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잘나가는 브랜드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가상 공간, 메타버스(Metaverse)에 그들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죠. 젠지들을 중심으로 뜨거운 인기를 구가하는 메타버스는 가상을 의미하는 Meta와 세계관을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입니다. 단순히 사냥을 하고 퀘스트를 깨는 온라인 게임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요. 메타버스는 방과 후 친구들과 만날 약속 장소가 되고, 아바타가 주인공이 되어 웹드라마를 찍거나, 또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세계관 역할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메타버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제약 없이 마음껏 그려내기에 아주 달콤한 곳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곳에 정말 사람들이 모일까?’, ‘도대체 무엇을, 왜 하는 걸까?’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금세 식을 줄 알았던 메타버스 뉴스는 하루가 다르게 업데이트되고 있어요. 구찌부터 루이 비통 등등 호화로운 명품 브랜드도 메타버스에 새로운 월드를 뚝딱뚝딱 건설하고 있는 걸 보면 ‘오프라인 세상에만 갇혀 살아서 시대에 동떨어져 가는 걸까?’ 의구심이 들고요.
메타버스로 가는 길은 참 많습니다. 마인 크래프트, 로블록스, 샌드박스, 포트나이트, 이프랜드 등등!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대표적인 3D 가상 세계들입니다. 메타버스마다 생김새도 즐길 거리도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얼루어가 대신 가겠습니다. 살펴보고 제2의 ‘나’를 탄생시킬 곳으로 어디가 좋을지 고민해보면 어떨까요.

첫 주자로 탐색해 볼 곳은 한국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 네이버 제페토(Zepeto)에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에서 만든 AR 기반 아바타 소셜 서비스로 전 세계 3.2억 명의 사용자 중 90%가 해외 유저인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입니다. ‘제페토를 첫 번째로 소개하겠다!’ 결심한 계기는 단순해요. 아바타가 제일 예뻐요.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사랑스럽습니다. 특히 고를 수 있는 옷과 액세서리가 넘쳐나는데요. 그 이유는 누구나 쉽게 ‘제페토 스튜디오’를 이용해서 가상현실 내에서 착용 가능한 아이템을 제작하고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제페토 스튜디오’가 오픈한지도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지난 6월 기준2백67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이용했고 판매된 아이템은 1억 5천 개, 거래액은 3백억 원으로 규모도 어마어마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탑 크리에이터로는 렌지(@lenge)가 있어요. 제페토 아이템을 제작해 파는 수입이 월 1천5백만 원을 달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지난 10월에는 스트리트 브랜드 널디(Nerdy)와 협업해 브랜드 대표 아이템을 만들어 보였어요.

 

아바타가 이토록 예쁘게 구현되다 보니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메타버스에서 펼치기 위해 준비하는 패션학도들도 많아요. 제페토는 이탈리아 명문 패션스쿨 이스티튜트 마랑고니(Istituto Marangoni) 마이애미 분교와 파트너십을 맺어 가상 패션 분야에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5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원했습니다. 학생들은 3D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 프로세스를 구성하고 가상 환경에 찰떡인 패션 스타일을 창조해요.

 

그럼 아바타를 예쁘게 꾸미고 난 후엔 무얼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걸까요? 월드 핫 플레이스로는 정해진 시간 내에 키워드에 맞춰 스타일링하는 패션 토너먼트 배틀 <런웨이 Z>, 친구들과 ‘불멍’하며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캠핑> 등 다양한 월드가 꾸려져 있어요. 불가리, 랄프로렌, 구찌, 크리스찬 루부탱, 디올 뷰티, 나스 코스메틱, 나이키, 아디다스, 자라, 크록스 등 패션&뷰티 월드에선 브랜드의 시즌 별 소식을 경험해 볼 수 있답니다. 셀레나 고메즈, 블랙핑크, 엔믹스, 트와이스 등 셀럽과 협업도 진행 중이고요. 제페토에서 ‘인싸’가 되려면 이런 협업들도 잘 알아둬야 해요. 예를 들어 디올 뷰티 타투를 볼에 찍고, 구찌 가방을 들고 엔믹스 안무에 맞춰 춤을 추는 나만의 아바타를 자랑하는 거예요. 참 귀엽거든요.

 

많은 월드 중 에디터의 관심을 끌었던 <어그(Ugg) 월드>로 들어가 볼까요. 겨울을 맞아 필 하우스(Feel House)로 새 단장했습니다. 지난달 어그는 제페토를 활용한 서울 성수동 팝업스토어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그 결과 매출이 슈즈 60%, RTW 37%가 늘었어요. 팝업스토어에서 직접 제품을 판 것도 아닌데 온,오프라인에서 아바타용 어그를 체험하고 온라인몰이나 타 매장에서 구입한 거예요. 메타버스의 환상적인 힘이랄까요? 월드에 도착하면 이곳을200%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 팝업 창이 떠요. 제페토 입문자라면 하나씩 도장 깨기 하듯 놀아보세요. 팝업 창을 닫고 환상적인 구름 섬을 둘러볼 시간도 없이… 퍼붓는 털 뭉치들..!! 한 대 맞으니 복수를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얼른 털 뭉치를 주워 던집니다. 맞춘 것보다 맞은 털 뭉치가 더 많아요.

필 하우스 입장! 핫 핑크 바이브 가득한 복도를 따라 쭉 들어가면 윈터 시즌 신상 아이템이 모여 있는 어그 쇼룸으로 통해요. 마네킹에 디스플레이 된 코디 착을 그대로 입어볼 수도 있고요. 슈즈랑 옷을 아바타 개성대로 골라 입을 수도 있어요. 전 플리스 집업에 통굽 슬리퍼를 매치해 시어링 핑크 스타일을 완성했어요. 모든 제품들은 똑같은 디자인의 오프라인 상품으로도 만날 수 있어요.

쇼룸에서 나와 2층 공간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일루미네이션 룸에서는 아바타들이 와글와글 광선 빔 놀이를 즐기고 있네요. 털 뭉치 던지기처럼 은근히 중독성이 있습니다. 칠흑 같은 계단을 올라가면 다시 화사하고 포근한 공간이 짠. 통유리창으로 1층 쇼룸이 훤히 내려다보이고요. 몽글몽글한 구름 소파에 올라가면 기분이 좋아져요. 어그 옷 입고 구름 섬에서 제대로 힐링 했습니다. 털 뭉치 던지는 순간도 포착해 보고, 솜사탕 같은 알록달록 스툴에 누워서 달콤한 기분을 만끽해 보아요.

제페토는 3D 구현이 생생하고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알록달록 부드럽게 꾸며져 있어서 몰입도가 굉장했어요. 그래서 패션 아이템을 스타일링 하는 재미도 컸고요. 유저들 간에 장난치는 재미도 중간중간 쏠쏠했습니다. 제페토 월드에서 꽁꽁 얼어붙은 마음을 말랑하게 녹였으니 힘이 나네요! 다음번에 또 다른 메타버스로 안내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