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있는 카페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눈으로는 꽃을 담을 수 있어서 자꾸만 발길이 닿는 그곳, 플라워 카페를 찾았다.
에이프릴 샤워
하얀 테이블과 의자, 하얀 벽, 하얀 진열대, 이곳에서 ‘색’을 지니고 있는 건 ‘꽃’뿐이다. 덕분에 꽃의 아름다움이 더 자세히 보이고 그 냄새도 진하게 느껴진다. 내부가 그대로 들여다보이는 큰 창안으로는 손바닥만 한 화분부터 커다란 화분, 이름 모들 화초까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여다운 대표는 2009년 사진가인 남편을 따라 영국에 갔다가 꽃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뭐든 배워보라는 남편의 권유로 평소 관심 있었던 플라워 아트를 배우게 되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부티크 플라워숍 ‘소호 앤 노호’에서 실력을 쌓았다. 작년 9월에 문을 연 가게가 생각보다 빨리 자리를 잡게 되면서 3월 말부터는 플라워 클래스도 준비하고 있다. 영국에서 공부한 꽃꽂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할 계획이라고. 에이프릴 샤워는 카페 바로 앞에 교회가 있어 일요일은 평일보다 더 일찍 문을 연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플라워 카페를 즐기고 싶다면 평일 오후에 들르는 편이 좋다. 가래떡 구이와 홈메이드 초콜릿케이크와 당근케이크가 추천 메뉴다.
에이프릴 샤워가 추천하는 꽃
“‘항상 즐거움’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시네나리아라는 꽃이에요.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놓고 잘 관리해주면 한 달 가까이 활짝 핀 꽃을 볼 수 있어요. 파란색, 핑크색, 보라색 등 다양한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색깔마다 다른 분위기를 내서 더 매력적이에요.”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08-17번지 문의 070-4408-4121
아라폴리
대학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안정운 대표는 양재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플라워 카페로 업종을 바꿨다. 꽃을 사야겠다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안타까웠던 그녀는 가볍게 커피 한잔하려는 이들이 들러 마음껏 꽃을 구경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곳 아라폴리(Á la folie)의 문을 열었다. 덕분에 창밖에서 꽃을 구경하기만 했던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이제는 꽃을 사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녀와 수다를 떨기 위해 아라폴리에 들르는 이들도 많다. 테이블 네 개가 들어가는 작은 카페는 파란색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테이블마다 다르게 장식해놓은 꽃꽂이 하나하나에도 정성스러운 손길이 느껴진다. 테이블 맞은편으로는 작업 공간이 자리 잡고 있어 운이 좋으면 플로리스트의 작업을 아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커피와 생과일 주스, 홍차 등 음료는 물론 스콘과 케이크, 간단한 피자도 판매하고 있어 식사를 위해 들러도 좋다. 불어로 ‘무언가에 몰입하다, 빠지다’라는 의미를 지닌 아라폴리. 꽃에 단단히 빠져 있는 그녀를 만날 수 있어 더욱 유쾌한 공간이다.
아라폴리가 추천하는 꽃
“손님에게 판매할 꽃꽂이를 하다가 조금 시든 꽃들만 모아 꽂아봤어요. 병에 꽂지 않고 투명한 볼에 물을 담아 시든 꽃을 띄워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뒤로 높이 올라온 건 설유화라는 꽃이에요. 가늘고 긴 병에 설유화를 가득 담아 창가에 두면 여의도 꽃 축제가 부럽지 않을 정도예요. 어때요. 참 예쁘죠?”
주소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357-67번지 문의 02-525-7254
그로브
그로브(Glove)는 시누와 올케 사이인 강소진과 하수민 대표가 2008년 봄에 문을 연 공간이다. 그야말로 도심 속 작은 숲, 꽃과 나무가 주인공이 되는 이곳은 두산 매거진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어 에디터들이 수시로 찾는 사랑방 같은 공간이기도 한다. 아무리 아름답고 보는 것만으로 위안을 주는 공간이라 할지라도 음식의 맛이 없으면 멀어지기 마련. 서울시 특허감인 과육이 통째로 씹히는 자몽티와 생초콜릿을 갈아 만든 진한 핫초코 때문에 테이트아웃 커피숍을 찾는 횟수가 줄어들었을 정도다. 그로브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은 플로리스트이지만 커피를 내리고 자몽티를 만들고 파이를 굽는 일에도 전문가 수준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언제 어느 때에 들러서 꽃 이름을 몇 번이고 물어도 방긋방긋 웃으며 대답해주어, 도통 차이를 알 수 없었던 닮은 꽃도 구분해내고 외우는 꽃 이름도 꽤 늘었다. 회사를 오고 가다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들르게 되는 묘한 중독이 있는 그로브, 내일 아침에도 들러 자몽티 한 잔과 장미 한 송이를 사올 참이다.
그로브가 추천하는 꽃
“반다라는 서양난인데 보는 각도에 따라 다 달라 보이는 매력이 있어요. 특유의 형태적인 아름다움이 있어 하나만 꽂아두어도 허전하지 않고 다른 꽃들 사이에 들어가면 옆에 있는 꽃까지 더 우아하게 만든답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 98-10번지 문의 02-514-9197
블뤼테
둘이서 나란히 걸어가기 힘들 만큼 테이블 위로, 바닥 위로 가득히 꽃을 장식한 플라워 카페 블뤼테(Blüte). 이곳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카페 안에 꽃이 있다기보다 꽃집 안에 테이블이 놓여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옆으로 커다란 창이 달린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빼곡히 둘러싸고 있는 식물들 사이에서 삼림욕을 하는 기분마저 든다. 인테리어도 식물과 공간이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꾸며졌다.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벽돌 벽이나, 나무가 땅에 뿌리를 박은 듯 묵직한 느낌의 앤티크 가구에서 조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양한 색과 모양의 빈티지 타일을 테이블에 덧붙이거나 오래된 전등을 천장에 줄로 매달아 창문 앞에 장식한 인테리어 감각도 돋보인다. 무심히 놓인 타자기와 액자, 테이블 스탠드, 오래된 서랍장 등의 오브제는 공간을 아늑하고 편안하게 만든다. 꽃이 눈을 자극한다면 입구 맞은편으로 자리 잡은 빵은 코를 자극한다. 투박하게 생긴 독일식 빵의 고소하면서도 노릇한 냄새는 꽃을 사러 들른 이들을 결국 의자에 앉게 만든다. 얼마 전부터 선보이고 있는 전통 독일식 브런치는 특히 인기 메뉴다. 전문 요리사가 직접 선보이는 독일식 돼지고기 요리인 슈바이네 학세도 놓쳐서는 안 된다.
블뤼테가 추천하는 꽃
“튤립은 봄에만 즐길 수 있는 꽃이에요. 지금 마음껏 들여다보지 않으면 또다시 한 해를 기다려야 하죠. 빨리 지는 것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피어 있을 때 더 아름답게 느껴져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31-8번지 문의 798-1995
르풀
가로수길의 블룸앤구떼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정동길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지난 11월, 블룸앤구떼의 조정희, 이진숙 대표가 오픈한 르풀(Le Pul)에 들어서면 또 하나의 블룸앤구떼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오래된 가정집을 떠올리게 하는 빨간 벽돌을 쌓아 올린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신선하고 먹음직스런 재료가 담긴 나무 상자를 만날 수 있다. 양초와 화분이 놓인 테이블, 하얀 타일과 빈티지풍의 조명, 곳곳에 올려놓은 꽃이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블룸앤구떼의 인기 메뉴인 키쉬와 라자냐, 당근케이크, 치즈케이크는 물론 이곳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메뉴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기 메뉴는 드라이드 토마토 리코타 치즈 파니니. 빵은 물론 리코타 치즈까지 직접 만들어 건강하고 맛있는 메뉴를 선보이는 덕분에 아침, 점심을 모두 이곳에서 해결하는 단골 손님이 늘어가고 있다. 우리말 ‘풀’에 프랑스 정관사 ‘르’를 붙여 만든, 그 이름도 예쁜 ‘르풀’, 이른 봄비가 내리는 평화로운 정동길과 잘 어울리는 공간이다. 4월에는 가로수길에 블룸앤구떼를 새롭게 오픈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도 좋을 듯.
르풀이 추천하는 꽃
“아네모네와 튤립, 러넌큘러스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장식했어요. 평소에는 노란색 튤립을 애용하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입맛을 돋우는 데도 도움이 되거든요.”
주소 서울시 중구 정동 1-28번지 문의 02- 3789-0400
블라썸
하얏트 호텔 가까이에 자리 잡은 카페 블라썸(Blossom)은 다른 플라워 카페와는 달리 커다란 화분과 분재를 대거 들여놓았다. 다양한 종류의 분재와 큼직한 화분을 구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유독 큰 화분을 찾는 손님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이태원 주택가의 주민들이 단골 손님인데 꽃 주문을 받으면 직접 배송을 해주는 것은 물론 가장 적절한 화분의 위치까지 잡아준다. “벤자민은 공기 정화에 좋고, 오렌지 재스민은 향기가 좋아서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커피를 마시러 들렀다가 꽃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화분을 하나씩 품에 안고 가는 분들을 보면 정말 뿌듯해요.” 블라썸의 이지민 대표는 말한다. 플라워 클래스도 선보이고 있는데 기본코스 5회에 15만원이라는 합리적인 수강료로 이지민 대표의 노하우를 그대로 전수받을 수 있다. 나무와 꽃을 가지고 가면 그에 어울리는 화기를 추천해주고 지겨워진 화분을 들고 가면 그림을 그리거나 도색을 해주는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 마음이 가는 곳이다.
블라썸이 추천하는 꽃
“분재는 사계절 내내 피어 있고 관리하는 것도 어렵지 않아서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있어요. 어떤 화분에 심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낼 수 있죠. 이건 진백이라는 분재인데 은은한 향이 나요. 생김새가 고급스럽고 우아해서 특히 인기가 많아요.”
주소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 243-40번지 문의 02-790-1179
듀셀브리앙
“음식에는 소금이, 꽃에는 빛이 꼭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카페 이름을 소금과 빛을 의미하는 ‘듀셀브리앙(Du sel Brillant)’이라 지었어요.” 파리의 노천 카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오래된 타일을 바닥에 깔고 나무 기둥을 세웠으며 반짝이는 별이 연상되도록 천장에 작은 조명도 달았다. 지하 1층은 프로방스의 시골 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와인 저장고의 분위기를 재현했다. 파리에서 푸드 스타일링과 꽃을 공부한 이현경 이사는 인테리어뿐 아니라 음식 메뉴, 플라워 클래스까지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보드로에서 간식처럼 먹는 음식 카눌레를 비롯해 마카롱, 파이 등 정통 프랑스 디저트를 선보이고 있어 유독 프랑스인이 많이 찾는다. 같은 건물 6층에 문을 연 플라워 클래스는 전문가, 취미, 가드닝, 창업반 등 4가지 반으로 개설되어 자신의 수준에 맞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꽃은 특별한 날에만 사는 게 아니에요. 많은 사람이 생활 속에서 꽃을 좀 더 가까이 두고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플라워 카페를 열게 되었어요.” 작은 화분 하나를 사더라도 “물은 일주일에 한 번 주시면 되요”라는 손글씨가 적힌 메모지를 함께 건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듀셀브리앙이 추천하는 꽃
“아이비와 바이올렛, 종이꽃, 주머니꽃, 무스카니 등 다양한 꽃을 풍성하게 담아 작은 정원의 느낌을 냈어요. 꽃이 담긴 그릇은 커다란 샐러드 그릇이에요. 위쪽에 작은 상처가 생겨서 화분으로 사용하고 있죠.”
주소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666-6번지 문의 1688-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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