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은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1 <음악으로 자유로워지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첫 자서전이 약 10년 만에 재출간됐다. 절판된 책을 찾아 헤맨 독자도, 그를 애도하는 음악팬도 다시 그를 만날 수 있게된 것. 그가 건강하던 시절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간 <엔진> 매거진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정리해 묶은 것으로, 유치원 시절 피아노와 작곡을 접하고 이후 뮤지션, 배우, 사회운동가로 활약해온 인생을 되돌아본다. 류이치 사카모토 지음, 청미래

 2 <하세가와 요헤이의 도쿄 레코드 100>

시티팝이 다시 인기를 끌며 일본 바이닐도 주목받게 되었다. 뮤지션이자 디제이로도 활동하는 하세가와 요헤이가 애호가의 마음으로 추천작 100편을 골랐다. ‘평론’ 하는 책이 아니라 같이 듣기 위한 책이기에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 1천 엔 내외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음반을 골랐다. 레코드점에서 유용한 일본어 회화 예시도 덧붙였다. 하세가와 요헤이 지음, 김밥레코드

3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과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오른 소설가 박상영이 3년 만에 낸 에세이다. 제대로 쉬는 데 영 소질이 없는 박상영은 여행이라도 떠나야 일상에 쉼표가 생긴다. 광주, 강릉, 유럽, 뉴욕, 아티스트를 위한 가파도 레지던시에서 보낸 날들과 여행 예능 도전기가 담겨 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그 어려운 것을 향하여. 박상영 지음, 인플루엔셜

4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저자 황인찬의 신작 시집이다.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미지 사진’을 포함해 64편의 시가 수록되었다. 20대 시인을 대표하던 시인은 어느새 30대 중반이 됐다. 세상은 변하고 시인의 시선도 변화한다. 어려워진 시대와 그 안을 살아가는, 알듯 모를 듯한 내 마음이 섬세한 언어로 담겼다. 황인찬 지음, 문학동네

 

5 <슬픔을 아는 사람>

“죽으면 다 끝나니까 하노이에 가서 반 꾸온 꼬년과 분짜를 한번 더 먹어보고 죽자.” 시인이자 영화인 유진목의 새 산문집은 ‘유진목의 작은 여행’이라는 부제처럼 베트남 하노이의 기억이다. 다만 즐거움과 소동이 가득한 다른 여행 에세이와 달리 살기 위해 회복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담겨 있다. 어떤 사람은 살고 싶을 때, 살아야 할 때 여행을 떠난다. 유진목 지음, 난다 

6 <한여름 밤의 꿈>

셰익스피어 전집 출간 400주년을 기념해 민음사가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세트를 출간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한여름 밤의 꿈> <베니스의 상인> <좋으실 대로> <십이야> <헛소문에 큰 소동>을 감각적인 표지와 새 번역으로 만날 수 있다. 번역은 평생 셰익스피어 연구와 번역에 헌신한 최종철 연세대 명예교수가 아든판의 운문적 특징을 살려 완성했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민음사 

7 <스틸라이프>

세계적 미술관에 가면 어김없이 정물화 앞은 한산하다.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장르지만 정물이야말로 미술사를 관통하는 주제기도 하다. 인물 사진의 대가로 불린 사진가 어빙 펜도 마지막에는 정물 작업에 매진했다. 이 책은 예술과 문학에 나타난 정물에 몰입한다. 우리는 왜 정물화를 볼 때 편안함을 느끼고, 작가는 왜 정물을 끝없이 탐구했을까. 가이 대븐포트 지음, 을유문화사 

8 <너무나 많은 여름이>

소설가 김연수가 2021년 10월 제주도에서 2023년 6월 창원까지 전국 도서관, 서점에서 낭독회를 열고, 낭독하면서 고쳐 쓴 짧은 소설 20편을 묶었다. 읽는 소설이 아닌, 낭독하고 듣는 소설은 또 어떻게 다를까. 작품마다 그에 어울리는 음악을 골라둔 플레이리스트도 있다. 소설의 한계를 넘어 다른 감각을 연다. 김연수 지음, 레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