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향한 자동차 산업의 진화는 빠르고 격렬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기차, 어디쯤 왔을까? 

공동의 목표를 향한 정진은 아름다운 일이나, 과정에는 고난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를 갈등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전 과정이라고 하겠다.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 중립에 동의하고,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발표했다. 노르웨이는 2025년, 프랑스는 2040년, 서울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등록을 제한한다. 비장한 선언과 달리 입법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BMW 등 굵직한 자동차 제조사를 가진 독일은 탄소 배출량이 적은 합성연료(E-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 역시 내연기관 판매 금지 법안 수정을 주장한다. 자국의 자동차 산업이 직격탄을 맞을 것을 우려하는 상황에서 급격한 변화는 자중하자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 45% 감축해야 하는 공동 목표를 전 세계가 공유하는 상황에서 내연기관 판매 금지는 막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전기차를 향한 의심도 있다. 전기차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는 않지만, 전력과 전기차 생산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며,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를 제조하고 폐기하는 과정에서도 오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어떤 전력을 사용해도 이산화탄소 발생 비율이 내연기관차보다 약 3배 적다고 평가했다. 전기차 제조사도 생산과정에서 친환경 에너지와 재활용 소재 사용 등 탄소 중립을 향한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또 폐배터리를 재활용하고, 다른 저전력 장비에 사용하는 등 폐배터리 연구개발(R&D)과 산업도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 규제는 친환경 자동차 시대로의 전환을 끌어냈다.

가격이 비싼 재화인 전기차는 지금보다 싼 저가형 전기차가 아니라면 시장을 장악하기 어렵다. 시장을 선점하려면 ‘반값 전기차’를 출시해야 한다. 이 가설은 증명됐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BYD가 저렴한 가격으로 테슬라를 밀어내고 중국 시장을 장악한 것이다. 여기에 테슬라는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 지난 1월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각각 14%, 20% 인하한 데 이어 3월 6일에는 모델 S를 약 5%, 모델 X는 9% 인하했다. 또 3월 초 투자자의 날을 열고, 제조 혁신을 이뤄내 생산 가격을 더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BYD가 싼 전기차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부품과 소프트웨어 그리고 배터리 제조 능력에서 비롯한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며 전기차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인데, 배터리 원료를 가진 중국은 원료를 수입해야 하는 다른 나라보다 배터리 생산 비용에서 우위에 있다. 대안은 저렴한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현재 전기차에 사용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고가다. 성능이 낮은 것이 단점이지만 니켈 대신 철을 함유한 리튬인산철 배터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폭발 위험성도 낮다. 

반값 배터리가 등장한다면, 반값 전기차도 실현되리란 전망이다. 시장 선점을 향한 제조사의 노력과 달리 소비자가 맞닥뜨리는 문제는 충전이다. 급속 충전기 보급으로 충전 시간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짧게는 20분 길게는 1시간 내외를 충전에 할애해야 한다. 가정에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는 대부분 완속 충전기로 이보다 더 느리다. 완전 충전까지 8시간은 소요되는데, 공동주택이나 공공시설에서는 긴 충전 시간이 문제가 된다. 전기차가 많은 아파트의 경우, 충전이 완료된 차량이 다른 자리로 이동하지 않으면 충전이 필요한 전기차 차주는 수시로 주차장을 오가다 결국은 집 밖의 전기차 충전소를 찾을 수밖에 없다. 충전 중인 차주, 충전이 필요한 차주에게 피해를 안 주려면 충전량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신경 써야 한다. 이렇다 보니 충전구에 커넥터만 연결하고 실제 충전은 하지 않는 꼼수족도 등장해, 전기차 오너 사이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또 충전기를 지하주차장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화재 위험성도 제기된다.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는 지금, 충전 인프라 보급만큼 안전 예방책도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충전은 자동차 산업에서 새로운 먹거리라는 것이다. 전기차는 충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에 전기차 충전과 연계된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초급속 충전기, 천정형 충전기, 무인 로봇 충전기 같은 솔루션 외에 충전 중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쇼핑, 편의, 휴식 등 라이프스타일 상품도 등장하며 충전을 중심으로 한 시장은 더 확장될 전망이다. 아직 반값 전기차는 없다. 대신 중고 전기차 시세가 떨어지면서 거래량이 늘었다. 신차 출고 지연과 전기차 가격 인상, 친환경 트렌드, 기술 편의성도 중고 전기차의 인기 요인이다.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중고차 실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2% 증가했다. 전기차 수요는 늘었고, 저렴한 전기차도 중고 형태로 시장에 존재한다. 이제는 수리와 점검, 오너 이벤트 등 판매 이후 후속 과정을 채워가야 할 단계다. 탄소 중립으로 가는 길은 험하지만 길지는 않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브랜드만이 완전한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2030년까지는 7년도 채 안 남았다.

| 주목해야 할 전기차들 |

Volvo C40 Recharge

리차지는 볼보가 순수 전기차로 개발한 첫 번째 모델이다. 쿠페형 SUV다운 유려한 형태에 전기차의 모던한 감각을 조합해 세련된 이미지를 완성했다. 오밀조밀한 LED 84개로 채운 헤드라이트는 최첨단 기술을 보여주고, 스칸디나비안 지형을 형상화한 인테리어는 이국적 느낌을 자아낸다. 여기에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똑똑한 음성 인식 시스템, 치밀한 안전 기능 등이 탑재됐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약 420km다. 

Volkswagen The all-electric ID.4

ID.4는 폭스바겐 최초의 순수 전기 SUV다. 36분대 급속 충전 시간과 400km 이상의 주행 가능 거리가 강점으로 꼽힌다. 2가지 주행 모드를 제공하는데, 계기반 우측 기어 셀렉터에서 D모드를 선택하면 내연기관차처럼 탄력 주행이 가능하고, B모드에서는 에너지 회생 제동이 적극적으로 작동해 배터리 소모를 낮춘다. 여기에 운전자가 일정 시간 반응이 없을 때 위급 상황을 알리는 최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 섬세함까지 갖췄다 

BMW New iX1

3세대 X1을 기반으로 한 뉴 iX1은 순수 전기 모델이다. 날렵하고 세련된 외관은 우수한 공기역학 디자인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다. 여기에 사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해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미끄러짐이 일어나면 차량이 자동으로 제어하는 등 역동적 움직임을 보여준다. 실내에는 넓고 쾌적한 디스플레이 2개가 이어져 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1회 충전 시 4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 

MINI Electric

미니 일렉트릭은 미니가 선보인 첫 번째 순수 전기차다. 미니 특유의 날렵한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했다. 미니 3도어 해치백을 기반으로 디자인해 미니의 디자인 정체성이 뚜렷하다. 전기차라서 차량 곳곳에 노란색을 적용했다. 대부분의 전기차가 파란색을 강조하는데, 미니는 확실히 남다르다.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 후방 카메라, 열선 시트 등 기본적 기능에 보행자 접근과 차선 이탈 경고 등 안전 기능까지 추가됐다. 

Polestar, Polestar2

폴스타는 스웨덴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다. 폴스타2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돋보이는데,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50회 이상 수상했다. 자세히 보면 꼼꼼하게 마감한 디자인이 보인다. 예를 들면 폴스타2에 최초로 적용한 프레임 없는 사이드미러는 심미성과 더불어 공기역학 성능도 제공한다. 내부는 비건 소재와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보여준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417km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