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분다. 이번 주말에는 책을 읽어야겠다. 

 1 <재생의 부엌>

다른 나라, 다른 언어 속에 살수록 스스로 돌보는 일을 소홀히 할 수 없다. 도쿄에서 13년째 살고 있는 디자이너이자 일인 생활자 오토나쿨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어김없이 부엌에 선다. 2021년부터 2023년 봄까지 ‘도쿄 일인 생활/스토리’라는 제목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발행된 글 110편과 플레이리스트 100개 중 25편을 실었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레시피를 사진과 글로 담았다. 오토나쿨 지음, 유선사

 

 2 <또 못 버린 물건들>

은희경이 12년 만에 낸 에세이는 모든 맥시멀리스트를 위한 변명이다. 아까워서 못 버리고, 추억이 있어서 못 버린다. 기능이 다하더라도 함께한 시간이 선명하기에 떠나보낼 수 없는 물건에 대한 에세이 24편을 묶었다. 우산과 달력, 구둣주걱 사소한 물건들에 깃든 이야기. 은희경 소설의 독자라면 소설과의 연결 고리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 은희경 지음, 난다

 

 3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작으로 유명하지만, 연재 후 책으로 묶이지 않은 작품이 1980년 문예지 〈문학계〉에 발표한 중편소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다. 40년이 흐른 2020년, 작가는 이 작품을 새롭게 내기로 결심한다. 3년 후 중편소설은 총 3부 구성의 장편소설이 됐다. 다시 말해 43년이 흘러 새로 탄생한 소설인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문학동네

 

 4 <헤아림의 조각들>

‘나는 홀린 듯 해변에 앉아 한 줌의 모래를 헤아린 적이 있다. 어디에선가 밀려든 각기 다른 수많은 조각을 하나하나 세어보고 싶어서였다.’ 작가 임지은이 생각하는 헤아림은 무엇일까? 작가는 곧 ‘오래 바라봄’이라고 말한다. 유년의 기억과 일상에서 마주친 작은 사건, 그리고 자기 자신까지 오래 바라보며 헤아려본 마음을 고이 적었다. 임지은 지음, 안온북스

 

5 <결혼•여름> 1989년 처음 번역된 알베르 카뮈의 산문집이 2023년에 

새롭게 독자를 만난다. 시간만 나면 찾아갔다는 티파사의 추억, 20대를 관통하는 청춘의 혼돈과 열기, <이방인>으로 세계 문단을 뒤흔들기 전 카뮈의 생각과 감정이 담겨 있다. 출판사별 다양한 판본이 있지만, 노스탤지어가 느껴지는 표지로 유독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 알베르 카뮈 지음, 녹색광선. 

 

6 <말리의 일곱 개의 달>

2022년 부커상 시상식을 뒤흔든 이름은, 셰한 카루나틸라카. 스리랑카 출신의 작가는 이 작품으로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부커상을 수상한다. 스리랑카의 정세와 역사가 판타지 형식을 빌려 아름답고 슬픈 문학이 됐다. ‘형이상학적 저승 누아르. 독자를 세계의 어두운 심장으로 데려가는 진지한 철학적 유희’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은 올해의 소설. 셰한 카루나틸라카 지음, 인플루엔셜 

 

7 <도시락과 강아지의 기웃댐>

도시락을 싸는 사이 어김없이 호기심 많은 친구들이 코를 들이민다. 바로 저자의 반려견 ‘뭉이’와 ‘밀스’다. 이것은 화보집인가, 레시피북인가. 맛과 귀여움이 탑재된 하이브리드 요리책이 탄생했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로 뚝딱 만들 수 있는 레시피가 가득 실려 있지만, 아무래도 사진가 정멜멜이 포착한 ‘강아지의 기웃댐’에 웃음이 난다. 홍지영 지음, 위즈덤하우스 

 

8 <내일의 식탁>

보기만 해도 여리고 귀한 아이를 학대하는 어른이 있고,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라는 끔찍한 현실 속에 나온 소설이다. ‘이시바시 유’라는 이름도 나이도 같은 남자아이를 둔 서로 다른 세 가정은 제각기 일상적 폭력에 노출된다. 가족의 평범한 모습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 아동 학대를 더욱 경계하게 한다. 야즈키 미치코 지음, 문학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