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어봐야 아는 컬러 바이닐의 매력
귀로 듣는 바이닐. 눈으로 보면 더욱 좋다. 열어봐야 아는 컬러 바이닐의 매력.
VARIOUS ARTISTS / PACIFIC BREEZE: JAPANESE CITY POP, AOR & BOOGIE 1976-1986
지난 몇 년간 음악시장의 가장 큰 흐름 중 하나는 1980년대 스타일의 신시사이저 팝이나 AOR이라고도 불리는 모던 소울/팝 음악의 부활이다. 그렇기에 디제이들은 1980년대 음악을 열심히 재발굴해왔고 그중 ‘시티팝’이라 불리는 일본의 1980년대 팝/소울 음악이 큰 주목을 받았다. 디제이와 애호가들은 일본 로컬 시장에서만 유통된 레코드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장거리 비행도 마다하지 않았다. 시티팝 앨범이 재발매되는 횟수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일본에서도 구하기가 어려운데, 미국의 재발매 전문 레이블인 ‘Light In The Attic’에서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중반 사이에 발표된 음악을 담은 컴필레이션을 내놓았다.
VAMPIRE WEEKEND / FATHER OF THE BRIDE
21세기 가장 성공한 인디밴드 중 하나인 뱀파이어 위켄드의 2019년 앨범.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 후보로도 오른 이 앨범은 이들이 메이저 회사와 계약해 내놓은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인디밴드라고 말하기 어려워졌지만, 음악을 좋아하던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앨범을 만들기 시작한 시절의 발랄함이나 에너지는 여전하다. 다채로운 장르를 섭렵해 즐겁고 풍성한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솜씨와 팀워크는 더욱 깊어지고 탄탄해졌음을 보여주는 앨범이다.
ROISIN MURPHY / OVERPOWERED
일렉트로닉 듀오 ‘몰로코’ 출신의 로신 머피는 솔로 앨범을 자주 발표하지 않지만 어쩌다 나오는 앨범들은 클래식에 가까운 완성도를 보여준다. 2007년에 나온 이 댄스-팝 앨범의 바이닐 버전은 당시 소량만 생산되어 중고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어왔다. 2019년에 이르러 12년 만에 레코드 버전이 재발매되었는데, 톡톡 튀는 오렌지와 핑크 컬러다. 앨범 커버를 위해 우리 돈으로 2억에 가까운 돈을 지출했다고 하는데 커버에서 그가 입고 있는 의상의 컬러와 잘 어울리는 바이닐 색깔이다.
JOHN WILLIAMS / <HOME ALONE> OST
몬도(Mondo)는 영화나 영상물에 관련된 포스터와 사운드트랙 등을 전문으로 발매하는 회사다. 기존 커버나 영화 장면을 사용하지 않고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독자적인 아트워크를 만들어 사운드트랙의 커버로 사용한다. <나 홀로 집에>의 사운드트랙 역시 마찬가지. 일러스트레이터 앤드류 콜브의 다이컷 커버는 속지에 따라 각각 불이 켜진 집과 불이 꺼진 집을 연출할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 존 윌리엄스의 오리지널 스코어나 고전적 크리스마스 캐럴이 담긴 앨범이기 때문에 주로 겨울에 모습을 드러내는 시즌 한정 상품이라 할 수 있다.
IN LOVE WITH A GHOST / HEALING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이 일렉트로닉-다운템포 음악가는 앨범에 짤막한 사랑 얘기를 담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듯한 일러스트와 제법 긴 노래 제목으로도 스토리를 상상해볼 수 있다. 다운템포라고 썼지만 실제 그의 음악은 무척 듣기 편한 멜로디 중심의 ‘이지-리스닝’ 계열이어서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애니메이션이나 비디오 게임의 사운드트랙 같다는 느낌도 준다.
WHITNEY / FOREVER TURNED AROUND
시카고 출신의 인디밴드 휘트니의 두 번째 앨범이자 2019년 발매작. 흔히 말하는 인디 록 사운드에 재즈나 소울의, 혹은 1970년대의 팝/록 스타일을 담아내기 때문에 바이닐 레코드라는 매체와 특히 잘 어울리는 음악을 하는 밴드라고 할 수 있다. 듣기 좋은 멜로디의 음악이 많아서 국내에도 제법 많은 팬을 확보했는데, 곧 두 번째 내한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VARIOUS ARTISTS / <NOTTING HILL> OST
<노팅힐> 사운드트랙은 CD 시대에 발매되었기 때문에 바이닐 버전이 없었다가 2019년에 처음 발매되었다. 총 4가지 버전이 있는데, 오렌지색, 빨간색, 검은색 컬러 바이닐은 2019년에 한정반으로 발매되었다가 절판되었고, 곧 핑크색 바이닐이 1000장 한정반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컬러 바이닐은 발매 초기에만 등장하는 한정반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서로 다른 컬러로 반복 발매되는 경우는 프레싱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책으로 따지면 ‘쇄’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공중도둑 / 무너지기
인터뷰나 방송 출연 같은 홍보활동은 물론이거니와 단 한 번의 공연도 없이 이 앨범은 2018년 최고의 앨범 중 하나가 되었다. 자체 제작해 판매한 레코드는 서울레코드페어를 거치면서 금세 품절되었고, 잠시 매장에서 판매한 이후로는 이 레코드를 구하고 싶어 하는 전 세계인들의 이메일을 300~400통 가까이 받기도 했다. 해외 음악매체들이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연락처를 수소문했고, 결국엔 미국에서 이 음반이 발매되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컬러레코드는 2019년 겨울 미국에서 발매된 버전이다.
- 에디터
- 허윤선, 정지원
- 포토그래퍼
- JEONG JO SEPH
- 글
- 김영혁(김밥레코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