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통이 갑자기 심해졌다면, 생리를 갑자기 거른다면 지금, 당신의 자궁이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생리 증상별로 당신의 자궁 건강을 가늠해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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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궁에 근종이 발견된 것은 3년 전이었다. 근종의 크기가 꽤 큰 편이라, 건강검진 센터에서는 당장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라고 권했고, 그렇게 어느 대학병원의 부인과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생리주기를 묻는 첫 질문부터 말문이 탁 막혔다. 대략 언제쯤인지는 알지만, 지난달 정확히 며칠에 생리를 시작했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고, 생리 주기가 점점 줄어드는지 혹은 늘어나는지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많이 걷거나 피곤할 때면, 왼쪽 골반이 쑤시고 땅기지 않았어요? 생리혈에서 평소보다 불쾌한 냄새가 나지 않았나요? 분명 그랬을 텐데…”. 역시나 대답할 수 없었다. 생리를 거른 적은 없었던 터라 굳이 나의 생리에, 자궁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생리주기나 생리통의 증상, 생리혈의 색이나 냄새 등에 조금만 신경 써도 자궁의 건강을 가늠해볼 수 있어요. 생리가 바로 자궁이 보내는 건강 신호거든요.” 의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고 보니, 내 주변에 생리 문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꽤나 많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몇 달째 생리를 거르고 있거나, 생리량이 갑자기 줄어드는 등 고민의 종류도 다양했다. 과연, 그녀들의 자궁은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일까?

건강한 자궁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이상적인 생리주기는 28일, 그리고 26~32일까지가 정상 범주에 속한다. 생리통이 없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약간의 생리통 자체는 이상 신호는 아니다. 없던 생리통이 갑자기 생기거나, 심해지는 것이 문제다. 생리 기간은 3~7일 사이가 정상인데, 기간 자체가 일정하지 않고 매달 달라진다면 이 역시 이상 신호다. 붉은색이나 검붉은색이 건강한 생리혈의 색깔이다. 생리혈이 선홍색이라면 자궁 내 염증이 생긴 것으로 생리가 아니라 자궁 내 출혈일 가능성이 높다. 생리는 주기든, 기간이든 모두 규칙적인 것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3개월 이상 생리가 없다면
임신 가능성이 없다면, 속발성 무월경을 의심해봐야 한다. 흔히 조기폐경이라고도 한다. 극심한 다이어트나 격한 운동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체지방 비율이 급격히 떨어지면 배란장애가 생기고, 난소 내 난포호르몬 생산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생리량이 급격히 줄어들거나 생리 기간이 짧아지고 심할 경우 아예 생리가 없어지기도 한다. 경구 피임약이나 생리주기를 바꿀 목적으로 호르몬제를 복용했을 때 나타나기도 한다. 혈중 호르몬 검사 등으로 원인을 찾아낼 수 있다. 극심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갈등의 요소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생리가 시작되기도 한다.

생리주기가 지나치게 불규칙하다면
1년에 월경을 8회 미만으로 하거나, 생리주기가 35일 이상이라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난포가 자라다가 배란 시기가 되면 난소 바깥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정상적인데, 이 난포가 터지지 않고 난소 안에 자리를 잡으면서 낭종이 자라게 되는 질환이다. 이럴 경우, 한 달에 한 번씩 일어나야 하는 배란현상이 없어져 생리불순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난소종양이 큰 경우에는 하복부에 심한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장기간 지속될 경우 자궁내막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프로게스테론 제제나 경구용 피임제를 주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다. 비만일 경우, 발병할 가능성이 더 높으며 체중 감량만으로도 호전되기도 하다.

생리통이 갑자기 생기거나 극심해졌다면
생리통이 없다가 갑자기 생리 전부터 골반이 쑤시고 땅긴다면 자궁내막증일 가능성이 높다. 자궁 내막의 조직이 골반 내의 다른 곳에 위치해서 커지는 것으로, 매달 생리혈로 배출되어야 할 자궁 내막이 나팔관으로 거꾸로 흘러가서 난관, 난소 등 자궁 외 위치에 착상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이럴 경우 생리통이 생리가 시작되기 전부터 생리 내내 계속된다.(보통 생리통은 생리 전에 생겨서, 생리 기간 중에는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생리 전부터 만성적인 아랫배 통증을 느낀다면 역시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하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발현된다. 자궁내막증일 경우 임신 능력이 떨어지고, 자연유산이 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안타깝게도 예방법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생리 때도 아닌데 피가 보인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먼저 자궁경부암이나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등 자궁 질환이 있는 경우로 반드시 산부인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환경 변화나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호르몬 이상으로 이상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도 많다. 비만이나 과도한 다이어트, 운동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경구용 피임약 복용 등의 호르몬 요법으로 ~34개월 정도 치료하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심할 경우 자궁내막 소파술이나 절제술 등의 수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궁건강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
이 중 3개 이상 해당된다면 당신의 자궁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 생리주기와 기간이 불규칙하고 생리통이 있다.
▢ 생리혈의 색이 검은 편이고, 핏덩어리가 섞여 나온다.
▢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허리와 골반에 통증이 있다.
▢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 손발이 차고, 배에 가스가 많이 차는 편이다.
▢ 외식을 자주 하고, 기름진 음식을 즐겨 먹는다.
▢ 차가운 음료를 즐기고, 미니스커트나 타이트한 바지를 입는다.
▢ 굶는 다이어트를 자주 하는 편이다.
▢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 변비가 심하다.
▢ 얼굴에 뾰루지가 많이 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