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식물을 더 아름답게 매만지는 4개의 브랜드

공간을 싱그럽게 만들 뿐 아니라 대체할 수 없는 기쁨을 선사하는 반려 식물의 시대, 꽃과 식물을 더 아름답게 매만지는 4개의 브랜드를 만났다.

하수민 | 플라워 그룹 그로브 대표

브랜드와 매거진의 플라워 스타일링에서 컬러와 질감이 독보적인 꽃을 선보인다. 최근 금호 알베르에서 3주에 거친 생화 전시를 마쳤다.

플랜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은 청담동에 숍에 있지만, 이전에는 10여 년간 두산매거진 사무실 근처에 숍을 두고 있었다. 다른 꽃집에서는 보기 힘든 꽃을 사 가던 매거진 기자들이 촬영을 위한 소품과 세트 스타일링을 의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이 닿아서 우연히 시작한 게 점점 더 큰 규모의 스타일링과 디렉팅으로 확장됐다.

그로브의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고객의 니즈를 최우선으로 하고 여기에 전문가로서의 조언을 녹여내는 편이다. 디자인에서는 텍스처와 컬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상황, 공간, 조합에 따라 같은 것도 달라지도록 하는 것이 플라워 스타일링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흔히 쿨톤이라고 분류되는 컬러를 좋아하는데, 이런 보기 드문 꽃을 활용한 점이 그로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 스타일에만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한다.

최근 플랜트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시장의 큰 흐름을 본다면, 몇 년 전까지는 자연스럽고 전반적인 무드가 아름다운 프렌치 스타일의 인기가 높았다. 최근은 일본의 꽃꽂이인 ‘이케바나’를 유럽식으로 재해석한 스타일이 유행하고 있다. 간결하지만 힘있는 실루엣, 클로즈업했을 때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인데,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는 인스타그램의 영향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도 플랜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첫 번째로 꽃만을 위한 깔끔한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 꽃을 사서 담는 게 처음이라면 화병은 입구가 좁은 것을, 컬러는 톤온톤으로 맞추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부터 라인을 살리거나 대비되는 컬러를 꽂는 것보다 비슷한 컬러의 꽃을 듬뿍 꽂아놓고 꽃마다의 ‘맛’을 서서히 알아가는 거다.

‘식물 킬러’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부담감을 내려놓고 계속 시도하길 바란다. 키우던 식물이 죽었더라도 몇 주, 몇 달 동안 그로 인해 행복을 느꼈다면 충분하다. 꽃도 마찬가지인데, 수명을 신경 쓰기보다 오늘 이 순간 눈앞의 꽃이 주는 위안에 집중하는 게 좋다. 죄책감을 갖기에 앞서 식물과 꽃이 주는 행복에 집중하면서 꾸준히 시도하다 보면 자신과 잘 맞는 식물을 찾을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선릉로 148길 38 문의 02-514-9197

오주원 |  틸테이블 대표

2007년 설립 후 다양한 보태니컬 디자인을 시도했다. 실내 식물과 직접 디자인한 화기에 초점을 둔 성수동 쇼룸을 운영 중이다.

플랜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틸테이블을 만들기 전 공간 디스플레이 업무를 한 적 있다. 당시에는 모델하우스 작업이 많았는데 어쩌다 식물을 적용한 공간 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그랬더니 분양률이 높게 나오더라. 그때 식물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본격적으로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쇼룸의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1층은 식물을 판매하고 2층은 디자인 화기에 식재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14년째 플랜트 디자인을 하다 보니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튼튼하게 오래 클 수 있는 다양한 식물을 선별하고 있다. 식재된 제품의 경우에는 식물과 화분의 비율을 신경 쓰고 있다. 단순한 식물가게보다는 전시의 느낌을 주고 싶었기에 분기별로 다른 콘셉트를 진행 중이며 때로 브랜드와의 협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올해의 콘셉트는 ‘도심 속 식물가게’다.

최근 플랜트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실내 식물 디자인은 아무래도 인테리어 트렌드와 함께 갈 수밖에 없는데 요즘은 미니멀하고 동양적인 느낌이 대세다. 우드 마감재를 활용하고 벽도 화이트보다 부드러운 샌드빛을 선호한다. 큰 트렌드를 따르되 세세한 공간에 따라 잎의 크기, 라인감, 덩어리감 등을 고려해 식물 디자인을 제안한다.

요즘 애정하는 식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이 계절에 많이 나오는 죽도석곡을 좋아한다. 쇼룸에도 가져다 놓고, 가족들에게도 선물했는데 작은 대나무처럼 보이는 난이다. 흙이 아닌 나무나 바위, 이끼에 붙어 성장하는데 요즘의 인테리어 트렌드에 잘 묻어나는 식물이라 더욱 예뻐 보인다.

개인도 플랜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처음 시작한다면 키우는 식물의 이름과 원산지를 파악하길 바란다. 어떤 특성을 가진 식물인지 이해하는 것이 첫 번째다. 식물을 키우는 게 익숙한 사람이라면 전지 작업을 할 때 원하는 디자인을 확실히 그려놔야 한다. 키를 키울 것인지, 옆으로 확장할 것인지를 정하고 안쪽에 있는 이파리부터 솎아내야 한다. 잎이 가득 차 물이 빠지지 않으면 쉽게 벌레가 생긴다.

‘식물 킬러’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식물이 죽었다면 왜 죽었는지부터 관심을 가져보자. 실내 식물의 경우 물을 적게 줘서 죽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작은 화분받침에 맞춰 물을 주다 보면 말라 죽기 십상이다. 화분받침에 차는 물보다는 식물과 흙의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한번씩 비를 맞은 것처럼 흠뻑 주는 것도 필요하다.

주소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 120 문의 02-544-7936

이주호 | HONAE 대표

식물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질적인 요소들을 결합하고 재해석해 하나의 장면으로 풀어내는 플랜트 디자인 스튜디오다. 

플랜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제품 디자인을 전공하며 홈가드닝 아이템을 기획하고 디자인한 적 있다. 당시 사업으로까지 연계해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고, 이후로도 계속 식물을 필두로 한 디자인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호네를 설립했다. 현재는 플랜트 디자인뿐 아니라 화분 디자인과 판매, 시공까지 진행하고 있다.

쇼룸의 디자인 콘셉트가 궁금하다.
식물 셀렉트 자체에 중점을 뒀다. 같은 수종이더라도 담긴 각도, 담긴 화분, 주변의 오브제, 조명 등에 따라 변화하기에 그런 다변화성을 보이고자 했다. 직접 디자인한 화분을 활용했고 쇼룸을 공유하는 유리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클리어비(Clear B)의 제품과 함께 선보이고 있다. 아담한 공간이다 보니 식물을 가득 넣기보다 오브제와의 조화를 통해 디자인과 무드를 살리고자 했다.

최근 플랜트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과거엔 대형 관엽식물이나 선인장을 이용한 플랜테리어가 많았다면 요즘은 작은 크기의 분재류나 동양적 느낌이 강조되는 플랜트 디자인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애정하는 식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고사릿과 식물들에 눈길이 많이 가는 편인데 그중에서도 블루스타 고사리를 소개하고 싶다. 언뜻 보면 큰 특징이 없는 듯하지만 직접 만져보면 종이로 만든 모형 같은 특유의 촉감이 흥미롭다. 이 외에도 무심하게 뻗은 라인이 아름다운 죽도석곡도 좋아한다. 개나리를 닮은 작은 꽃을 피우는데 향이 강하고, 오랫동안 달고 있어 함께하는 경험이 즐거운 식물이다.

개인도 플랜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식물이 등장하는 매체를 최대한 많이 접한다면 시도해볼 수 있다. 어떤 식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디자인 과정으로 접근했는지. 다방면으로 탐구하는 과정을 거친다면 혼자서도 기본적인 감각을 익혀나갈 수 있다.

‘식물 킬러’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적절한 생육환경을 조성해주거나, 처음부터 공간에 적합한 반려 식물을 들이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이 없다면 입문용 식물로 호네에서 선보이고 있는 이끼볼을 추천한다. 물이 부족하면 둥근 표면이 말라 신호를 인지하기 쉽고, 관리하는 방법 또한 분무기로 적시듯 뿌리거나 받침대에 물을 자작하게 채우는 것으로 충분하다. 디자인적으로도 차별화되어 작은 이끼볼을 놓는 것으로도 공간을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용산구 백범로77길 61 문의 @honae.seoul

김광수 | 마초의 사춘기 대표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대표를 포함해 조경, 시각, 산업, 가구 등 각기 다른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모인 플랜트 디자이너 그룹이다. 

플랜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느 날 플로리스트 친구를 따라 식물 시장에 가서 깜짝 놀랐다. 이렇게 상품성이 좋은 시장이 있는데 그걸 아무도 모르는 거다. 이후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식물을 활용한 연출을 시도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마추어였음에도 새로운 천직을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었다. 식물사업의 시장성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아직 폐쇄성이 강한 시장인 만큼 활성화시킨다면 충분히 좋은 사업이 될 거라 생각했다.

플랜트 디자인을 전담한 ‘일상비일상의 틈’의 콘셉트가 궁금하다.
거리에서 이 건물 앞에만 이가 빠진 듯이 가로수가 없더라. 그래서 이곳 전체가 하나의 가로수처럼 보이길 원했고, 테라스의 모든 식물이 사계절을 보여줄 수 있도록 수종을 맞추었다. 각 층에도 계절감을 부여했는데 봄부터 겨울까지, 브랜드와 꼭 맞는 계절과 매칭해 브랜드의 가치관과 계절의 스토리를 녹여냈다.

최근 플랜트 디자인 트렌드는 무엇인가?
3~4년 전만 해도 플랜테리어는 곧 휴양지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도 많은 걸 경험하고 그만큼 눈이 높아졌다. 그저 예쁜 관상용 식물로 꾸미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식물의 변화, 식물을 돌보는 구체적인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 늘었다. 판매하는 식물 또한 예쁜 것은 기본이고, 반려로서 오래 볼 수 있는 실내용 수종으로 선정하고 있다.

요즘 애정하는 식물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5년째 키우고 있는 아레카 야자가 있다. 뿌리가 너무 커져서 화분에 금이 간 터라 망치로 깨고 분갈이를 해줘야 할 정도다. 절대 버릴 수는 없으니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아라’라는 이름도 있다.

개인도 플랜트 디자인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식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비슷해 보이는 식물도 사실 다른 수종인 경우가 굉장히 많다. 같은 몬스테라로 불려도 어떤 것은 위로 자라는가 하면 어떤 것은 바닥을 타듯이 자란다. 자신이 어떤 형태를 원하는지, 그에 해당하는 수종은 무엇인지, 그 수종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차근차근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

‘식물 킬러’에게 전하는 팁이 있다면?
회사 슬로건이 ‘Don’t Worry No Die’다. 누구에게나 말한다. 괜찮아, 안 죽는다고. 물론 약간의 지식과 충분한 애정이 있다면 말이다. 식물에 대한 깊은 연구를 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식물이 어떤 식물인지, 잎이 노래졌을 때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정도만 알아도 정말 오래 키울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426 문의 070-4090-8005

    에디터
    정지원
    포토그래퍼
    OH EUN BIN, COURTESY OF LG U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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