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향수가 머리 아픈 이유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니다?!
‘향수 냄새만 맡으면 머리 아파’, ‘난 이 향은 머리 아파서 싫더라’ 언젠가 한 번쯤 들어봤거나 직접 해봤을 대사다. 이 문장 뒤에 따라오는 이유는 대략 이렇다. 향수를 지나치게 많이 뿌려서 혹은 싸구려 향수를 뿌려서… 그런가..?
진짤까? 안타깝게도 둘 다 틀렸다. 꼭 내가 뿌리지 않아도 버스 옆자리에 앉은 누군가에게서 나는 강한 향수 냄새, 우연히 들어간 가게에서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향 때문에 머리 아파 본 적 있다면 흥미로울 사실들!
저렴한 향수는 죄가 없다.
향수가 머리 아픈 이유 중 가장 흔하게 꼽는 건 ‘저렴한 가격’. 역시 비싼 건 이유가 있다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향수의 가격과 두통의 상관 관계는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비싼 향수일 수록 조향사가 선택할 수 있는 향 원료의 수준과 기술이 좀 더 높아지기 때문. 여기에 브랜딩 가격이 좀 더 얹어지는 정도? 흔히 널려있는 원료를 사용해 저렴한 향수를 만든다고 한들, 향이 흔해지는 것일 뿐 ‘머리 아플 정도로 끔찍한’ 향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니니까.
(실제로 얼루어 에디터 중에서 니치향수로 아주 유명한 브랜드의 향만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는 분이 있다. 그 브랜드 향수의 가격은 대체로 30ml 기준 10만원대)
그럼 대체 왜요??
가장 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향’이란 개개인에 따라 아주 주관적으로 해석된다. 똑같은 향수를 맡고 리뷰를 하더라도 전부 다른 느낌으로 묘사하는 게 바로 이 때문. 보도자료나 홈페이지에 나온 탑노트, 미들 노트, 베이스 노트를 보고 대충 ‘이건 무슨무슨 계열이네’ 라고 때려맞춰 설명할 수는 있어도 그 향이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는 다르다는 얘기다.
특정 향을 맡고 머리가 아프다면 비슷한 향이 내게 어떤 트라우마를 줬는지 찬찬히 되짚어 보자.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그 이유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그 향수가 내가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항상 즐겨 뿌리던 향이었다거나, 생각없이 너무 많이 뿌린 향수 때문에 하루종일 그 향에 시달린 기억, 전남친이 항상 뿌리던 그 향수…. 등등. 좀 더 심리적인 이유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도 감이 안온다면 반대로 언제나 맡아도 기분 좋은 ‘향’을 떠올려보자.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지는 삽겹살의 냄새, 부엌에서 솔솔 풍겨오는 라면 끓이는 냄새, 엘리베이터에 우연히 동행하게 된 치킨 배달부가 들고 있는 그 치킨 냄새…. 머리 아플리가 없잖아?
2 ‘향료 알레르기’ 일지도..
두통에 그치지 않고 붉게 피부가 일어나거나 가렵다면 향료 알레르기를 의심해봐도 좋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향료가 들어있는 향수를 지속적으로 사용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인터네셔널 브랜드에서 만든 향수에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검출되어 판매가 중단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를 미리 알고 예방하기엔 무리가 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단순히 성분표만 들여다 보고 거르기 힘들기 때문.
3 그냥 예민한 사람이라서?
향에 유독 민감한 사람일지도.
전체 인구의 30% 정도가 이에 해당되는데, 그저 공기 중에 떠도는 작은 향 분자나 특유의 향이 나는 화학적 요소를 접하기만 해도 알러지처럼 콧물이 나오거나 머리가 아프고 눈이 빨갛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는 꼭 향수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다. 섬유 유연제, 향초, 주유소 기름냄새, 담배 냄새, 방향제, 주방세제 그리고 ‘무향’의 화장품까지! 향이 나는 모든 것에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어떤 향을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혈관이 확장되어 통증에 관련된 뇌 신경계를 자극해 이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피하는 방법은 역시 강한 향이 나는 요소를 최대한 피하는 것!
- 에디터
- 송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