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enty Times a Thousand(2020)

Fold, Hexagonal(2017)

When a Nightingale Speaks of a Song(2021)

언어의 의미

작가 박주연에게 언어는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통로이자 지식의 결과물이기 이전에 완전한 소통과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억압의 장치다. 그의 개인전 <언어 깃털>은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통찰과 청소년 시절부터 타국에서 살면서 겪은 개인적인 경험들, 그리고 동시대 시각문화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들이 절제된 시적 표현으로 제시된다. 전시 제목인 <언어 깃털>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루타르크의 짧은 이야기 중 나이팅게일의 깃털과 목소리에 관한 일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전시는 나이팅게일의 이야기를 하나의 알레고리로 차용하여 잠재한 폭력성을 지닌 언어의 의미를 제거하고 남은 목소리에 주목한다. 작가는 의미를 잃고 목소리로 남은 에코의 무의미한 반복의 행위를 실패와 좌절로 간주하기보다, 소리와 이미지의 새로운 예술로 나아가는 가능성의 세계로 바라본다. 그러곤 곧장 가장 근본적인 태도로 무의미의 의미로 나아갈 참이다. 3월 25일부터 6월 6일까지, 아뜰리에 에르메스.

 

Hernan Bas, The start of the end of the longest drought, Acrylic and Phosphorescent Pigment on Linen, 182.9x152.4cm, 2020

중간자의 모습

미국 마이애미 출신 회화 작가 헤르난 바스는 이른 나이에 세계적인 컬렉터인 루벨컬렉션에 소개되면서 주목받았다. 그의 작업들은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는다. 평소 관심을 가져온 고전문학이나 종교, 신화, 초자연주의, 영화에서 발췌한 단편을 엮어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구성하는 작가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를 회화적 네러티브로 발전시킨다. 이번 전시는 2007년 이후 헤르난 바스의 주요 주제를 소개한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년을 막 벗어났지만 성인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지 않은 중간자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는 남성성과 그 이면의 섬세함, 나아가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불특정한 소년의 불안함도 엿보인다. 이 인물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점차 구체적이고 상징적인 인물로 변모해간다.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조합한 작가의 캔버스는 그 특유의 낭만성과 보편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회화 속 소년의 여정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다. 5월 27일까지, 스페이스K 서울.

 

Jaye Rhee, Once Called Future, 2019

연대하는 미장센

전시 <사적인 삶>은 국내외 작가들의 영상 작업과 조각, 콜라주 작품이 서로 연대하기로 했을 때 벌어지는 미학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마치 하나의 선집에 실린 여러 단편처럼 서로 다른 스토리 라인 안에서도 ‘사적인 삶’이 내포하는 함의를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고유한 내레이션을 빌려 친밀하게 내보인다. 이를 통해 각 작가의 작품이 단순히 재현의 결과물이 아닌 작가의 삶을 일부나마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의 기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지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는 방식이 아닌, 이미 생각에 잠긴 채 봉인된 듯한 이미지를 바라보고 있는 체험 또한 이 전시에서 놓치면 아쉬운 부분이다. 이재이, 김세진, 한스 옵 더 베익, 마크 맨더스, 막스 프리징거 작가의 작품이 새로운 이야기의 단초를 제공하며 묘한 생동감을 부여한다. 4월 9일까지, 갤러리 바톤.

 

NEW EXHIBITION 

<아르노 피셔, 포토그라피>

베를린 출신의 사진가이자 사진 교수였던 아르노 피셔의 엄선된 작업을 한국 최초로 선보인다. 그는 베를린의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을 밀도 있는 분위기로 풀어내면서 절망과 시작의 희망 사이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장소 고은사진미술관 기간 6월 2일까지

 

<몸 짓 말>

퍼포먼스의 ‘개념’을 작품으로 수집하고 소장했다. 예술가들이 그들의 ‘몸’을 도구로 하여 ‘짓’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표현’과 ‘생각’을 수집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수집의 결과물과 함께 동시대 작가들의 행위를 직접 살필 수 있다.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간 6월 27일까지

 

<UNSEEN LAND>

박항렬 작가는 인간의 시각으로 구조화되는 자연에 일시적으로 개입하여 퍼포먼스로 실제 자연환경을 재구성하고 사진으로 기록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작가는 자연의 땅을 ‘포획’하고 ‘형상’을 만든다.
장소 더레퍼런스 기간 4월 1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