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서른 살. 앞으로 30년, 40년 동안 함께할 나의 소중한 가슴을 오랫동안 잘 지켜주기 위해 유방외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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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야근에 시달리던 어느 날, 오른쪽 가슴에서 원인 모를 통증이 느껴졌다. 그때 마침 6개월 전 건강 검진 결과지에 적혀 있던 ‘유방 결절 및 낭종이 발견되어 추적 검사가 필요하다’는 문구가 떠올랐다. 혹 방치하고 있던 물혹이 커진 건가? 가끔 분비물이 나오는 것도 이것 때문인가? 생각해보면 산부인과는 꽤나 자주 방문했었다. 생리가 늦어진다거나, 분비물이 많이 나온다거나, 원인 모를 냄새가 난다는 등 증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슴은 찌릿한 통증이 느껴져도 ‘내일이면 괜찮아지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재빨리 병원을 찾지 않았다. 어쩌면 어떤 검사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가슴 통증과 분비물의 원인을 알아볼 겸 처음으로 유방외과를 찾았다.

원인 모를 통증과 분비물
여자라면 생리가 시작할 때쯤 가슴이 단단하게 부어 오르고 콕콕 쑤시는 듯한 통증을 경험했을 것이다. “유방의 원인 모를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유방 통증은 여자라면 누구나 겪는 증상이에요. 유방 통증의 70%는 주기적 통증으로 매월 생리를 할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생리증후군의 하나죠. 나머지 30%는 생리 주기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비주기적 통증으로,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5% 미만으로 유방암이나 섬유선종, 섬유낭종성 질환이 발견되기 때문에 통증이 한 달 이상 지속될 경우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아요. 그렇지 않은 경우는 움직일 때 심해지는 가슴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가슴을 잘 지지해주는 견고한 속옷 착용과 달맞이꽃 종자유로 호르몬을 안정화하는 치료법을 추천해요.” 염차경 유외과 염차경 원장의 조언이다.
가끔 브래지어를 벗었을 때, 브래지어 안쪽 면에 분비물이 묻은 것을 발견한 적이 있는가. 사실 유두 분비물은 질 분비물처럼 특별한 질병이 없어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색의 분비물이 어떻게 나오는지가 중요하다. “맑은 우윳빛 분비물이 양쪽 유두에서 나오는 것은 일시적인 증상으로 2주에서 한 달 사이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한쪽 유두에서만, 한쪽 유선에서만 지속적으로 분비물이 나오거나, 초콜릿색 분비물이나 분비물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엔 질병을 의심해봐야 해요. 분비물 환자의 5~10% 정도에서 유방암이 발견되기도 하고, 관내 유두종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정확한 검진을 받아봐야 해요.” 이해경 유외과 원장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닭살처럼 올라온 유륜부의 반점은 무엇일까? ‘몽고메리 샘’이라 불리는 일종의 피지선과 같다. 발달 정도에 따라 두드러져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정상적인 조직이니 안심해도 좋다. 특히, 임신이나 수유기 때 더욱 뚜렷해 보이기도 한다.

유방에서 멍울이 만져져요
‘가슴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지는데, 혹시 나도?’ 가슴에서 멍울이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암은 아니니 겁먹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의 크고 작은 멍울은 물혹이나 섬유낭종성 질환, 섬유선종의 양성 질환이다.(양성이라는 말은 악성과 반대되는 뜻으로 양호한 것을 의미한다.) 물혹은 말 그대로 내부에 액체가 들어 있는 혹으로 ‘낭종’이라고도 부른다. 낭종이 있다고 해서 유방암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단순 낭종은 별다른 검사나 수술 없이 6개월 주기로 낭종의 크기와 변화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러나 낭종이 여러 개 모여 형성된 복합성 낭종은 다른 증식성종양과 감별을 위해 조직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섬유선종은 특히 20대 여성에게서 흔히 발생하며 한 개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고 여러 개인 경우도 많다. 유방 섬유질과 선 조직에 생긴 비정상적인 혹으로 고무공같이 만져지고, 종종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섬유선종은 크기나 모양의 변화 없이 그대로 있지만, 6개월~1년 간격으로 주기적인 관찰 후 모양이나 크기가 변화하면 종식성 종양으로 유방암의 위험도를 1.7배 증가시키므로 제거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유방암이 멍울로 만져지는 경우는 어떤 것일까? 유방암은 단단한 조직이 새롭게 생겨서 자라는 종양, 즉 암 덩어리이다. 단단하던 부위가 더욱 단단하게 느껴지거나 부드럽게 느껴지던 부위가 단단하게 느껴질 경우 유방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내게 필요한 검사는 무엇일까
유방 초음파 검사는 가장 기본적인 유방 검사 단계로 멍울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멍울을 제거해야 하는 것인지, 아닌지 등 진단이 필요할 때 주로 사용한다. 차가운 젤을 가슴에 바르고 초음파 기계를 가슴 이리저리 밀면서 멍울을 관찰한다. 음파를 이용한 검사로 인체에 무해하고 방사선 피폭 우려가 전혀 없다. 그래서 임신이나 수유 중인 여성도 검사가 가능하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정상유방의 유선 조직뿐 아니라, 종양의 모양이나 크기, 경계 등을 선명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유방 외과를 다녀온 누군가가 “너무 아프고 차가웠어!”라고 말했다면 유방 촬영술을 한 것. 유방 내외측과 상하측을 강하게 압박해 X-선을 촬영한다. 유방은 부드러운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 그냥 촬영하면 사진이 흐리게 나오기 때문에 강하게 압박할수록 선명하고 정확한 유방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유방 촬영술을 하면 미세한 석회(유방에 생긴 작은 돌)도 잘 볼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유방암 발견에 유용하다. 그러나 방사선에 노출된다는 단점이 있어 주로 30대 이후에 검사하기를 권한다. 유방 MRI 는 유방암 병기나 전이 여부 진단에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방사선 노출 걱정이 없다.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한 우리의 자세
그렇다면, 유방암을 예방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좋을까?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으며, 자가 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종양이다. 그래서 유방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자가 검진. 20~30대는 1~2개월에 한 번씩 멍울이 만져지는지, 유두의 분비물이나 피부에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보다 정확한 검사 방법은 무엇일까? “유방 자가 검진은 생리가 끝나고 5일 후 유방이 부드러워졌을 때 하는 것이 가장 좋아요. 흔히 집게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듯 유방을 만져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럴 경우 정상 유방도 멍울처럼 느껴질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이 어려워요. 손바닥을 펴고 가운데 세 손가락으로 유방 전체를 문지르듯이 만져보면 물혹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이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염차경 유방 전문의의 조언이다. 유방을 사등분으로 나눠 겨드랑이와 가까운 쪽의 유방에 낭종이 많이 발생한다. 그 이유는 유방 조직이 가장 많기 때문. 그래서 자가 검진 시 이 부위를 중점적으로 검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 검진을 통해 멍울이 만져진다면 유방 외과를 방문해 추적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임상 검진을, 40대 이후는 1~2년 간격으로 임상 진찰과 유방 촬영을 병행하며, 꾸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유방암을 예방하는 또 다른 방법은 건강한 식습관을 갖는 것이다. 최근 20~30대에서 유방암 발병률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지방, 고칼로리의 서구적인 식습관 때문이다. 동물성 지방에 해당하는 패스트푸드 과잉 섭취와 잦은 음주는 에스트로겐과 안드로겐의 혈중 농도를 높여 유방암 발병 확률을 높인다. 그래서 에스트로겐 상승을 억제하는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가 함유된 등 푸른 생선류인 고등어나 청어, 연어 등과 과일이나 야채를 주기적으로 섭취하는 것을 추천한다. ‘미리 준비가 되어 있다면 걱정할 것 이 없다’는 사자성어,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더 큰 병을 예방할 수 있다 는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오늘부터라도 나의 소중한 가슴과의 아름다운 동행을 위해 가슴의 작은 변화에 관심을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유방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매우 높으며, 자가 검진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유일한 종양이다. 그래서 유방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한 자가 검진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