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공간
높은 빌딩으로 둘러싸인 도심에도 여전히 녹지가 남아 있다. 그 작은 녹지를 정원으로, 마당으로 열심히 가꾼 소중한 공간들을 찾아 떠났다. 마침 햇살도 가장 좋은 5월이니까.
1 모던기와
워커힐 호텔에서 5분 정도만 더 달리면 모습을 드러내는 모던기와의 넓은 앞마당에 발을 딛는 순간 감탄을 내뱉게 된다. 웅장한 한옥, 지붕을 둘러싼 온갖 꽃나무들, 그리고 한강이 함께 있는 풍경을 보게 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으니까. 모던기와는 지금으로부터 40~50여 년 전, 별장으로 지은 한옥을 개조한 곳이다. 지붕을 덮치듯 기세 좋게 서 있는 100년 가까이 된 벚나무 두 그루는 모던기와의 자랑이다. 커피는 직접 로스팅해서 내리며, 자몽티, 블루베리 스무디 같은 과일 음료도 인기다. 모던기와를 방문하기 전에 기억할 사실, 잔디는 눈으로만 즐길 것. 가족단위 손님이 많이 찾는 주말마다 잔디 위를 뛰어노는 기운 좋은 아이들 때문에 아쉽게도 잔디가 많이 죽어버렸다고 한다. 물론 잔디가 조금 덜 파릇해도 괜찮다. 마당보다 더 넓고 큰 아차산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가격 과일주스 5천원, 롤케이크 4천9백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경기 구리시 아천동 315-2 문의 02-2049-0118
2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
지난여름 문을 연 정원이 있는 국민책방의 성격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원과 책도 있지만 앤티크 소품, LP, 전시 중인 작품 등 그 외에 설명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1층 서가를 가득 채운 책은 꽃을 좋아하는 황용득 대표가 직접 수입한 것으로 구매도 가능하다. 파티시에가 직접 구운 케이크와 브라우니는 미국 농림부로부터 인증받은 유기농 커피와 함께 먹을 것! 북카페 형식의 1층과 세미나 공간으로 대여 가능한 지하 1층으로 나누어진 공간 곳곳에 놓인 비스크돌과 앤티크 그릇, 앤티크 도자기 및 가구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 장터에서 판매도 하니, 앤티크 소품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다. 국민책방의 정원의 잔디는 아직도 자라는 중이다. 공간과 함께 자연스레 무르익을 것이다.
가격 아몬드타르트 6천원, 아메리카노 7천원 영업시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87-1 문의 02-3141-5600
3 카페 105
족발로 유명한 장충동의 골목 끝에 이토록 평화로운 공간이 있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너른 정원이 있는 오래된 석조주택의 1층에 자리한 카페 105의 존재는 그래서 한층 선물처럼 느껴진다. 한 가지 더 부러운 사실은 이 근사한 공간이 다름 아닌 사옥이라는 것. 2층 공간을 사무실로 이용하는 회사 제이엔알은 벨기에 초콜릿과 뉴질랜드산 유기농티 등을 들여오는 곳이다. 카페에서 선보이는 메뉴도 남다르다. 얼음과 데카당스 초콜릿을 블렌딩한 음료와, 직접 말린 과일을 우려내는 플로테 티가 특히 인기다. 마실 것뿐 아니라 샌드위치 세트와 호주의 미트파이 브랜드인 제스터스의 파이 등 먹거리에도 신경 썼고, 직접 수입하는 덴마크 스케노마 커피머신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목련이 가득 피는 정원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카페는 이토록 자랑거리도 많다
가격 플로테 과일티 4천5백원, 데카당스 음료 5천3백원 영업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소 서울시 중구 장충동 1가 33-9 문의 070-4352-0646
4 안도
성북동의 핫플레이스였던 카페 안도가 이태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성북동 시절의 넓은 정원과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깜짝 놀랄 소식이지만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다. 시간의 흔적이 묻어나는 온갖 빈티지 소품과 가구와 함께 정원도 고스란히 이태원으로 옮겨왔으니까. 이태원 중심가에 비밀계단처럼 놓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정원과 2층 건물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큼지막한 테이블과 1백 년도 더 된 인더스트리얼 가구, 빈티지 소파도 그대로다. 테라스와 바로 이어지는 앞마당은 훨씬 아늑해졌다. 풀빌라 주변의 선베드처럼 벽을 따라 놓인 좌석에 앉아 정원과 이태원의 밤을 즐기면 된다. 안도는 훌륭한 빈티지 가구 갤러리이자 카페 겸 라운지,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피자와 파스타 같은 든든한 식사부터 핫윙, 피시앤칩스 등 맥주가 꼴깍꼴깍 잘 넘어갈 것 같은 메뉴가 가득하다. 주말 밤에는 공연장으로 바뀐다. 인디 밴드와 뮤지션들의 공연이 불규칙하게 펼쳐지며, 무료 대관도 가능하다.
가격 파스타 1만7천원대, 피시앤칩스 2만6천원, 생맥주 7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새벽 2시까지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6-8 문의 02-749-0619
5 카페 사미루
‘사미(四美)’라는 글자 그대로 네 가지 아름다움을 갖춘 카페 사미루는 김종영 미술관 신관에 자리한다. 북한산, 그리고 세검정을 거쳐 홍제천까지 흐르는 계곡수까지. 주변의 풍광을 감상하며 사색의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만큼, 벽은 통유리로 만들었다. 자연스럽게 놓인 의자와 소품들, 곳곳에 놓인 김종영 선생의 가족과 친지들의 작품이 창으로 들어오는 풍경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김종영 작가의 작품은 물론이고 미술관 본관인 불각재에서 사미루로 이어지는 길에 있는 연못, 그리고 카페에 놓인 예술서적과 잡지 등 볼거리와 읽을거리도 잔뜩인 사미루는 먹을 것도 신경 썼다. 고소한 검은콩라테와 브런치 메뉴로도 손색없는 플레이트 오브 사미루는 특히 추천하고 싶은 메뉴. 물론 호젓한 평창동의 경치를 바라보며 앉아 있노라면,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긴 하다.
가격 검은콩라테 7천5백원, 플레이트 오브 사미루 1만2천원 영업시간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소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114-8 문의 02-3217-6485
6 에반스빌
돌계단과 소나무가 어우러지는 정원을 지나면 30년 된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에반스빌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구 브랜드 에반스빌이 직접 운영하는 쇼룸이자 카페였던 에반스빌이 지난겨울, 레스토랑으로 확장했다. 덩달아 누군가의 공부방처럼 꾸며놓았던 지하 1층의 쇼룸이 식당으로 바뀌었지만, 간결한 디자인에 원목의 따스한 느낌이 살아 있는 에반스빌의 가구는 여전히 만날 수 있으니 섭섭하지 않다. 2층의 테라스 자리에 앉으면 카페와 주택이 사이좋게 모여 있는 상수동의 모습이 정원과 함께 한눈에 들어오고, 3층 다락에서는 비밀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새로 선보인 스테이크, 파스타 메뉴 외에도 한 잔에 무려 오렌지 네 개로 만든 정직한 주스, 당근케이크와 브라우니 등 달콤한 메뉴도 준비되어 있다.
가격 크림파스타 1만6천원, 생오렌지주스 6천원 영업시간 정오부터 자정까지 주소 서울시 마포구 상수동 145-12 문의 070-7636-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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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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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