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처럼 여행하기’가 새로운 로망이자 대안이 되는 시대. 오사카와 교토를 뛰어넘어 처음 만나는 일본 소도시를 찾았다. 

옛 모습을 간직한 어촌 마을 이네.

1300년 역사를 품은 온천 휴양지 키노사키.

모토이세 코노 신사의 고즈넉한 풍경.

작은 접시가 특징인 이즈시 명물 소바.

여러 번 와본 간사이 공항이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오사카, 교토, 나라가 아닌 아마노하시다테, 이네, 칸나베 고원, 키노사키 온천지 같은 낯선 곳이 목적지였기 때문이다. 공항에 내려 하루카 대신 버스를 탔고, 곧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팬데믹 이후 다시 돌아온 일본 여행은 엔저 현상과 더불어 돌풍이 됐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의 반이 일본에 있다고 할 정도. 올 1월부터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외국인 방문자 1737만 명 가운데 한국인 방문자가 489만 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도쿄, 오사카, 교토 등도 익숙한 도시가 됐다. 전 세계적으로 해외여행이 급증하며 ‘오버투어리즘’ 문제도 되살아났다. 작년 가을 방문한 교토와 올여름 방문한 교토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테라마치나 기온에서는 오가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치지 않고 걷기가 힘들 정도. 이렇다면 서울, 부산과 다를 게 뭐람. 도심에서 벗어나 한적한 소도시로 향하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고민은 여행자에게만 있지 않다. 대도시로 사람이 몰리는 대신 소도시는 점점 축소되기 때문이다. “도쿄 같은 대도시에는 많은 사람과 돈, 기회가 모이는 반면, 시골의 작은 마을은 힘을 잃고 있습니다. 이를 바꾸기 위해 일본 정부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의 프로젝트 매니저 마사히로 타구치(Masahiro Taguchi)의 말이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국도변 일부 토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지역 주민과 여행자를 위해 현지에서 재배한 채소, 과일, 해산물을 판매하게 됐다. 지역 명물 음식을 소개하는 식당도 열었다. ‘미치노에키 프로젝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미치노에키는 ‘길가 정거장’이라는 뜻이다. 정거장 옆에 자연스럽게 호텔도 생겨났다. 세키스이 하우스라는 주택 회사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곳곳에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를 짓기 시작해, 현재 일본 전역에 29개가 있다. 다시 말해 일본에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를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미치노에키와 작은 도시, 마을을 만나게 된다. 이는 ‘지속가능한 여행’을 실천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도시를 떠나 작은 마을로!

 

지역을 소개하는 책과 사진으로 장식된 호텔 로비.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호텔의 객실.

다양한 지역 특산물을 만날 수 있는 미치노에키.

산과 바다로 향하는 정거장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교토 아마노하시다테(Fairfield by Marriott Kyoto Amanohashidate)와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효고 타지마 야부(Fairfield by Marriott Hyogo Tajima Yabu)에 머물며 교토와 효고 지역의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로 향했다. 2020년에 오픈한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교토 아마노하시다테는 교토 지역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가 아는 교토 시내와는 차로 3시간 이상 떨어진 완전히 다른 지역이다. 미야즈 베이만의 바다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아담한 작은 마을에 위치한 호텔은 옛 어촌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이네와 일본 3대 절경으로 불리는 아마노하시다테로 향하는 정거장으로 딱 좋다. 숙박객 대부분도 아마노하시다테를 방문하려는 사람들. 몬즈산 정상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아마노하시다테를 거꾸로 내려다보면 마치 용이 승천하는 것 같다고. 아름답기로 유명하지만 가는 길이 멀고 먼 이네 역시 이곳에서는 가깝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목조 가옥과 계류장으로 잘 알려진 이네를 제대로 보려면 유람선을 타야 한다. 유람선을 따라다니는 갈매기에게 간식을 던져주었다. 

효고의 숨은 마을을 찾기 위해선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 효고 타지마 야부에 머물 것. 이즈시를 둘러보거나, 칸나베 고원을 트레킹하거나, 키노사키 온천을 즐기기 좋은 위치다. 이즈시는 이즈시성으로 유명한, 효고의 ‘리틀 교토’로 불리는 작은 마을이다. 도자기로도 유명해 작은 자기를 구입할 수도 있다.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천천히 들고 산책하는 재미가 있다. 키노사키 온천 마을에서는 시간을 넉넉히 두고 방문하길 권한다. 효고현 북단 키노사키 온천 마을은 1300여 년 전부터 성업한 오래된 온천 휴양지다. 온천 마을의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이곳에 도착했다면, 성업 중인 온천 위치 7곳과 안내문이 세심하게 적힌 ‘온천 지도’부터 손에 넣어야 한다. 1회권 또는 당일권을 사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으며, 당일권을 구입하면 하루 동안 온천 7곳이 모두 무료다. 유카타를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얼굴도 온천물에 익어 말갛다. 온천을 하지 않더라도 곳곳에 무료 족욕탕과 찻집, 간식 가게가 즐비하고 오래된 료칸과 기념품점도 만날 수 있다. 이 중 300년이 넘었다는 온천을 방문했다. 노천탕에서 산을 바라보며 휴식하는 기분이란! 온천을 마친 후 병에 담긴 카페라테를 사서 마셨다. 우리가 목욕 후 바나나우유를 마시듯, 일본인은 카페라테를 마신다고. 

 

계절로 차린 만찬 

일본의 페어필드 바이 메리어트에는 레스토랑이 없다. 호텔에 머무는 대신 지역 사람과 미치노에키 휴게소, 식당을 만나보라는 취지다. 미리 주문하면 아침 식사로 정성껏 도시락을 준비해준다. 호텔의 미니 마트인 ‘마켓 플레이스’ 코너를 이용하거나 근처 미치노에키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미치노에키마다 기념품과 과자는 물론, 바로 구입해 먹을 수 있는 음식, 지역 특산물을 판매해 구경하는 재미,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120년 된 식초 양조장에서 운영하는 ‘아세토(Aceto)’는 호텔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다. 미치노에키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과일 식초를 만든 회사다. 멋진 정원을 바라보며 일본식 터치가 더해진 이탈리아 음식을 맛보았다. 과일 식초로 만든 에이드는 상큼한 맛이 일품이라, 한 병 사둘 걸 후회했다. 마을에 숨어 있는 장인을 찾을 수도 있다. 1832년 문을 연 ‘하쿠레이 사케’ 양조장에 들렀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달콤한 누룩 냄새가 났다. 사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들으며 다양한 사케를 비교 시음할 수 있다. 이곳의 사케 역시 지역 미치노에키에서 만날 수 있다. 호텔 바로 앞에 위치한 타지마 지역의 미치노에키 요카 타지마 노 쿠라(Michi-no-Eki Yoka Tajima no Kura)는 여행자를 위한 족욕탕까지 갖췄다. 현지 농부들이 매일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배달하고 있었다. 효고는 ‘고베 소고기’로 유명한 지역이지만, 지역 주민은 ‘타지마 소고기’를 으뜸으로 친다고. 그랜드 셰프(Grand Chef)는 지역 특산물인 타지마 소고기를 듬뿍 맛볼 수 있는 테판야키 식당이다. 백발의 셰프가 현란한 솜씨로 선보이는 테판야키 요리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다음 날에는 이즈시 지역의 명물인 ‘이즈시 소바’를 즐기기 위해 소바도코로 이즈시조(Sobadokoro Izushijo)로 향했다. 작은 접시에 조금씩 담겨 나오는 소바가 특징으로, 몇 접시까지 먹을 수 있을지 경쟁하곤 한다고. 언뜻 작아 보이지만 금세 배가 찬다. 오하시(Ohashi)는 패기 있는 젊은 셰프가 지역 생산자와 협력하며 그때그때 새로운 메뉴를 선보이는 레스토랑이다. 곳곳을 쏘다녔지만 어디나 한가로웠다. 번잡한 여행지를 벗어나 작은 마을에서 머물고, 먹고 마시는 사이 새로운 경험과 추억이 가득 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