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으로 탑재된 하이 주얼리 컬렉션 클라스

2025.09.13최정윤

수준 높은 AI가 등장할지라도, 능숙한 마스터의 손맛을 쉽게 흉내 낼 수는 없을 터. 지금 하이 주얼리 컬렉션의 진정한 가치는 다양한 주제 속 ‘장인정신’으로 집결된다.

GOLDEN ERA

‘미라주’ 네크리스는 메시카(Messika).
세공 중인 ‘블라스트 스파이럴’ 링은 레포시(Repossi).
세공 중인 ‘블라스트’ 네크리스는 레포시.

길들여지지 않은 아름다움 속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의미를 곱씹어볼 시간. 장인의 손길로 하여금 한층 대담해진 골드 주얼리는 붉게 타오르는 대지처럼 강렬한 에너지를 내뿜고, 정교한 그래픽으로 조각한 빛의 흐름이 해방된 스타일을 향한 창조적 선언으로 부각된다. 먼저 아프리카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나미비아를 탐험한 아트 디렉터 발레리 메시카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메시카의 ‘떼흐 데땅스띡(Terres d’Instinct)’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살펴보자. 느리게 흐르는 사막 모래언덕의 부드러운 곡선을 브러시드 골드와 다이아몬드 파베 세팅 위에 물결치듯 표현한 ‘미라주(Mirage)’ 네크리스, 사자의 발톱에 찢긴 듯 과감한 인컷을 새기고 그 사이를 따라 다이아몬드빛이 스며들게 한 ‘포브(Fauve)’ 네크리스 등 야성의 본능을 표현한 시그너처 피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방돔 광장의 장인정신을 기반으로 금과 빛을 조형하는 레포시의 경우에는 고대와 현대, 동서양을 아우르는 ‘블라스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을 선보였다. 마사이족, 인도네시아 원주민의 전통 장신구와 시작과 끝이 없는 원을 의미하는 ‘엔소(円相)’ 개념을 새로이 정립한 이번 컬렉션에도 무한히 교차하는 금실 위로 떠다니는 다이아몬드가 등장했다. 특히 세심한 수작업 공정을 거친 ‘플라스트롱(Plastron)’ 네크리스는 6.77캐럿의 페어 컷 다이아몬드와 총 4.05캐럿, 720개의 파베 세팅 다이아몬드가 정교하게 세팅돼 눈길을 끈다. 이 밖에 포페의 ‘파노라마(Panorama)’ 컬렉션은 아이코닉한 ‘플렉스잇’ 기술을, 마르코 비체고의 ‘마라케시(Marrakech)’ 네크리스는 독점적인 ‘코일’ 수공예 기법을 적용해 하이 주얼리 피스를 소개한다. 모두 골드 소재를 리본 패브릭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새로운 차원의 착용감을 선사한다.


GRAND TOUR

‘사보아’ 네크리스와 이어링은 루이 비통(Louis Vuitton).
‘돌체 스틸 노보’ 네크리스는 다미아니(Damiani).
‘폴리크로마’ 퍼퓸 컬렉션은 불가리(Bvlgari).

전 세계 곳곳의 예술적·건축적 요소가 혼합된 풍부한 문화적 태피스트리가 하이 주얼리 작품에서 구현될 때. 색이 언어가 되고, 움직임이 표현이 되는 눈부신 축제가 시작된다. 모든 각도에서 다채로운 빛을 띠는 프리즘처럼 진귀한 젬스톤이 장인의 숨결을 부여받아 어느 때보다 경계 없는 장관을 펼치기에. 불가리는 ‘폴리크로마(Polychroma)’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서 영원의 도시 로마와 다양성의 풍요로움을 기념한다. 대표적으로 천상의 별자리와 로마의 스카이라인을 정의하는 돔형 건축물을 감상 후 디자인한 ‘불가리 코스믹 볼트’ 네크리스는 벨벳의 질감을 만들어내는 123.35캐럿의 설탕 덩어리 모양 스리랑카 슈가로프 컷 사파이어를 세팅했고, 어두운 로마의 밤을 반딧불이로 밝히는 모습을 묘사한 ‘노테 스텔라타 디바’ 워치는 카보숑 컷과 같은 돔 모양의 다이얼로 섬세함을 부각했다.

이번 컬렉션에만 무려 60점의 초고가 밀리언달러 피스를 포함시킨 불가리는 주얼리 백, 아이웨어와 향수까지 라인업을 확장한다. 이국적인 가죽 가방과 무라노 장인의 손길로 하나하나 제작한 향수병에는 펜던트로도 활용 가능한 위엄 있는 주얼리 클로저를 매치했고, 움직이는 골드 비즈와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등을 조합해 주문 제작 가능한 선글라스는 새 시대의 캔버스로 주목받는다. 한편 다미아니는 성 베드로 대성당, 판테온 돔과 같은 이탈리아의 상징적 랜드마크가 부여하는 감정과 감각을 ‘오드 올 이탈리아(Ode all’Italia)’ 하이 주얼리 컬렉션에 담아냈다. 다채로운 컬러 젬스톤과 기하학적 커팅으로 정교하게 빚은 마스터피스가 인도하는 경이로운 여정에 함께해보길. 한편 루이 비통은 거장의 세계와 창의성의 세계를 오가는 ‘버츄어시티(Virtuosity)’ 하이 주얼리 컬렉션으로 유니크 피스 110점을 소개한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려 마침내 완성한 건축물처럼 하우스의 상징적인 다미에 패턴을 활용한 건축적 구조의 스톤 노하우가 더없이 정교하고 웅장하다.


SHAPES OF ART

메종의 새로운 금세공 기술을 접목한 ‘플로잉 커브스’ 네크리스는 피아제(Piaget).
세공 중인 ‘1963’ 네크리스는 그라프(Graff).

문화적 격변기라 불리는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살바도르 달리, 아르망, 앤디 워홀이 이브 피아제를 중심으로 한 사교 모임 ‘피아제 소사이어티’에서 머리를 맞댄 채 치열하게, 때로는 유유자적 예술과 문화 그리고 사회적 문제를 논하던 시절. 피아제 ‘셰이프 오브 엑스트라레간자(Shapes of Extraleganza)’ 하이 주얼리 컬렉션은 이들 예술가와 맺은 찬란한 협업의 순간을 기리며 하이 주얼리 피스 51점을 소개한다. 오색찬란한 젬스톤은 뜨겁고도 욕심나는 예술가의 열정이 깃들어 입는 예술로서, 현대적 문화 가치로 또 한 번 진화하고, 지그재그, 물결무늬, 원이 서로 맞물리고 포개어지며 경쾌하게 뒤섞이는 형태의 유희로서 장인정신의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고정관념을 깨트린다. 물론 팝아트와 옵아트부터 1970년대 패션을 수놓은 사이키델릭 소용돌이 패턴까지 아우르며 메종의 세공 기법과 소재를 자유롭게 결합했다.

대표적으로 화이트 골드 위에 진귀한 블랙 오팔을 세팅한 ‘플로잉 커브스(Flowing Curves)’ 컬렉션은 직접 망치질하는 기법을 선택해 풍부한 질감을 살렸으며, 고도의 기술을 집약한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칼레이도스코프 라이트(Kaleidoscope Lights)’ 컬렉션은 직선 모자이크 패턴을 강조하고자 두께가 서로 다른 곡선 스톤을 세밀히 배열해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라프 역시 지난 7월 파리 ‘오트쿠튀르 위크’에서 하우스가 설립된 시대이자 다이아몬드 예술의 문이 열린 1960년대를 예찬하며, 네크리스, 브레이슬릿, 이어링 구성의 ‘1963’ 하이 주얼리 세트를 선보였다. 총 7790개의 오벌, 바게트, 라운드 컷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으며, 그 무게는 129캐럿을 상회한다. 마스터 장인의 세심한 손길로 세팅한 다이아몬드 라인은 중심부를 감싸는 여러 개의 타원을 통해 무한한 곡선을 그리며 몽환적인 리듬감을 선사하고, 가장자리의 바게트 컷 다이아몬드로 대조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은밀히 세팅해 심미안이 뛰어난 자만이 발견할 수 있는 라운드 파베 에메랄드를 살필 즈음이면 미래를 향한 활력으로 힘차게 뛰던 과거의 감성을 오롯이 흡수할 수 있을 테다.


NATURAL CYCLE 

‘임퍼머넌스’ 컬렉션의 ‘나비’ 숄더 브로치는 부쉐론(Boucheron).
‘매그놀리아 그랑디플로라’ 네크리스는 쇼메(Chaumet). 
‘임퍼머넌스’ 컬렉션의 ‘엉겅퀴’ 크로스보디 주얼리는 부쉐론.

그간 수없이 재발견되며 영감의 원천이 된 자연, 이제 찰나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피고 지며 순환하는 생명의 본질로서 바라보며 보호할 때다. 이를 위해 부쉐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클레어 슈완은 ‘까르뜨 블랑슈’의 새 컬렉션 ‘임퍼머넌스(Impermanence)’를 통해 점차 소멸하는 자연의 흐름을 표현했다. 제작하는 데 무려 1만8000시간이 걸린 하이 주얼리 피스 28점은 가장 밝은 ‘컴포지션 n°6’부터 가장 어두운 ‘컴포지션 n°1’까지 6개의 조형물로 구성하며, 금방 부서져버리는 순간을 영원히 새기고 싶었던 욕망은 빛이 어둠으로 전환되는 환상적인 비주얼로 전개된다. 무엇보다 실제 자연을 마주한 듯 살아 움직이는 주얼리를 탄생시키기 위해 기술과 소재에 있어 창조적 한계를 두지 않은 점이 독특하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하이 주얼리 업계에서 최초로 식물성 레진을 활용한 초고해상도 3D 프린트 기술을 접목했다는 사실.

이를 통해 장인들은 비교 불가 수준의 디테일을 완성할 수 있었고, 금속 구조 없이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곧 ‘쿠튀르 세팅’이라는 신기술을 고안해 다이아몬드를 ‘엉겅퀴’ 꽃 내부의 세포처럼 생긴 공간에 실로 꿰어 고정하기에 이르렀다. 그뿐 아니라 꽃송이 100개로 표현한 ‘위스테리아’는 세라믹, 티타늄, 알루미늄 등 경량 소재를 사용해 무게 150g의 가볍지만 견고한 작품으로 완성했고, 붓과 유사한 섬유를 이용해 사실적으로 재현한 ‘애벌레’의 잔잔한 털, 매트 블랙 티타늄으로 제작한 ‘양귀비’에는 99.965%의 빛을 흡수하는 반타블랙® 코팅을 입혀 무(無)로 사라지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줬다. 한편 쇼메의 새로운 하이 주얼리 컬렉션 ‘주얼스 바이 네이처(Jewels by Nature)’에서는 자연의 영원함, 찰나 그리고 부활이라는 3가지 개념으로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한다. 메종의 골드 세공 전통을 이어받은 방돔 광장의 장인 12명의 손끝에서 생명의 연결을 상징하는 벌이 탄생한 순간. 겸허한 들꽃과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식물, 짧은 순간 피어나는 위태로운 꽃, 조세핀 황후가 사랑한 4가지 식물까지 총 54피스의 섬세한 파뤼르로 재탄생해 245년 전부터 자연과 존중 어린 관계를 맺어온 메종의 철학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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