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넘치는데 시간은 부족하고 취향은 소중하다. 다행히 좋아하고 필요한 모든 것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 시대다.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열어보기 좋은 구독레터.

 

1 뉴닉
2018년 여름부터 발행된 밀레니얼을 위한 시사 뉴스레터로 벌써 15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국내 메일링 서비스의 성공적인 모델로 꼽히는 뉴닉의 성과는 관점의 전환에 기인한다. ‘요즘 애들’이 뉴스를 안 읽는 것이 아니라 못 읽는 것은 아닐까? 중요한 뉴스는 넘쳐나지만 정리된 정보는 드물고, 세상에 대해 알고 싶지만 시간과 배경지식이 부족한 시대에 <뉴닉>은 ‘새로운 뉴스’가 필요함을 깨닫고 뉴스를 콘텐츠화했다. 뉴스 선정의 기준은 명확하다. 밀레니얼에게 필요한가? 밀레니얼이 알고 싶어 할까? 이에 따라 국내, 국제, 금융, 문화, 환경 전방위에 걸친 뉴스를 5분 만에 흡수할 수 있는 형태로 큐레이팅한다. 원출처인 기사로 연결되는 링크가 걸려 있고, 용어를 포함한 관련 배경지식을 담은 이전 뉴스레터로도 바로 이동할 수 있다.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것도 장점이다. 매주 월, 수, 금 오전에 받아볼 수 있으며 구독료는 무료.

2 월간 우롱 
성폭력을 포함한 문단 내의 부조리함을 고발했던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 연대 ‘탈선’을 기억한다. 이들은 이후 연대의 가능성을 넓히고자 ‘우롱센텐스’로 이름을 바꾸고 예술인의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을 이어왔다. 메일링 서비스 <월간 우롱>을 통해서는 자신들의 글을 본격적으로 선보인다. ‘사회에 대한 증오와 애정으로 우정을 다진’ 오빛나리, 정의현, 이규락 세 작가의 에세이와 소설이 월, 수, 금 주 3회 연재된다. 창간호에 이은 vol.2는 여름을 맞은 ‘기이한 이야기’ 특집으로 4주간 호러 소설을 포함한 총 11편의 원고를 만나볼 수 있다. 견고한 벽에 균열을 가한 세 용사의 글은 다른 수식어를 달지 않더라도 그저 재미있고 시종일관 유쾌하다. 구독료는 월 1만원.

3 코로나 시대의 사랑
페미니즘 출판사 봄알람의 이민경 작가가 진행하는 메일링 프로젝트로 여성 간의 관계와 레즈비어니즘을 다룬다. 여자들 간의 우정과 사랑, 섹슈얼리티는 늘 그곳에 있었지만 무언가에 의해 부정당하고 지워지곤 했다. 페미니즘을 통해 새로운 렌즈를 갖게 된 여성들은 이제 그 관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며 재정립한다. 구독자의 고민 편지에 작가는 구조적으로 치밀하고, 문학적으로 아름다운 공개 답장을 쓴다. 레즈비언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개인의 문화적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토양과 같은 문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니까. 편지는 정해진 요일 없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한 편씩, 선물처럼 날아온다. 구독료는 자율.

4 오디티 스테이션
뮤직 크리에이티브 그룹 스페이스오디티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발행하는 음악 전문 뉴스레터다. 우주 정거장과 라디오 방송국을 중의적으로 뜻하는 ‘스테이션’인 만큼 단순히 음악만 추천하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해 정성스럽게 소개하고, 엄격하게 큐레이팅한다. 이미 많은 스트리밍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내게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고 있지만 <오디티스테이션>은 음악에 서사를 부여한다. 하루의 날씨, 요즘의 정서, 최근의 이슈에 맞는 이야기를 함께 엮는 식이다. 각 음악에는 유튜브 영상이 붙어 있어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추천음악 외에도 디자인, 전시, 다큐멘터리 등의 트렌드 뉴스와 스페이스오디티의 소식까지도 한 편에 담아 문화 전반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구독료는 무료.

5  빵슐랭 가이드
빵의, 빵에 의한, 빵을 위한 뉴스레터가 탄생했다. 현직 기자가 전하는 따끈한 빵소식은 멋보다 맛에 초점을 둔, 실용적인 정보로 채워진다. 수년간의 ‘빵지 순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늘 당장 사 먹을 수 있는 접근성 높은 프랜차이즈 빵집부터 오픈 전에도 줄이 생기는 유명 빵집까지 고루 다룬다. 메뉴 추천은 물론 소소하면서도 확실한 베이커리 이용 팁까지 담았다. 최근에는 시의성을 반영해 택배 이용이 가능한 빵집을 소개한 바 있다. 스콘 지도, 맘모스 지도 등 지역별 브레드 맵과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는 빵집, 비건 빵집도 빼놓지 않으니 자타공인 빵 덕후라면 필수로 신청하길. 매주 수요일마다 발송되며 구독료는 무료.

 

6 어피티
돈 관리를 해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다. 경제 기사는 복잡하게만 보이고 나름 정리된 재테크 정보는 수천, 수억 대의 자산 규모를 전제로 이야기하니 시무룩해지기 일쑤다. <어피티>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머니레터는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연봉과 실질적인 관심사에 초점을 두었다. 청약과 대출 등 꼭 알아야 할 금융, 경제 정보부터 유망한 주식 종목, 소비 줄이기 습관 등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돈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도 필수적으로 들어가 시사 상식도 자연스럽게 늘어간다. ‘금융맹’을 탈출하는 길은 늘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법이다. 매주 월~금요일 오전 8시에 도착하는 머니레터를 SNS를 체크하듯 훑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구독료는 무료.

7 일간 이슬아 
2018년 2월부터 아무도 청탁하지 않은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 노동자’ 되기를 자청한 것이 벌써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편의 글을 메일로 받아볼 수 있는데 수필과 픽션 사이의 ‘이야기’, 긴 대화를 옮기는 ‘인터뷰’, 동료 작가의 글을 소개하는 ‘친구 코너’ 등 구성과 기획도 나날이 새롭게 풍성해졌다. 연재한 글의 대부분은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지만 아무래도 <일간 이슬아>는 매일 한 편씩 읽을 때, 특히 일을 시작하기 전인 아침에 읽는 것이 어울린다. 매일 마감을 하는 노동자의 결과물은 다정하고 단단한 문장으로 삶을 살아가는 근육을 깨운다. 현재 시즌3를 절찬리에 연재 중이다. 구독료는 월 1만원.

8 일간 매일마감
일상 속에서 예술을 실천하고, 매일 창작을 이어갈 수 있을까? <일간 매일마감>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다, 작가 모호연, 전 다큐멘터리 감독 지민, 다큐멘터리 감독 깅이 각자 자신의 콘텐츠를 연재하며 다달이 다른 창작가도 함께한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2개의 원고를 PDF로 받아볼 수 있는데 글과 그림, 사진으로 다채롭게 구성했다. ‘나는 자수하노라’, ‘가정생존자’, ‘서울양옥’ 등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콘텐츠도 다수. 구독서비스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팟캐스트 <일간 매일마감의 선마감 후수다>를 청취하거나 독자 게시판을 통해 감상을 나누면 더 풍성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구독료는 월 1만원.

9 들불
여성, 독서, 커뮤니티. 세 개의 키워드를 한데 합친 독서모임 <들불>에서 메일링 서비스를 시작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에 발송되는 들불레터는 여성작가의 책, 여성서사를 다룬 영화와 같이 여성에 집중한 콘텐츠를 조명한다. 정보를 단편적으로 전달하기보다 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가 닿고, 그의 세계가 확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편지와 같다. 콘텐츠와 더불어 기사, 영상 등 함께했을 때 풍요로워지는 자료의 링크도 첨부된다. 이 외에도 비즈니스 아티클, 장소 큐레이션 등 멤버들의 관심사에 따라서 매주 다른 매력의 편지가 도착한다.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되는 페미니즘 북클럽에도 참여한다면 더 선명한 여성 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구독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