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돌아보기 <1>

수많은 트렌드와 떠들썩한 이슈로 가득했던 패션계도 이제 2013년에 작별을 고해야 할 때! 올 한 해 우리를 사로잡았던 매력적인 패션 트렌드와 스타일 아이콘들, 잊지 못할 히트 아이템, 흥미진진했던 패션계 소식 등 <얼루어>가 조목조목 정리한 2013년의 찬란한 패션 기록.

1 러시안 공주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나라는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패션 강국이 아닌 변방에 위치한 러시아다.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이라는 타이틀을 넘어 패션 웹진 의 발행인으로 변신한 미로슬라바 듀마는 러시아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크로아티아까지 사이트 영역을 확대했고, 내년엔 영국과 중동까지 웹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4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러시아 디자이너 친구들을 소개하는 데도 열심이다. 덕분에 비카 가진스카야, 율리아나 세르젠코 같은 듀마와 절친한 디자이너들 역시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심지어 러시아의 바니스 격인 백화점 춤(Tsum)은 슈퍼 모델 대신 미로슬라바 듀마와 율리아나 세르젠코, 엘레나 페르미노바를 광고 모델로 내세웠을 정도다. 패션 위크 기간에도 아름다운 외모에 끝내주는 패션 감각까지 지닌 러시아 미녀들이 등장하면 그녀들을 촬영하느라 쇼장 앞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그녀들이 입은 룩은 실시간으로 디지털 세상을 도배한다. 어딜 가든 모두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톱 디자이너들 역시 앞다퉈 이 스타일리시한 러시아 공주들을 쇼에 모시기에 열심이다. 옛 모스크바의 화려한 명성이 21세기 패피들을 통해 재현되는 건 시간 문제다.

2 Youth Culture
‘애들은 가!’라고 외치는 듯했던 하이패션의 도도함이 올 한 해 솜사탕처럼 말랑말랑해진 건 주목할 만한 변화. 봄부터 시작된 파스텔 컬러의 유행은 가을, 겨울로 접어들며 핑크 컬러를 빅 트렌드로 격상시켰고, 톱숍을 즐겨 입는 10대들이 딱 좋아할 만한 그런지 무드의 베이비돌 드레스와 찢어진 스타킹이 에디 슬리만에 의해 하이패션의 궤도에 진입함으로써 패션계에 젊은 바람을 몰고 왔다. 학창 시절 체육복으로나 입던 스웨트 셔츠를 디자이너들이 앞다퉈 선보이고 있고, 겐조는 1980년대 MTV 문화에서 영감을 얻은 프린트로 단숨에 핫한 레이블로 등극했다. 이밖에 샤넬의 레고 백이나 지방시의 디즈니 밤비 프린트 스웨트 셔츠, 세린느의 세사미 슈즈 등이 모두 ‘유스 컬처’를 반영한 새로운 현상의 방증이었다. 패션은 심각한 게 아니라는 것, 패션의 속성은 영원히 젊다는 걸 일깨워준 즐거웠던 2013년!

1 메탈 소재 이어 커프는 6천8백원, 포에버21 (Forever 21). 2 실버 소재 반지는 70만원대, 파멜라 러브 바이 반자크(Pamela Love by Bbanzzac).

3 색다른 주얼리
귀에 걸치거나 끼우는 형식의 귀고리, 이어 커프와 손가락에 끼는 반지 너클링. 흔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형식의 이 주얼리는 패션계를 단숨에매료시켰다. 국내에서는 특히 셀러브리티들이 많이 착용하면서 널리 유행 중이다. 에서의 보아와 <주군의 태양>에서의 공효진이 일등 공신!

1 폴리에스테르 소재 스커트는 15만9천원, CC 콜렉트(CC Collect). 2 아크릴 소재 체크 스커트는 43만원, MSGM 바이 쿤위드어뷰(MSGM by Koon With a View). 3 새틴 실크 소재 스커트는 69만8천원, 질 스튜어트(Jill Stuart). 4 면 소재 스커트는 15만8천원, 럭키 슈에뜨(Lucky Chouette). 5 울 소재 플레어 스커트는 26만8천원, 쟈니해잇재즈(Johnny Hates Jazz).

4 스커트로 말해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커트를 찬미했다. 봄/여름에는 트럼펫 스커트, 가을/겨울에는 만개한 꽃봉오리를 연상시키는 미디 스커트가 런웨이를 장악했다. 치맛바람 좀 일으켜야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 2013년이었다.

1  사진 중의 사라 제시카 파커 2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  3  사진 중 유아인

5 사진으로 보는 패션
2013년은 국내에서 다양한 패션 사진전을 만날 수 있는 한 해였다. 지난 1월에 열린 샤넬의 <리틀 블랙 재킷> 전시를 시작으로 4월엔 10 꼬르소 꼬모 서울의 론칭 5주년을 기념한 피터 린드버그의 사진전, 10월엔 서울 거리 곳곳을 배경으로 일상적인 트렌치코트 룩을 담아낸 버버리의 <아트 오브 트렌치 서울> 사진전이 열렸다. 최근에는 마리오 테스티노의 대표작들을 모은 <은밀한 시선> 사진전과 특유의 몽환적인 사진으로 젊은 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전이 각각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과 대림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또 12월부터는 애니 레보비츠의 사진전이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니 사진으로 패션을 감상하는 건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6 거울을 쓰세요
거울 같은 미러 렌즈 선글라스가 안나 델로 루소와 지오바나 바타글리아 같은 스트리트 패션 아이콘들에게 사랑받으며 단숨에 유행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내년 봄/여름에도 꾸준히 유행할 전망!

7 수주의 해
박지혜, 김성희, 수주. 지금 해외 패션계에서 잘나가는 한국 모델 삼인방 중 올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모델을 단 한 명만 꼽으라면 바로 수주다. 그 이유는? 칼 라거펠트와 카린 로이펠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모델 랭킹 사이트인 모델스닷컴의 떠오르는 모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동양 모델들의 상징과도 같은 찰랑찰랑한 검정 머리 대신 흰색에 가까운 탈색으로 과감히 헤어 스타일을 바꾼 수주의 매력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를 신비로운 분위기와 그녀만의 패션 감각에 있다.

1 양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생 로랑(Saint Laurent). 2 트위드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샤넬(Chanel). 3 인조 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7만9천9백원, 페르쉐(Perche). 4 벨벳 소재 클러치백은 36만원, 롱샴(Longchamp). 5 양가죽 소재 클러치백은 가격미정, 생 로랑.

8 사각의 매력
지난해 돌돌 말아 쥐면 손아귀에 쏙 들어오는 종이봉투 모양의 롤링 백이 인기였다면, 올해는 반대로 다시 직사각형의 클러치백이 우세였다. 서류봉투만 한 클러치백부터 한손에 쏙 들어오는 미니 클러치백까지 다채로운 사이즈의 네모난 클러치백이 파티장을 벗어나 리얼웨이를 활보했다. 구기거나 무심하게 드는 것만으로 스타일 지수를 높일 수 있었던 최적의 아이템.

1 소재 모자는 6만원대, 헤눅(Henooc). 2 스터드 장식의 PVC 소재 클러치백은19만8천원, 스티브 J&요니 P(Steve J&Yoni P). 3 양가죽 소재 워커 부츠는 1백52만원, 세르지오 로씨 바이 엘본 더 스타일(Sergio Rossi by Elbon The Style).

9 펑크에 물들다
2013년 패션계를 장악한 가장 강력한 무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펑크! 스터드나 버클 장식 같은 과격한 펑크부터 타탄 체크와 만난 브리티시 펑크 스타일까지, 이번 시즌 패션계에서 쿨하다의 동의어는 펑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10 인스타그램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사진 찍고, 마음에 드는 필터를 골라 사진 편집 후 친구들과 공유하는 인스타그램은 상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픈한 지 2년 만에 전 세계의 가입자만 3억 명을 넘었을 정도. 그 엄청난 인기에는 유명인사들의 유난스러울 정도의 인스타그램 사랑도 한몫했다. 말조심하느라 바쁜 트위터에 비해 사진 한 장이면 모든 게 끝나는 인스타그램은 스타들에게도 편리한 SNS. 게다가 특유의 빛바랜 색감을 표현하는 필터를 거치면 화려한 스타들의 삶도 친숙해 보일 정도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주, 패션 에디터 / 김지후
    포토그래퍼
    박병진, KIM WESTON ARNOLD
    기타
    Photography | Dior, V&A Museum, Chanel, Alexsander Wang, Prada, Tiffany & C, Kosoyoung, Chop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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