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작품, 제각기 반짝거리는 캐릭터로 우리 안에 들어온 배우. 강한나와 보낸 새해 첫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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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마쥬(maje). 스커트는 비바탐탐(Vivatamtam). 귀고리는 겟 미 블링(Get Me Bling).

촬영 내내 에너제틱하고 들뜬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새해 첫 스케줄이기도 하다면서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기회가 안 되었지만 화보 작업을 항상 해보고 싶었어요. 화보를 통해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제 자신도 ‘나한테 이런 모습이, 얼굴이 있구나’ 찾을 수 있고요. 많이 안 해봐서 사실 걱정도 됐지만요. 어제 피부 관리도 받고, 오늘 토너팩도 하고, 혼자 지압도 하고 준비했어요.

종종 ‘화보를 찍는 나’의 모습을 견딜 수 없어 하던데요. 
연기하는 것과 사진 촬영은 다르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하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표정도 나오고 과감함이 조금씩 생겼던 것 같아요. 아까 예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 말씀이 정말 도움이 됐어요. 다음번엔 좀 더 과감한 모습으로!

인터뷰도 오랜만 아닌가요? 
사진 촬영보다도 인터뷰하는 걸 좋아해요. 특히 작품 끝나고 하는 인터뷰요. 작품 하는 동안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는데 시청자분들은 카메라에 담긴 부분을 보시는 거죠. 그런 다른 부분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요. 인터뷰를 통해서 제 생각이 정리되고 담기는 것도요.

그때의 내가 담기게 되지요. 지금은 어떤 생각을 담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카운트다운을 하고 새해가 되니까 너무 기분이 이상한 거예요. 2019년이 됐다고? 갑자기 2019년이 시작됐단 느낌이 들었어요. 2108년은 예능도 그렇고 캐릭터도 그렇고 뭔가 여태까지 안해봤던 것을 시도해본 해였거든요. 올해도 바쁘게 내실 있게 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지나고 보니 2018년이 너무 금방 가더라고요. 더 알차게 보내야겠단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알차다.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작품을 알차게, 많이 하고 싶어요. 예전엔 지금이랑 달랐던 것 같아요. 예전엔 일과 내 삶의 비율이 반반이고 일상에 여유가 있었다면, 이제 더 많이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고, 끓어오르는 게 있어요.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 끝나고 <그냥 사랑하는 사이> 하기 전까지는 좀 공백이 길었다고 생각하거든요.

작품에서는 도시적이면서 도도한 역할을 주로 맡았어요. 공주라거나 재벌 가문의 딸이라거나. 
그래서 부잣집 딸, 공주님에서 좀 벗어나고 싶단 생각을 했어요.더 꾸미고 예뻐진 모습이 아니라, 더 덜어내고, 자연스러운 강한나의 모습을 다른 배역을 만나서 보여드려야겠단 생각을 해요. 아니면 너무 한정적인 틀에 갇힐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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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은 비비탐탐. 스커트는 뎁(Deeb). 반지는 모니카 비나더(Monica Vinader).

지금까지 작품 하면서 만난 인물 중 가장 잊지 못할 인물은 누구인가요?
영화 <순수의 시대>의 가희였어요. 제가 얼마만큼 인물의 매력을 표현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가희는 너무 대단하고 매력적인 인물이었거든요. 끝나고 나서도 헤어지기 아쉬웠어요. 그 인물에 정말 많은 걸 쏟아부었거든요. 그래서 항상 마음속에 있는 캐릭터예요.

가희는 강한나라는 배우가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영화를 보면 강한나가 또렷해요. 
그랬으면 다행이지만, 사실 흥행 성적이 좋았던 건 아니어서 아쉬운 건 있어요. 가희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그런 것들이 대중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겐 소중한 작품이고 인물이었어요.

스토리보다 노출에 관심을 더 둘 땐 어떤 마음이었어요? 
보시는 분들한테 강요하면서 이렇게 보라고 할 순 없잖아요. 노출 신만 보지 말아달라고 할 순 없으니까. 그건 영화를 봐주시는 분들의 몫이고, 좋게 봐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그런 장면을 연기하는 게 쉽진 않죠. 그런데 연기라는 건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거잖아요. 인물과 인물의 관계를 표현하고, 감정선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장면이라면 배우로서 다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부터 생각해왔어요. 그런 면에서는 좀 용감했나 생각해요. 하하!

그런 연기 철학을 세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 때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 연극에서 ‘마샤’ 역을 연기했는데, 늘 죽고 싶어 하는 역할이라 어려웠어요. 그때 한 선배님이 관객들 중 한 명은 마샤 같은 삶을 살고 있을 거라고, 그래서 항상 그렇게 우울하고 죽고 싶을 거라면서, 정말 그 삶을 사는 것처럼 보여주고, 그 사람 그 한 명의 관객이라도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어요. 연기자는 나를 빌려서 누군가의 마음을 만져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죠. 진정성 있는 인물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전엔 연기하는 게 마냥 재미있고 좋았다면. 단순히 공연을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고 마음을 만져줄 수 있단 것에 책임감을 느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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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는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

출연작 중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좋은 작품이고 저도 늘 본방을 사수했지만 시청률이 낮았어요. 그럴 때면 섭섭한가요? 
CP님이나 감독님 모두 하셨던 말씀이, 우리 작품은 많은 사람이 보게 하기 위해 만드는 작품은 아니다. 그러니 이 작품이 좋은 작품으로 만들어질 수 있게만 최선을 다하자는 거였어요. 시청률에 대한 부담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전하는 메시지가 있고 소소하지만 사람에 집중하는 작품이 너무 좋았어요. 현장도 따뜻하고 편안했어요.

그냥 정말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에 가까웠죠. 모든 인물이 소모되지 않고 다 각자의 이야기가 있었어요. 
다 좋았어요. 그래서 끝나고 사람들끼리 티타임으로 모이곤 해요.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와 함께 제가 경험한 가장 좋은 현장이었어요. <달의 여인-보보경심려>는 출연 배우가 다 또래여서 현장에서 웃음 참느라 힘들었을 정도예요.

그 작품에서는 ‘경국지색’을 연기했죠. 
예쁨에 대한 부담감이 그때부터 생긴 것 같아요.(웃음) 사극은 항상 하고 싶어요. 그 시대의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휴대폰도 없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야 하는 게요.

지금 자매와 함께 살고 있는데 독립 계획은 없나요? 
언니들이랑 같이 살고 있어요. 결혼하면 독립해야겠단 생각이 들 텐데, 지금은 가족이 주는 편안한 행복이 좋아요. 연예인이라는 건 아예 잊고요. 포토존에 서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언니들한테 ‘연예인 놀이 하고 올게’ 라고 말해요.

배우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한 번도요. 어렸을 땐 발레리나가 꿈이었고, 발레를 그만두고 연기를 처음 배울 때 너무 재미있고 좋았어요. 활동하면서 더 욕심이 생겨요. 더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항상 생각해요.진짜 내실 있고, 발전하는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단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초조할 때도 있나요? 
배우는 사람을 표현하는 거니까 몸만 건강하면 나이 제한 없이 할 수 있는 거잖아요. 20대에는 20대만큼의 귀여움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성숙함도 없고 애매하다고 느꼈어요.나이가 들어가면서 역할에 대한 나이 제한 폭이 넓어진 것 같아서 좋아요.

작품을 선택할 땐, 어떤 기준으로 하나요?
그 전 작품에는 안 해봤던 새로운 것이요. 아직 안 해본 게 너무 많아요. 액션물도 안 해봤고, 공포물도 안 해봤고, 멜로물도 안 해봤어요. 작품에서 사랑을 이루어본 적도 없어요. 역할의 크기보단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얼마나 입체적으로 이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 여지를 더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단순한 악역, 단순한 선역은 없더군요. 어떤 생각으로 인물을 표현해요? 
세상에는 완전한 악인도 없고 무조건 선한 사람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걸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말이 되게 표현하는 게 시청자분들이 인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밑도 끝도 없는 악인도 해보고 싶단 생각을 하기도 해요. 범인을 일단 쫓아보고 싶어요. 제가 지금 달리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그 느낌으로 범인을 쫓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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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은 에이벨(A.Bell). 팬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로즈골드 링은 밀튼 스텔리(Millton Stelle).

달리는 에너지라니, <런닝맨>이 떠오르네요. <런닝맨> 출연은 좀 의외이기도 했어요. 
그게 참 저도 신기해요. 평소엔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데 <런닝맨>은 진짜 재미있어요. 너무 재미있게 놀았는데 벌써 끝이에요? 이전과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고, 그게 이어져서 <아는 와이프>의 철없고 통통 튀는 혜원이라는 캐릭터를 만나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스트레스 받을 땐 어떻게 푸는 편인가요?
어떤 일이나 스트레스도 멀리 뛰어넘고 보면 작은 일이니까. 인생에 있어서 정말 작은 돌 하나 정도라고, 크기를 작게 만들어버려요. 중학생 때 읽은 <무소유>가 인생의 책이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화려한 직업 중에 하나가 배우일 텐데요.
신발도 옷도 별로 없어요. 애당초 화려한 것에 큰 관심이 없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랬어요. 각자의 마음을 존중하면서 웬만하면 서로 서로가 다 웃으면서 행복하게 삽시다 정도. 내 의지대로 좌지우지 안 되는 것에 대해 크게 전전긍긍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습관이 되었어요. 하지만 연애할 때에는 상대방한테도 내 맘에 있는 사람이란 걸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럼 어디에 돈을 써요?
먹는 것에 다 써요. 엥겔지수가 굉장히 높은 편이에요.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은 돈을 많이 줘도 아깝지 않다, 분명히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해요.

촬영 끝나면 무엇을 할 건가요? 
집에 가서 셀카를 좀 찍어야겠어요. 눈에 있는 반짝이들을 하나씩 떼고, 그리고 저녁을 먹을 거예요.

그 인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내가 얼마나 입체적으로 이 인물을 표현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요. 모든 사람 안에 무조건 악인도 없고 무조건 선한 사람도 없죠. 그걸 다양하게 입체적으로 말이 되게 표현하는 게 시청자 분들이 인물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