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을 때 아름답다. 척추와 골반 역시 마찬가지다. 평소 잘못된 자세로 인해 틀어진 체형을 운동으로 바로잡을 수 있다면? 심지어 돈도 시간도 체력도 크게 필요하지 않다면, 일단 한번 시도해볼 만하지 않은가.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풀었다면, 이제는 밴드를 묶고 하는 운동을 통해 비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위치를 바로잡아줍니다. 그리고 근육 운동을 통해 그 체형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것이죠.”

운동할 힘도, 시간도, 돈도 없다는 핑계를 달고 산 지 어언 8년째. 근육 없이 두루뭉실한 몸매에 군살이 덕지덕지 붙는 것은 물론이고, 어깨에서부터 허리, 발목까지 몸 곳곳 뻐근한 통증까지 느끼고서야 진짜 운동 좀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그러던 차, 터진 코로나19. 또 한번의 핑계 앞에 주저앉을 뻔한 에디터를 일으켜 세운 운동이 있으니 ‘SNPE’다. 생소한 이름의 이 운동은 의외로 국내에서 시작된 운동 방법이다. SNPE의 창시자인 최중기 교수가 치아 교정에서 영감을 받아 2003년부터 만든 운동으로, 스스로(Self) 하는 인간 본연의 자세(Natural Posture)를 회복하는 운동(Exercise)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스스로 바른 자세를 회복하는 운동인 셈이다. 치아에 철사와 스프링, 고무줄 등을 부착해 조금씩 이동시키며 치아의 배열을 바르게 교정하는 것처럼 오랜 세월 잘못된 자세 습관 때문에 비틀어진 근육과 척추를 각종 도구를 이용한 운동을 통해 제자리를 잡는 것이 특징이다.

SNPE의 가장 큰 매력을 꼽자면 집에서 혼자 손쉽게 따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프로 운동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SNPE 앱’이 꽤나 잘 구축되어 있기 때문. 운동 전 나의 자세를 촬영을 통해 분석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개개인별 필요한 운동법을 처방받고 이를 하기 위한 방법들이 상세하게 수록되어 있다. 또한 네이버 카페 커뮤니티와 카카오 채널 등이 활성화되어 있어 같은 운동을 하는 사람들끼리 궁금한 내용을 활발하게 나누면서 운동에 대한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운동하고 있는 것이 바른 자세인지? 좀 더 궁금하다면 센터에서 전문가에게 직접 지도받아도 좋다. 일대일 클래스에서부터 원데이 클래스, 부위별 통증에 따른 클래스, 홈트 정복 클래스 등 니즈에 따른 다양한 수업은 물론, SNPE 운동을 통해 맑은 혈색을 가꿀 수 있는 방법이나 얼굴의 비대칭 등을 바로잡아주는 뷰티 클래스까지 입맛에 맞게 골라서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디터 역시 본격적인 운동 시작에 앞서 강남본원 센터를 찾아 일대일 수업을 들어보았다.

SNPE 운동을 위한 도구의 특징은 부피가 크지 않고, 비싸지 않으며,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추와 골반 교정 운동을 위해 다리에 착용하는 ‘바른자세 벨트’, 골반에 착용하는 ‘고관절·골반교정벨트’, 그리고 척추 주변의 굳어진 속근육을 자극해 셀프 교정을 돕는 다양한 ‘척추운동 도구’가 기본 세트다. 얼핏 폼롤러와도 비슷해 보일 수 있는데, 폼롤러와 달리 딱딱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현대인들의 신체 통증은 대부분 굳어진 근육 때문이에요. 쿠션감이 좋은 공이나 폼롤러 등으로는 깊은 층의 속근육을 풀어주기에 부족하죠.” SNPE 강남본원의 정지은 강사는 딱딱한 소재의 웨이브 베개를 꺼내며 이야기를 건넸다. 척추를 닮은 올록볼록한 모양의 베개에 누우니 목 뒤에 홈이 딱 맞게 들어맞았다. 그 상태에서 온몸의 힘을 풀고 머리를 양옆으로 움직이니 목 뒤의 뻐근한 부위가 자극되며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베개의 위치를 조금씩 움직여가며 목에서부터 등, 허리까지 같은 동작으로 움직여보세요. 특별히 더 아프다고 느끼거나 두두둑 소리가 나는 부위일수록 근육이 뭉쳐 있는 상태예요. 그 부위는 더 자극해서 풀어줘야 합니다.” 아픈 부위를 요리조리 찾아가며 웨이브 베개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근육을 풀었더니 마사지를 받은 듯했다. 아니, 오히려 더 시원한 느낌이었다. 마사지를 받을 때는 불편한 부위를 콕 짚어서 지압해주는 테라피스트를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스스로 몸을 움직이다 보니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강도로 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을 베개 위에서 근육을 풀고 난 뒤에 웨이브 베개를 베고 누운 채로 다리를 올려 자세를 취하는 등 스트레칭 운동으로 옮겨갔다. 대표 동작은 8가지. 허벅지와 종아리를 벨트로 묶은 다음 하는 기본 동작 4가지와 도구를 이용해 몸을 C자, T자, L자, SC자로 만드는 4가지 운동 동작으로 이뤄져 있다. 이전 동작보다 복부나 허벅지 등에 힘이 들어갔지만, 오랜만에 큰마음 먹고 한 운동인데 너무 땀 한 방울 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쯤 정지은 강사는 에디터의 허벅지와 골반 부위에 벨트를 채웠다. 벨트를 한 상태에서 손 뒤로 깍지를 끼고 의자 자세를 하는 1번 동작, 무릎을 꿇고 뒤로 상체를 젖혀서 눕는 2번 동작, 엎드리고 무릎을 굽혀 다리를 드는 3번 동작, 등을 바닥에 대고 둥글게 구르며 척추의 윗부분부터 밑부분까지 자극을 주는 4번 동작까지 운동이 더해갈수록 에디터의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체형이 틀어져 있기 때문이에요. 뭉친 근육을 부드럽게 풀었다면, 이제는 밴드를 묶고 하는 운동을 통해 비틀어진 척추와 골반의 위치를 바로잡아줍니다. 그리고 근육 운동을 통해 그전 체형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것이죠.” 간단한 동작이라도 다리를 묶은 상태에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숨이 차거나 특별히 힘들지는 않아서 평소 기초 체력이 없음에도 무리 없이 따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쯤 운동을 하고 나니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평소 정체되어 있던 혈점과 림프절들이 자극되면서 일시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처럼 체형 교정을 통해 아픈 부위의 통증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림프를 자극해 혈액 순환이 잘되고 부기가 완화되는 효과 역시 덤이다.

첫 운동을 한 날 밤에는 근육통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날에도 아픈 부위를 다시 마사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웨이브 베개 위에 누웠다. 평소에는 운동을 하기까지 마음먹기가 어려웠는데 일단 베개에 부담 없이 누우니 그 다음 몇 가지 스트레칭과 근육단련 동작을 이어가게 되었다. 운동 동작 역시 어렵지 않아 앱이나 유튜브 동영상을 몇 번만 따라 하다 보면 기본 동작은 쉽게 익힐 수 있었다. 기본 동작 외에도 도구를 응용한 동작이 무궁무진해 쉽게 질리지도 않았다. 반면 운동을 하면서 땀을 쭉 빼야 개운함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정적인 운동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또한 디스크 등 척추 관련 질환을 갖고 있다면 무리하게 혼자 운동하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치아가 제자리를 찾았다고 바로 교정 장치를 빼지 않는 것처럼, 꾸준한 운동을 통해서 변형되었던 척추와 골반이 교정되었다고 하더라도 평소 바른 자세 습관을 기르고 일상생활 속에서 이를 유지하려는 노력 역시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