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변호사> 종영 무렵 만났는데, 그때 기대해달라고 한 차기작인 <사냥개들>은 물론, <사냥개들2>까지 나올 만큼 시간이 흘렀네요.
그때도 되게 재밌게 찍었는데!
그 사이 <Mr. 플랑크톤>도 공개되었고요. 따스하고 좋은 작품이었죠. 우도환의 새로운 연기도 볼 수 있었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걸 봐주신 분을 만나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제가 엄청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Mr. 플랑크톤>에 가장 많은 걸 담으려고 했거든요. 요즘은 ‘도파민’ 드라마가 많은데, 그 작품은 달랐어요. 회사에 이 작품 무조건 해야 된다고 한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주인공이 죽는 작품이 별로 없잖아요?
저 죽었죠. 그래서 표현하기가 힘들었어요. 죽는 걸 알고 계속 살아야 하니까.(웃음) 마니아층이 많아서 만족해요. 본 사람 중에 재미없다고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리고 다시 피땀 눈물이 어린 <사냥개들>로 돌아갔네요.
또 그렇게 됐네요. 로맨스를 하려고 했는데, <메이드 인 코리아>(이하 <메인코>) 제안을 받았어요. 이때 아니면 내가 이 선배님들이랑 한 작품에서 길게, 시리즈에서 연기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죠. 저한테 배움의 터가 될 것 같아서 로맨스를 또 미뤘어요.
그렇게 바쁘게 지냈는데, 작년에는 공개된 작품이 없었네요. 뭐 하느냐는 질문 많이 받았죠?
일은 계속하는데 보이지가 않는 거예요. 올해는 계속 나오고 있어요. 저는 계속 찍고 있었어요. <메인코> 시즌 1 찍을 때 <사냥개들2>를 찍어서, 제 몸이 빵빵하고 덩치도 커요. <메인코> 시즌 2를 찍을 때는 지금처럼 살이 좀 많이 빠져 있거든요. 지금 <사냥개들2> 촬영 때보다 13kg이 빠진 상태예요.
<사냥개들2>에서는 눈물 젖은 사냥개다 싶을 정도로 눈물이 촉촉한 장면이 많던데요. 건우는 왜 그렇게 울었야만 했던 것 같아요?
계속 그렇죠. 건우의 눈빛은 좀 순수해야 해요. 이번에는 건우가 고민을 많이 하죠. 갈등하고 고뇌하면서 계속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소년이 어른이 되어가는 걸 담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도 옛날만큼 순수한 눈빛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눈빛은 확실히 사람이 살아온 모습이 담기는 것 같아요. 눈매는 교정해도 눈빛은 어렵듯이요. 그래서 요즘은 여유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삶인 것 같아요.
또 언제 어떤 작품에서 순수한 눈빛을 다시 꺼내야 할지 모르죠. 노하우가 생겼어요?
그렇죠. 계속 갖고 있어야죠. 노하우, 조금 생긴 것 같아요. 세상을 좀 밝게 보려는 노력. 확실히 그게 조금 있어야 하더라고요.
<사냥개들2>가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또 마지막에는 시즌 3에 대한 암시도 나왔고요. 그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죠?
대놓고 넷플릭스한테 시켜달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해요.(웃음) ‘시청자들 다 우리 편’같은 기분인데. 건우는 완성형 영웅이 아니기 때문에 완성을 위해선 계속 시즌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완성의 끝이 어디고 어떤 방향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건우는 성장 중이에요. 멈춘다면 뭐, 거기서 멈춰지는 거겠지만, 계속하고 싶습니다.
촬영이 꽤 고될 것 같아요. 맨발로 질주하는 장면도 있고, 매번 하드 트레이닝을 해야 하잖아요. 그 노력에 대한 보상 같기도 해요.
리얼리티를 위해 맨발로 뛰고 싶긴 했는데, 막상 뛰니까 쉽진 않더라고요.(웃음) 순위도 순위인데, 처음으로 제가 한 작품을 많은 사람이 패러디해주세요. 이게 전 세계 시청자분들이랑 소통하는 기분이구나. 롤링까지 따라 하실 줄은 몰랐거든요.(웃음)
요즘은 시청률만큼 화제성도 중요한데요. 그걸 느끼고 있군요?
어쩌면 화제성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해보니까 <사냥개들> 같은 경우도 이렇게 챌린지며 콘텐츠들이 올라오는 게 화제성이 있어서 사실 더 재밌어요.
<사냥개들> 공개 전에도 인터뷰했을 때 ‘진짜 보지 못한 액션’이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죠. 또 호평 후 시즌 2에 들어갔을 때는 부담도 있었을 텐데요.
많이 부담됐죠. 시즌 1의 중간만이라도 하자. 제겐 이런 목표가 있었어요. 속편이 더 재밌긴 쉽지 않다. 쉽지 않은 건 오케이. 알겠어. 그러면 우린 반만 할게. 이런 맘이었는데, ‘시즌 1도 재밌는데, 시즌 2도 재밌네’ 하는 평을 들으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목표를 이뤘나요?
반 이상 한 것 같아요. 용두사미는 아니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분이 너무 힘들었겠다고 말씀해주시니까.(웃음) 거기서 오는 도파민이 확실히 있어요. 그래서 요즘에 운동을 잘 안 해요. 움직이는 걸 조금 자제하고 있어요. 다른 작품에서 액션하기가 조금 두렵긴 해요. <열대야>가 그랬거든요. <사냥개들> 시즌 1을 하고, <열대야> 촬영장에 가는데, “도환 씨라서 이렇게 하는 건데” 그러시는 거예요. “그럼요” “해야죠” 이런 느낌?(웃음) 되게 감사한데, 또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그런 지점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액션을 할 때는 도구를 좀 써야 되지 않나. 총을 들든, 칼을 들든.(웃음).
지금도 액션 작품을 생각하네요. 액션 장르에 남다른 애정이 있나요?
좀 있어요. 드라마 장르는 틀어놓고 아무 거나 다 하면서 보실 수 있죠. 확 이입시키려고 한다면 그만한 무언가의 쇼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액션 장면에서 폰을 보는 분들은 적을 거라고 봐요. 제가 <조선변호사>를 하면서 말을 진짜 많이 해봤는데, 이런 ‘구강 액션’과 ‘몸 액션’ 중에서 선택하라고 하면 저는 몸 액션을 하고 싶어요.
하하, 장기 액션. 특기 액션.
그래서 제가 볼 때는 ‘굶어 죽진 않겠구나’라는 생각도 해요. 장르 자체가 특화된 부분이기도 하고, <사냥개들>이라는 타이틀이 있고, 또 어떻게 보면 검증해주셨으니까 계속 내가 건강하다면 계속할 수 있겠다 싶어요.
굶어 죽을 걱정을 왜 해요?
하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지만 계속 액션의 끈을 놓지 않고 싶어요.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니까. 더 잘하고 계속 보여드리는 게 기대치에 부응하는 거니까.
<메인코>에서는 육사 출신 엘리트 장교이자 현빈 씨의 동생인 ‘백기현’ 역으로 화제를 모았죠. 시즌 2에 더 많은 활약이 기대되고요. 그 시즌 2도 이제 촬영이 끝났는데 후련한가요?
3월에 모두 끝났어요. 잘 나왔다고 하시고, 감독님도 좋아하시니까 만족합니다. 우민호 감독님과 진짜 해보고 싶었거든요. 같은 우 씨라!(웃음) 예전에 영화 <마스터> 현장에 우 감독님이 이병헌 선배님을 만나러 오신 적이 있어요. 그걸 보면서 언젠가 꼭 성공해서 감독님한테 ‘저도 우 씨예요’라고 말해야지 했거든요.
하하, 그래서 했어요?
처음 만났는데 우민호 감독님이 먼저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거예요. 너무 감사했죠. 우 씨가 본이 하나긴 해요. 욱여넣는 거죠. 인연이 있긴 했어요. <열대야>도 원래 우 감독님과 김판수 감독님이 같이 글을 쓰셨고요. <열대야>에 저를 추천한 것도 우 감독님이라고 들었어요. 현장에서 선배님들 연기 보는 것도 참 재밌더라고요.
작품 안에서는 형 ‘백기태’의 사랑을 거부하는 동생이죠.
어떤 분이 ‘중2병’이라고 댓글 다신 걸 봤는데.(웃음) 시대의 아버지들이 아들한테 줬던, 무관심 속에 강하게 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그런 사람. 울타리 안에 가둬놓고 ‘너는 내 동생이기 때문에 이래야만 해’ 이런 것들이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솔직히 내가 제일 착하다. 내가 정상인이다.(웃음)
다시 군인이 되는 건 어땠어요? 전역한 지 얼마 안 됐잖아요.
참 어려워요. 표현의 자유가 없어지고 어느 정도 각은 항상 잡혀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인물을 표현해야 하죠. 또 시즌 1은, 특히 이제 막 소위를 단 친구기 때문에 더더욱 각이 잡혀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반대로 <Mr. 플랑크톤>은 다 내려놓고 했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어차피 뭐 있어? 내일 죽는데.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하는 마음으로요. 해조류처럼 흘러가는 거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가치관도 바뀌었나요?
많이 바뀌어요. 어차피 오늘만 살고 지금이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저도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죠. 그래서 걱정보다는 좀 기대하면서 사는 삶인 것 같아요. 기대 반 걱정 반인데, 조금 기분 좋은 걱정이에요.
작품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는 것 같은 경험을 해봤나요?
엄청 극적인 변화는 아니었지만, <마스터>가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는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죠. 많은 분이 저라는 사람을 궁금해하게끔 해주고, 한 번 찾아보게 해주고, 그 뒤로 <구해줘>라는 작품을 하고. 그때부터인 것 같아요.
<메인코> 촬영까지 끝냈으니 당분간 휴가를 즐길 생각인가요?
한두 달 정도는 쉬지 않을까. 너무 길어요. 이렇게 쉬지 않고 일해도 1년 동안 작품이 하나도 안 나올 때가 있는데.(웃음) ‘더 안 쉬어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 날씨가 너무 좋잖아요. 이렇게 좋은 날 촬영해야 되는데, 해요.
일 생각밖에 안 하네요.
야외 촬영인데, 날씨 좋을 때. 순서를 기다리면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하죠. 그때 잠깐 불어오는 바람이 저를 정말 행복하게 해줘요. 마치 해 질 녘 집에 가던 학창 시절의 기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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