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마치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떠난 곳은 다름 아닌 아이슬란드였다. 세상의 끝이라고 불리는 신비로운 땅에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가 이야기하는 아이슬란드는 이토록 아름답다.

1 스나에펠스네스 반도로 들어가는 54번 고속도로. 작은 아이슬란드라고 불리는 풍경이다. 2 노을이 지는 화산암 절벽 스발트휘바(Svalthufa)에서 결혼 사진을 남겼다.

처음부터 아이슬란드로 떠나려고 했던 건 아니다. 신혼여행 동안만큼은 모험심은 잠시 접어두고 따뜻한 남태평양 어느 섬나라에서 보내는 둘만의 오붓한 시간을 상상했으니까. 하지만 ‘신혼’보다는 ‘여행’이라는 단어에 마음이 흔들린 우리는 결국 머나먼 신비의 나라, 아이슬란드를 택했다. SF 영화와 판타지, 그리고 천체물리학에 열광하는 우리에게 수많은 SF 영화와 소설의 배경이 됐고, 고대 원시 자연의 흔적이 남아 있는 아이슬란드는 언제나 가보고 싶은 여행지 일순위였다. 기암과 절벽, 폭포, 바위를 녹이는 용암, 빙하동굴, 간헐천 게이시르(Geysir), 그리고 겨울이면 밤하늘을 뒤덮는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에서 월터(벤 스틸러)가 여행한 아프가니스탄과 히말라야, 그린란드도 사실은 모두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아이슬란드는 모험을 시작하기 완벽한 곳이었다. 그래서 떠났다. 화려한 컬러의 비키니 대신 두툼한 스니커즈와 털모자를 챙겨 넣고, 몰디브의 투명한 바다 대신 블루 라군(Blue Lagoon)에 몸을 담그기 위해.

아이슬란드는 레이캬빅으로부터 시작한다
16시간의 비행 시간을 거쳐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빅(Reykjavik)의 케플라빅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자정이 넘어 있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자동차 없이 여행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 예약한 렌터카를 픽업하기 위해 공항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바람이 볼을 때린다는 느낌이 뭔지 비로소 깨달았다. 4월 말이지만 여전히 영하에 가까운 밤 기온, 어느 방향에서 불어오는지 모를 찬 바람이 실어 나르는 아이슬란드의 찬 공기를 깊숙이 들이마시며 한참 동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길을 달렸다.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기 위해 라디오를 켜봤지만 신비로운 시규어 로스나 뷔요크의 음악 대신 컨트리 뮤직과 유로 댄스 팝이 흘러나올 뿐. 그렇게 40여 분을 달리자 불빛이 보였다. 레이캬빅의 도심으로 들어왔다는 신호였다. 호텔 방문을 열고 들어선 후, 쏟아지는 잠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몇 시쯤 됐을까? 호텔 방 커튼을 활짝 걷는 순간, 눈앞에 그토록 고대하던 아이슬란드의 풍경이 펼쳐졌다. 부서질 듯 쏟아져 내리는 강렬한 햇살, 코앞에 있는 것처럼 웅장하게 다가온 검푸른 바다와 우뚝 서 있는 눈 덮인 산까지! 그래, 이곳은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에서의 첫 만찬을 즐기기 위해 항구로 향했다. 신선한 재료와 가장 가까이에 있고 싶은 셰프들의 욕심 때문일까? 레이캬빅 최고의 셰프들이 요리를 하는 세련된 레스토랑은 대부분 항구의 입구에 허름한 창고처럼 자리해 있었다. 프랑스 요리를 아이슬란드식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레스토랑 ‘코파르(Kopar)’에서 대도시의 모던한 프렌치 레스토랑에서나 만날 법한 정제된 요리를 맛봤다. 그 도시적이고 세련된 구성의 요리에 감탄하면서 창밖의 고깃배와 만년설을 바라봤다. 첫 번째 아이슬란드의 맛이었다.
식사를 마친 느지막한 오후, 블루 라군으로 출발했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온천탕인 블루 라군은 아이슬란드 대자연의 선물 같은 곳이다. 레이캬빅 시내를 벗어나 남서쪽으로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동안 기대 이상의 풍경이 펼쳐졌다. 낮게 구름이 드리워진 회색 하늘 아래로 펼쳐진 부드러운 갈색 초원, 폭신해 보이는 이끼로 뒤덮인 새까만 화산암 등 난생처음 보는 풍경에 가슴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고흐가 그린 밀밭처럼 바람에 따라 출렁이는 노란 들녘과 독특한 색과 모양을 띤 식물들까지. 그리고 이토록 풍경이 기묘하게 느껴지는 까닭을 알아챘다. 간간이 눈에 띄는 회색 자작나무를 제외하면, 잎이 무성한 나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고대부터 수없이 반복된 화산 활동과, 초기 정착자들의 벌목으로 아이슬란드 땅 전체에서 나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1.5%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
조금 더 달리다 보니 하얀 연기가 솟아오르는 커다란 굴뚝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슬란드는 전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에너지를 지열을 이용해 얻는다. 지열이 높아 천연 온천탕이 만들어질 정도인 블루 라군 주변은 지열 발전소를 짓기에는 최고의 위치로, 커다란 굴뚝과 연기는 근처의 발전소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달걀 비린내 같은 독특한 가스 냄새가 코를 휘감는 것도 잠시, 차가 달리는 옆길로 신비로운 빛깔을 띤 푸른 물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블루’라는 한 단어로는 도무지 정의할 수 없는 신비로운 물빛이었다. 당장 차를 세우고 물에 손을 담갔다. 따스한 온기가 손을 휘감았다.
현대식 석조 건물로 세워진 완벽한 스파 시설을 지나 온천장으로 들어서자 뽀얗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밑에 또렷한 푸른빛의 온천장이 펼쳐져 있었다. 지구의 온기였다! 온천장 안의 바에서 맥주와 화이트 와인을 한 잔씩 나눠 마시며 온천욕을 즐겼다. 천상의 연못이라는 게 이런 걸까? 블루 라군의 주변 풍경도 그 물빛만큼이나 아름답다. 회색, 검은빛, 붉은빛의 기이한 현무암, 그리고 수백만 년 동안 형성된 지층을 띠처럼 드러내는 산. 백야 때문에 밤 9시까지도 해가 떠 있던 하늘은, 10시쯤 되자 조금씩 밝은 오렌지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푸르던 블루 라군이 붉은 하늘빛을 머금으며 보라색과 자주색을 오가며 새로운 빛을 띠었다. 청량한 공기 덕분에 채도는 원래의 날것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슬란드의 풍경은 ‘이국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지구 밖의 다른 행성 같다고 하면 몰라도!

1 고속도로변의 들판 어디에서나 마주치는 아이슬란드의 조랑말들. 2 아이슬란드에서만 사는 새, 페핀이 그륀다르피오르뒤르(Grundarfjrdur)의 절벽에 모여 있다. 3 들판 밑을 흐르는 뜨거운 지하수에서 올라오는 수증기. 4 골든 서클 중 하나인 귀들포스(Gullfoss) 폭포. 나이아가라 폭포와 종종 비교된다. 5 블루 라군의 스파건물과 야외 온천.

SF 영화 속 장면에서 웨딩 촬영을
이번 여행의 미션 중 하나는 바로 둘만의 결혼 사진을 남기는 것. 이미 아이슬란드에서 촬영한 경험이 여러 번 있는 스톡홀름 출신의 사진가와 함께 촬영할 지역을 고르고, 그의 안내에 따라 하루 종일 함께 촬영하기로 했다. 드레스를 차려입긴 했지만, 자연의 풍경 속에 우리 두 사람이 들어가 있는 풍경 위주의 여행용 기록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 촬영을 위해 선택한 지역은 그 이름도 복잡한 스나에펠스네스(Snaefellsnes)로 레이캬빅에서 두 시간 정도 떨어진 스나에펠쇼퀴들(Snaefellsjokull) 화산섬을 중심으로 꾸며진 국립 공원의 산악지대이다. SF의 고전으로 꼽히는 쥘 베른의 소설 <지구 속 여행(A Journey to the Center of the Earth)>의 배경이 된 것도 바로 이곳.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배트맨 비긴스>를 비롯해 미드인 <왕좌의 게임>, 그리고 <스타 트렉>과 2015년 개봉을 앞둔 <스타 워즈 7>까지, 수많은 판타지물을 이곳에서 촬영했다. 이런 풍경에는 <스타 워즈>의 레아 공주가 입은 드레스가 더 어울리겠지만, 내가 택한 것은 심플한 라인의 클래식한 드레스. 한 손에는 들꽃을 엮어 만든 부케를 들고, 험한 계곡과 절벽, 빙산을 하루 종일 걸을 수 있도록 하이힐 대신 흰색 레이스 스니커즈의 끈을 단단히 묶고 길을 나섰다.
아이슬란드의 날씨는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금세 비가 내릴 것처럼 먹구름이 몰려오다가도, 갑자기 태양이 작열하는 맑은 하늘로 바뀌기도 한다. 날씨에 따라 같은 풍경도 다르게 보일뿐더러, 색감도 완전히 달라져 나무 한 그루 없이 광활하게 펼쳐진 대지와 산을 달릴 때에도 눈과 마음은 쉴 새 없이 바쁘다. 한마디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지구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온 대자연의 풍경은 감동적이다. 바닥에서 솟아난 종유석을 닮은 검회색 바위가 켜켜이 쌓인 산, 지층의 색이 각기 다른 산, 산봉우리를 날카로운 칼로 베어낸 것 같은 사다리꼴 모양의 붉은 산, 풀 하나 없이 새까만 산, 그리고 그 까만 산봉우리에 남아 있는 눈까지. 이 장엄한 풍경을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도 끊임없이 숨 쉬는 작은 생명들이 있다. 이끼와 이름 모를 들풀, 들꽃이 소박하게 숨을 들이쉬는 이곳에서는 왜 시규어 로스가 요정의 언어 같은 음악을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레이캬빅에서 서해 반도를 돌아가는 54번 국도를 따라 스나에펠스네스로 가는 두어 시간의 여정에서 마주친 차는 겨우 서너 대에 불과하며 사람과 만날 일도 거의 없다. 그럼에도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은 건 길에서 마주치는 조랑말들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이슬란드의 조랑말은 사람에게 눈을 마주치며 다가와 냄새를 맡고, 머리를 비비며 인사를 하는 게 꼭 강아지 같다. 주인이 없는 야생 조랑말도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을 보면,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슬란드 사람들과 이 조랑말들 사이에 오랜 시간 두터운 신뢰가 쌓여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생김새도 너무나 다채롭다. 기다란 은색 갈기털을 휘날리는 유니콘 같은 백마부터, 현무암 빛깔을 꼭 닮은 흑마, 조금씩 색이 다른 갈색 말과 점박이, 그리고 흑인의 아프로헤어처럼 꼬불꼬불한 검정 갈기를 가진 말까지. 맹세코, 수백 마리의 말 중 똑같이 생긴 말은 단 한 마리도 없다.
기다란 웨딩드레스를 하루 종일 끌고 다닌 덕에 드레스 끝자락은 해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중간중간 들른 카페와 주유소에서 만난 마을 주민들도 잊을 수 없다. 하긴 1백 명도 살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에 갑자기 웨딩드레스를 입은 동양인이 나타났으니, 나라도 신기할 것 같긴 하다.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하며, 휴대폰 카메라를 꺼내 조심스레 촬영하던 그들 덕분에 정말로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광활한 내륙의 풍경, 골든 서클
호주의 골든 코스트가 가장 아름다운 호주 해안의 ‘정수’를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아이슬란드의 골든 서클은 아이슬란드를 대표하는 신비로운 자연 풍경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코스다. 투어에 소요되는 시간은 여덟 시간 정도로, 우리는 직접 운전하는 대신 가이드가 함께하는 투어 버스를 택했다. 전문 가이드와 함께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트힝그베들리르(Thingvellir) 열곡이었다. 잠시 지구과학 시간으로 돌아가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 계곡은 유라시아 맨틀과 북아메리카 맨틀이 만나는 지점에 생겨난 틈새나 다름없다. 맨틀이 맞닿는 부분의 틈에 생긴 좁고 긴 계곡 사이를 트레킹하는데, 계곡의 한쪽 벽면은 유라시아 대륙이고 그 반대편은 북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우리가 걸음을 옮기는 지표면 아래 지층 깊숙한 곳에서는 아직도 끊임없이 두 맨틀이 부딪치고 있으며, 열곡도 일년에 2cm씩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또 어떤지! 물론 곰곰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긴 하다. 애초에 아이슬란드라는 화산섬은 이 두 맨틀의 작용으로 탄생한 섬이니까.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아이슬란드에는 여전히 30여 개의 화산이 활동하고 있다. 발음이 너무 어려워 많은 뉴스 진행자의 진땀을 빼게 했던 2010년, 에이야피아들라예퀴들(Eyjafjallajokull) 화산의 폭발을 기억해보길!
두 번째 도착지인 귀들포스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떠오를 만큼 원시적이고 거대한 폭포다. 이 폭포를 가까이 보기 위해 바람을 뚫고 한 발걸음씩 다가가면, 폭포수가 떨어지는 지점 바로 밑에 설 수도 있다. 다음으로 간헐천인 게이시르를 보기 위해 산 밑으로 내려갔다. 약 서른 개의 크고 작은 간헐천이 모여 있는 지역인데, 가이드가 우리를 안내한 곳은 최근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는 스토퀴르(Stokkur) 간헐천이었다. 블루 라군과는 또 다른 빛깔의 푸른 물이 고여 있는 웅덩이에는 곧 물거품이 일기 시작하더니, 활강하는 제트기처럼 빠르고 힘차게 지하수가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와아!” 사람들의 탄성 속에서, 순간적인 폭발을 사진에 담으려고 애썼지만 그 웅장한 찰나를 담을 수가 없음에 포기. 카메라를 내려놓고 자연의 위대함을 그저 조용히 감상했다.

1 셀포스의 광활한 들판에 자리한 모던한 이온 어드벤처 럭셔리 호텔. 아이슬란드의 자연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다. 2 레이캬빅 시내의 거리 풍경. 3 레이캬빅 다운타운에 위치한 켁스 호스텔 안의 레스토랑. 아이슬란드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4 스나에펠스네스 남부 해안의 아르나스타피(Arnastapi) 항구. 대부분의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수산업에 종사한다. 5 통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이온 호텔의 바. 밤이 깊어지면 아름다운 별을 바라볼수 있다.

안녕,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날, 1번 고속도로를 타고 ‘검은 해변’이라 불리는 비크(Vik)에 다녀오기로 했다. 아이슬란드의 남동해에 자리한 작은 해안 마을로, 새까만 모래사장과 돌이 해변을 채우고 있는 곳이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고속도로 주변의 능선은 서쪽의 능선보다 훨씬 부드럽고 평평했다. 그래도 변화무쌍한 날씨는 여전해서, 비가 오고 안개가 끼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도로 양쪽 벌판으로 무지개가 떠오른다. 여전히 사람 하나, 차 한 대 마주치지 않았지만 괜찮다. 대신 양과 조랑말, 그리고 작은 폭포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으니.
비크는 정말로 검은 해안과 파도를 머금은 곳이었다. 비가 금방이라도 올 것 같은 날씨 때문에 거센 바람에 출렁이던 파도 역시 깊은 먹색을 띠며 드라마틱한 소리와 풍경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했고, 검은 모래사장의 양 끝에서는 검은 기암절벽이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조금 더 동쪽 해안을 타고 운전해가면 예퀼사우르들론(Jokulsarlon) 지역에 당도한다. 바다 위에 떠도는 빙산조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도착한 날은 배를 운항할 수 없을 만큼 날씨가 좋지 않아 결국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왕 비크까지 갔다면 꼭 들러서 아이슬란드의 또 다른 얼굴을 감상하고 돌아오라고 권하고 싶다.
일주일의 여정 동안 쉬지 않고 아이슬란드의 구석구석을 탐방했지만, 여전히 섬의 다른 쪽에 지구의 비밀스러운 장소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빙산의 아주 작은 일각만 본 것 같아 아쉽다. 그 어떤 언어나 사진으로도 담아내지 못한, 그 위대한 자연의 풍경과 감격을 어떻게, 어디에서 표현할 수 있을까? 아이슬란드에서의 마지막 밤, 오로라 시즌이 끝났음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오로라는 없었지만 135억 년이라는 이 우주의 시간을 지나, 태초의 자연을 간직한 섬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서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역시 기적이며, 우주의 선물임을 깨달았다. 서로의 손을 더욱 꼭 잡고, 공항으로 떠났다. 아이슬란드의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지만, 그래서 그의 손이 더 따뜻했다.

Travel Tips
1 인천 – 아이슬란드는 아직 직항이 없다. 베이징, 코펜하겐, 런던, 파리, 헬싱키 등을 경유하는게 일반적인데, 국내 항공사가 아닌 스칸디나비아 항공사의 온라인 예약 사이트를 통해 비행기표를 예약하면 훨씬 저렴하다.
2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룬 국내 도서는 아직 많지 않은 편. <론리 플래닛-북유럽> 편이 아이슬란드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기술한 편이다. 인구의 세 배인 1천1백만 명의 여행자가 찾는 만큼, 수도인 레이캬빅의 안내 센터에서 여행에 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걱정 말 것.
3 아이슬란드의 언어와 문자가 유독 신비롭고 난해한 이유는, 다른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달리 고립된 지형적 특성 때문에 아직도 고대 바이킹 언어와 활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에 능숙해 소통에 무리는 없다.
4 백야가 시작되는 봄, 여름철에는 저녁 식사를 놓치는 일이 종종 생긴다. 하지만 해가 지지 않아도 밤 10시면 대부분의 음식점은 주문을 마감한다. 이 경우 남은 선택지는 24시간 주유소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샌드위치와 핫도그뿐이다.
5 블루 라군 주변에서는 아이슬란드의 온천수에서만 발견되는 각종 천연 미네랄 성분을 함유한 뷰티 제품을 판매한다. 값은 비싸지만 온천욕 후 바로 맑고 부드러워지는 피부 변화를 체감하고 나면 주머니를 열지 않을 도리가 없다.
6 내비게이션에 의지해 대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져들어도 좋지만 날씨와 캠핑장, 주유소 위치와 비상 식량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 남한 면적에 300만 명이 사는 아이슬란드에서는 하루 종일 달려도 사람 한 명 마주치지 못할 확률이 99%이기 때문이다. 날씨 역시 변덕스럽고, 주요 도로를 제외하면 비포장 도로가 많은 데다가 길이 끊어지기도 하니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할 것.

Hot Place
켁스 호스텔(Kex Hostel) 레이캬빅 시내 초입에 자리한 빈티지 스타일의 호스텔이다. 뉴욕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의 힙스터 느낌이 나는, 아이슬란드의 힙스터 청년들을 호텔 로비와 레스토랑에서 마주칠 수 있다. 인테리어도 부티크 호텔 수준으로 훌륭하며, 여행 정보를 얻거나 투어 프로그램을 예약하는 일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뷔디르(Budir) 스나에펠스네스 해안가에 자리한 호텔로, 유럽의 셀러브리티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유명하다. 20명 정도만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중세 스타일 교회와 가까워 결혼식을 올리는 이들도 많으며, 카페의 음식도 훌륭하다.
이온 어드벤처 호텔 (ION Adventure Luxury Hotel) 골든 서클과 가까운 셀포스 지역에 자리한 100% 친환경 건축 호텔. 검은 화산석 위에 유리로 지은 직사각형의 독특한 호텔로, 아이슬란드의 신비로움과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