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앞에, 또는 PC 앞에 유명 셀러브리티의 사진을 붙여두는 것만이 핏스피레이션이 아니다.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에. 

결혼하라는 말보다 더 듣기 싫은 말이 생겼다. “운동해!” “너 운동해야 해” “운동을 안 해서 그래”라고 할 때마다 ‘맞아, 운동해야지’라는 생각 대신 울컥한다. “내가 운동할 시간이 어딨어. 시간이 있는 날에는 몸을 움직일 에너지가 없어. 나 출퇴근에만 하루에 2시간 이상을 쓰고 있어. 화보 촬영은 밤늦게 끝나기 일쑤고, 한 달에 1주일은 마감을 해. 언제 촬영을 하고 언제 출장을 갈지도 모른다고. 너처럼 프리랜서도 아니고, 전업주부도 아니고, 5시에 퇴근하지도 않는다고…” 같은 말을 주워섬기지만 “요즘은 운동하지 않으면 자기 관리 잘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다고” 하는 말은 어쩐지 뜨끔해서 피트니스센터에 등록했다. 몇 번이나 갔을까? 매번 돈만 날렸을 뿐 달라진 건 없다.

그럼 꾸준히 운동하는 A의 삶은 완벽할까? A는 유행하는 운동은 모두 섭렵하는 운동계의 트렌드세터다. 그는 매거진에서 일하는 나보다 정보력이 훨씬 뛰어나고, 운동으로 얻은 에너지 때문인지 행동 역시 재빠르다. 그는 “그 셀럽이 다니는 PT 선생” “딱 그 부위만 빠지게 해주는 주사” “엄청나게 유명한 피트니스 강사” 등을 줄줄 읊는 데다 이 모든 걸 동시에 해낸다. 자기 계발비를 한 달에 얼마를 쓰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그렇다면 그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갖고 있겠지 싶지만 그렇지도 않다. 자기 몸에 가장 불만이 많은 것도 A다. 인스타그램으로 셀럽의 사진을 탐하면서 끊임없이 운동복을 사들이고, 인스타그램에 #오운완과 함께 올릴 사진을 찍는 데 매진하지만, 올린 후에는 스스로의 몸에서 거슬리는 점만 요리조리 찾아낸다. 아무래도 흡족하지 않은지 또 새로운 유명 선생을 찾아 따라간다. “요즘 거기가 제일 핫하대. 그리고 스튜디오가 사진이 아주 잘 나올 것 같거든.”

건강한 삶을 자극하는 사람, 이미지, 글을 말하는 ‘핏스피레이션(Fit+inspiration)’은 ‘Fit’과 ‘Inspiration’을 합친 신조어다. ‘롤모델을 통해 몸을 제대로 하지 못했는지 같은 것들. 부정맥이 있어 급하게 뛰는 일 자체가 무리가 된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30대였다. 이런 나라면 아무리 마라톤과 조깅이 좋다고 해도 내게는 맞지 않는 운동일 것이다. 다들 즐겨 하는 필라테스를 생각해보면, 나는 기구 필라테스에서 매달리는 것 말고는 조금의 진전도 없었다. 수영은 어떤가? 어쩌면 가장 잘하는 운동이지만, 소독약 성분이 아토피피부염을 악화시키니 마냥 좋은 것도 아니다. 내 생활 습관을 좀 더 들여다보았다. 나는 거의 매일 2시간씩 운전하는데, 그러다 보니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셈이다. 또 데드라인이 있는 일은 사람을 긴장 상태로 만들기 쉽다 보니 불면증에 시달리고는 한다. 이런 내게는 퇴근 후 운동이 꿀잠을 부르기는커녕 오히려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하니 고강도 운동보다 매트를 활용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이 더 낫다.
사실 이런 내 습관과 구체적인 상태는 오직 나만 안다. 전문가의 의견도 중요하지만 내 몸에서 균형이 깨진 곳이 어디인지, 어떤 곳의 근육을 더 키워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도 나 자신이다. 완벽에 가까운 실루엣을 가진 셀럽을 기준으로 삼고, 핫한 운동을 이어가도 소용이 없거나 금세 그만두는 이유다. 운동에 뮤즈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가장 먼저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