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한 목소리의 김우석은 눈과 얼굴을 통해 무엇이든 말할 수 있다.

니트, 팬츠, 네크리스, 벨트, 스카프는 모두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ony Vaccarello).

레드 셔츠는 세퍼 바이 비이커 (Sefr by Beaker).

셔츠, 네크리스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베스트는 1017 알릭스 9SM(1017 ALYX 9SM). 팬츠는 프라다(Prada).

 

평소에 거울을 잘 안 본다는 말을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20대 초반 까지만 해도 자주 본 것 같은데 점점 안 보게 되더라고요. 거울을 본다는 건 뭔가 신경을 쓰거나 확인을 하는 거잖아요. 세팅된 모습으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특히 집에 있을 때는 정말 거울을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집에서는 꾸미지 않은 상태의 저만 아는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그게 좋아요. 다들 그렇겠죠? 너무 당연히 제가 가장 잘 아는 얼굴이니까 굳이 거울을 볼 필요가 없어요. 

일할 땐 내내 거울을 통해 자기 모습을 확인하고 신경 써야 하니까 집에서라도 멀리하고 싶은 마음인가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헤어, 메이크업을 받으려면 맨 먼저 거울 앞에 앉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제 얼굴을 보면서 일을 시작하죠. 일할 때는 거울보다는 모니터를 더 자주, 많이 보는 편이에요. 드라마를 찍거나 음악 방송을 하거나 이런 화보 촬영을 할 때 모니터 속 제 모습을 확인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 확인하고 수정하기를 반복하죠. 사람들이 보는 최종 결과물은 거울이 아니라 모니터 속에 있으니까요. 

거울에 비친 얼굴과 모니터 속 얼굴은 좀 다를까요?
확실히 달라요. 거울 속의 나는 내가 보는 내 모습이잖아요. 반면 모니터 속 나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제 모습이죠. 어떤 때는 제가 아는 제 모습이랑 좀 달라 보일 때도 있고 그래요. 함께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나 호흡에 따라 결과물도 조금씩 다르니까요. 대체로 제가 아는 제 모습보다 썩 괜찮아 보일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웃음) 

오늘 촬영의 결과물은 어때요? 익숙하게 뽀송뽀송한 모습보다는 좀 야릇한 얼굴을 찍고 싶었거든요.
스타일이나 디렉션이 평소와 좀 달라서 처음엔 어색했는데 싫지 않았어요. 익숙하진 않았지만 그냥 믿고 따랐던 건 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늘 그래요. 틀을 깨고 싶긴 한데 막상 혼자서는 어려운 것 같아요.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오늘 그 역할을 해주셔서 한 발자국 더 내디딜 수 있었어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생각해요. 

자기 얼굴을 이렇게 보면 어때요?
저는 제 눈을 좋아해요. 눈에는 다양한 감정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불가살>의 감독님이 제 눈에 특히 많은 게 담겨 있어서 좋다고 그러시더라고요. 저의 장점이지 않나 싶습니다. 

우석 씨 눈에 뭐가 담겨 있다고 하던가요?
뭔지 모를 슬픈 감정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눈으로 전달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이 많을 것 같다고요. 

그런 사람이 있죠. 유난히 눈에 뭔가가 가득 한 사람이요.
저는 표정이 없는 편이에요. 감정도 그렇고요. 마음을 터놓고 진심을 전하고 싶을 땐 주로 눈으로 표현해요. 늘 그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지내온 시간 속에서 저도 모르게 쌓인 게 있지 않을까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되더라고요. 연기라는 게 결국은 진심을 전달하는 거니까요. 저는 눈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데 익숙한 사람인 것 같아요. <불가살>을 찍을 때도 최대한 많이 담고 표현하려고 노력했어요. 

눈에 감정을 담고 또 표현하는 일이 노력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어때요?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까진 가능할 것 같아요. 저는 살면서 경험하고 느낀 감정들이 남들보다 좀 많이 여기에 남아 있는 것 같긴 해요.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래요?
각자 나름의 가정사가 있기 마련이고, 힘들게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두가 다 그런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런 고통이나 아픔을 어떻게 소화하느냐인 것 같아요. 그에 따라 결과도 달라지는 것 같고요. 저는 힘들고 아픈 기억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요. 그 시간이 저를 성장하게 만든다고 믿어요. 뻔한 말 같지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요. 안 좋았던 일, 힘들었던 기억을 다시 꺼내서 되뇌는 게 두렵지 않아요. 저는 정말 다 말할 수 있어요. 어차피 제가 겪은 일이고, 지나온 시간이니까요. 무슨 짓을 해도 그 사 실은 변하지 않아요.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덕분에 나쁜 것들은 흘려보내고 좋은 감정만을 간직할 수 있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안 좋은 기억일수록 묻어두지 않고 더 자주 꺼내 봐요. 그럼 결국엔 무뎌지거든요. 

 

니트,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앵클 부츠는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셔츠, 팬츠는 보테가 베네타. 플립 플랍은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슬리브리스는 렉토(Recto).

김우석의 눈과 얼굴에 관한 이야기만 이렇게 나누고 있는 건 <불가살>을 봤기 때문이에요. 얼굴에서 어떤 균열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캐릭터 자체가 워낙 밝은 인물인데 막상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뒤로 갈수록 아픔이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요. 보는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많이 고민했고, 힘도 들었어요.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죠. 처음부터 도윤이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이해하진 못했어요. 촬영 막바지에 가서야 그 인물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후회는 없어요. 어쨌든 무사히 잘 마무리했고, 소중한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배우고 성장했으니까요. 

비로소 곱고 예쁜 필터를 거둬낸 맨얼굴의 김우석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어요. 어떤 용기를 낸 건가요?
좀 예쁘고 여리고 훈훈한 이미지가 있죠. 저도 알고 있어요. ‘필터’라는 표현을 쓰셨는데 그거 일종의 이미지 잖아요. 이미지라는 게 결국은 사람들이 보고 싶은 제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추측이고 예상이고 바람인 거죠. 그 모습을 깨고 나서면 이미지를 벗어났다는 말을 듣고요. 저는 그런 거에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에요. 피투성이가 된 얼굴이나 좀 못나고 과격한 얼굴을 내보이는 게 제 이미지를 벗어나는 일이라는 걸 알지만 괜찮아요. 곱고 예쁜 이미지 안에 안전하게 있는 것도 좋지만 틀을 벗어나는 일이 겁나지도 않아요. 

김우석과 김우석의 이미지 사이의 거리를 잘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적정선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나와 대중이 원하는 나 사이의 적정선이요. 대중이 원하는 김우석의 이미지로 살다가, 작품이나 화보처럼 그 이미지를 깰 기회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즐겁게 임하는 거죠. 뭐든 열린 상태로요. 

되게 현명한 사람 같아요. 지금 눈이 그래요.
저는 하기 싫은 건 안 해요. 근데 해야 하는 일은 또 해요. 타협하고 양보하면서 거부감 없이 흔쾌히요. 

선택은 늘 당신의 몫이겠죠?
맞아요. 저는 선택을 참 많이 하는 편인데요. 오디션 프 로그램도 제가 너무 나가고 싶어서 선택한 거예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주도적으로 선택을 하고 있어요. 힘들 때도 있거든요. 근데 거기서 멈추면 그냥 제자리에 주저앉은 꼴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건 싫어요. 1집보다는 2집이, 2집보다는 온전히 제 힘만으로 작업한 3집이, 그렇게 갈수록 여러모로 더 발전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듣고 이제 확신이 생긴 상태예요. 

선택할 때 뭘 봐요? 어떤 순간을 믿나요?
저의 감을 믿어요.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누가 나를 믿겠어요?(웃음) 무슨 선택을 하든 그 책임은 제 몫이라는 사실도 늘 명심하고 있고요. 나름의 기준은 있는데요. 실패는 상관없는데, 실패 후에 후회하거나 좌절할 것 같은 선택은 하지 않아요. 

이제 스물일곱이죠? 스물보다 서른에 더 가까워진 지금은 어때요?
거스를 수 없는 20대 후반에 접어들었어요.(웃음) 빨리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씩 저의 30대와 40대를 상상해보긴 해요. 인생 아무도 모른다고 하지만 저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어요. 왠지 지금 보다 더 나은 사람으로, 더 멋지게 살고 있을 것 같아요 .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