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사람들은 보통 사람보다 10년은 뒤늦게 시작하는 걸까요?

폴리는 30살에 처음으로 자위를 시도했습니다. 첫 시도를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죠. 30살의 음향 엔지니어인 폴리는 그동안 항상 무리에서 겉도는 느낌을 받았는데(항상 괴짜로 분류됐다고 본인은 얘기했습니다) 또래들과 다르게 성적 호기심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건 자위를 하거나 성관계를 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었죠.”라고 폴리는 설명했습니다. “내가 무성애자의 범주에 속할 수도 있겠다는 깨달음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Bella Geraci/Allure

폴리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청소년기에 자위를 경험하지 않은 채 성인이 되는 경우에는 자위 자체가 두렵고 어색하게 느껴지기 쉽다고 합니다. 성 치료사 콜비 아고스티넬리(Colby Agostinelli)에 따르면 무척 이른 나이에 자위를 시작하는 사람도 드물지 않습니다. “빠르면 3세, 4세부터 자기 몸을 만지기 시작합니다.”라며 콜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아기인 아이가 자기 몸을 만지면 그 행위를 ‘자위’로 칭하지는 않죠. 하지만 자기 몸을 탐구하고 자기만족을 위한 행동임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는 행동이 ‘자위’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특히 성적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에 성 문제에 대해 부모님이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경우 그럴 확률이 높죠.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은 자위를 우연히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별히 노력하진 않았으나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 새로운 경험이죠.

왜 어떤 사람은 시작이 느릴까요?

최근 인스타그램에 간단한 투표를 실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살에 처음 자위를 시작했는지, 왜 그 나이까지 미뤄왔는지 등 간단한 질문을 했죠. 1000명의 팔로워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3-20세에 응답한 사람이 76%에 달했고, 20-30세가 21%, 30세 이후가 2%에 해당했습니다. 또한 많은 사람이 자위를 할 때 수치심, 죄책감을 느낀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저 역시 어릴 적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이 있었죠. 숨죽인 채 조용히 오르가슴을 느끼고 난 후에 죄책감이 밀려왔습니다. 자위를 왜 늦은 나이까지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은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라고 답했습니다.

임상 심리학자이자 미네소타 주립 대학 임상 심리학 교수인 에릭 스프랭클(Eric Sprankle)박사는 “자위를 하지 않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청소년기 혹은 20대 초반까지 자위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강한 성적 욕구를 느끼지 않아서 같은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죠. 혹은 자기 신체에 큰 관심이 없거나 자위에 동반되는 쾌락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싶을 수도 있죠.”

5,865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한 설문 조사에서는 각 개인의 자위 빈도를 알아보았죠. 18세 이상 59세 미만의 남성 중 ¼가량이 “한 달 혹은 매주 몇 번”이라고 대답하였고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면 그중 20%가량은 일주일에 2-3번 나머지 20% 정도는 일주일에 4번 이상 실시한다고 대답했습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대부분이 일주일에 1회 혹은 그보다 더 적게” 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우리의 신념 체계가 금욕에 영향을 줄 수도 있죠. 마인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 대학교의 사회 및 법 심리 학부의 연구는 자위를 억제하는 여러 요인을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자위와 여러 잠재적 태도의 상관성을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위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행위 자체를 억제하는 강력한 동기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사회적인 시각과 과학에 대한 신뢰 부족이 두드러진 동기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연구의 통계와 관련해 스프랭클 박사는 “고빈도 지표는 조사 대상에 따라 결과가 상이할 수 있고 대표성을 가진 지표마저 부정확할 수 있습니다. 자위 같은 사적인 습관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횟수보다 낮게 측정될 수 있다는 뜻이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수치의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자위에 동반되는 수치심이라는 감정만은 실제로 그 역사가 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뉴캐슬 대학교의 문화 역사학자인 엘리자베스 슐라파(Elizabeth Schlappa)박사는 1700년대부터 ‘사회가 여성 자위행위에 대해 가지는 경각심’을 보여주는 증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얘기했습니다. 자위 근절 캠페인이 당시 성행하였고 캠페인에서 배포한 팸플렛에는 오나니아(당시 자위를 일컫는데 사용된 다른 명칭)의 유해함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었습니다. 자위하는 여성은 자신의 처녀성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며 가문의 이름을 더럽히고 사회에서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으로 간주하였습니다.

섹스 및 관계 치료 전문가인 크리스틴 로자노(Christene Lozano)는 자위를 자제하는 이유는 다양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저를 찾아오는 환자 중에는 자라온 가정 환경이나 문화, 종교, 낮은 신체 자각, 자기 몸에 대한 무관심, 연인과의 심리적 거리 등을 이유로 자위에 대한 죄책감, 수치심을 느끼는 이들이 많습니다.”

스쿠리티는 28살에 직업 군인과 결혼했습니다. 그녀는 남편이 타지역으로 파견되자 둘 사이의 물리적 거리로 힘들어했습니다. “그전까지는 항상 파트너가 제 곁에 있었죠.”라고 회상하며 “파견 후에는 폰 섹스도 시도해봤지만, 근무지 네트워크 연결이 불안정해서 어려움이 많았고 솔직하게 얘기하면 별로 즐겁지 않았어요. 남편이 자위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는데 그런 제안을 먼저 해줘서 지금은 고마워요.”라고 경험을 고백했습니다. “저에게는 긍정적인 경험이었고 내 몸에 대한 주도권을 가진 느낌을 받았고, 성감대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스타그램 설문 조사에서 30세 이후로 자위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대답한 응답자들의 반응이 놀랍게도 균등하게 나뉘었습니다. 폴리의 경우 자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인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연애를 시작하면서부터 였다고 합니다. 폴리가 경험이 없어 성적으로 미숙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연인은 그녀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그녀 스스로 자기 몸을 탐구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었습니다. 연인과의 만남 후 처음으로 강한 성욕을 느꼈고 자위를 처음으로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돌고 돌아온 여정

자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내 자기 몸을 탐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폴리의 경우 첫 시도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불꽃 튀는 전율보다는 노동에 가까운 과정이었죠. 자위를 처음 시도했을 때 어땠는지 물어보자 그녀는 “너무 답답했어요! 인생 처음으로 성욕을 느꼈고 자위를 시도해보겠다는 결심을 했는데 하면서도 제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고 전혀 좋지도 않았죠. 제 욕구를 전혀 만족시킬 수 없는 경험이었죠.”라고 대답했습니다.

폴리처럼 헤매고 있거나 시도조차 엄두를 못 내고 있더라도 너무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섹스 토이를 여러 개 구매해 놓은 것만으로도 매우 큰 결심을 한 것이니까요. 성교육 전문가로 조언을 드리자면 원하는 만큼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시도해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생식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성감대는 정확히 어디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맨눈으로 관찰한 내 생식기, 냄새에 익숙해져야 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자기 몸을 탐구하기 위한 여정의 첫 단추는 어떻게 채울까요?

자신만의 속도에 맞게 천천히 시도하는 것은 지극히 흔하고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저는 32살의 아시아 여성으로 양성애자고 현재 성 건강을 취재하는 언론인입니다. 이런 제 직업적 특성과 성 정체성을 고려할 때 대부분의 사람은 제가 제 몸, 성 건강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위의 세계에 눈을 뜨기 시작한 건 13살쯤 우연히 샤워하다 생긴 일이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이 경험을 “바루나의 굉장히 길고 뜨거운 특별한 목욕 시간”이라고 불렀습니다. 샤워기 헤드로부터 졸업하고 한동안은 베개를 애용했고 바이브레이터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인 28살이니 제대로 된 자위를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죠.

올해는 새해 결심 목록에는 성 관련 사항도 추가하는 것이 어떨까요? 사소한 것이라도 괜찮습니다. 예를 들어 거울로 내 생식기를 관찰하기라거나 성적인 방식이 아니더라도 내 몸을 구석구석 스스로 만져보기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내 성적인 생각, 감정을 일기에 적어 내 몸을 알아가는 이 여정에서 내가 어디쯤 인지를 확인해보는 것도 좋기 때문이죠. 일부일처제 문화는 1:1 관계에 충실해야 하므로 포르노 시청, 자위 등 홀로 하는 행위는 연인이 바람으로 간주해서 비난받을 수 있죠. 만약 현재 연인이 있다하더라도 자위를 두고 서로 편안하게 얘기하고 필요시 허용해 주는 것이 건강한 관계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꼭 자위를 혼자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연인과 서로를 마주보며 상호 자위를 할 수도 있죠. 자위행위 자체가 둘의 관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아닌 것을 확신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 치료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성적 트라우마나 수치심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특히 더 필요하죠. 로자노는 ‘관능 집중 훈련’을 통해 환자가 자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관능 집중 훈련은 체계적으로 신체 부위를 어루만지는 과정으로 물리적, 성적 친밀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삽입이 동반된 성관계 없이 파트너와 오르가슴에 도달할 방법입니다.”라고 설명하며 로자노는 “자기 몸뿐만 아니라 상대의 몸에 대해서도 알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첨언했습니다.

 

*이름은 가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