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속 여덟 가게
서울의 작은 프랑스라 불리는 서래마을의 시간은 조금 다른 속도로 흐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도심 속에서 느긋한 리듬을 지켜가는 여덟 가게.
라씨에트
금호동에서 인기를 끌던 레스토랑 ‘고메트리’의 김성모 셰프가 서래마을에 새롭게 문을 연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예전부터 여러 프렌치 레스토랑이 성업을 이어온 서래마을이지만 라씨에트는 캐주얼하면서도 개성 있는 메뉴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셰프의 이전 레스토랑보다 해산물을 활용한 메뉴가 눈에 띄는데 그중에서도 콩피한 문어다리와 초리조가 들어간 문어 오일 파스타를 추천한다. 콩피는 재료를 자체 지방에 재워 저장한 프랑스 음식이다. 부드러운 문어다리 콩피와 꼬들한 파스타면을 한입에 먹으면 맛뿐만 아니라 식감도 재미있다. 프랑스 리옹식 샐러드도 함께 곁들이면 좋다. 색색깔의 채소를 단란하게 쌓아놓은 샐러드 위의 반숙 계란을 터뜨리는 순간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사이드로 나오는 테린은 특유의 짭조름한 감칠맛으로 입맛을 더욱 돋우는 별미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6길 6 2층 문의 02-532-1250
37.5 서래마을본점
사랑에 빠진 사람의 체온은 평소의 36.5℃보다 1℃ 높다고 한다. ‘37.5’는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하루가 사랑스러워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브런치를 선보인다. 깔끔한 대리석 테이블과 한겨울에도 채광이 드리우는 트인 공간은 갤러리를 연상케 한다. 올데이 브런치 카페로 일정한 시간대에 한하지 않고 다양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대표적인 메뉴는 ‘정통 아메리칸 브런치’로 막 조리되어 나온 폭신한 프렌치 토스트와 팬케이크, 스크램블드에그와 소시지 등의 구성이다. 아는 맛이지만 역시 저절로 미소 지을 만큼 맛있다. 단짠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동시에 MSG를 사용하지 않아 건강까지 챙겼다. 곳곳에 놓인 유아용 의자에서도 배려가 느껴진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7길 16 2층 문의 02-593-3705
팔러엠
정성이 듬뿍 들어간 수제요거트를 맛볼 수 있는 작은 가게다. 우유와 유산균으로만 만든 요거트를 면포에 수작업으로 거르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유청이 분리되어 유당불내증이 있는 사람도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천연 요거트가 완성된다. 탄수화물 함량은 낮아지고 단백질과 칼슘 함량은 높아져 끼니를 대신해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고를 수 있는 요거트의 종류는 총 세 가지. 기본적인 ‘클래식’은 부드러운 맛이, ‘리치앤크림’은 쫀득한 식감이, ‘로우팻’은 산뜻한 맛이 특징이다. 여기에 자신이 원하는 토핑을 고르거나 주인장이 제시하는 추천 조합을 선택하면 된다. 토핑은 20가지 내외로 제철과일, 시리얼, 견과류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별도로 담아갈 용기를 가져오면 용량을 10% 더 얹어준다.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8길 77 문의 02-6407-1277
소울재패니즈다이닝
들어서자마자 한가운데 흐드러진 벚꽃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년 봄에 문을 열어 낮과 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메뉴로 발길을 모으고 있다. 낮에는 해산물을 가득 올린 덮밥으로 주변 직장인의 점심을 책임진다. 카이센동은 연어, 참치, 광어 등 갖가지 해산물을 두툼하게 썰어낸 덮밥이다. 우니까지 추가 주문하면 풍성한 바다 한 상이 완성된다. 저녁에는 사시미, 모둠 초회와 같이 술을 곁들이기 좋은 메뉴가 인기 있다. 모든 요리는 물론 샐러드 드레싱 하나까지 직접 매장에서 만든다. 간장 종류만 해도 14가지가 있을 정도. 해산물을 주재료로 삼는 만큼 선도에 예민하게 신경 쓰며 신선한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메뉴판을 새롭게 준비한다. 이번 겨울에는 굴을 활용한 메뉴를 많이 더했으며 이 외에도 고등어회, 방어회 등의 계절메뉴를 즐길 수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동광로49길 64 2층 문의 02-533-4964
김씨부인
서래마을에 3년째 성업 중인 한국 전통 디저트 카페로 한식 디저트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단아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로 대표 메뉴는 1인용으로 즐길 수 있는 ‘김씨부인 소반’이다. 전통차에 어울리는 떡, 한과, 정과 등의 구성으로 계절과 절기에 따라 세부 메뉴는 변경된다. 소반차림에 있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맛과 색. 특히 한 상에 오방색이 모두 들어갈 수 있도록, 맛과 모양의 어울림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고심한 후 차려낸다. 단품으로도 즐길 수 있는 개성주악은 찹쌀가루를 막걸리로 반죽해 튀겨낸 뒤 조청을 입혔다. 감을 닮은 고운 모양새와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으로 인기가 많다. 입맛을 사로잡은 디저트가 있다면 미리 예약하거나 주문할 수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6길 26-6 2층 문의 02-532-5327
Block99
엘피바가 꼭 지하에 위치한, 어른들의 어두컴컴한 공간이라는 법은 없다. 지상에 위치한 블락99는 비교적 밝은 분위기의 엘피바로 카페인 줄 알고 워크인으로 들어오는 손님도 많다. 그 덕에 가족 단위로 단골이 생기기도 한다고. 이날 공간을 채우던 선율은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평소에는 하나의 장르에 갇히지 않고 신청곡 위주로 선곡을 한다. 이곳의 디제이는 다름 아닌 델리스파이스 드러머 출신 최재혁이다. 이미 2만 장에 달하는 엘피가 있음에도 그가 꾸준히 해외에서 최신 엘피를 공수하고 있어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빼곡하게 벽면을 채운 엘피만큼이나 각기 다른 굴곡을 자랑하는 맥주잔도 화려하게 진열되어 있다. 다른 곳에서는 맛보기 힘든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를 기울일 수도 있으니 맥주로든 음악으로든 만취하지 않도록 주의하길.
주소 서울 서초구 동광로 99 문의 02-535-4499
MAILLET
프렌치 디저트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방문해야 하는 ‘성지’로 꼽히는 디저트 카페다. 디저트가 주는 즐거움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마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단연 맛이다. 프랑스산 고메 버터 등 최고급 재료를 사용해 최상의 균형을 자랑하는 디저트를 개발하는 데 집중한다. 클래식한 ‘밀푀유바니’가 유명하지만 한정적으로 맛볼 수 있는 메뉴에 도전하는 것은 어떨까. 기분 좋은 신맛을 내는 열대과일 루바브를 활용한 ‘딱뜨 아라 휘바흐브’는 마니아층이 확실하다. 상큼한 과육과 바닐라크림의 달콤한, 피스타치오 페이스트의 고소함이 매력적이다. ‘슈 빼쉬 자스망’은 슈 사이에 재스민 크림, 복숭아 잼을 켜켜이 쌓아 향긋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커피 외에 과일주,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도 판매하니 디저트와 어울리는 새로운 조합을 찾는 탐험이 질릴 새가 없다.
주소 서울 서초구 사평대로22길 14 문의 02-749-1411
리퀴드소울
서래마을 초입에 위치한 싱글몰트 위스키바로 10년째 한자리에서 동네의 변화를 지켜봐온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투박한 벽돌로 둘러싸여 있지만 아늑하면서도 편한 분위기의 바다. 다양한 종류의 위스키는 물론, 메뉴에 없는 칵테일도 주문 가능하다. 퀘사디아, 치즈 플레이트 등 주종에 따라 간단하게 곁들이면 좋은 사이드 메뉴도 마련되어 있다. 위스키를 마신다면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수제 초콜릿 플레이트도 훌륭한 스낵이 될 것.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칵테일 ‘헤븐스도어’는 오랜 시그니처 메뉴다. 진 베이스에 레몬주스, 사과시럽, 알로에주스 등을 조합해 상큼한 맛이 돋보인다. 계란흰자로 만든 두툼한 폼이 올라가는데 두둥실 떠 있는 구름을 마시는 것만 같아 그야말로 ‘천국의 문’을 두드리는 기분이 든다. 연중무휴로 운영하니 천국의 문에 가까운 리퀴드 소울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
주소 서울 서초구 서래로 46 2층 문의 02-533-9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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