어요.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연극 무대를 통해서 온 선배들이 어떻게 다 뛰어난 연기를 보이는지 궁금했거든요. 무대에서 끊임없이 보낸 시간이 그들에게는 있으니까 가능한 거였더라고요. 그래서 끊임없이 여기 무대에 와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눈이 막 반짝반짝하는 걸 보면, 연극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신선했죠. 올겨울에 또 해요. 새 작품을 제안받아서 그걸 하려고 했는데, 신구 선생님께서 한 번 더 하는 게 어떠냐고 하셔서, <라스트 세션>을 한 번 더 하고 그 다음에 새 작품을 하기로 했어요.

그러고 보니 신인 때부터 대선배님들의 예쁨을 많이 받았잖아요. 비결이 있어요? 
제가 그랬나요?(웃음)

또 선배가 되면 과거 자신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잖아요. 당신은 어떤 후배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 한 선배가 잘하든가 아니면 착하든가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그러셨거든요. 잘할 수는 없었기에 착하게 살자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그런 게 도움이 됐나 봐요.

그러고 보니 20여 년간 사건 사고도 거의 없이 배우 활동을 이어왔네요. 
겁이 많아서 그래요. 근데 가끔 배우로서는, 위험하지만 가끔은 그런 것을 깨는 태도나 돌발적인 면들에 사람들은 매력을 느끼기도 하잖아요. 배우는 어쨌든 관객이든 시청자든 사람들이 매력을 느껴야 하는데 뭔가 돌발적인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가끔은 들어요.

역시 사람은 다 자기한테 없는 것을 부러워하네요. 다른 얘기를 해보면, 어떤 작품을 하든 여성 배우와 호흡이 좋은 것 같아요. 
잘 맞춰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친하게 지낼수록 재미있는 작업이 되니까 많이 친해지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서로 연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편하고 연기할 때도 편해지니까요. 이건 여성 배우뿐 아니라 모든 배우가 마찬가지지만요. 모두와 잘 지내려고 노력하죠.

껄끄러운 사람이 있어도 티를 내지 않죠? 
제 나름은 그렇죠. 주변 사람들이 눈치를 채는지는 모르겠어요. 이쪽 생활하면서 생긴 처세술 같은 건데, 저는 사람들이 눈치를 못 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눈치를 채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그런 저를 처음부터 간파했다고 말한 유일한 사람은 감독님인데, 지금은 정말 친한 형이에요.

톱은 YCH.

 

재킷은 느와르 라르메스(Noir Larmes). 톱과 슈즈는 골든구스(Golden Goose). 팬츠는 에잇 바이 육스.

* 전체 인터뷰와 화보는 <얼루어 코리아> 12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