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형식의 남성복 패션위크와 쿠튀르 패션위크가 개최되었고 흥행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 4대 패션위크는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방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들은 어떻게 런웨이를 치렀을까?

 

THOM BROWNE

지구에서 23만9000마일 떨어진 달에서 열리는 2132 올림픽. 우주 올림픽 위원회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창공을 지나 거대한 스타디움에 다다르면 톰 브라운 식으로 만든 올림픽 경기를 관전할 차례다. 이 모든 게 믿기지 않겠지만 톰 브라운이 이번 2021 시즌 컬렉션 소개를 위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스토리다. 오프라인 패션쇼 대신 그가 선택한 건 바로 온라인으로 올림픽이 생중계되는 듯한 긴장감 넘치는 순간. 탁 트인 경기장에 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소개하듯 룩을 보여주는 치밀한 영상미는 유니폼 스타일의 톰 브라운 룩을 신선하게 조명했다. 이건 거의 SF영화라고 해도 믿겠다.

 

MIU MIU 

가상의 스포츠 아레나를 만들어 미우미우 걸들을 초대한 미우미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각국의 셀럽과 VIP가 온라인으로 만나 쇼를 관람했다. 스포츠 웨어와 이브닝 웨어를 절묘하게 믹스한 컬렉션, 스포츠와 패션, 현실세계와 가상세계가 이곳에서 조합을 이뤘다. 특별히 온라인상으로 초대받은 셀럽들은 한껏 차려입고 각자의 공간에서 쇼를 즐겼고, 이 모습 또한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다. 여기에 이번 가상의 쇼 스페이스에서 영감을 받아 소녀들의 셀카 취향에 맞는 인스타그램 필터를 제작해 재미를 더했다. 이 정도면 온라인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참신한 쇼.

 

MOSCHINO

일순간 뒤죽박죽이 된 세상, 우리는 만나야 할 곳에서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모스키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제레미 스캇은 모두가 만나지 않았음에도 모두를 한데 모았다. 바로 인형극으로 말이다. 한 편의 영화처럼 완성한 이들의 컬렉션은 모두 마리오네트 비율로 작아졌다. 짐 헨슨의 특수효과팀에서 창조한 우아한 인형 모델 그리고 익숙한 프런트로의 인형 VIP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인형극이라고 해서 유치할 것이라는 기우는 접어두길. 섬세한 마감, 코르셋, 다트, 깃털 장식 등 어느 때보다 선명하고 디테일함을 볼 수 있었으니까.

 

COACH 

뉴욕의 대형 브랜드들이 9월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코치 또한 런웨이를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화상 프레젠테이션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컬렉션을 소개했다. 사진가 유르겐 텔러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이번 ‘Coach Forever’ 프레젠테이션은 코치 패밀리인 카이아 거버, 케이트 모스, 매건 더스탤리언 등 전 세계 유명 셀러브리티들이 직접 룩과 가방을 착장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런웨이에서는 볼 수 없는 친숙한 모습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왔다.

 

LOUIS VUITTON 

파리의 라 사마리텐 백화점에서 열린 루이 비통 쇼는 직접 쇼를 보는 관객과 디지털로 보는 관객에게 서로 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참석하는 게스트들은 특수 효과를 위한 녹색 스크린에 둘러싸인 채 룩을 감상하며, 같은 시간 온라인에서는 이 녹색 스크린을 통해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의 장면을 입힌 런웨이를 감상하게 되는 것. 창조적인 젠더리스를 보여주고자 한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쇼를 선보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이 분명하다. 이들의 옷이 그런 것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모두 평등한 쇼. 이 정도면 디지털로만 봐도 아쉬움이 없다.

 

LOEWE

로에베는 패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Show-on-the-Wall’ 키트를 보내왔다. 이것은 페이퍼 패션쇼를 담은 포트폴리오로 크리에이티브 조나단 앤더슨과 아티스트 앤시아 해밀턴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듀오 M/M(Paris)이 공동으로 작업한 결과물이다. 이들이 보낸 대형 키트 안에는 다양한 성별과 연령의 모델들이 옷을 입고 찍은 포스터, 캔버스 툴백, 앤시아 해밀턴이 디자인한 벽지 등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이 키트를 활용하는 방법은? 원하는 곳에 벽지를 붙이고, 포스터를 잘라 배경에 넣을 수도 있으며 컬렉션 프린트 벽지로 직접 자신만의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다고.

 

BALMAIN 

지난 디지털 패션위크가 예상외로 주목받지 못하자 주요 패션 하우스들은 패션쇼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했다. 대신 초대 관객수를 줄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준수한 채 쇼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발맹은 절충하는 방안을 택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은 런웨이 한쪽에는 좌석을, 한쪽에는 VIP 관객을 위한 랜선 디스플레이 무대를 만들었고 제니퍼 로페즈, 안나 윈투어 등 유명 인사들은 TV 속에서 쇼를 감상했다. 위켄드의 ‘Blinding Light’가 흘러나오고 복고풍 룩을 입은 모델들이 신나게 걸어 나왔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하이브리드 패션쇼 아닌가.

 

PRADA

이번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가장 기대를 모은 쇼는 단연 프라다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가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보이는 컷 컬렉션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한 무관중 동영상 패션쇼 방법을 선택한 이들은 이번 쇼에서 ‘대화’라는 주제로 가치와 이념을 재정립하고 프라다에 대한 재고찰이라고 정의했다. 쇼 직전 이들의 컬렉션에 대한 팬들의 질문에 답하는 등 소통한 점도 흥미롭다. 그렇다면 컬렉션은? 라프 시몬스의 시그니처를 담은 프라다 본연의 모습이라면 설명이 될까. 프라다의 페미니즘과 스포티즘을 반영한 실용적이고 우아한 룩이 즐비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