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미식으로 식탁 위 이로운 변화를 이끌어낸 여섯 요리. 

 B3713 | PRAWN & SEAWEED 

익숙한 식재료를 뒤틀거나, 한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어딘지 낯선 작물을 메뉴의 주재료로 활용하는 것. B3713이 가장 잘하는 일이다. 코펜하겐의 노마, 멜버른의 아티카 등 세계 유수의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을 거친 정혜민 헤드 셰프는 한국 지역 농가와 직거래 비중을 점차 늘리며 로컬 식재료로 맛의 변주를 선보인다. 특히 양식 과정에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를 적극 활용한다. 지방의 친환경 양식장을 지키는 동시에 푸드 마일을 줄일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 새우 & 해초 디시는 어린 굴을 4년간 발효해 만든 진석화젓을 소스로 활용했다. 다시마 소금에 절인 단새우, 간장 베이스 장아찌로 만든 곰피와 모자반 사이사이에 스며 녹진한 감칠맛을 낸다. 

L’OIGNON | VEGGIE CAKE

육류를 사용하지 않는 프렌치 레스토랑 르오뇽에는 생선과 채소, 각종 치즈로 풍미를 낸 요리가 주를 이룬다. 각종 껍질이나 정형한 뒤 남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파우더나 스톡으로 활용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있다. “버려진 재료를 쓰는 게 아니라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사용하는 거예요.” 오너 허진석 셰프의 말이다. 밀가루 없이 자투리 채소로만 만든 베지 케이크를 한 입 맛보면 이내 수긍하게 될 것이다. 메인 재료인 당근에 남는 식재료를 더해 변주를 주기 때문에 매일 맛과 플레이팅이 달라진다. 함께 제공하는 소스는 토마토와 파프리카, 견과류로 만들어 고소하면서도 산미가 느껴진다.

HMM MARKET | CAULIFLOWER SALAD

흠집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농장에서 버려지는 작물이 우리나라 음식물 쓰레기의 약 3분의 1이나 된다는 사실을 아는지? 흠마켓은 이런 과일과 채소를 가져다 팔고 음식을 만든다. 봄을 닮은 샛노란 컬러의 콜리플라워 샐러드 역시 같은 방식으로 탄생한 메뉴다. 끄트머리에 곰팡이가 피거나 거무스름하게 변색된 못난이 콜리플라워는 상한 부분만 뜯어내면 얼마든지 맛있는 요리가 된다. 근사한 외양보다 매력적인 건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맛. 아삭한 콜리플라워 사이로 느껴지는 부드럽고 탱글한 식감은 삶은 감자와 달걀이다. 삼삼한 첫맛은 바닥에 깔린 레몬 소스와 요거트라는 상큼한 조합을 만나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VFUS | HAWAIIAN COLESLAW BURGER

비푸스는 완벽한 비건 한 명보다 단 한 번에 그치더라도 비건식을 시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는 쪽이 환경을 위해 유의미한 변화라고 여긴다. 버거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든, 새콤달콤한 맛으로 무장한 하와이안 코울슬로 버거는 그 변화를 묵묵히 돕는 메뉴다. 대체육 패티에 톡 쏘는 비건 캐슈 크림소스, 달큼한 그릴드 파인애플을 층층이 쌓아 맛의 조화를 찾았다. 대미를 장식할 주인공은 사과, 양배추, 딜, 오이를 버무린 코울슬로. 사각거리는 식감과 산뜻한 딜의 향이 크리미한 맛을 개운하게 중화한다. 햄버거 패티, 소스류 같은 핵심 재료는 매장 입구의 그로서리 숍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비건 미식을 집에서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는 얘기다.

FERMENTS | FERMENTED SPICY TOMATO HUMMUS

퍼멘츠의 모든 메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건’과 ‘발효’다. 푸드 리퍼브에 적극 동참하며 직접 발효한 식물성 재료를 기반으로 메뉴를 구성한다. 각종 유기농 재료와 깨끗한 물, 당분, 박테리아, 효모로 직접 발효한 콤부차 브랜드 ‘페페’를 만들어 퍼멘츠가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식생활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화학조미료나 인공 첨가물을 멀리해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맛과 향을 구현한 토마토 후무스도 마찬가지. 매콤한 발효 토마토소스에 병아리콩과 캐슈너트, 선드라이드 토마토를 올려 감칠맛을 냈다. 입안 가득 음미한 뒤 고수의 향과 알싸한 여운이 가시지 않았을 때 상큼한 오렌지 와인 한 모금을 곁들여보길.

GIGAS WEST SEA CLAMS

기가스는 오너 정하완 셰프가 운영하는 와니 농장의 계절을 따른다. 직접 씨를 뿌려 일군 농장 곳곳에서 싱싱하고 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식재료를 수확해 매일 저녁 식탁에 올린다. 그야말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실천하는 셈. 해산물은 일주일에 두 번, 남해와 서해, 제주에서 수급해 온다. 필요한 양만큼 가져와 음식물 쓰레기가 적고 썩은 채소류는 농장의 퇴비로 쓴다. 이 과정은 아뮤즈 부쉬 중 하나인 생합에도 녹아 있다. 당근, 브라운 버터, 레드 향으로 간한 소스 위, 서해에서 수급한 생합을 살짝 데쳐 올리브오일로 시즈닝해 올렸다. 여기에 향긋한 타임을 얹어 예측 불가능한 맛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