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눈뜨자마자 생강을 갈아 만든 ‘진저샷’을 마신다. 이 쉽고도 단순한 루틴이 하루의 피로를 덜어줄 수 있을까?

돌이켜보면 순수한 자의로 생강을 먹으려던 건 몸이 허해졌다는 느낌이 들 때뿐이었다. 유난히 피곤하거나 감기 기운이 있는 날. 정신을 깨우고 싶을 때마다 찾는 플랫 화이트보다 강력한 각성이 필요할 때. 맛도 향도 아닌, 살기 위해 생강을 찾던 내가 날마다 루틴처럼 진저샷을 마시는 건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배우 안나 켄드릭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부터다. 2020년, 미국 헬스 매거진 <셰이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제 건강한 에너지는 생강에서 나와요. 레몬과 고춧가루를 함께 갈아 만든 주스를 냉장고에 늘 채워두죠.” 이어지는 말은 더 솔깃했다. “여행 중에도 생강을 꼭 챙겨요. 독일에 3개월간 머물렀을 때는 믹서를 사서 직접 만들어 마셨어요. 진저샷을 먹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컨디션이 저하되는 게 느껴져요. 생강은 제가 어떤 상황에서도 에너지를 되찾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재료예요.” 

유명인이 말하는 관리 비법 따위에는 관심 없던 내가 켄드릭의 말에 솔깃한 건 극심한 스트레스로 번아웃에 빠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일 테다. 금세 피로감을 느껴 무기력해지고, 늘 두통에 시달려 미간을 찌푸리며 눈뜨는 게 일상인 삶. 켄드릭이 말한 그 활력을 느끼고 싶었다. 아니, 어떤 힘이든 얻어야만 했다. 진저샷이 과연 내게도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 밑져야 본전이다. 매일 아침 진저샷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해봤다. 

 

모닝 진저 루틴

처음 몇 주간은 7달러에 7개를 묶어 파는 진저샷 세트를 구매해 매일 한 잔씩 마셨다. 일요일마다 인터넷으로 진저샷 쇼핑을 하는 나를 지켜보던 룸메이트는 만들어 먹어볼 것을 제안했다. 결과적으로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직접 고른 신선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데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생활비 부담까지 줄일 수 있었으니까. 사실 만들어 마시기까지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건 ‘맛’이다. 시중에서 파는 것만큼 알싸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맛을 낼 수 있는지의 여부다. 영국 푸드 매거진 <BBC Good Food>의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홈메이드 진저샷을 맛보니 그동안의 걱정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사서 마신 것보다 더 맛있었다. 최적의 레시피를 찾은 뒤 진저샷을 향한 애착은 훨씬 깊어졌다. 아침마다 냉장고에서 꺼낸 진저샷 한 잔에 즉각적으로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착각일까? 다른 건 몰라도 코가 뻥 뚫리는 것처럼 시원했다. 처음엔 입과 목, 코에서 느껴지는 매운 자극에 당황할지도 모른다. 적응을 마친 내게는 이 화끈함이 개운하게 느껴진다. 몸을 정화해주는 것 같달까? 

진저샷을 마신 이후 내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도 완전히 달라졌다. 1일 1진저샷을 실천한 첫 주에는 피로도가 눈에 띄게 줄고 몸에 활기가 돌았다. 점심 식사 후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는 오후 서너 시까지도 그 효과가 이어질 정도로! 한 달이 지났을 때는 그야말로 힘이 솟았다. 면역력이 높아져 늘 달고 살던 감기와도 이별했고, 불면증은 이제 남의 얘기가 되었다. 몸에 활력이 생기니 정신도 맑아졌다. 그 무렵 캐나다로 3주간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머문 숙소에는 믹서가 없었고, 주변 마트 어디서도 진저샷을 구할 수 없었다. 진저샷 루틴에 살짝 틈이 생긴 즈음, 에너지가 급격히 떨어지고 콧속이 개운하던 느낌도 희미해졌다. 지난 한 달간 내가 그토록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몸과 정신을 유지하는 데 진저샷이 큰 역할을 했다는 방증이었다. 진저샷은 내 일상 속 에너지 흐름의 판도를 뒤바꿨다. 

 

하루 한 잔의 변화

이 드라마틱한 변화의 과학적 근거를 찾고자 미국 영양학자 브레아 로프턴(Brea Lofton)을 만났다. 그는 신진대사를 측정하는 휴대용 기기를 만드는 브랜드 ‘루멘(Lumen)’의 영양사다. 로프턴에 따르면 생강은 항산화제로 알려진 식재료다. 다시 말해 염증을 억제해 면역 체계를 강화하는 기능을 한다는 거다. “진저샷은 혈당을 조절해 몸의 에너지를 일정한 상태로 유지하게 도와줍니다. 혈당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건 몸의 피로도를 높이는 일이거든요. 결과적으로 컨디션을 개선해주는 거죠.” 진저샷 효과를 체감하려면 얼마나 오래 마셔야 할까? “균형 잡힌 영양소를 기반으로 한 식단과 함께 섭취하면 한두 잔만으로도 혈당 조절에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을 거예요. 다만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전반적인 신체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최소 3주 이상 지속적으로 마셔야 합니다.” 로프턴은 “개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선별적으로 섭취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특히 당뇨 같은 질병이 있을 때는 의료진과 상의 후 마실 것을 권장했다. “혈당 수치에 악영향을 끼치는 과즙이나 감미료는 가급적 삼가고 천연 재료를 이용해 제조한 것을 마시는 편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직접 만들어 마시는 방법이 최고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신선한 생강, 사과 주스, 레몬, 그리고 이 모든 재료를 갈 믹서와 거를 체만 있으면 된다. 일요일마다 일주일 치를 미리 만들어 25ml씩 소분한 뒤 냉장고에 보관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정신없이 바쁜 평일 아침, 출근 전 진저샷으로 몸을 깨우는 단순한 루틴만으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