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얻을 수는 없는 그것, ‘디톡스’. 새해의 활기찬 시작을 위해 지금 생각해야 할 디톡스 3가지에 대하여.
1월 1일, 처음 듣는 음악이 그해의 주제가 된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일이든 스타트를 어떻게 끊느냐가 관건임은 모두가 익히 아는바. ‘디톡스(Detox)’는 ‘Detoxification’의 준말로, 체내 축적된 독소를 빼내고 정화하는 대체의학적 제독 요법을 뜻한다. 주로 뭔가를 줄이고 덜어낼 때 등장하는 디톡스는 식생활뿐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여러 사회적 현상에 적용된다. 작년보다 나은 새해를 위해 멘탈, 디지털, 푸드 세 종류의 디톡스를 탐구했다.
‘멘탈 디톡스’로 향하는 방법
갖은 스트레스와 자기 비난, 불안, 분노, 상대적 박탈감 같은 부정적 감정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쌓여 우리를 무기력이라는 수렁에 빠지게 한다. 해가 바뀌는 시기가 되면 잠시나마 힘차고 가뿐한 마음을 먹기로 다짐하거나 새로운 목표를 빼곡히 써 내려가며 불과 어제까지 느낀 슬픔과 억울함, 분노를 훌훌 털어버릴 결심을 한다. 이렇듯 새해는 지나온 과거를 말끔히 지우고 더 나은 나를 세우는 시기지만, 실상은 다르다. 어제 느낀 괴로움은 오늘도 여전하고, 그간 해온 걱정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심지어 다가오는 새해를 위해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짐처럼 여겨져 방치된 감정이 악화할 때도 있다. 지나온 부정을 웃음 뒤로 몽땅 숨겨야 할 것만 같은 새해, 깊어지는 감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건강한 마음을 확립하는 ‘멘탈 디톡스’로 향하는 방법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진원에게 물었다.
최근 번아웃증후군 이전 단계, 즉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기 전 단계를 뜻하는 신조어 ‘토스트아웃’이 생겼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느끼는 이런 증상의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무기력은 의욕 저하, 피로감, 집중력 저하 등 일련의 증상이 나타난 상태를 뜻한다. 내분비계 문제, 대사 장애, 감염성 질환, 소모성 질환 같은 여러 신체적 질환이 요인이 되기도 하고,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나 수면 장애, 약물 관련 장애 등 정신건강의학적 장애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이 무기력의 주요 모델이다. 피하거나 극복할 수 없는 부정적 상황이나 감정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점차 어떤 시도나 노력이 결과를 바꿀 수 없다고 여기는 상태를 가리킨다.
팬데믹 이후, 많은 이들이 ‘집단 무기력’을 하나의 사회현상처럼 느낀다고 한다. 정신건강의학적 측면에서 바라보는 ‘집단 무기력’의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
‘집단 무기력’을 사회 전체 또는 특정 집단 내 벌어진 광범위한 무기력이라고 이해한다면 그 명확한 원인과 해결책의 실마리는 웰빙(Well-Being)과 긍정 심리 전문가의 연구에서 찾을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국가를 포함한 특정 집단 속 개인의 나은 삶을 결정하는 중요 요소는 긍정 정서, 몰입과 흥미, 의미와 목적, 자존감, 낙관성, 회복력, 활력, 자기 결정 능력, 긍정 관계 등이다. 만일 이런 요소의 일부가 집단적으로 심각하게 훼손되면 ‘집단 무기력’이 발생할 수 있다. 팬데믹 같은 보건 재난뿐 아니라 현재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도 구성원 개개인의 중요 요소를 공통적으로 손상시킨다.
부정적 감정이 야기한 무력감을 확인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상 활동이나 취미에 대한 흥미가 줄었거나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우울감이나 불안감을 자주 느끼는 경우, 또는 두통과 근육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 불편함이 있거나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있는 경우, 친구나 가족과의 교류를 피하고, 간단한 일상적 일조차 힘들게 느끼는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지속된다면 병적 무기력에 대한 내과적·정신건강의학적 검사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런 증상을 오래 방치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나?
증상의 원인은 다양하기에 때로는 신체적 질환이 더 치료하기 어려운 상태로 나빠질 때도 있고, 우울증 등의 정서 장애로 악화해 향후 호전되더라도 쉽게 재발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활기와 의욕 가득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다. 이에 대한 강박은 질투심, 열등감, 걱정, 불안, 외로움, 상실감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과 스트레스로 가득한 우리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부정적 기분이나 감정이 늘 부정적 기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기분과 감정은 매 순간 달라지는 상황에 최대치로 적응하고 대처하기 위한 시간, 노력, 자원, 위험 감수 등의 투자를 재분배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우리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 의해 요동치지 않고 고요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한 새 목표를 추구할 준비를 마친 상태가 된다.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정신적·감정적 요소를 덜어내고 의욕을 되찾는 ‘멘탈 디톡스’에 이르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본적인 생활 습관 교정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삶 속에 존재하는 여러 요소 중 나를 행복과 건강으로 이끌어주는 것과 자신을 고갈하고 지치게 하는 것을 적어보길 추천한다. 리스트가 완성되었다면 계획적으로 하나씩 제거하자. 그 과정에서 스스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인지, 적응할 수 있는 상황인지, 변화시킬 수 있는 상황인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상황을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시도 역시 필요하다. 명상과 단전호흡, 이완훈련 같은 휴식과 환기를 꾸준히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좋다. 균형 잡힌 영양 공급이 가능한 규칙적이고 건강한 식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럼에도 증상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약물요법, 심리 상담을 포함해 부정적 감정 호전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한다.
우울증의 치료 방법인 ‘행동활성화’를 통해서 부정적 감정을 관리하기도 하나?
‘행동활성화’는 우울증 같은 기분 장애의 치료를 위한 행동요법 중 하나다. 긍정적이고 즐거운 행동에 환자가 단계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해 우울증을 개선한다. 약물치료에 비할 정도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다.
고통스러운 감정에서 무조건적으로 벗어나려고 애쓰는 것을 정신건강의학적 시각에서는 올바른 선택이라고 보나?
괴로움을 무조건 피하려고만 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탐구하고, 때로는 그 감정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을 특정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특별한 상태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쉽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슬픔은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고 정신적 활동과 신체적 활동의 속도를 늦추며 스스로에게 문제가 있음을 시사할 때가 있다. 분노는 에너지를 발동해 근육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고, 수치심이나 걱정은 개인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자신의 책임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감정과 기분이 과해져 역기능이 우려될 때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신체적 통증처럼 모든 감정과 기분은 적응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긍정을 위한 과한 노력이 화를 불러오기도 하나?
무조건적 긍정은 현실을 직시하고 냉정한 판단을 내리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긍정적 감정이 지나친 상태를 ‘조증’이라 하는데, 이는 질환으로 분류되며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어떤 감정도 적당해야 알맞다. 부정 역시 필요한 감정이다. 때로는 가라앉은 기분이 우리가 멈춰야 할 때를 일러주기도 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생각의 반추는 난관을 헤쳐가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부정적 감정에 잠식당한 마음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강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에는 뭐가 있을까?
긍정 심리학에서는 긍정적 정서를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한다. 만족과 안도, 성취감 등은 과거에 관한 것이고, 기쁨과 평온함, 열의, 몰입 등은 현재에 관한 것이며, 낙관과 희망, 신뢰 등은 미래에 관한 것이다. 과거부터 쌓여온 부정적 정서를 긍정적 정서로 바꾸는 방법에는 감사, 용서, 망각이 있고 이는 감사일기 쓰기 등과 같은 형태로 발현된다. 한편, 미래에 대한 낙관성을 키우려면 스스로 가진 비관적 생각을 직시하고 반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ABCDE 방법’이 제시된다. 불행한 사건을 기록하는 A, 그 사건을 당연하게 여기는 믿음을 기록하는 B, 그 왜곡된 믿음을 바탕으로 내린 잘못된 결론을 기록하는 C, 그 믿음에 대한 반박을 기록하는 D, 정확한 반박으로 얻은 활력을 기록한 E, 5가지 단계의 실천을 통해 본인의 믿음은 그저 하나의 생각일 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새해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할 때 마음의 부담을 덜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갖는 게 좋을까?
긍정 심리학, 행복 심리학, 에너지 심리학의 근간을 이루는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의 기본 전제 중 ‘실패란 없다. 다만 피드백만 있을 뿐이다’라는 말을 되새기자. 여유로움 역시 늘 지녀야 한다. 프랑스 약사 에밀 쿠에(Emile Coue)의 자기 암시 수행법도 도움이 된다. 매일 아침저녁에 눈을 감고 성공을 위한 주문을 20번 반복하자. ‘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고.
SELF CARE
- 일상의 스트레스를 1차적으로 조절하는 데는 뇌신경 중 하나인 미주신경이 핵심으로 작용한다. 미주신경을 활성화하는 아래와 같은 습관을 들여보는 것이 좋다.
- 하루 2회 가글링 아침·저녁 양치질을 할 때 시행한다.
- 하루 2회 허밍 호흡을 최대한 길게 하면서 ‘음’ 하고 목구멍에서 소리를 낸다.
- 하루 3회 심호흡 식사 전 3~5분간 조용한 장소에서 심호흡한다.
- 하루 3회 햇볕 보기 해가 뜰 때, 쨍쨍할 때, 지기 전 5분 이상 몸을 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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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레이터
- 신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