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생리대’를 찾았다!
불쾌와 불편으로 얼룩진 그날을 화사하게 전환시킬 인생 생리대를 찾아서.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아랫배의 저릿한 통증에 불쾌감이 엄습한다. ‘또 할 때가 됐네’. 초경 후 지금까지 10여 년간 단 한 번도 생리가 반가운 적이 없다. 기다렸다는 듯 몰아치는 복통과 편두통, 복부 팽만감, 유방 압통, 변비에 치솟는 식욕과 감정 기복까지. 여성이라면 응당 겪어야 할 일이지만, 익숙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성은 평생 생리용품에 약 2500만원을 사용하고, 피를 14~28L 잃는다던데. 한 달에 한 번, 최소 3일에서 최대 7일까지 지속되는 거북한 생리현상을 쾌적하게 이겨낼 방법은 없을까?
생리 제대로 이해하기
“개인차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여성은 생애주기상 6~8년간 생리를 한다고 해요. 단순히 생리가 아니라 호르몬으로 관점을 넓혀보면, 여성의 일생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할 수 있어요.” 여성용품 브랜드 이너시아의 테크 리더 고은비의 말이다. 생리주기와 여성의 몸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움직인다.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FSH, LH 등이 변화하며 배란과 생리를 유도하는 건 잘 알려진 사실. 하지만 단순히 여성호르몬만 주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복잡한 시스템을 이루는 호르몬 체계 안에서 수면, 행복, 식욕 등 신체의 다양한 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호르몬 역시 생리주기와 깊은 연관이 있다.
“생리주기에 따라 식단, 운동 등 건강 요소를 조율하는 ‘주기 동기화(Cycle Syncing)’가 해외에서 새로운 웰니스 트렌드로 떠올랐어요. 여성에게 최적화된 개념이죠. 내 몸을 이해할 때 일상생활이 편리해지는 거예요.” 단지 귀찮은 일로 치부하기에 생리는 여성에게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친다. 돌이켜보면 생리전증후군(PMS)과 생리 기간에 겪는 여러 통증의 정도는 그 달의 컨디션이 좌우한다. 내 경우 잠을 못 자거나 밀가루를 많이 먹은 달에는 유독 통증이 심한 반면, 잘 자고 잘 먹은 때는 진통제 없이도 버틸 만했다. 당장에 직면한 고통을 없애는 데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바이오리듬을 가다듬는 편이 더 나은 생리를 하게 돕는다.
찾았다, 착붙 생리대
생리 기간에 통증만큼 우리를 괴롭히는 건 온종일 몸 밖으로 배출되는 생리혈일 것. 앉았다 일어나거나 몸을 움직일 때 울컥 쏟아지는 생리혈은 불쾌감을 증폭시킨다. 미끄덩거리는 덩어리혈이 흘러나오는 것을 두고 ‘따뜻한 굴을 낳는 느낌’이라 말할 정도니까. 생리대와 탐폰, 생리팬티, 생리컵 등 생리혈 처리에 필수적인 생리용품은 찝찝함을 떨쳐내는 좋은 도구다. 초경 이후 지금까지 생리대는 늘 손이 닿는 곳에 구비해두고 있다. 생리 주기가 일정한 편이지만, 언제 어디서 터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쓰지 않더라도 함께 있던 친구나 직장 동료가 언제 내게 도움을 청할지 모른다. 없어서는 안 될 생리용품은 여성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한창 왕성한 생리 활동을 하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여성 대부분은 본인에게 가장 필요한 형태의 생리용품을 찾아 능숙하게 활용하고 있었다.
“탐폰을 처음 썼을 때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요. 잘 때도 마음껏 뒤척일 수 있고 찝찝함도 사라지더라고요.” 여행 중 우연히 만난 탐폰의 매력에 푹 빠져 8년째 사용 중인 A는 흡수력을 가장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탐폰도 종류에 따라 흡수력이 천차만별이라 착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생리혈이 샐 때가 있기 때문. 탐폰 예찬론자인 그도 탐폰이 몸속에 오랜 시간 머무는 것은 왠지 불안해 생리혈의 양이 줄어드는 3~4일 차부터는 생리대를 사용한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이고 폐경 전까지는 매달 필요하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사용하기엔 부담이 있다는 것.
B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인지 시중에 판매되는 생리대가 다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가격을 따지게 됐죠. 편의점 가면 1+1 하는 제품에 눈길이 가요.”
반면 우리 몸에 직접 닿는 제품이라는 생각에 안전성을 위해 가격보다 소재를 따진다는 C는 순면이나 유기농 등 화학성분이 첨가되지 않은 순한 제품을 골라 사용한다고 했다. 편안함을 추구하는 D는 기저귀를 연상시키는 생리팬티를 쓰고 나서 신세계를 맛봤다. “생리대를 쓸 때 양이 많은 날이면 자는 도중 생리혈이 샐까 걱정되어 선잠을 잤어요. 근데 생리팬티를 입으니까 하루 종일 침대 위에서 뒹굴어도 문제없더라고요. 심지어 착용감도 좋아요. 속옷 대신 이것만 입으면 되거든요.” A는 탐폰이 급하게 필요할 때 편의점이나 드러그스토어에서 원하는 탐폰을 찾기 어렵다는 것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더불어 환경적인 측면에서 탐폰이 한계를 지닌다고도 했다. “사용할 때는 편하지만 버릴 때는 마음이 불편해요. 버려지는 플라스틱 애플리케이터가 정말 많거든요. 생분해 탐폰이 나오면 좀 더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C는 모든 제품을 직접 사용해봐야 하는 점이 번거롭다고 했다. “아무리 유명하고 좋은 제품도 막상 사용하면 피부가 따가울 때가 있어요. 직접 써보기 전에는 나랑 잘 맞는 제품인지 알 수 없더라고요. 하나하나 써보는 수밖에 없죠.” 생리대의 밀착력과 착용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나는, 접착력과 두께, 폭 등이 섬세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접착력이 약하거나 생리대의 폭이 너무 넓어 속옷에 밀착되지 않으면 걸을 때 생리대가 움직여 불편하고, 생리혈이 새기도 한다.
고통 없는 생리를 위해
이렇듯 생리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유지하기와 다양한 경험 쌓기. 이것만 기억하면 한층 쾌적한 생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너시아 테크 리더 고은비 역시 개발자로서 국내외 수많은 생리대를 사용해봤고, 자신에게 잘 맞는 생리대를 착용했을 때 삶의 질이 올라가는 것을 체감했다. “여성용품 시장을 흔히 ‘페인(Pain)’뿐인 시장이라고 해요. 생리로 고통을 받으니 제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기 어렵죠. 그래서 생리용품의 기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봐요.” 당이 높은 음식을 즐겨 먹고 운동량이 적어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을 얻기 쉬운 현대인은 건강한 식습관 형성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숙면을 취하고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다 아랫배에 알싸한 통증이 전해지면 생리대부터 새로 구입할 생각이다.
- 일러스트레이터
- ZOEY KIM
- 도움말
- 고은비(이너시아 테크 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