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를 다하기 위해 잠시 떠났던 엑소의 시우민이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2021년 기분 좋은 시작을 알린다. 어제와 다른 오늘이다.

 

블랙 레더 베스트는 마리아노 바이 테이스트 리포트(Magliano by Taste Report). 팬츠와 슈즈는 모두 마리아노(Magliano).

어제와 오늘의 뚜렷한 경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어제 국방부 소속에서 오늘은 민간인이 됐어요. 
자정이 되길 엄청 기다렸어요. 시계를 보고 있었어요. ‘1시간 후면 나는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 전역하기 전에는 시간이 너무 안 갔는데 지금은 기다림의 시간이 별거 아니구나 싶어요.

전역 다음 날 커버 촬영이라니. 게다가 오전 10시도 좋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연예인 촬영은 오전에 시작하는 일이 별로 없으니까요. 이제 복귀한 실감이 나나요? 
전역 다음 날부터 바로 일을 시작하니 실감이 나고요, 기분이 달라요. 무슨 자신감인지는 모르겠지만 매니저 형이 저 빨리 적응하라고 오늘로 잡은 것 같아요. 전 다들 당연히 이 시간에 촬영하는 줄 알았어요.

아까 멤버와 통화를 하면서 “스케줄 중이야”라고 하는데 설렘이 느껴졌어요. 그 말을 얼마나 오랜만에 해본 거예요? 
설레서 어제 잠을 못 잤어요. 너무 중요한 스케줄이었죠. 저한테는 너무 필요했던 일이에요.

레오퍼드 셔츠는 생 로랑 바이 무이(Saint Laurent by Mue). 블레이저는 던힐(Dunhill).

그나저나 원래 아침형 인간인가요?
어디서든 적응을 잘하는 편이라 해외 활동할 때도 시차적응을 잘했어요. 제가 시차를 선택할 수 있어요.

놀라운 능력이네요. 군생활에서도 요긴하게 쓰였겠어요. 정리 잘하고 규칙적인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도 군대에서 필요한 능력 아닌가요? 
군대 안에서는 빨리빨리 해야 하니까 어느 정도 됐으면 끝내야 하는데 저는 디테일하게 깨끗하게 하려고 해서 남보다 느려요. 후임들이나 동기들이 저더러 물티슈로 그만 좀 닦으라고….

정리하는 걸로 스트레스가 풀린다더니, 정말 청소가 그렇게까지 재미있어요? 
더러운 걸 보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그걸 치우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거죠. 당연한 논리예요.(웃음)

군대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어요? 말 나온 김에 보직 자랑 좀 해주세요. 이제 시간 지나면 아무도 안 들어줄걸요? 
제가 수색병인데 자세한 임무는 군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가 없어요.(웃음) 복무 중에 군 뮤지컬 파견도 다녔어요. 왔다 갔다 하는 게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복무 기간 동안 다른 병사들에 비해 정말 많은 경험을 했어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엑소 멤버 중 가장 먼저 입대했죠. 다녀와보니 어때요? 
나이도 많이 찼고 더는 늦출 수가 없었어요. 갔다 와보니 먼저 가는 게 맞았어요. 군대는 빨리 갔다 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체력도 그렇고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가는 게 좋죠.

베스트는 아워레가시 바이 테이스트 리포트(Our Legacy by Taste Report). 블랙 블레이저는 준지(Juun.J). 팬츠는 나마체코 바이 무이(Namacheko by Mue).

늘 바삐 해외를 오가는 불규칙한 삶을 살다가 오랜만에 김민석이라는 이름으로 규칙적이고 가지런한 삶을 살아봤겠군요. 
사연이 있는데, 성이 다른 민석이까지 세 명이 있어서 저는 군대에서도 ‘(시)우민이’으로 불릴 때가 많았어요. 배우 김민석 형과는 한자까지 같더라고요.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는 매일 밤 10시만 되면 바로 기절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고요. 훈련소 처음 들어갔을 때는 조금 힘들었는데 금세 적응이 되더라고요. 밤 10시에 자서 아침 6시 반에 일어나는 건 참 좋은 리듬인 것 같아요.

피할 수 없으면 즐긴다?
그렇죠. 또 다른 말이 있어요.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웃음) 즐길 수 없으면 피하고,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게 맞죠.

웬만하면 적응하는 시우민이 요즘 가장 피하고 싶은 건 뭔가요?
아까 영상 인터뷰처럼 혼자 말하고 혼자 대답하는 것. 제가 제일 못 하는 거고, 아직도 못 해요. 오늘도 영상 촬영은 너무 민망하고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MC형이 아니라서 그런 게 힘들어요. <얼루어>에서 영상 편집을 잘해주셔야 해요. 자막과 효과를 귀엽게 잘 부탁드립니다. 유튜버분들 보면 혼자서 어떻게 말을 잘하시는지… 다들 머리가 엄청 좋으신 것 같아요.

이제 영상 인터뷰는 필수가 되었는데…어쩌죠? 
코로나19로 팬들과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보니 저희 입장에서는 너무 힘들어요. 직업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그래서 요즘 같은 때는 영상을 남기는 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전에는 그렇게까진 못 느꼈어요. 직접 만나서 공연하고 팬미팅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영상의 소중함을 알게 됐어요. 이런 게 없으면 팬들을 볼 수도 없고요. 저도 잘해야 되는데요. 허술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는데 제가 혼자 있으면 많이 허술하거든요.

셔츠, 보머 재킷, 팬츠는 모두 디올 맨(Dior Men). 레이스업 부츠는 처치스(Churche’s). 레더 글러브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들은 허술한 모습도 좋아하지 않을까요? 
얼마나 저희를 자랑스러워하시겠어요. 항상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안타까워요.(웃음)

뭘 하고 안 하고를 선택할 때 당신만의 기준이 있나요? 
할 만한 여유가 있나? 내가 해도 되는 건가? 같은 생각을 먼저 해요. 옳고 그름을 따지고, 내가 이걸 해서 혹시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건 아닌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고요.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건 절대 안 되죠. 그런 건 하면 안 돼요.

전역이 다가오면 상념이 많아진다고들 하던데, 당신은 어땠어요? 
군인들이 전역할 때쯤 되면 걱정을 많이 하는데 저도 그랬어요. 야간에 경계 근무 설 때 많이 했죠.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되지만 저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고….

구체적으로는 어떤 고민이었어요? 
돌아가면 전과 같지 않겠지…이런 생각들이죠. 잘할 수 있을까? 춤을 다시 출 수 있을까? 같은 고민도 하고요. 거기에 코로나19까지 시작되어 더욱 고민이 많았죠.

그 생각의 끝은 어떻게 마무리되곤 하나요? 
군 뮤지컬을 같이 하던 형들이 전역하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온유 형, 성규 형, 성열이, 조권 형, 배우 김민석 등 많아요. 어떻게든 조심해서 일하더라고요. 다들 만나지도 않아요. 서로 위험할까 봐 진짜 조심하는 것 같아요.

군 뮤지컬 경험은 어땠어요? 무대에 오르는 건 같지만 엑소로 무대에 오르는 것과 연기를 하는 건 다르잖아요.
군 뮤지컬 <귀환>이라는 작품에서 초연에는 과거 승호 역을, 재연 때는 현대의 현민 역할을 했어요. <귀환>이 첫 뮤지컬이라서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확실히 시스템은 많이 달라요. 춤과 노래는 익숙했지만 연기하면서 노래하는 건 처음부터 끝까지 제가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저한테는 새로운 도전이었어요. 처음엔 엄청 힘들었지만, 점점 뮤지컬에도 관심이 생겼어요. 간간이 제안도 받고 있습니다.(웃음)

아무래도 팬들이 전역을 가장 기뻐하는 것 같아요. 팬들이 복귀를 기다린다는 건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든든한 것 같아요. 설레기도 하고요. 동시에 보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어요. 전역이 가까워질수록 그게 크게 다가왔어요. 앞으로 하게 될 작품, 활동을 책임감을 갖고 해야죠.

엑소 팀에서는 ‘민석이 형’이죠. 책임감이 강한 편인가요? 
하는 일에 관해서만.(웃음)

터틀넥은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팬츠는 던힐. 슈즈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리얼리티 쇼나 예능에서도 흥이 많은 멤버들 속에서 항상 차분함을 유지하더군요. 평정심, 그건 없는 사람은 간절히 원하는 것이죠. 당신 안에서도 파도가 치고 그러나요? 
웬만하면 화 안 내는 타입이에요. 항상 이해하려고 해요. 근데 저 같은 사람이 화내면 무섭다고…(웃음) 좋게 보면 한결같은 게 좋은 건데, 또 어떻게 보면 좋은 모습으로 변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는 고민도 있어요. 저도 조금씩은 발전하고 있어요, 각도가 너무 낮아서 그렇지.

차분한 건 가풍이에요?
네, 저희 아버지가 저랑 성향이 비슷해요.

멤버인 백현이 솔로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최근 카이도 솔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앞으로 시우민의 솔로도 보게 될까요? 
아직 무언가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고요. 여유를 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역한 자의 여유랄까요. 조금 더 트레이닝하고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팬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2012년 데뷔해 엑소로서 활동한 지 어느덧 8년이 흘렀어요. 그사이 김민석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많은 일이 있었죠. 확실히 나이가 들고 연차가 늘면서 조금은 성숙해지지 않았나 해요. 책임감도 더 늘었고. 멤버들, 스태프들에 대한 감사함을 점점 더 알아가는 것 같아요. 요즘은 부모님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효도해야겠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행동으로 보여드린 게 별로 없거든요.

사랑한다는 그런 말은 못 해요? 
못 하죠. 장손에 장남이라서 무뚝뚝한 편이에요.

베이지 슈트는 시스템옴므(System Homme). 볼드한 실버 링은 노멀드(Normald).

타임머신을 타고 데뷔 전의 당신을 만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데뷔를 23살에 했는데 그 전으로 가서 군대를 일찍 가라고 말해주고 싶어요.(웃음) ‘너 빨리 군대 갔다 와야 해 지금이야! 팬분들을 기다리게 하는 건 너무 미안한 일이야!’

저런…(웃음) 이제 다시 시작하는 시우민에게는 또 어떤 고민과 숙제가 있어요? 
아까처럼 혼자서 방송을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욕먹을 각오로 하자. 제가 워낙 ‘노잼’이거든요. 오프라인에는 강한데 온라인에서 약해요. 그리고 이제 서른두 살이니까 관리에 대한 고민도 해요. 제가 동안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관리를 못 하면 실망스럽다는 말을 들을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을까 봐 걱정이에요.

나이를 의식하는 편인가요? 
의식해야 돼요. 건강관리도 잘하고 실력, 외모관리도 잘해서 뒤처지지 말아야죠.

결의가 느껴지네요. 그런 목표 말고, 무념무상으로 즐거움을 느낄 땐 언제예요? 
멤버들이 웃음을 많이 줘요. 백현이가 재롱을 많이 떨죠.(웃음) 기운 돋게 해주려고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해주고, 자기도 많이 망가지고요. 최근에는 수호도 재밌고요. 요즘 저는 멤버들이 TV 나온 걸 보는 게 그렇게 재미있더라고요.

믿고 보는 엑소 예능이라고 하죠. <아는형님>의 전설적 장면이 떠오르네요. 
거기에 제가 없었잖아요. 저도 있었어야 하는데…!

블랙 코트는 생 로랑 바이 무이. 셔츠와 블랙 캡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전역했으니 하고 싶은 일이 많을 텐데 시기가 영 좋지 않네요. 
사람들도 만나고 싶은데 요즘은 어렵죠. 다들 굉장히 조심하거든요. 어머니께 요리를 배울까 생각 중이에요.

꼭 배우고 싶은 음식이 있어요? 
갈비찜, 김치찌개, 바지락칼국수. 기가 막히거든요. 어머니가 전라도 분이시라 음식을 굉장히 잘하세요.

그걸로 영상을 찍어 보면 어때요? 
할 게 없으면 하지 않을까요? 근데 요리는 경수가 나올 때까지 건드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경수가 요리를 제일 잘하는데, 지금도 조리병으로 복무하며 병사들을 위해 맛있는 음식을 하고 있어요. 엄청 힘들 거예요. 요즘 군인들 코로나19로 휴가도 잘 못 나와요. 군인들에게 응원 좀 많이 해주세요.

요즘 아티스트도 팬들도 서로를 직접 볼 수 있는 무대를 몹시 그리워하는 중이에요. 지금 당장 ‘무대’라고 하면 어떤 곡이 떠올라요? 
질문을 받으니 바로 ‘Monster’가 생각나네요.

‘Monster’에서 당신의 파트가 떠오르네요. “널 망쳐놓을 거야” 하면서 이렇게 춤을…. 수호 씨도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Monster’ 안무는 느낌이 충만해야 되는 춤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요. 
맞아요. 개인적으로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 무대예요.

테일러 레더 재킷은 문 초이. 벨벳 블루종은 셀린느 옴므 바이 에디 슬리먼(Celine Homme by Hedi Slimane).

마지막으로 강렬하게 남은 무대는 뭐였어요? 다시 콘서트를 한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아요.
입대 전 ‘슈윗타임’ 팬미팅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그 당시에는 정말 마지막이라고 느껴졌거든요. 다시 콘서트를 하게 된다면, 정말 너무 너무 즐겁고 행복할 거예요.

복무 중 휴가를 나와서 엑소 콘서트를 본 적 있죠? 늘 서던 무대를 관객석에서 보는 경험은 어땠나요?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팬들처럼 엑소 콘서트를 보는 거였는데 소원을 이루었죠. 너무 재미있었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아요. 멤버들과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참기 힘들었거든요.

엑소는 대세가 아니라 시대였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만큼 오래 폭넓게 사랑받고 있죠. 그 멤버라는 것에 어떤 자부심을 느끼나요?
멤버들의 몫과 역할이 있지만, 엑소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낸 팀이에요. 함께 일하는 매니저, 스태프들 그리고 팬분들! 이 모두가 팀이에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였고, 애정을 가져주세요. 그래서 저는 엑소만큼 엑소팀에도 자부심을 갖게 됐어요. 정말 든든해요. 내 사람들과 함께하면 못 할 게 없어요.

시간이 지나도 변하고 싶지 않은 당신의 모습이 있다면 뭔가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 그래야 인생이 재미있고 행복해질 것 같아요. 모든 게 당연한 것처럼 살면 너무 심심할 거예요.

티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랙 레더 팬츠는 우영미(Wooyoungmi). 첼시 부츠는 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